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횡단보도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가 인접한 교차로의 차량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하다 교통사고를 낸 경우,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의 책임을 지게 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횡단보도에 보행자를 위한 보행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횡단보도표시가 되어 있는 이상 그 횡단보도는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횡단보도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횡단보도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2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교통사고를 낸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제2항 단서 제6호 소정의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며, 비록 그 횡단보도가 교차로에 인접하여 설치되어 있고 그 교차로의 차량신호등이 차량진행신호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 그 차량신호등은 교차로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하지, 보행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에 대한 보행자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2003.10.23. 선고 2003도3529 판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03.6.4. 선고 2003노1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경기(차량번호 생략) 승용차량을 운전하는 자로서, 2002.5.8. 20:40경 위 차량을 운전하여 화성시 태안읍 안녕리 소재 현충탑 앞 편도 2차로 중 1차로를 태안 방면에서 안녕리 방면으로 시속 40km로 진행하던 중, 그 곳은 전방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자동차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자로서는 속도를 줄이고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길을 건너는 사람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의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그대로 진행한 과실로, 마침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횡단보도상을 건너던 피해자(여, 15세)를 위 차량의 앞부분으로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위 피해자로 하여금 약 6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척골주두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피고인은 당시 위 차량을 운전하여 1차로로 운행중이었는데, 당시는 차량이 많은 관계로 약간 지체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시속 약 30km 미만으로 진행하고 있었던 사실, 사고지점은 네거리 교차로에 인접한 횡단보도상으로 보행자신호등은 없었고, 차량신호등만 교차로에 설치되어 있었던 사실, 사고 당시의 신호는 피고인 진행방향의 차량신호등이 파란색으로서 차량진행신호였던 사실, 피해자는 피고인 진행방향의 우측에서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로 뛰어나오다가 피고인 운행 차량의 우측 휀다부분 및 백미러에 충격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교차로와 횡단보도가 인접하여 설치되어 있고 차량용 신호기는 교차로에만 설치된 경우에 있어서는 그 차량용 신호기는 차량에 대하여 교차로의 통행은 물론 교차로 직전의 횡단보도에 대한 통행까지도 아울러 지시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대법원 1997.10.10. 선고 97도1835 판결 참조), 교통사고 발생 당시의 신호가 차량진행신호였다면 사고지점이 비록 교통신호대가 있는 횡단보도상이라고 하더라도 운전자가 그 횡단보도 앞에서 감속하거나 일단정지하지 아니하였다 하여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할 수 없는 것이므로(대법원 1985.9.10. 선고 85도1228 판결 참조), 차량신호등의 신호지시에 따라 천천히 진행하던 피고인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충격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인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제2항 단서 제6호의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의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는 한편, 피고인이 운전한 차량이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공소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고 하여 형사소송법 제327조제2호에 의하여 공소를 기각하였다.

 

3.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횡단보도에 보행자를 위한 보행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횡단보도표시가 되어 있는 이상 그 횡단보도는 도로교통법에서 말하는 횡단보도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횡단보도를 진행하는 차량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2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교통사고를 낸 경우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제2항 단서 제6호 소정의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의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며, 비록 그 횡단보도가 교차로에 인접하여 설치되어 있고 그 교차로의 차량신호등이 차량진행신호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 그 차량신호등은 교차로를 진행할 수 있다는 것에 불과하지, 보행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에 대한 보행자보호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보행등이 설치되어 있지 아니한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피해자를 충격하였다고 하더라도 인접한 교차로의 차량진행신호에 따라 진행한 이상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 위반의 책임이 없다고 판단한 나머지 이 사건 공소를 기각하고 말았으니, 거기에는 횡단보도에서의 보행자보호의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원심이 들고 있는 위 대법원 1997.10.10. 선고 97도1835 판결은 교차로에 차량용 신호기가 설치되어 있고 인접한 횡단보도에 보행등도 설치되어 있으나 보행등 측면에 차량보조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경우 차량 신호등은 적색이고 횡단보도의 보행등은 녹색인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침범하여 차량을 운행하였다면 교차로의 차량용 신호기는 교차로의 통행은 물론 교차로 직전의 횡단보도에 대한 통행까지도 아울러 지시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신호기의 신호를 위반하여 운전한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례를 달리하며, 또한 대법원 1985.9.10. 선고 85도1228 판결은 횡단보도에 설치된 교통신호대에서 차량진행신호를 받고 진행한 차량과 보행자정지신호임에도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보행자가 충돌한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이 사건과는 사례를 달리한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에서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조무제 이용우(주심) 이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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