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금 등의 체불행위 처벌규정인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36조, 제43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2] 근로기준법상 임금 등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의 면책사유인 ‘임금 등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 유무를 판단하는 기준
[3] 중지미수의 성립 요건
[4] 피고인이 갑에게 위조한 예금통장 사본 등을 보여주면서 외국회사에서 투자금을 받았다고 거짓말하며 자금 대여를 요청하였으나, 갑과 함께 그 입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은행에 가던 중 은행 입구에서 차용을 포기하고 돌아가 사기미수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범행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범행을 중지한 것으로서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에 해당하여 자의에 의한 중지미수로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1.11.10. 선고 2011도10539 판결 [근로기준법위반]
♣ 피 고 인 / 피고인
♣ 상 고 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1.7.20. 선고 2011노188, 1225, 126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근로기준법 위반의 점에 대하여
가. 임금체불을 처벌하는「근로기준법」규정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제36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법 제43조제1항은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 같은 조제2항은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각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109조제1항은 위 각 규정을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퇴직금이 신속하게 지급되지 않는다면 퇴직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활이 곤란하게 될 수 있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퇴직금의 지급에 불편과 위험이 따를 우려가 있으며, 임금이 생계의 원천인 근로자의 경우 임금의 지급이 장기간에 걸치거나 부정기적으로 행하여지면 근로자의 생활이 불안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 입법목적이 정당한 점, 근로자의 생계수단인 퇴직금 및 임금의 지급을 확보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공익적 요청이 사용자의 계약의 자유 및 기업활동의 자유에 대한 제한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춘 점, 위와 같은 입법목적, 공익적 요청 등에 비추어 임금 등의 체불행위를 형사처벌하기로 한 입법자의 판단이 자의적인 것이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임금의 체불이나 미불을 방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회통념상 인정될 정도가 되어 사용자에게 더 이상의 적법행위를 기대할 수 없다거나 사용자가 퇴직금 및 임금의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도저히 지급기일 내에 퇴직금 및 임금을 지급할 수 없었다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유는 위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가 될 수 있으므로 회사가 채무를 변제할 수 없고 경제활동을 유지·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경제적 파탄상태에 이른 경우에까지도 위와 같은 구체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일률적으로 사용자에게 퇴직금 및 임금의 지급을 강제하고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이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민사법과 형사법 체계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는 헌법의 근본규범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2005.9.29. 선고 2002헌바11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나. 피고인의 임금체불이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근로기준법」제109조, 제36조에서 정하는 임금 및 퇴직금 등의 기일 내 지급의무 위반죄는 사용자가 그 지급을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으나, 경영부진으로 인한 자금사정 등으로 지급기일 내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사회통념에 비추어 인정되는 경우에만 면책되는 것이고, 단순히 사용자가 경영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아 이를 지급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는 그 책임을 면할 수 없으며, ‘임금이나 퇴직금을 기일 안에 지급할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사용자가 퇴직 근로자 등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임금이나 퇴직금 등을 조기에 청산하기 위해 최대한 변제노력을 기울이거나 장래의 변제계획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이에 관하여 근로자 측과 성실한 협의를 하는 등, 퇴직 근로자 등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 수긍할 만한 수준이라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조치들이 행하여졌는지 여부도 하나의 구체적인 징표가 될 수 있다(대법원 2006.2.9. 선고 2005도923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1’이라 한다)의 대표이사로서, 리스로 도입한 항공기 1대만을 가지고 2008.7.25.경 무리하게 취항을 시작하였다가 2008.12.1.경 자금부족을 이유로 운항을 중단하게 되고 급여체불로 대다수의 직원들이 퇴사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곧 투자유치가 될 것이다.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하였을 뿐, 구체적인 임금지급계획에 대해 설명하거나 직원들과 합의에 이른 적은 없는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체불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임금 등 체불에 책임조각사유가 있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 등에 있어서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임금 등 미지급으로 인한 근로기준법 위반죄의 책임조각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사기의 점에 대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다르게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대법원 2002.7.12. 선고 2002도2134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공소외 2에게 ‘ 공소외 1은 일본 공소외 3 회사로부터 50억 원의 투자자금이 유치된 상태이다. 위 50억 원이 별단예금으로 확보되어 있다. 현재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하니 1억 원을 차용해 주면 3일 안에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거짓말하여 1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공소외 2에게 ‘ 공소외 1은 해외에서 곧 돈이 투자될 예정이다. 현재 회사 운영자금이 부족하니 1억 원을 차용해 주면 3일 안에 틀림없이 변제하겠다’고 거짓말하여 1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위 공소사실과 원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도 3일 안에 변제하겠다고 거짓말하여 1억 원을 편취하였다.”는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고, 다만 원심이 “일본 공소외 3 회사로부터 50억 원의 투자자금이 유치된 상태이다. 위 50억 원이 별단예금으로 확보되어 있다.”는 공소사실 부분을 “해외에서 곧 돈이 투자될 예정이다.”고 변경하여 인정한 것은 공소사실에 전혀 없는 새로운 내용을 추가하여 인정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기록에 의하더라도 원심 인정의 범죄사실의 내용에 관한 심리가 충분히 되어 있음이 인정됨에 비추어, 원심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소사실과 다르게 사실을 인정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공소사실의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날 정도로 기본적 사실관계를 달리하는 것이라든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어떠한 실질적인 불이익을 준 것도 아니라 할 것이다.
그리고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교부받은 1억 원이 대여금임이 명백하고, 그 차용 당시 피고인의 기망행위 및 기망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시 이 부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원심판결에는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 등에 있어서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고불리의 원칙 내지 심판의 대상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판단유탈, 구두변론주의 위반 등의 위법이 없다.
3.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의 점에 대하여
복사한 문서의 사본도 문서위조 및 동행사죄의 객체인 문서에 해당하고(대법원 1989.9.12. 선고 87도506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사문서위조죄는 그 명의자가 진정으로 작성한 문서로 볼 수 있을 정도의 형식과 외관을 갖추어 일반인이 명의자의 진정한 사문서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정도이면 성립하는 것이다(대법원 2009.7.23. 선고 2008도1019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이 위조한 ○○은행 명의의 통장사본은 ○○은행 통장을 참조하여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은행 통장을 작성한 후 ○○은행 명의의 문자 및 기호상표를 새겨 넣은 것으로서, 그 형식과 외관에 비추어 일반인이 진정한 통장사본으로 오신하기에 충분한 정도라고 할 것이므로, 사문서위조죄 및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한다.
예금통장이 유가증권과 마찬가지로 그 사본에 대해서는 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사기미수의 점에 대하여
범죄의 실행행위에 착수하고 그 범죄가 완수되기 전에 자기의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범죄의 실행행위를 중지한 경우에 그 중지가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중지미수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지만,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이 공소외 2에게 위조한 주식인수계약서와 통장사본을 보여주면서 5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고 말하며 자금의 대여를 요청하였고, 이에 공소외 2와 함께 50억 원의 입금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은행에 가던 중 은행 입구에서 차용을 포기하고 돌아간 것이라면, 이는 피고인이 범행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범행을 중지한 것으로서, 일반 사회통념상 범죄를 완수함에 장애가 되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를 자의에 의한 중지미수라고는 볼 수 없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 등에 있어서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중지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5. 공판심리절차상의 위법에 대하여
당사자의 증거신청에 대한 채택 여부는 법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고, 따라서 법원은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신청한 증거에 대하여 불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조사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므로(대법원 1995.2.24. 선고 94도252 판결 등 참조), 원심이 변호인이 신청한 조인하와 제1심에서 이미 증언한 공소외 2를 증인으로 채택하여 신문한 바 없다고 하더라도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 밖에 기록을 살펴보아도 원심이 유죄의 예단을 드러내어 피고인의 진술권, 변호인의 신문권과 변호권을 박탈 내지 심하게 제한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공판심리절차상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6.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김지형(주심) 전수안 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