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처리사업계획이 관계 법령의 규정에 적합하지 아니함을 알면서 적합하다는 내용으로 통보서를 작성한 경우, 그 통보서가 허위의 공문서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허위공문서작성죄란 공문서에 진실에 반하는 기재를 하는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고의로 법령을 잘못 적용하여 공문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법령적용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에 대한 내용에 거짓이 없다면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될 수 없다.
[2]폐기물관리법 제26조제2항에 의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 적합 통보서는 단순히 폐기물처리사업을 관계 법령에 따라 허가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폐기물처리업을 하려는 자가 폐기물관리법 제26조제1항에 따라 제출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이 폐기물관리법 및 관계 법령의 규정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거나 증명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이 관계 법령의 규정에 적합하지 아니함을 알면서 적합하다는 내용으로 통보서를 작성한 것이라면 그 통보서는 허위의 공문서라고 보지 아니할 수 없다.
[3]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만약 범죄행위가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아니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 대법원 2003.02.11. 선고 2002도4293 판결 [허위공문서작성·허위작성공문서행사·위계공무집행방해]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전주지법 2002.7. 18. 선고 2001노861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의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동행사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원심판결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제1군수이었던 피고인 1과 영농조합법인인 공소외 유한회사(이하 ‘공소외 유한회사’이라고 한다)의 총무였던 피고인 2가 공모하여, 위 공소외 유한회사에서 제출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상의 폐기물매립예정지가 보존임야 및 농지 등으로서 농지법, 국토이용관리법, 산림법 등 관계 법규에 의하여 군수의 권한 이외의 사안이며 옥정호 상수원 상류지역이어서 쓰레기매립장 설치가 불가능하여 위 사업계획이 부적정하다는 통보가 있었음을 알면서도, 2000.11.15.경 사실은 위와 같이 부적정 통보가 이루어진 후 공소외 유한회사에서 제1군청에 새로이 폐기물처리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군청 내부에서 새로이 실무담당자들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으며, 제1군에서 공소외 유한회사에 폐기물처리사업계획 적합(조건부) 통보를 한 일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행사할 목적으로, 마치 내부 담당자들의 검토를 거친 후 문서가 작성되어 상대방에게 적법하게 통보되는 양 허위로 작성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 적합(조건부) 통보서’(이하 ‘이 사건 통보서’라고 한다) 1매를 작성하여 제1군수 명의의 허위공문서 1매를 작성하고, 같은 달 24. 피고인 2가 전주시청 재무과 담당공무원에게 폐기물이전매립공사 입찰서류를 제출하면서 마치 이 사건 통보서가 진정한 문서인 것처럼 사본 1부를 위 입찰서류에 첨부하여 제출함으로써 이를 행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와 같이 허위로 작성된 이 사건 통보서 사본을 첨부 제출함으로써 전주시의 폐기물이전매립공사 입찰업체심사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공소외 유한회사가 최초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이래 같은 해 10.에도 제1군으로부터 부적정 통보 및 계획보완요구를 받자 2회에 걸쳐서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을 변경하거나 보완한 사업계획서를 제1군에 제출하였으므로 비록 공소외 유한회사가 제1군에 같은 해 10. 독립적인 사업계획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2000.10.27. 부적정 통보를 받은 이후에 재차 사업계획서의 제출을 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2000.10. 제출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을 검토한 결과”라고 기재한 내용 자체가 허위라고 할 수는 없으며, 또한 이 사건 공문서의 작성 명의자는 어디까지나 제1군수로서 위 공문서가 실무담당자의 검토를 거친 사실을 증명하는 문서는 아니므로, 피고인 1이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고 폐기물관리법 소정의 규정을 준수하여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공소외 유한회사가 추진하는 폐기물처리사업계획에 대하여 조건부로 적합하다는 통보를 하려는 의사를 표시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공문서를 작성한 이상, 비록 내부적인 절차의 미비가 있어 위 공문서에 공소사실과 같이 실무담당자들의 서명날인 없이 피고인 1 혼자만 서명·날인하였다 할지라도 “군청 내부에서 새로이 실무담당자들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 있어서 이 사건 공문서가 허위라고 할 수는 없고, 또 “제1군에서 공소외 유한회사에 폐기물처리사업계획 적합(조건부) 통보를 한 사실이 없다.”는 점은 이 사건 공문서가 작성된 이후에 어떻게 사용되는가의 문제로서 이 사건 공문서가 허위라는 점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공문서가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어서 위와 같이 허위공문서작성의 점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그 허위작성공문서행사 및 이에 기한 위계공무집행방해의 점을 인정할 수 없고, 그 밖에 달리 이 사건 공문서 사본을 제출하여 전주시의 폐기물이전매립공사 입찰업체심사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피고인들의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동행사죄 부분에 대하여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통보서가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동행사죄에 대하여 위와 같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허위공문서작성죄란 공문서에 진실에 반하는 기재를 하는 때에 성립하는 범죄이므로, 고의로 법령을 잘못 적용하여 공문서를 작성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법령적용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에 대한 내용에 거짓이 없다면 허위공문서작성죄가 성립될 수 없다 할 것이나(대법원 2000.6.27. 선고 2000도1858 판결 등 참조), 폐기물관리법 제26조제2항에 의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 적합 통보서는 단순히 폐기물처리사업을 관계 법령에 따라 허가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폐기물처리업을 하려는 자가 폐기물관리법 제26조제1항에 따라 제출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이 폐기물관리법 및 관계 법령의 규정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거나 증명하는 것이라 할 것이므로, 그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이 관계 법령의 규정에 적합하지 아니함을 알면서 적합하다는 내용으로 통보서를 작성한 것이라면 그 통보서는 허위의 공문서라고 보지 아니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들은 공소외 유한회사가 제출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상의 폐기물매립예정지가 보존임야 및 농지 등으로서 농지법, 국토이용관리법, 산림법 등 관계 법규상 폐기물매립장 설치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옥정호 상수원 상류지역이어서 폐기물매립장 설치가 더욱 불가능하여 그 사업계획이 적합하지 아니함을 잘 알면서도, 민원해결 및 폐기물관리법상의 시설·장비·기술능력 등의 기준을 갖추는 것만을 조건으로 하여 적합하다는 취지로 이 사건 통보서를 작성함으로써, 결국 위와 같은 농지법, 국토이용관리법, 산림법 등 관계 법규상으로는 적합하다는 내용으로 이 사건 통보서를 작성한 사실 및 피고인들은 이 사건 통보서를 전주시청에 제출하는 입찰서류로 제출하거나, 최소한 민원인 등 다른 사람에게 이를 행사할 것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렇다면 피고인들은 행사할 목적으로, 공소외 유한회사가 제출한 폐기물처리사업계획이 관계 법령의 규정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거나 증명하는 이 사건 통보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보지 아니할 수 없을 것이고, 비록 검사의 공소사실이 명확하지는 아니하나, “제1군에서 공소외 유한회사에 폐기물처리사업계획 적합(조건부) 통보를 한 사실이 없다.”는 공소사실 부분은 결국 위와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통보서가 허위라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통보서가 허위의 공문서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의 허위공문서작성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이 사건 통보서가 허위가 아닌 이상 피고인들의 동행사죄도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역시 무죄를 선고한 것은, 허위의 공문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사실을 오인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지 아니할 수 없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가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다만,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이 사건 통보서를 민원인에게 제시하는 것은 몰라도 전주시에는 제출하지는 않기로 약속을 받고 피고인 2에게 이 사건 통보서를 작성해 주었다고 변명하고 있고, 또 실제로 피고인 2가 이 사건 통보서를 전주시에 제출하는 것을 막으려 시도한 사실이 엿보이는바, 그렇다면 피고인 1의 위 변명이 진실이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로 된 허위공문서행사 부분에 대한 고의가 없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심리할 필요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나. 피고인들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부분에 대하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있어서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그 오인, 착각, 부지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상대방이 이에 따라 그릇된 행위나 처분을 하여야만 이 죄가 성립하는 것이고, 만약 범죄행위가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아니하고 미수에 그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0.3.24. 선고 2000도102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2가 이 사건 통보서를 입찰서류에 첨부하여 제출하여 전주시청의 폐기물이전매립공사 입찰업체심사업무를 위계로써 방해할 가능성이 있기는 하였으나, 그 제출 이전에 피고인 1이 이 사건 통보서가 무효임을 전주시청에 통보함으로써 전주시청 담당공무원으로서는 오인, 착각, 부지상태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었음을 알 수 있는바, 그렇다면 이 사건 통보서를 제출하였다고 하여도 전주시의 구체적인 공무집행을 저지하거나 현실적으로 곤란하게 하는 데까지 이른 적이 없다 할 것이어서, 위 행위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은, 비록 그 이유 설시에 잘못은 있다 할지라도,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상고는 받아들일 수 없음에 돌아간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들의 허위공문서작성죄 및 동행사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송진훈(재판장) 변재승 윤재식(주심) 이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