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가 회사의 긴요한 업무상 필요 때문에 심야까지 근무한 후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워 승용차를 이용하여 퇴근하다가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안에서, 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사실상 망인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인 회사의 객관적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보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 대법원 2008.09.25. 선고 2006두4127 판결[유족급여등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원고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부산고법 2006.1.27. 선고 2005누4076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4.11. 법률 제837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 제4조제1호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와 사업주 사이의 근로계약에 터잡아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당해 근로업무의 수행 또는 그에 수반되는 통상적인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고,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출·퇴근이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그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이상 근로자가 선택한 출·퇴근 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통상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로 될 수는 없을 것이지만 이와 달리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도 업무상의 재해로 될 수 있는바(대법원 2007.9.28. 선고 2005두1257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경우(대법원 2004.4.23. 선고 2004두121 판결 참조)를 비롯하여, 외형상으로는 출·퇴근의 방법과 그 경로의 선택이 근로자에게 맡겨진 것으로 보이나 출·퇴근 도중에 업무를 행하였다거나 통상적인 출·퇴근시간 이전 혹은 이후에 업무와 관련한 긴급한 사무처리나 그 밖에 업무의 특성이나 근무지의 특수성 등으로 출·퇴근의 방법 등에 선택의 여지가 없어 실제로는 그것이 근로자에게 유보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사회통념상 아주 긴밀한 정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대법원 2004.11.25. 선고 2002두10124 판결, 대법원 2004.11.25. 선고 2002두12298 판결, 대법원 2005.9.29. 선고 2005두4458 판결, 대법원 2008.3.27. 선고 2006두2022 판결, 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두15660 판결 참조), 그러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와 업무 사이에는 직접적이고도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존재하여 그 재해는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업무상의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소외 회사의 총무과 대리이던 망인이 2004.10.10. 입사한 이래 직원들 급여, 문서발송 등 그 판시 각종 업무를 담당하면서 08:00경 출근하여 21:00 내지 23:00경 퇴근하여 오다가 같은 해 10.29.(원심이 10.28.로 기재한 것은 오기임이 명백하다) 19:30경 업무를 마치고 회사 관리실 직원들의 회식에 참여한 후 같은 날 22:00경 회사로 돌아와 잔무를 처리하고 같은 날 23:30경 망인의 어머니 명의의 승용차로 퇴근하던 중 다음날인 10.30. 00:08경 인도에 있던 전신주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일으켜 같은 날 02:20경 사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이 사고 전날 23:30까지 근무하다가 승용차를 운전하여 귀가하던 중 일어난 이 사건 교통사고로 사망하였고 귀가 당시는 한밤중이라 택시 등 다른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웠다 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망인의 퇴근과정이 사업자인 소외 회사의 지배·관리 아래 있다거나 위 승용차가 사업자가 제공한 것에 준하는 교통수단이라고 볼 수 없어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고, 나아가 망인이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이는 그 업무수행에 기인된 과로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이라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망인의 업무와 위 사고로 인한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 역시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채택 증거 및 기록에 의하면, 망인은 입사 이래 휴일을 포함하여 거의 매일 출근하여 야간 연장근무를 계속하여 왔는데, 이는 개업식을 앞둔 소외 회사의 업무상 필요에 따른 것으로, 당시 망인이 맡았던 업무는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객관적으로 과중한 정도의 분량이었던 점, 사고 전날의 회식도 그 전날 있었던 회사 개업식에 뒤이어 사전에 계획된 회사의 공식 회식으로서, 망인은 여기에 참석하였다가 음주는 하지 아니한 채 회식을 마친 후 소속 총무과장의 선도하에 망인을 비롯한 총 4명의 직원들이 회사로 돌아가 잔무를 처리하다가 23:30경 총무과장의 권유로 퇴근을 하면서 창원시에 위치한 회사에서 위 승용차를 운전하여 통상의 경로에 따라 진해시에 위치한 자택을 향하여 간 점 등의 사정을 알 수 있는바, 원심의 인정 사실과 위 각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만 26세의 미혼 여성이던 망인이 사고 당시 회사의 긴요한 업무상 필요 때문에 심야까지 근무를 계속한 후 택시나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까닭에 시외에 위치한 자택으로 퇴근하기 위해서는 잦은 야간근무에 대비한 것으로 보이는 위 승용차를 이용한 퇴근 이외에 다른 합리적 선택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많다 할 것이고, 사정이 그러하다면 이 사건 사고 당시 퇴근방법과 경로의 선택이 사실상 망인에게 유보되었다고 볼 수 없고 사업주인 회사의 객관적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망인의 사망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그와 같은 사정하에서라면 이 사건 교통사고가 망인의 업무와 무관하게 오로지 망인의 운전부주의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에서 살펴본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의 업무상 재해 판정에 필요한 예외적 사정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거나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단정한 것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좀 더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