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요양중 또 다른 질병을 앓게 됐는데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뇌손상에 의한 인지장애)

 

<판결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함에 있어서 근로자가 주장하는 질병의 존재 자체에 관하여 상이한 수 개의 감정결과가 있는 경우에, 그러한 질병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감정인들의 의학적 판단에다가 감정대상이 된 질병의 구체적 내용, 그러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 개연성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연령 및 직업의 성질, 업무상 재해의 발생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감정결과에서 그 구체적 근거로 제시하였던 증상들이 그 질병의 진단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학적 지식이나 진단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감정결과를 토대로 질병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2] 원고가 운전전문학원에서 셔틀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해오다 반대편 차량이 셔틀버스의 좌측 옆 부분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당해, 추간판 탈출증, 뇌진탕, 요추부 염좌 등의 병명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요양승인을 받은 후, 요양중 인지력이 떨어지고 기억력이 감퇴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뇌손상에 의한 인지장애’라는 병명으로 추가상병 승인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낸 사안에서, 원고에게 인지장애가 있다거나 뇌진탕후 증후군이 발현되고 있었다는 사정등은 ‘뇌손상에 의한 인지장애’를 인정할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할 만한 근거로 삼을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되므로, 원심은 원고의 주된 증상이 뇌진탕후 증후군에 따른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좀 더 심리한 다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하며, 사고로 요양중 또 다른 질병을 앓게 됐는데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추가상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판결한 부분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의한 추가상병불승인처분 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을 서울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낸 사례.

 

◆ 대법원 2011.04.14. 선고 2010두23088 판결 [추가상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최○○

♣ 피고, 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0.09.017. 선고 2009누1380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추가상병불승인처분을 취소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함에 있어서 근로자가 주장하는 질병의 존재 자체에 관하여 상이한 수 개의 감정결과가 있는 경우에, 그러한 질병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감정인들의 의학적 판단에다가 감정대상이 된 질병의 구체적 내용, 그러한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 개연성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연령 및 직업의 성질, 업무상 재해의 발생경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참작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고, 특히 감정결과에서 그 구체적 근거로 제시하였던 증상들이 그 질병의 진단과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학적 지식이나 진단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러한 감정결과를 토대로 질병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증거들을 종합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 즉, 원고는 2005.12.30.경부터 ○○자동차운전전문학원에서 셔틀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던 중, 2006.12.1. 15:20경 위 셔틀버스의 반대편 도로를 진행하던 차량이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한 과실로 셔틀버스 진행 차로를 침범하여 셔틀버스의 좌측 옆부분을 충돌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하여 ‘제4-5, 5-6경추간 추간판탈출증 및 후종인대골화증, 안면좌상 및 골절, 뇌진탕, 비중격만곡증, 비후성 비염, 요추부 염좌’의 병명으로 피고에게 요양승인을 신청하여, 2007.7.25. ‘뇌진탕, 안면좌상 및 골절, 비중격만곡증 등’에 대하여는 요양승인을 받은 사실, 그 후 원고는 요양 중이던 2007.9.12.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뇌손상에 의한 인지장애(이하 ‘이 사건 추가상병’이라 한다)‘의 병명으로 피고에게 추가상병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07.10.19. 이 사건 추가상병으로 추정할 정도의 증상이 보이지 않고, 추가상병을 인정할 만한 일관된 증상과 검사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추가상병신청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두부에 상당한 충격을 받아 당초 안면좌상 및 골절, 뇌진탕에 대하여 요양을 승인받았고, 당시의 두부 충격으로 인하여 이 사건 처분 당시까지 기억력 저하 등 인지 장애와 함께 두통, 감정조절장애, 불안, 초조 등 정서적 불안 증상을 보이고 있었던 점, ② 비록 이 사건 추가상병의 진단여부에 대하여는 이 사건 사고 후 주치의나 감정의, 피고측 자문의에 따라 다소 소견을 달리하고 있기는 하나, ○○대학교 ○○병원과 ○○병원에서 2차례에 걸친 원고에 대한 정신상태 및 임상심리검사 등을 통해, 그 담당의사가 원고의 병명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기질성 인지장애’ 또는 ‘경도인식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원심의 진료기록 감정의 또한 이와 유사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점, ③ 제1심의 진료기록 감정의도 원고에게 뇌진탕후 증후군이 발현되고 있음은 인정하고 있는데다가 원고의 인지 장애를 부정하고 있지는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추가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관한 부분은 앞서 본 법리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는 원고가 운전하던 자동차운전전문학원의 셔틀버스가 교차로 내에서 신호를 위반하여 좌회전하던 차량에 의해 추돌된 것인데,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직후 원고는 탑승하고 있던 학원생들을 병원으로 후송조치 하였던 사실(갑 5호증), 원고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입게 된 주된 부상은 뇌진탕, 안면 좌상 및 골절 등인 사실, 원고는 사고 직후인 2006.12.경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면서 입원기간 13일 중 9일을 외출 또는 외박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이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의 정도나 그로 인하여 입게 된 원고의 부상 정도가 그리 심각하였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편, 위 각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람이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계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는 질환을 말하는 것으로서, 그 주된 증상은 충격적인 사건의 재경험과 이와 관련된 상황 및 자극에서 회피하는 행동을 보이는 것인 사실, 제1심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원고가 호소하는 기억력 저하 등의 증상은 전형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상과는 다른 것으로서 뇌진탕 후에 발생하는 ‘뇌진탕후 증후군’의 증상에 가깝다는 의학적 소견을 밝힌 반면에 원심의 진료기록 감정의는 임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진단기준에 의하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생명을 위협하는 정도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난 후 증상이 발생하며 재경험(악몽이나 사고와 관련된 생각의 재출현, 사고가 반복되는 것 같은 느낌 등), 회피 증상(사고와 연관된 이야기를 회피, 사고와 연관된 장소나 상황을 회피, 활동에 대한 흥미의 감소, 둔화된 정서 표현 등), 과각성 증세(불면, 분노, 감정 조절의 어려움, 집중력 감퇴 등)를 보인다고 하면서도 진료기록에 의하면 원고가 호소하는 증상이 사고 이후에 비롯된 것으로 되어 있고 내용도 사고와 관련된 불안을 호소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사고로 인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한 것이라는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원심 진료기록 감정의의 위와 같은 의학적 소견은 사고 이후에 원고가 호소하는 증상이 사고와 관련된 불안을 호소하는 것이라는 점을 주된 근거로 삼아 이러한 원고의 증상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본 것으로서 이는 위 감정의가 스스로 밝힌 임상적 진단기준(재경험, 회피행동 등)과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다가 제1심의 진료기록 감정의의 의학적 소견에 의하면 이러한 원고의 불안증은 ‘뇌진탕후 증후군’의 한 가지 증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원심이 이 사건 추가상병을 인정함에 있어 그 근거로 들고 있는 다른 사정들에 대하여 살펴보더라도, 원심이 거시한 사정들 중 원고에게 인지장애가 있다거나 제1심 진료기록 감정의가 원고에게 뇌진탕후 증후군이 발현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정 등은 이 사건 추가상병 중 ‘뇌손상에 의한 인지장애’를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을 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인정할 만한 근거로 삼을 수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원심은 원고에 대한 정신상태 및 임상심리검사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의 근거가 된 것으로도 보았으나 기록상 이러한 점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위 검사는 뇌손상으로 인한 인지기능장애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정도의 사고나 원고가 입은 부상 정도로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할 수 있는지, 원고를 치료하였던 병원들에서 원고에 대하여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한 근거는 무엇이며 진단 당시에 원고의 주된 증상은 무엇이었는지, 원고의 주된 증상이 뇌진탕후 증후군에 따른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하여 좀 더 심리한 다음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발생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에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추가 상병 중 ‘뇌손상에 의한 인지장애’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관계증거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대한 추가상병불승인처분을 취소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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