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은 업무상 재해

 

<판결요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본인에게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유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

 

◆ 대법원 2012.04.13. 선고 2011두30014 판결

♣ 원고, 상고인 / 이○○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1.10.28. 선고 2010누43190 판결

 

<주 문>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준비서면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에 대하여 판단한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의 남편으로서 수도권 광역버스 운전업무에 종사하던 망 최○○(○○.1.7.생, 이하 ‘망인’이라고 한다)가 2009.1.4. 08:15경 운전 중 의식을 잃고 선행사인 고혈압, 직접사인 심실부정맥, 폐부종, 급성심근경색(추정)으로 사망한 사실과 함께, 망인의 평소 근무환경 및 업무내용, 사망 무렵 망인의 근무상황, 사망 당시의 정황, 망인의 평소 건강상태, 2008.5.7.경과 2008.8.7. 발생한 교통사고의 내용에 관한 판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급성심근경색에 관한 의학적 지식과 각 의사들의 소견을 종합하여 망인은 기초질병인 고혈압과 고지혈증의 자연적 경과를 급성심근경색이 발생하여 사망하였을 가능성이 높고, 과로나 업무상 스트레스로 이러한 급성심근경색이 유발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망인의 근무형태가 1회에 평균 3시간씩 1일 5회 버스를 운행하는 것으로서 2008.12.29.부터 3일 연속 근무를 하기는 하였으나, 1회 운행 이후 30분에서 1시간의 휴게 시간이 주어지고 2009.1.1.과 같은 달 3. 휴무를 하였기 때문에 신체에 급격한 무리가 갔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망인의 근무형태가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통상적인 업무시간 및 업무내용에 비해 과중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망인이 사망할 무렵 이전에 비해서 과중한 근로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 점, 망인이 1980.10. 경부터 사망할 때까지 약 28년간 버스운전 업무에 종사한 경력에 비추어 위와 같은 근무형태에 신체적·정신적으로 적응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이 2008.5.경과 2008.8.경 교통사고로 입은 부상은 사망 당시까지 원고의 신체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점, 망인이 사망하기 직전은 연말연시로서 교통혼잡이 있었을 것으로는 보이나 계속적인 상황은 아니었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비록 과로나 스트레스가 급성심근경색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급성심근경색이 유발될 정도로 과로를 하였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수긍할 수 없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0.1.27. 법률 제998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제1호, 제37조에 따른 ‘업무상의 재해’에 포함되는 ‘업무상 질병’은 근로자가 업무수행 과정에서 유해·위험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으로서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그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되는 것이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과로의 내용이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한 정도이고 본인에게 그로 인하여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는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과로 이외에 달리 사망의 유인이 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드러나지 아니하는 한 업무상 과로와 신체적 요인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함이 경험칙과 논리칙에 부합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9.3.26. 선고 2009두164 판결, 대법원 2010.1.28. 선고 2009두5794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과 기록에 나타난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➀ 망인이 운정한 ○○번 광역버스는 인천 남구 용현동과 서울 강남구 강남역을 왕복하는 노선을 운행하는데, 1회 운행에 평균 3시간, 교통상황에 따라 4시간까지 소용될 정도로 장거리 노선으로서 출퇴근 시간대에는 다수의 승객을 태우고 교통혼잡 구역을 통과하여야 하므로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되어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라고 할 것인 점,

➁ 망인의 운행구간은 서울의 도심 구간을 반환점으로 하므로 위와 같이 3~4시간이 소요되는 1회의 운행시간 동안 근로자 스스로에 의한 업무조절이나 휴식이 전혀 불가능하고, 3~4시간 동안 계속하여 운전석에서 앉아 있는 자세를 유지하여야 하므로 혈액순환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운행구간의 특성상 용변의 기회도 없어 수분의 섭취도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점,

➂ 망인은 격일제 근무를 통해 각 근무일에는 1일 5회를 운행하였으므로 각 운행회차 사이에 주어지는 30분 내지 1시간 휴식시간을 포함할 경우 1일 17~19시간 정도를 연속하여 업무에 종사하게 되는데, 이 사건 사고 직전으로서 연말기간인 2008.12.29.부터 같은 달 31.까지 배차근무조 교환 때문에 3일을 연속하여 위와 같은 근무를 하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망인이 종사한 광역버스 운전자로서의 근무형태는 그 자체만으로도 통상인이 감내하기 곤란할 정도의 과로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에 대한 특별한 위험요인이 내재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망인이나 같은 회사의 동료 근로자들이 동일한 형태의 근로를 계속하여 왔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으며, 특히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따라 망인의 사망 당시 나이(만 57세)와 고혈압, 고지혈증의 지병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나아가 아무리 망인의 흡연 습관을 감안하더라도, 2007.4.6.경 건강검진을 통해 혈압 140/90mmHg, 총콜레스테롤 211mg/dl 정도의 고혈압, 고지혈증으로 진단받아 같은 해 8.경부터 고혈압 치료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 망인이 그로부터 불과 1년 6개월만인 2009.1.4. 운전 중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것을 두고, 망인의 과로와 무관하게 고혈압, 고지혈증이 자연적으로 진행된 경과라거나 만성적 과로로 인한 피로가 2009.1.1.과 같은 달 3.의 휴무로 충분히 회복되어 다음날 발생한 이 사건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경험칙상 건전한 추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위와 같은 사정 하에서라면 망인의 기존질병인 고혈압이나 고지혈증이 망인의 특수한 근무형태와 이에 연관된 과로로 인하여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거나 사망의 원인이 된 급성심근경색을 유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결국,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유로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에는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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