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한 이유 없이 불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한 것으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
<판결요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81조제3호가 정하는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 또는 해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였다고 믿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고 불성실한 단체교섭으로 판정되는 경우에도 성립한다.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와 동일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는지는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제1차 잠정 합의를 파기한 후 그와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체결하고서는 이를 다시 파기한 일련의 행위들은 원고와 참가인 회사 사이의 단체교섭을 부당하게 지연시킨 행위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불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한 것으로 판단된다.
◆ 서울행정법원 제1부 2014.05.23. 선고 2013구합56423 판결 [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전국화학섬유산업노동조합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 피고 보조참가인 / ○○산업 주식회사
♣ 변론종결 / 2014.04.09.
<주 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13.6.26.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3부노54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회사는 상시근로자 약 4,100여명을 사용하여 종합건설업 및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을 하는 회사이다. 참가인 회사의 석유화학제품 제조업 부분은 본사, 여수공장 및 전주공장으로 나누어져 있고, 전주공장에서는 약 60명의 근로자가 석유화학제품 제조사업 중 필름 관련 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나. 원고는 약 7,000여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의 산업별 노동조합이고, 참가인 회사의 위 전주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 중 약 26명을 조합원으로 하여 구성된 전북지부 ○○산업지회(이하 ‘이 사건 지회’라 한다)를 두고 있다.
다. 참가인 회사에는 참가인 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지는 않고 각 공장 별로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다. 참가인 회사의 전주공장에는 원래 기업별 노조의 형태로 ‘대립산업 주식회사 필름사업부 전주공장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의 노동조합이 있었는데, 위 노동조합이 2008.7.8.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조직을 변경하여 원고에 가입하고 이 사건 지회가 되었다.
라. 원고와 참가인은 2008.9.경부터 단체교섭을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참가인 회사가 단체교섭을 해태하여 그 대표이사 A는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죄로 벌금 150만 원의 판결(전주지방법원 2011.2.9. 선고 2010고정616 판결, 이하 ‘이 사건 형사판결’이라 한다)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2012.4.26. 확정되었다.
마. 원고와 참가인은 이 사건 형사판결이 확정될 무렵 다시 단체교섭을 재개하였다. 원고측 교섭 담당자인 B와 참가인 측 교섭 담당자인 C는 2012.6.25. 잠정적 합의(이하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라 한다)에 이르게 되었으나 참가인이 그 다음날 위 합의를 파기하였다.
바. 원고와 참가인은 2012.10.경부터 다시 단체교섭을 시작하였고, 위 B와 C는 같은 달 17. 다시 잠정적 합의(이하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라 한다)에 이르렀으나 참가인은 조인식이 예정된 2012.10.25.을 하루 앞두고 위 합의를 또 파기하였다.
사. 이에 원고는 참가인의 위와 같은 합의 파기 및 단체협약 체결 거부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3.3.15.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 또한 같은 해 6.26.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8,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참가인 회사가 2012.10.24. 잠정합의를 하였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잠정합의를 파기하고 합의된 내용대로의 단체협약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단체교섭 거부·해태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나. 인정 사실
1) 이 사건 형사판결의 판단 근거가 된 참가인 회사의 행위
가) 참가인 회사의 경영 상황이 악화되자 참가인 회사와 ‘○○산업 주식회사 필름사업부 전주공장 노동조합’은 2007.1.31. 기존의 근로조건을 하향하는 아래<생략>와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나) ‘○○산업 주식회사 필름사업부 전주공장 노동조합’은 앞서 본 바와 같이 2008.7.8. 이 사건 지회 형태로 조직을 변경하고 원고 노동조합에 가입하였다. 원고는 2008.9.5. 참가인 회사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 회사는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과 관련한 절차상의 하자가 있고 관계 행정관청으로부터 이에 관한 통지를 받은 바가 없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였다. 이에 원고가 2008.9.9.경 참가인 회사를 상대로 하여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전북2008조정46호로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하자 참가인 회사는 단체교섭에 응하였다.
다) 참가인회사는 2008.9.26. 원고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이 사건 지회와 제1차 단체교섭을 진행하였다. 이 사건 지회가 참가인 회사에 대해 주1회 특정요일에 교섭하고 교섭회의회의록에 노사가 서명할 것을 제의하였으나, 참가인 회사가 반대하여 회의록이 작성되지 못한 채 제1차 단체교섭이 종료되었다.
라) 이후 교섭과정에서 이 사건 지회는 전문 외 총 109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체협약 요구안을 제시한 데 대하여, 참가인 회사는 회사의 상황 등에 비추어 노동조합 측의 요구를 수용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면서, 제6차 교섭에서는 단체협약 요구안 중 인사의 장에 관한 전 조항이 사규에 이미 명시되어 있으므로 단체협약에 별도로 기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불성실하게 대응하여 단체교섭이 계속 결렬되었다.
마) 참가인 회사와 이 사건 지회는 2008.12.9. 제8차 교섭에서 연말, 연초의 바쁜 업무를 이유로 2009.1. 중순경까지 교섭을 중단하기로 하였다. 그러던 중 참가인회사는 2009.1.29. 이 사건 지회로부터 종전의 3조 3교대의 근무형태를 4조 3교대로 변경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아 2009.3.19. ‘2009년 1/4분기 노사협의회’ 및 2009.3.26. ‘2009년 임시노사협의회’를 각 개최하였다. 위와 같이 참가인 회사가 단체교섭이 아닌 노사협의회를 개최하려 하자 원고는 참가인 회사에 대해 2009.3.26.에 중단된 단체교섭을 재개하자고 제안하였고, 참가인 회사는 위 노사협의회 일정을 이유로 단체교섭일 연기를 요청하였다.
바) 참가인 회사는 위 2009.3.26.자 임시노사협의회에서 2009.4.5.부터 4조 3교대로의 근무형태 변경을 시행하기로 하는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으나 위와 같은 근무형태 변경에 따른 임금보전 방법에 관하여는 상호 합의에 이르지는 못하였다. 또한, 참가인 회사는 위 2009.3.26. 자 임시노사협의회에서 이 사건 지회에 잠정적으로 단체협상을 중단하자고 제안했으나 거절당하였다. 원고는 2009.3.27. 참가인 회사에 대하여 참가인 회사가 단체교섭에 대해서는 연기만 요청하면서 노사협의회를 통해 임금보전 방법이 합의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한 것에 대해 항의하였다.
사) 그럼에도 참가인 회사가 2009.4.5. 종전의 3조 3교대에서 4조 3교대로 근무형태를 변경하자 원고는 2009.4.6.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 회사를 상대로 임금보전 방안에 관한 노동쟁의조정신청을 하였다.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09.4.27. 노사 간 주장의 현격한 차이로 조정안의 제시가 불가하다고 판단되어 조정을 종료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아) 원고는 2009.4.28. 참가인 회사에 대하여 서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며 2009.5.4. 단체교섭을 개최할 것을 요청하였으나, 참가인 회사는 2009.4.30. 원고가 요청한 단체교섭의 대상이 무엇인지 알 수 없고, 4조 3교대 실시 자체는 사용자의 고유한 인사경영권의 행사로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이에 원고 노조는 2009.6.19.부터 2009.6.20.(24시간)까지 참가인 회사에 대해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경고성 파업을 진행하였다.
자) 그 후 노사 양측은 2009.6.26. 제9차 교섭, 2009.7.20, 제10차 교섭, 2009.8.3. 제11차교섭을 진행하였다. 원고가 제10차 교섭 당시 차기 교섭일에 회사의 단체협약 수정안을 제시해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 회사는 취업규칙, 노동관계법 규정에 따라 고용관계를 유지해도 충분하다며 단체교섭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아 단체교섭의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2009.8.5.부터 2009.9.14.까지 전면파업을 벌였다.
차) 노사 양측이 2009.9.4. 제12차 교섭부터 2009.11.30, 제20차 교섭에 이르기까지 총 9차례의 교섭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는 또다시 참가인 회사에 대하여 참가인의 입장을 정리하여 원고가 기존에 제시한 단체협약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시하여 줄 것을 요구하였으나, 참가인 회사는 계속하여 취업규칙, 노동관계법령이 있는 이상 굳이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아도 충분하다고 주장하며, 단체협약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았고, 단체협약의 체결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의 태도로 일관하였다. 그러던 중 참가인 회사는 2009.10.25. 원고 노동조합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비조합원에 대하여만 임금을 5% 인상하였다.
카) 원고는 결국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에 참가인 회사의 대표이사 A를 단체교섭 해태 및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였고, 제1심 법원은 2011.2.9. 위와 같은 교섭과정을 볼 때 A가 정당한 사유 없이 단체교섭을 해태하였고, 비조합원들에게만 임금 인상을 단행하는 등 원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불이익 처우를 한 점을 인정하여 A에게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위반으로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은 항소심(전주지방법원 2011.12.9. 선고 2011노227 판결), 상고심(대법원 2012.4.26. 선고 2011도17941 판결, 검사와 A 모두 상고하였으나 A는 선고 하루 전 상고 취하)을 거쳐 확정되었다.
2) 이 사건 형사판결의 대상인 소송 계속 중의 원고와 참가인의 교섭 과정 등
가) 이 사건 지회의 조합원인 D 등 25명은 2010.6.16. ① 주위적으로는 참가인 회사가 조합원들에 대해서만 추석 특별상여금(2009년에 100만 원, 2010년에 1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를 조합원들에게도 지급할 것을 구하고, ② 예비적으로는 참가인 회사가 부당노동행위를 한 데에 대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위자료 지급을 구하는 소(전주지방법원 2010가단18456, 이하 ‘전주지방법원 임금청구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였다.
나) 한편, 참가인 회사는 2011.1.경 3급 이상의 사원들에게만 적용되던 연봉제를 4, 5급 사원들 중 연봉제 전환을 희망하는 자들에게도 확대하여 적용하되(참가인 회사의 전주공장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4급 이하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다), 연봉제 전환을 독려하기 위해 연봉제로 전환할 경우 급여를 호봉제 기준 급여에서 15% 인상시켜 주기로 하였다.
다) 참가인 회사는 2011.1.5. 이 사건 지회에 대해 연봉제 확대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는 등의 절차를 거쳤지만, 이 사건 지회는 같은달 19, 단순한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연봉제 확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라) 참가인 회사는 연봉제 전환에 동의하는 근로자들로 하여금 2011.1.20.부터 같은달 31.까지 연봉제 전환 동의서를 참가인에게 제출하도록 하였고, 그 후에도 수시로 연봉제 전환에 동의하는 근로자들이 참가인에게 전환 동의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였다.
마) 앞서 본 연봉제 확대안에 따라 연봉제로 전환한 근로자들의 급여가 2011.2.경 15%, 그 후 2011년 l0월경 추가로 5%씩 각 인상되어 연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과 호봉제를 적용받는 근로자들 사이에 임금의 차이가 발생하였다.
바) 위와 같은 연봉제 확대 실시와는 별개로 원고와 참가인 회사는 2010년 및 2011년 임금 조정에 관한 협상을 진행하였는데 참가인 회사가 각 해에 모두 임금 동결을 제시하여 임금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3) 이 사건 형사판결 확정 후의 교섭 과정
가) 참가인 회사는 이 사건 형사판결이 확정될 무렵인 2012.4.경부터 원고와 전주지방법원 임금청구소송의 해결 및 단체협약 체결 등을 위해 같은 해 6.25.까지 약 7차례에 걸쳐 단체교섭을 하여 실무자(앞서 본 원고 측 B, 참가인 측 C)간에 아래<생략>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를 하였다(합의 내용은 주로 연봉제로 전환한 근로자와 연봉제로 전환하지 않은 근로자(주로 원고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사이의 과거 및 현재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내용이다). 참가인 회사는 그 다음날인 26일 원고에게 잠정 합의를 파기한다고 통보하였다.
나) 한편, 참가인 회사는 2012.10.경 전주지방법원 임금청구소송의 선고를 앞두고 원고에게 다시 교섭을 요청하였으며, 원고는 참가인 회사가 공장장인 E에게 교섭을 위임하였다는 것을 확인하고서 교섭을 재개하였다. E이 가지고 있었던 위임장의 내용은 아래<생략>와 같다.
다) 위 B와 C는 2012.10.17.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하고 서명하였다. 한편, 위 합의서 제4항의 연봉제와의 임금차액에 대하여는 참가인 회사의 G전무와 이사건 지회의 H 지회장이 1인당 845만원으로 잠정적으로 합의하였다.
라) 원고는 2012.10.17. 위 합의서에 대하여 승인을 얻기 위하여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100% 찬성(1명 불참)으로 의결하였다.
마) 참가인 회사의 대표이사는 2012.10.24. 조인식(같은 달 25일)을 앞두고 전주공장에 내려와서 연봉제 적용은 연봉제를 신청하는 시점부터 적용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호봉제와의 임금차액의 적용시점을 소급하여 인정하지 않겠다고 하고서 원고에게 협약체결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하였다.
바) 이에 전주지방법원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한 D 외 25인은 2012.11.15. 참가인 회사를 상대로 연봉제를 적용받는 임금과 호봉제를 적용받는 임금 사이의 차액을 지급할 것을 구하는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2가합96606)를 제기하였으나 위 법원은 2013.9.2. 위 연봉제 실시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지도 않고 참가인 회사와 원고 사이에 위 차액을 지급하기로 한 합의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조합원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 1, 2, 3, 4, 5, 6, 8, 13, 15, 16, 1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을나 제4, 5, 6, 7, 9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살피건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81조제3호가 정하는 부당노동행위는, 사용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 또는 해태하는 경우는 물론이고,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거나 단체교섭에 성실히 응하였다고 믿었더라도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고 불성실한 단체교섭으로 판정되는 경우에도 성립한다(대법원 1998.5.22. 선고 97누8076 판결 참조).
2)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와 동일한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담하는지는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제1차 잠정 합의를 파기한 후 그와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체결하고서는 이를 다시 파기한 일련의 행위들은 원고와 참가인 회사 사이의 단체교섭을 부당하게 지연시킨 행위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불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한 것으로 판단된다.
가) 참가인 회사가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파기한 이유는 연봉제 임금과 호봉제 임금 간의 차액 상당의 돈을 소급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참가인 회사의 인사 원칙을 훼손하고, 그와 같은 사항은 교섭을 담당한 실무자들의 권한을 넘는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이라는 데에 있다.
나) 그런데, 연봉제 임금과 호봉제 임금의 차액을 소급적으로 지급한다는 내용은 이미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참가인 회사는 위와 같은 내용이 포함된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를 체결하고 스스로 위 합의내용을 파기한 후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위한 협상을 개시하였으므로 당연히 원고가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위한 협상에서도 위와 같은 임금 차액의 소급 지급에 대한 요구가 있을 것을 예상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다) 참가인 회사가 단체교섭에 성실한 자세로 응하였더라면 위와 같이 당연히 예상되는 노동조합 측의 요구에 대해 실무자들에게 협상 지침을 주었거나 최소한 이 사건 제1차 잠정 합의를 파기할 당시 임금 차액의 소급 지급이라는 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알렸을 것이다. 참가인 회사가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였다면 원고와 참가인 회사는 상호 수용 가능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명확히 인식하고 합의 가능한 협약을 체결하기 위한 교섭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참가인 회사는 위와 같은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교섭에 임하여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가 이 사건 제1차 잠정합의와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체결되게끔 방치한 후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제2차 잠정합의를 파기하여 위 교섭에 들인 시간과 노력을 무위로 돌렸다. 즉, 참가인 회사는 연봉제와 호봉제 임금 차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섭이 시작된 2012.4.경부터 약 6개월이 경과하기까지 교섭 담당자들에게 원고 노동조합의 가장 기본적인 요구사항에 관한 협상 권한도 부여하지 않으면서 마치 협상 권한 일체를 위임한 것과 같은 위임장을 주어 원고로 하여금 기본적 요구사항의 수용 여부에 관한 권한도 없는 자와 무의미한 협상만을 반복하게 만들었고 이로 인해 원고와 참가인 회사의 합의가 상당기간 지연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 이러한 참가인 회사의 교섭 태도는 이 사건 형사판결에서 인정한 것처럼 참가인이 단체교섭을 해태하는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하여 교섭 개시일부터 4년이 경과하도록 단체협약 체결이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참가인이 불성실하게 교섭에 응하였음을 더욱 강하게 추단할 수 있게 한다.
3) 그럼에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초심판정을 유지하였으므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택(재판장) 하정훈 김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