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수생으로 근무하던 중 회사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한 베트남 근로자의 아내가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청구한 사안
<판결요지>
산업연수생으로 근무하던 중 회사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한 베트남 근로자의 아내가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근로복지공단이 망인의 사망일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 지급 청구서를 제출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부지급 처분을 한 사안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유족급여 등 지급청구권의 시효완성 전에 유족 측에게 별도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 제출이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이유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이를 거절하는 것은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1.11.24. 선고 2011두11013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대구고법 2011.4.22. 선고 2010누2365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10.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대법원 2011.6.30. 선고 2009다7259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이 사건 유족급여 등 지급청구는 망인의 사망일 이후 3년이 경과한 시점에 제출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음을 이유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이 사건 유족급여 등 지급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고의 남편인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04.7.26. 영승공업에 산업연수생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06.6.4. 영승공업의 기숙사에서 잠을 자다가 사망(이하 ‘이 사건 재해’라 한다)한 사실, 영승공업의 사업주인 소외 2는 그 직후인 2006.6.8. 피고에게 사업체 개요(사업체명, 소재지, 사업종류, 산재관리번호, 산재담당 부서장 등), 피재자 인적사항(성명, 주소, 입사일, 직종, 임금), 재해내용(재해발생일시, 재해발생장소, 재해발생경위 등) 등을 기재한 중대재해발생신고서를 제출한 사실, 이에 피고 산하 대구지역본부 경산지사의 보상팀 차장 소외 3은 2006.6.13. 사업주인 소외 2와 망인의 동료인 소외 4를 그 보상팀에 출석시켜 문답서를 작성하는 등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기 시작한 사실, 소외 3은 2006.6.18.에는 망인의 동생 소외 5를 그 보상팀에 유족 자격으로 출석시켜 문답서를 작성하였는데, 그 문답서에는 망인의 사망과 관련하여 민사상 합의를 하였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소외 5가 ‘산재보상 관계를 제외하고 위로금 400만 원으로 합의하였다’고 대답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사실, 망인에 대한 부검감정서의 작성이 늦어짐에 따라 피고는 2007.11.14.에 이르러서야 이 사건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결정하고, 같은 날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장과 영승공업 대표자에게 망인의 유족인 처의 서명날인이 된 유족보상 및 장의비 청구서를 제출할 것을 안내하는 서면을 보낸 사실, 이에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장은 2008.1.21. 피고에게 망인의 최우선 수급권자인 원고가 망인이 사망한 지 2개월여 후인 2006.8.10.경 자신의 어머니 집으로 가버린 후 서로 왕래가 없어서 청구를 할 수 없으므로, 차순위 수급권자인 망인의 미성년 자(자)의 후견인인 망인의 부모에게 유족보상 및 장의비를 지급해 달라는 취지가 기재된 서면을 제출한 사실, 그러나 피고는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장에게, 2008.1.28.을 비롯하여 같은 해 2.28.과 같은 해 9.1. 모두 3회에 걸쳐 단순히 왕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는 원고의 지급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으므로, 원고가 직접 유족보상 및 장의비 청구를 하거나 원고의 사망이나 실종을 확인할 수 있는 공적 자료를 첨부하여 소멸시효기간(사망일 다음날로부터 3년) 내에 청구서를 제출하라는 안내문을 보내는 한편, 주한베트남대사에게 2008.9.1.과 2009.1.28. 모두 2회에 걸쳐 원고의 사망이나 실종과 관련된 공적 서류가 있을 경우 이를 제출해 달라는 서면을 보낸 사실, 원고는 2010.5.11.에 이르러서야 피고에게 이 사건 유족급여 등의 지급을 구하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를 제출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10.5.20. 법률 제1030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6조제2항(유족급여 및 장의비는 제62조 및 제71조에 따른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의 청구에 따라 지급한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2010.11.15. 대통령령 제2249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제1항(법 제36조제2항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으려는 사람은 근로복지공단에 각각의 보험급여에 대하여 신청하거나 청구하여야 한다), 제2항(근로복지공단은 제1항에 따른 보험급여의 신청 또는 청구를 받으면 보험급여의 지급 여부와 지급 내용 등을 결정하여 청구인에게 알려야 한다)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의 보상팀 직원 소외 3 등이 유족인 원고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가 제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외 2가 제출한 중대재해발생신고서를 근거로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였고, 특히 망인의 동생을 유족 자격으로 피고의 보상팀으로 불러서 조사하는 과정에서 그로부터 ‘산재보상 관계를 제외하고 합의하였다’는 답변을 듣고서도 그 무렵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를 별도로 제출받지 않았다면, 망인의 유족 측으로서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재해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를 조사하여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결정되면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으로 보여, 피고는 이 사건 유족급여 등 지급청구권의 시효완성 전에 유족 측에게, 이 사건 유족급여 등 지급청구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서의 제출이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여 이 사건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나아가, 피고가 업무상 재해 결정을 한 이후에 대구외국인노동상담소장 또는 주한베트남대사에게 위에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서면을 보냈고, 망인의 부모가 자신들에게 유족보상 및 장의비를 지급해 달라는 취지가 기재된 서면을 제출한 적이 있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것도 아니다.
결국 이 사건 유족급여 등 지급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그 이유 설시에 부적절한 점이 있으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정당하다.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일환(주심) 박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