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일정 금액의 퇴직금을 미리 지급하기로 한 ‘퇴직금 분할 약정’의 효력(=원칙적 무효) 및 위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한 경우 퇴직금 지급의 효력이 있는지 여부(소극)
[2]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 사용자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및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3] 사용자인 피고인이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어 피고인에게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1.10.13. 선고 2009도8248 판결 [근로기준법위반(인정된죄명: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위반)]
♣ 피 고 인 / 피고인
♣ 상 고 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전주지법 2009.7.24. 선고 2009노31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이하 ‘법’이라 한다)은 제8조제1항에서 “퇴직금제도를 설정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할 수 있는 제도를 설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제2항 전문에서 “제1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사용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당해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조항의 ‘퇴직금’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근로 제공에 대한 임금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축적하였다가 이를 기본적 재원으로 하여 근로자가 1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할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서, 본질적으로 후불적 임금의 성질을 지니는 것이므로(대법원 2007.3.30. 선고 2004다8333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퇴직금의 지급청구권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유효하게 성립하는 경우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존속하는 동안에는 발생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매월 지급하는 월급이나 매일 지급하는 일당과 함께 퇴직금으로 일정한 금원을 미리 지급하기로 약정(이하 ‘퇴직금 분할 약정’이라 한다)하였다면, 그 약정은 법 제8조제2항 전문 소정의 퇴직금 중간정산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최종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근로자가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인 법 제8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그 결과 퇴직금 분할 약정에 따라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0.5.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1, 2, 3, 4, 5(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이라 한다)와 사이에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한 후 그에 기하여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지급한 것은 퇴직금 중간정산으로서의 효력이나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모두 지급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퇴직금 분할 약정의 효력에 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기타 퇴직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여러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될 것이다(대법원 2007.6.28. 선고 2007도1539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공소외 6 유한회사의 대표자로서 상시근로자 13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여 왔다.
(2) 공소외 6 유한회사는 2005년 4월경부터 전북 완주군 소양면 화심리 (지번 생략) 소재 ○○골프장 조성공사를 위하여 1년 남짓한 공사기간 동안 이 사건 근로자들을 고용하였다. 공소외 6 유한회사는 공소외 1과 사이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되 위 골프장 조성공사의 준공일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퇴직금은 4,620,000원, 총 연봉 60,024,960원으로 하며, 공소외 1의 요구에 따라 퇴직금은 퇴직 시 일시금으로 지급하지 않고 매월 임금과 함께 12등분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퇴직금 분할 약정을 포함하는 이른바 연봉계약을 체결한 것을 비롯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과 사이에 위와 유사한 내용의 계약기간 1년 또는 1월(공소외 3의 경우)의 연봉 또는 월봉계약 등을 체결한 후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임금 및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구별하여 지급하였다.
(3) 이 사건 근로자들은 실제로도 1년 남짓 근무한 후 2006.5.31.부터 2006.9.12. 사이에 퇴직하였는데, 근무기간 동안과 퇴직 시는 물론이고 그로부터 최소한 7개월여가 경과하도록 피고인이나 공소외 6 유한회사에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거나 위 퇴직금 분할 약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4)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각 퇴직일 이후 전별금, 생활비, 임금 등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하였다. 즉 피고인은 공소외 3에게 2006년 6월경 전별금 명목으로 100만 원을 지급하였고, 2006.6.4. 퇴직한 공소외 2에게 2006.7.10.에 2006년 6월분 임금으로 1개월분 전액인 2,798,150원 및 그 무렵 전별금 명목으로 500만 원을 추가 지급하였으며, 2006.8.31. 퇴직한 공소외 5에게 2006.10.10.에 2006년 9월분 임금으로 1개월분 상당의 1,386,560원을 지급하였고, 2006.9.12. 퇴직한 공소외 4에게 2006.10.10.에 2006년 9월분 임금으로 1개월분 전액인 2,789,150원 및 2006년 10월경 전별금 명목으로 50만 원을 추가 지급하였으며, 2006.8.31. 퇴직한 공소외 1에게 2006.10.10.에 2006년 9월분 임금 4,642,080원 및 그 밖에 생활비 명목으로 2006년 10월경 300만 원, 2006.12.11. 100만 원, 2007.1.16. 100만 원을 지급하였고, 2007.3.1.에는 피고인이 2005.8.25. 공소외 1에게 대여한 대여금채권 1,000만 원 중 500만 원 상당을 전별금 명목으로 보아 동액 상당의 채무를 면제해 주었다. 또한 피고인은 위 골프장 조성공사가 사실상 완공된 2006.8.20. 여행사에 1인당 75만 원씩의 경비를 지급하여 공소외 1, 4, 5, 2에게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도록 하였다.
(5) 한편 이 사건 근로자들이 공소외 6 유한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퇴직금 청구소송은 공소외 6 유한회사가 공소외 1, 2에게 각 100,000원, 공소외 3에게 850,000원, 공소외 5, 4에게 각 600,000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강제조정결정 및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됨으로써 종결되었다.
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에 나타난 여러 사정, 즉 피고인이 공소외 6 유한회사의 대표자로서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지급하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은 공소외 6 유한회사를 대표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공소외 1 등의 요구에 따라 임금과 구별하여 추가로 퇴직금 명목으로 일정한 금원을 실질적으로 지급할 것을 약정한 퇴직금 분할 약정을 체결한 후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매월 임금 이외에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특정하여 지급하여 온 점, 이 사건 근로자들은 근로기간 및 각 퇴직 시는 물론이고 퇴직한 시점부터 수개월이 경과하도록 퇴직금 분할 약정의 효력을 문제삼거나 공소외 6 유한회사 또는 피고인에게 퇴직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등 퇴직금에 관하여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었던 점, 피고인은 그의 비용 부담하에 공소외 3을 제외한 나머지 이 사건 근로자들을 해외여행까지 보내주는 한편 공소외 1에게 전별금이나 생활비 및 근로하지 않은 기간에 대한 임금 등의 명목으로 1,400여 만 원을 지급한 것을 비롯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퇴직 이후에도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된 퇴직금의 합계액을 훨씬 초과하는 금원을 지급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금원 지급에 있어 전별금이나 임금 등의 명목을 내세운 것은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퇴직금 지급을 완료하여 더 이상 퇴직금 지급의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에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점과 피고인이 운영하는 공소외 6 유한회사의 규모 및 1년 남짓 소요되는 공사를 시행하기 위하여 이 사건 근로자들을 채용하게 된 사정 등 이 사건 근로자들의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상황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각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어,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각 범행의 고의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법 제31조, 제9조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김지형(주심) 전수안 이상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