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 정하여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의 의미
[2] 사고 택시의 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하여 병원에 후송한 후 피해자에게 직접 자신의 신원사항을 밝히지 않고 경찰관에게 주민등록번호 중 한 자리의 숫자를 사실과 달리 불러 주고 병원을 떠났으나, 그 후 스스로 병원에 연락하여 사고 택시의 자동차등록번호와 택시공제조합에서 치료비를 부담할 것임을 통지한 경우,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6.01.26. 선고 2005도7325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제주지법 2005.9.15. 선고 2005노31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제주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원심의 유죄 판단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택시 운전기사인 피고인이 2004.11.17. 21:40경 이 사건 사고장소에서 택시를 정차하였다가 후진하다가 과실로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에 탑승했다가 하차한 피해자 공소외 1의 우측 다리 부위를 가해차량 좌측 뒷바퀴 부분으로 충격하여 피해자에게 판시와 같은 상해를 입혔으면서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도주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 정하여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고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 장소를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4.10.28. 선고 2004도5227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택시운전자인 피고인은 택시를 후진하던 중 자신의 택시에서 막 하차한 피해자를 충격하는 사고를 일으킨 후 피해자와 동승했던 일행과 함께 피고인의 택시에 피해자를 싣고 한라병원에 후송하였고, 피해자는 한라병원에 접수하기 전에 주차장에 주차하려던 이 사건 택시의 자동차등록번호판을 카메라폰으로 촬영해 두었으며, 그 후 피해자의 진료과정에서 피고인은 한동안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사실, 한편 피고인은 교통사고 소식을 접수한 경찰관 공소외 2와 피해자의 핸드폰을 통하여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그 때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중 출생한 달에 해당하는 한자리의 숫자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나 그 이름과 출생년도는 제대로 불러준 사실(경찰관은 피고인의 이름과 출생년도만으로 전산조회를 통하여 피고인을 확인하였다), 그 후 경찰관이 한라병원으로 오겠다고 하자 피고인은 자신이 미납한 벌금 때문에 체포될까 두려워한 나머지 피해자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주지 아니한 채 병원을 떠났는데, 그 후 한라병원 수납계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택시의 자동차등록번호와 택시공제조합에서 치료비를 부담할 것임을 통지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호하여 병원에 후송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병원을 떠나기 전에 피고인의 성명과 출생년도를 경찰관에게 일러 주어 경찰관이 이를 파악하고 있었던 점, 피해자가 피고인 차량에 탑승하였다가 사고 이후 피고인에 의해 후송되고 병원에 한동안 함께 있으면서 피고인의 인상착의를 기억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피고인 택시의 자동차등록번호 등을 카메라로 찍어 둔 점 등을 감안하면, 비록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직접 자신의 신원사항을 밝히지 않고 경찰관에게 주민등록번호 중 한 자리의 숫자를 사실과 달리 불러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한 후 스스로 병원에 연락하여 위 택시의 자동차등록번호를 알리고 택시공제조합에서 치료비를 부담하도록 한 점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에게 도주할 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달리 피고인이 위 병원을 떠나기 전에 피해자에게 직접 자신의 신원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점 등만을 중시하여 피고인이 도주하였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이강국 손지열(주심) 김용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