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법률상 사항에 관한 법원의 석명 또는 지적의무

[2] 복직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와 근로계약에 기한 임금청구가 별개의 소송물인지 여부(적극) 및 해고무효 확인과 함께 임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임금 지급을 명하는 확정판결을 받은 근로자가 승소액을 넘는 금액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 대법원 2014.01.16. 선고 2013다69385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디킨슨코리아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3.8.23. 선고 2012나8504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퇴직금 및 2000.7.28. 이후의 임금 차액 상당 손해배상 청구에 관한 주위적·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 및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해고무효확인 등 판결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여 무효임이 확인되었음에도 피고가 원고의 정년퇴직일까지 원고에 대한 복직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하여 업무에 종사시키지 아니하였고, 나아가 원고의 근로제공을 거부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는 점에 대하여 아무런 입증이 없는 이상, 피고가 원고의 정년퇴직 시까지 근로제공을 계속적으로 거부한 것은 근로자인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피고는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원고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복직거부로 인한 위자료 청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퇴직금 청구에 관하여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퇴직금 123,212,496원 상당 금액을 주위적으로는 복직의무 불이행의 채무불이행에 기하여, 예비적으로는 복직거부의 불법행위에 기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 파악한 다음, 원고는 여전히 피고에 대하여 정년퇴직일인 2009.5.31. 당시를 기준으로 원고가 복직되어 실제로 근무하였을 경우에 받았을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산정된 퇴직금 청구권을 갖고 있으므로 원고가 청구하는 위 퇴직금 상당 손해는 피고의 복직거부에 의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전제에서 원고의 청구를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기록에 의하면, ① 소장에 사건명으로 ‘손해배상금 및 퇴직금 청구의 소’, 결론 부분에 ‘453,685,898원의 임금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배상금 453,685,898원, 특별상여금 상당의 손해배상금 21,383,344원, 퇴직금 123,212,496원 및 위로금 63,373,817원’이라고 기재되어 있고, ② 원고가 원심에서 제출한 2003.1.3.자 준비서면에 ‘이 사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청구채권의 성질은 우선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확정판결에서 명한 복직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위 판결에 의한 월 2,602,700원과 원고가 피고회사에 복직하여 받게 되었을 실제 임금과의 차액에 상당하는 손해배상금과 원고가 2009.5.31. 피고회사 취업규칙상의 정년퇴직일이 지나도록 끝내 복직되지 못함에 따라 피고회사가 원고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 및 위로금 등 피고의 원고에 대한 금전채무입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며, ③ 원고가 원심에서 제출한 2003.6.11.자 준비서면에도 ‘이 사건 원고의 청구는 원고가 회사로부터 불법해고 당하지 않고 계속 근무하였다면 지급받았을 실제 급여액과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 청구 소 판결에 명한 월 금 2,602,700원과의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금과 퇴직금 및 위자료이고...’라고 기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소장 및 원고의 준비서면의 기재 내용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의 복직거부에 의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서 위 퇴직금 상당액을 청구한 것으로만 볼 수 없다. 또한 당사자의 주장이 법률상의 관점에서 보아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거나 모순이 있는 경우, 법원은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하여 당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하고, 만일 이를 게을리한 채 당사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였던 법률적 관점에 기한 재판으로 당사자 일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였다면 석명 또는 지적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여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02.1.25. 선고 2001다11055 판결 등 참조), 설령 소송의 진행 과정에서 원고가 위 퇴직금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기재 내용에 비추어 원고의 청구원인이 불명료 또는 불완전하다고 볼 수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석명권을 행사하여 위 퇴직금을 근로계약에 의하여 청구하는 것인지, 아니면 손해배상으로서 청구하는 것인지 명확히 한 다음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위 퇴직금 상당 금액을 피고의 복직거부에 의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그에 관한 청구를 기각한 원심판결에는 청구의 원인을 잘못 판단하였거나 석명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아니함으로써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복직거부로 인한 임금차액 상당 손해배상청구에 관하여

사용자가 복직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근로자가 사용자의 복직의무 불이행과 관계없이 근로계약에 기한 임금청구권을 가진다고 할지라도, 위와 같은 사용자의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실체법상 근로계약에 기한 임금청구권과 별개의 청구권으로 존재하고 소송법적으로도 소송물을 달리하므로(대법원 1989.3.28. 선고 88다1936 판결 참조), 근로자로서는 근로계약에 기한 임금채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 채권의 만족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이행판결을 얻기 위하여 그에 관한 이행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리고 근로자가 먼저 해고무효 확인과 함께 해고가 무효일 경우 근로계약에 기한 임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임금의 지급을 명하는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승소액을 넘는 금액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대법원 2013.9.13. 선고 2013다45457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원고에 대한 복직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음을 이유로 원고가 구하는 임금 차액 상당 손해배상청구 중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의 변론종결일인 2000.6.15. 이전에 발생한 임금 인상분 및 2000.2.자 특별상여금 부분에 관하여, 이는 위 소송의 변론종결일 이전에 발생한 임금 및 상여금채권이므로 피고가 이 사건 해고무효확인 등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음에도 원고에 대한 복직을 거부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라고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위 2000.6.15. 후에 발생한 임금 인상분에 관하여는 원고가 피고의 근로자로서 근로계약을 근거로 하여 피고에 대하여 임금 청구권을 가지는 이상 피고의 복직거부에 의한 채무불이행이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피고가 근로계약상의 복직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이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원고가 위와 별도로 근로계약에 기하여 피고에 대하여 임금인상분의 청구권을 가진다고 하여 그 복직의무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가 없다고 할 수는 없고, 원고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복직의무 불이행으로 말미암아 현실적으로 상실하거나 취득할 수 없게 된 불이익이 발생하였는지 여부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이러한 불이익이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따져보지 않고 원고가 피고에게 근로계약에 기한 임금청구권을 갖는다는 이유만으로 재산상 손해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임금 차액 상당 손해배상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손해배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다만 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여 무효라는 판결이 2000.7.28. 확정되었음에도 피고가 원고의 정년퇴직일이 지나도록 원고를 복직시키지 않았음을 이유로 원고는 임금 차액 상당 손해배상청구를 하고 있는바, 적어도 2000.7.27. 이전의 손해배상청구 부분은 위 판결 확정 이전에 발생한 것이어서 피고가 해고무효확인 등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음에도 원고에 대한 복직을 거부함으로써 발생한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원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 중 2000.7.27. 이전의 임금 차액 상당 손해배상청구 부분에 관한 원심판단은 이유 설시에 있어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기는 하나 결론에 있어 정당하므로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위로금 청구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원고의 정년퇴직 시까지 근로제공을 계속적으로 거부함으로써 근로자인 원고의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음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원고에게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 15,000,000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위로금 청구의 원인으로 복직거부로 인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여야 한다는 주장 이외에 달리 위로금을 지급해야 할 근거에 관하여 주장을 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원심이 위로금을 복직거부로 인한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에 기한 위자료 청구로 본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원심판단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위로금에 관한 청구취지와 청구원인을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오해하였다고 할지라도 위로금 청구원인에 관한 주장 입증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러한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부분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멸시효와 관련된 신의칙 주장에 관하여

기록 및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가 소멸시효 항변을 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잘못이 없다.

 

마. 상계와 관련된 주장에 관하여

기록과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피고에게 부당이득으로 소득세 등 합계 16,904,351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인정하거나 불법원인급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원고 패소 부분 중 퇴직금 및 2000.7.28. 이후의 임금 차액 상당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주위적·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고, 원고의 나머지 상고 및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병대(재판장) 양창수 고영한 김창석(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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