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이 사용자와 단체협약만으로 이미 구체적으로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근로자의 임금에 대하여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관한 의사표시의 해석 방법

 

◆ 대법원 2013.04.11. 선고 2012다105505 판결 [임금]

♣ 원고(선정당사자),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일렉트로닉스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2.10.19. 선고 2012나1932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선정당사자)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연차휴가수당의 포기 또는 그 추인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근로자들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는 이상, 사용자와 사이의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 없다(대법원 2000.9.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02.4.12. 선고 2001다41384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7.22. 선고 96다38995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 한다)와 선정자들(이하 원고와 선정자들을 합하여 ‘원고들’이라 한다)이 2007년 연차휴가일수 중 5일을 초과하는 부분을 반납하고, 그에 해당하는 수당(이하 ‘이 사건 연차휴가수당’이라 한다)을 명예퇴직하는 근로자들에게 퇴직위로금으로 지급한다는 이 사건 고통분담 방안은 피고 노동조합이 자발적으로 결의한 후 피고에게 지원을 요청하여 시행된 점, 그 후 원고들은 대부분 ‘반납연차’ 항목이 있는 이 사건 연차사용현황표의 확인란에 직접 서명하거나 담당 팀장 등을 통해 ‘O.K’라는 표시를 한 점, 원고들은 예년보다 낮은 액수의 2007년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고 2009.7.경까지 피고에게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들은 이 사건 연차휴가수당을 포기하였거나 이를 추인하였다고 봄이 옳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원고들은 피고 노동조합이 이 사건 고통분담 방안을 결의하고 피고와 이를 시행하기로 합의하는 데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아니한 사실, 일부 원고들은 이 사건 연차사용현황표에 직접 서명하거나 담당 팀장 등을 통하여 ‘O.K’라는 표시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연차휴가의 반납에 관한 확인을 하지도 아니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적어도 이 사건 연차사용현황표에 연차휴가의 반납에 관한 확인을 하지 아니한 원고들의 경우에는 2006년의 근로일수에 따라 이미 구체적으로 확정된 이 사건 연차휴가수당의 포기에 개별적으로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원고들이 예년보다 낮은 액수의 2007년 연차휴가수당을 지급받고 일정 기간 피고에게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연차휴가수당의 포기를 추인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는 연차휴가수당의 포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소멸시효에 관한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원고들이 2006년의 근로일수에 따라 2007.1.1. 연차휴가권을 취득한 다음 1년의 경과로 휴가의 불실시가 확정된 다음날인 2008.1.1.부터 3년이 경과된 후에야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이 사건 연차휴가수당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후, 원고들이 2009.11.13.경 피고에게 이 사건 연차휴가수당의 지급을 구하는 최고서를 보낸 사실은 있으나, 그로부터 6월 내에 재판상 청구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없고, 윤남열이 2010.11.경과 같은 해 12월경 원고들을 대표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연차휴가수당의 지급을 최고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석명의무를 위반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심이 이 사건 연차휴가수당의 포기에 관하여 원고들 모두의 동의나 추인이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잘못이나, 이 사건 연차휴가수당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조치는 정당하므로,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의 결론에 영향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신영철(주심) 이상훈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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