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사법 제26조제1항 소정의 ‘의약품의 제조’의 의미 및 서로 다른 약재를 조합·가공하여 의약품을 제조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2] 여러 가지 한약재를 혼합하지 아니하고 별개로 구분하여 포장한 후, 이것들을 모아 종이상자에 넣어 다시 포장·판매한 것만으로는 약사법 소정의 의약품의 제조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약사법 제26조제1항에 규정된 “의약품의 제조”라 함은 일반의 수요에 응하기 위하여 일정한 작업에 따라 약전에 수재된 약품 또는 수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건사회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약품을 산출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의약품 등의 원료를 화학적 방법에 의하여 변형 또는 정제하는 것은 물론 의약품의 약간량과 다른 의약품의 약간량을 조합하는 등으로 화학적 변화를 가져오지 아니하는 가공까지를 포함하는 것이고, 기존의 각종 의약품을 혼합하지 않고 별개로 구분하여 포장한 후 이것들을 모아 상자에 담아 다시 포장한 것은 위에서 말하는 가공에 해당하지 않으나, 형식적으로 각 약재를 분리·포장한 후 이것들을 상자에 모아 담아 다시 포장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의약품의 제조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볼 수는 없고, 당해 제조시설 및 제조방법, 제품의 외관 및 성상, 제품의 용법, 판매할 때의 설명 및 선전내용, 사회 일반인의 인식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제조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여러 가지 한약재를 혼합하지 아니하고 별개로 구분하여 포장한 후, 이것들을 모아 종이상자에 넣어 다시 포장·판매한 것만으로는 약사법 소정의 의약품의 제조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3.07.22 선고 2003도2432 판결 [약사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춘천지법 2003.4.18. 선고 2002노69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로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 2가 운영하는 약초음료공장의 공장장인 피고인 1이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1999.1.경부터 2000.10.경까지 사이에 태백시 화전동 소재 위 공장에서 약초건조기, 절단기, 포장기 등 한약재를 건조·가공하여 포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황기, 당귀, 천궁, 백출, 복령, 구기자, 하수오, 대추, 갈근, 두충, 산약, 작약 등 12종의 한약재를 종류별로 200g씩 비닐봉지에 포장한 다음 ‘약용작물모음전’이라는 상품명이 인쇄된 종이상자에 담아 다시 포장하는 방법으로 위 약용작물모음전 총 4,187개 시가 합계 131,963,696원 상당을 제조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약용작물모음전은 약사법 제2조제4항 소정의 의약품에 해당하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각 행위가 약사법상 금지된 무허가 의약품 제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을 약사법위반죄로 처단하고 있다.
2.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가. 약사법 제26조제1항에 규정된 “의약품의 제조”라 함은 일반의 수요에 응하기 위하여 일정한 작업에 따라 약전에 수재된 약품 또는 수재되지 않은 것으로 보건사회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약품을 산출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의약품 등의 원료를 화학적 방법에 의하여 변형 또는 정제하는 것은 물론 의약품의 약간량과 다른 의약품의 약간량을 조합하는 등으로 화학적 변화를 가져오지 아니하는 가공까지를 포함하는 것이고, 기존의 각종 의약품을 혼합하지 않고 별개로 구분하여 포장한 후 이것들을 모아 상자에 담아 다시 포장한 것은 위에서 말하는 가공에 해당하지 않으나(대법원 1992.9.8. 선고 92도1683 판결 참조), 형식적으로 각 약재를 분리·포장한 후 이것들을 상자에 모아 담아 다시 포장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의약품의 제조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볼 수는 없고, 당해 제조시설 및 제조방법, 제품의 외관 및 성상, 제품의 용법, 판매할 때의 설명 및 선전내용, 사회 일반인의 인식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제조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5.7.28. 선고 95도1081 판결 참조).
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약초재배농민들로 구성된 전국 각지의 품목조합들로부터 위 12종의 한약재를 구입하여 이에 별다른 가공이나 변형을 가하지 아니한 채 그 약재 이름이 인쇄된 비닐봉지에 일률적으로 200g씩 넣어 포장한 뒤, 이들을 ‘약용작물모음전’이라고 상품명이 인쇄된 종이상자에 종류별로 한 봉지씩 분리하여 넣고 다시 포장하여 이를 전국에 산재한 농업협동조합 판매시설들에 판매한 사실, 피고인들은 당초 위 상품을 ‘십전대보초’라는 명칭으로 판매하고자 그 가부를 보건복지부에 문의하였으나, 위 제품을 식품위생법 소정의 식품으로 제조·판매한다면 같은 법 제11조에 의하여 제품의 명칭·성분 등에 관하여 의약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 등을 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고, 다시 농림부에 질의하여 농림부로부터 위 상품을 전통식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나 ‘십전대보초’와 같은 명칭은 소비자로 하여금 위 상품을 한약재로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게 되자 ‘십전대보초’라는 명칭 대신 ‘약용작물모음전’이라는 명칭으로 이를 판매하게 된 사실, 위 상품을 포장한 종이상자에는 앞면에 피고인 2의 상호와 한국전통식품이라는 내용이, 옆면에 강원도에 의하여 전통식품으로 지정되었고 식품 유형은 기타식품류라는 정도의 내용이 각 인쇄되어 있을 뿐, 어디에도 의약품으로서의 효능, 효과 또는 용법이나 용량 등에 관한 내용이 인쇄되거나 설명문 등이 동봉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다만 “살아있는 태백의 원기를 몸 안 가득 채워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상자 앞면에 인쇄되어 있기는 하나, 그러한 문구는 어느 특정한 질병의 치료·예방이나 신체 특정 부위의 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로 이해될 여지가 없다.)을 알 수 있는 반면,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이 제1심판결의 일부 설시를 인용하여 인정한 사실, 즉 주식회사 농협부산경남유통 등이 위 제품을 판매함에 있어 ‘십전대보탕’ 기타 약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하거나, 동의보감 등 한방의서(한방의서)를 인용하여 그 효능을 선전한 사실 또는 피고인들이 위 판매처들로 하여금 위와 같은 행위를 하도록 공모·종용·방조하거나 소극적으로라도 용인한 사실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단순히 여러 가지 한약재를 혼합하지 아니하고 별개로 구분하여 포장한 후 이것들을 모아 종이상자에 넣어 다시 포장한 것에 불과할 뿐 의약품의 제조행위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은 일부 잘못된 사실 관계를 전제로 위와 같은 행위가 약사법 제26조제1항 소정의 의약품 제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피고인들을 약사법위반죄로 처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고, 약사법 소정의 의약품의 제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서성 배기원 박재윤(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