【서울행정법원 2024.7.15. 선고 2019구합60172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9부 판결

• 사 건 / 2019구합60172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 효력상실처분취소 청구의 소

• 원 고 / 주식회사 A

• 피 고 /

• 변론종결 / 2024.06.17.

• 판결선고 / 2024.07.15.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18.12.28. 원고에 대하여 한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 효력상실처분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건축감리업을 영위하는 원고는 2015년 6월경 B 주식회사와 용인시 처인구 **-*외 *필지에 건축면적 14,761㎡ 규모의 C(이하 ‘이 사건 건물’이라 한다)를 신축하는 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에 관한 감리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 직원인 D, E는 감리단장과 감리부단장으로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공사 감리업무를 수행하였다.

나.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흙막이 가시설을 해체하고 토사를 메우는 작업이 진행되던 2017.10.23. 흙막이 가시설과 외벽이 붕괴하여 근로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다. 피고는 2018.12.28. ‘원고가 건축물의 구조상 안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여 공사감리를 함으로써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였다’는 이유로 건축사사무소 개설신고 효력상실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구 건축사법(2020.2.18. 법률 제1700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8조제1항제4호 및 구 건축사법 시행령(2020.6.9. 대통령령 제307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의2}.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을 제1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관계 법령의 내용

구 건축사법 제28조제1항제4호는 건축사사무소개설자가 건축물의 구조상 안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여 공사감리를 함으로써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를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의 효력상실 처분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건축법 제25조제8항은 공사감리의 방법 및 범위 등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구 건축법 시행령(2018.9.4. 대통령령 제2913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9조제5항제1호는 ‘공사감리자는 수시로 또는 필요할 때 공사현장에서 감리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바닥면적의 합계가 5,000㎡ 이상인 건축공사를 감리하는 경우에는 토목·전기 또는 기계 분야의 건축사보 한 명 이상을 각 분야별 해당 공사기간 동안 각각 공사현장에서 감리업무를 수행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건축법 제25조제3항은 ‘공사감리자는 공사감리를 할 때 공사시공자가 설계도서대로 공사를 하지 아니하면 이를 건축주에게 알린 후 공사시공자에게 시정하거나 재시공하도록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나. 처분의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절차적 하자 유무

1) 원고의 주장

피고가 어떠한 ‘건축물의 구조상 안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

2) 판단

공사감리자는 자기의 책임으로 건축물, 건축설비 또는 공작물이 설계도서의 내용대로 시공되는지를 확인하고, 품질관리·공사관리·안전관리 등에 대하여 지도·감독할 의무를 부담한다(건축법 제2조제1항제15호). 구 건축사법 제28조제1항제4호에서 정한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 효력상실처분의 요건 중 ‘건축물의 구조상 안전에 관한 규정 위반’은 건축사법, 건축법 등 건축물의 안전에 관한 사항을 규율하는 관계 법령을 위반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건축법 및 그 시행령은 공사현장에서의 감리원 배치의무(건축법 제25조제8항, 구 건축법 시행령 제19조제5항), 설계도서와 다른 공사에 대한 시정 요청의무(건축법 제25조제3항) 등 건축물과 공사의 안전을 위해 공사감리자가 부담하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건축법령의 규정은 공사감리자가 당연히 숙지하고 이행하여야 할 기본적인 사항이고, 공사감리자로서는 그 규정이 구 건축사법 제28조제1항제4호에서 정한 ‘건축물의 구조상 안전에 관한 규정’에 포섭된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관련 법령의 내용과 체계, 공사감리자의 역할과 의무 등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처분 당시 공사감리자로서 지켜야 할 건축물의 구조상 안전에 관한 규정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다. 처분사유의 존재 여부

1) 인정사실

가) 이 사건 건물은 지하터파기를 한 부분에 옹벽과 건물의 외벽을 세운 뒤 그 외벽에 PC구조물(기둥, 슬라브 등)을 합체시킴으로써 PC구조물과 합체된 외벽이 토압을 지지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나) 토목공사를 하도급받은 주식회사 F는 공사 현장 서쪽 외벽 뒤편에 진입로를 개설하기 위해 2017.10.19.부터 2017.10.23.까지 외벽 뒤편의 흙막이 가시설을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당시 외벽이 설계도서와 다르게 크레인 이동통로 공간확보 문제로 PC구조물과 합체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의 사고조사결과보고서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흙막이 가시설 붕괴에 따른 유동토압이 외벽에 작용하여 흙막이 가시설과 함께 외벽이 연쇄적으로 붕괴한 것으로, 주요 원인이 PC구조물과 일체화되지 아니한 외벽이 토압을 지지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라) 원고는 흙막이 가시설 해체작업 시 현장에 토목감리원을 배치하지 않았고, 시공사에 해체작업이 설계도서와 달리 외벽과 PC구조물이 합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거나 그에 대한 시정을 요청하지 않았다.

마) 흙막이 가시설 및 외벽의 붕괴로 인하여 근로자 1명이 죽고 5명이 다쳤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9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구체적인 판단

가) 공사감리자인 원고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5,000㎡ 이상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사를 감리하면서 토목공사에 해당하는 흙막이 가시설 해체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토목분야의 건축사보 한 명 이상을 공사현장에 배치하여 감리업무를 수행하게 하여야 함에도(건축법 제25조제8항, 구 건축법 시행령 제19조제5항제1호), 이를 위반하여 토목분야의 건축사보를 배치하지 아니하였다. 또한 원고는 시공사에 흙막이 가시설 해체작업이 설계도서와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청할 의무가 있음에도(건축법 제25조제3항)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원고의 법령상 의무위반으로 설계도서와 달리 외벽에 PC구조물이 합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흙막이 가시설 해체작업이 진행되었고,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와 갑 제22, 23, 25, 2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따르면, 원고에게 의무해태를 탓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① 공사감리자인 원고는 공사현장에서 흙막이 가시설 해체작업 등 주요 공정의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설계도서대로 이루어지는지 철저히 확인·감독하여야 한다. 시공사가 작업 보고를 하지 않았고, 원고의 현장사무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 토목감리원 배치가 필요한 해체작업의 진행 사실을 알 수 없었다는 원고의 해명은 그 자체로 공사감리자로서의 확인·감독의무를 해태했음을 드러낼 뿐 의무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 있는 사유가 아니다. 그 밖에 주요 공정이 당초의 시공계획과 달리 앞당겨 이루어졌다거나 시공사가 일방적으로 설계도서에 반하여 작업하였다는 등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 공사감리자 감리·확인·감독 의무를 면하거나 경감되게 한다고 볼 수 없다.

② 흙막이 가시설 해체작업은 공사인부 여러 명과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하여 공사현장 서쪽 외벽에서 진행되었고, 길이 92.3m, 높이 25~30m 규모의 가시설을 해체한 뒤 해체된 공간에 토사 되메우기 작업을 수일에 걸쳐 반복하였다. 가시설 해체작업의 확인·감독이 현장 여건상 곤란했다고 볼 수도 없다.

③ 가시설 해체작업이 이루어지는 줄 몰랐다는 원고의 주장은 사고 관련자들의 진술이나 공정보고 내용과도 배치된다. 시공사의 토목팀장 G는 이 사건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재판 제1심(수원지방법원 2019고단****)에서 증인으로 출석하여 ‘흙막이 가시설 해체작업을 하기에 앞서 감리부단장인 E에게 해체작업을 하겠다고 보고 하였고, E가 흙막이 가시설 해체작업 현장에 여러 번 다녀갔다’고 증언하였다. 토목공사 담당자였던 H, I 역시 위 재판에서 ‘감리부단장 E가 흙막이 가시설 해체작업 현장을 여러 차례 둘러보았다’고 증언하였다. 2016.10.16.(월)에 작성된 주간공정보고에는 흙막이 가시설의 해체를 의미하는 ‘X1 외부 되메우기’가 해당 주의 예정작업으로 기재되어 있다.

다) 원고는 구 건축사법 제28조제1항제4호에서 정한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 효력상실 사유인 ‘건축물의 구조상 안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여 공사감리를 함으로써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처분사유가 존재한다.

 

라.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법률인 구 건축사법 제28조제1항은 ‘건축사사무소개설자가 건축물의 구조상 안전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여 설계 또는 공사감리를 함으로써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제4호)에는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의 효력상실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규정 형식과 문언, 부실공사와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조항에 따른 건축사사무소개설신고 효력상실처분은 취소여부에 관한 재량을 부여하지 아니한 기속행위에 해당한다. 이 사건 처분이 재량행위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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