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배정은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어 ‘지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에서 정한 근로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대전고등법원 2023.10.26. 선고 2022누13617 판결】
•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 판결
• 사 건 / 2022누13617 근로소득세경정청구거부처분취소
• 원고, 항소인 /
• 피고, 피항소인 / 대전세무서장
• 제1심판결 / 대전지방법원 2022.11.10. 선고 2022구합100898 판결
• 변론종결 / 2023.08.24.
• 판결선고 / 2023.10.26.
<주 문>
1.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가 2021.5.10. 원고에 대하여 한 2015년 귀속 2,813,471,433원의 원천징수근로소득세에 대한 경정거부처분을 취소한다.
3.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의 소속 임직원들에 대한 복지포인트 부여
1) 원고는 2004.12.31. 한국철도공사법에 따라 철도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철도산업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다.
2)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2006년경 원고를 비롯한 정부투자기관들에 대하여 기존 복리후생비를 활용하여 선택적 근로자복지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라는 취지의 개선요구를 하였다. 그에 따라 원고는 2006. 4.경 경영전략위원회 심의 등을 통하여 선택적 복지제도의 도입방안을 마련하고, 2007.10.8. 이와 관련한 노사합의를 거친 후 2007. 11.경 선택적 복지제도 운영기준을 마련하였다.
3) 원고는 2007.11.20.부터 소속 임직원이 각자에게 배정된 복지포인트 한도 내에서 사전에 설계된 다양한 복리혜택 중 개인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복지항목 및 수혜 수준을 선택하여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하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라 한다)를 한국철도공사 복지후생규정에 따라 실시하면서, 소속 임직원들에게 매년 일정하게 포인트 1점당 1,000원에 상응하는 복지포인트를 부여하여 왔다.
4) 원고는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를 실시하면서 정규직 전환자 및 기간제 근로자, 수습 중인 직원을 포함한 소속 임직원에 대하여 전년도 말일을 기준으로 당해 연도 1월 1일에 일률적으로 복지포인트를 배정하였고, 신규 입사자, 휴직자, 중도 퇴직자 등 복지포인트 배정사유가 발생, 중단 또는 소멸하는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당해 연도 근무기간에 따라 변동사유가 발생한 일이 속한 월을 1월로 계산하는 월할 계산방식에 의하여 배정하였다. 병역휴직자, 법정의무수행자, 유학휴직자, 해외동반휴직자에 대하여는 위 제도를 적용하지 아니하였다.
5) 원고의 소속 임직원들은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사이트인 ‘한국철도공사복지후생관’에서 물품 등을 구매하면서 배정받은 복지포인트를 바로 사용하거나 복지카드를 이용하여 위 후생관, 복지가맹업체 등에서 물품 등을 우선 구매한 후 복지포인트 사용 신청을 함으로써 그 복지포인트 상당액의 돈을 환급받았다.
6) 한편 복지포인트는 사행성이 있거나 불건전한 지출(보석, 복권, 유흥비 등), 현금과 유사한 유가증권 구매(상품권 등), 치료목적이 아닌 미용관련 의료비(성형, 라식수술 등), 기타 증빙이 어려운 지출(단순물품구입 및 식사비, 유류비, 찜질방이용 등)과 같이 건전한 복지혜택과 직접 관련이 없는 용도로는 사용하지 못한다. 복지포인트는 매년 12월 20일까지 사용하지 못한 경우 소멸하고, 사용하지 못한 복지포인트에 대하여 금전적으로 청구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
나. 원고의 2015년 복지포인트에 대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 및 납부
1) 원고는 2015년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를 운영하면서 2015.1.5. 기간제 근로자를 포함한 소속 직원(임원 제외), 수습 중인 직원, 파견 근로자, 해외주재 근무자, 질병휴직 및 1년 이내 육아휴직자 등 유급 근로자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업무 중(업무외 포함) 단체상해보험과 의료비보장보험의 보험료 지급에 사용이 강제되는 ‘기본항목’ 포인트로 170포인트와 건강관리, 자기계발, 문화레저, 가족친화, 생활보장 등의 항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자율항목’ 포인트(이하 ‘이 사건 복지포인트’라 한다)로 700포인트를 각 배정하였다. <표 생략>
2) 원고는 소속 직원 27,095명에 대한 2015년 귀속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면서 기본항목 포인트는 과세대상 급여에서 제외하여 이를 원천징수하지 않았고, 이 사건 복지포인트에 대하여는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으로 보아 이를 원천징수하여 근로소득세로 합계 909억 원을 납부하였다.
다. 복지포인트의 근로기준법상 임금성 등에 관한 대법원 판결의 선고
대법원은 2019.8.22. 선택적 복지제도에 기초한 복지포인트의 근로기준법상 임금성 및 통상임금성이 문제된 사건에서 전원합의체 판결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이 임금에 해당하려면 먼저 그 금품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되는 것이어야 하므로 비록 그 금품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면 임금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여기서 어떤 금품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냐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금품지급의무의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선택적 복지제도를 시행하면서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물품을 구매하는 방식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복지포인트를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근거하여 근로자들에게 계속적·정기적으로 배정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그 결과 통상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9.8.22. 선고 2016다48785 전원합의체 판결, 이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이라 한다).
라. 원고의 경정청구에 대한 피고의 거부처분
1)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선고 후 원고는 2021.3.10.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복지포인트에 관하여 원천징수하여 납부한 근로소득세액 2,813,471,433원에 대한 환급을 구하는 경정청구를 하였다.
2) 이에 대해 피고는 2021.5.10.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고의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3) 원고는 2021.8.6.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2021.11.26. 원고의 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조심 2021전4983호).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피고는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구 소득세법(2016.12.20. 법률 제1438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0조제1항제1호가 정한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근로소득세 경정청구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으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① 소득세법령의 문언과 체계, 이 사건 대법원 판결, 헌법재판소 결정 등에 따라,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제1호가 정한 근로소득은 ‘근로제공과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밀접한 대가관계 있는 급여’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근로의 대가가 아니고,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지급되는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제1호의 근로소득에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② 구 소득세법 시행령(2017.2.3. 대통령령 제2782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8조제1항은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과 별개로 제20조제3항의 위임에 따라 근로소득에 포함되는 소득을 규정한 것으로서, 구 소득세법 제20조에서 정하는 근로소득을 예시하는 규정이 아니다.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제1항을 근거로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제1호의 근로소득에 근로와 대가성이 없는 급여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③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공무원의 맞춤형 복지제도에 따른 맞춤형 복지점수(이하 ‘공무원 복지점수’라 한다)와 경제적 실질 및 담세력이 동일한데, 공무원 복지점수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소득세를 과세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근로소득이라고 보아 과세하는 것은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된다.
3. 관계 법령 등
별지 관계 법령 등 기재와 같다. <별지 생략>
4.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관련 법리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에서 정한 근로소득은 지급형태나 명칭을 불문하고 성질상 근로의 제공과 대가관계에 있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도 포함된다(대법원 2007.10.25. 선고 2007두1941 판결, 대법원 2018.9.13. 선고 2017두56575 판결 등 참조).
나.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의 차이
1)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근로기준법 제1조), 소득세법은 개인의 소득에 대한 적정한 과세를 통하여 조세부담의 형평을 도모하고 재정수입의 원활한 조달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소득세법 제1조).
근로기준법의 임금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의미하는데(근로기준법 제2조제1항제5호), 여기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금품이 임금에 해당하려면 그 금품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되는 것이어야 하는 것이고, 어떤 금품이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냐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금품지급의무의 발생이 근로제공과 직접적으로 관련되거나 그것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5.5.12. 선고 94다55934 판결, 대법원 2011.7.14. 선고 2011다23149 판결 등 참조). 반면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성질상 근로의 제공과 대가관계에 있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인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라면 모두 근로소득에 포함된다(위 대법원 2017두56575 판결 등 참조).
결국 근로기준법과 소득세법은 입법목적이 다를 뿐만 아니라, 근로기준법상 임금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그 개념이 구별되는데, 근로기준법상 임금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근로의 대가)’을 의미하나,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은 ‘근로의 대가’뿐만 아니라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까지 포함하고 있으므로,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근로기준법상 임금보다 더 넓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소득세법상 근로소득과 근로기준법상 임금 범위가 동일하다는 취지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선택적 복지제도에 기초한 복지포인트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이 근로기준법상 임금보다 더 넓은 개념인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위와 같은 결론을 근거로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구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서 제외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의 대상으로 지급된 것(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되었고, 결국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제1호에서 정한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결론이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직접적인 전제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위 판결에서 설시한 선택적 복지제도에 기초한 복지포인트와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동일한 개념이고,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 복지포인트의 개념, 연혁, 관련 법률 등을 상세하게 설시하고 있으므로 이를 기초로 하여 살펴 본다).
다.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는 것인지 여부
1) 근로조건의 의미
구 소득세법 제20조는 ‘근로소득은 해당 과세기간에 발생한 다음 각 호의 소득으로 한다’고 정하며, 근로를 제공함으로써 받는 봉급·급료·보수·세비·임금·상여·수당과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제1호) 등을 열거하고(제1항), 근로소득의 범위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하였다(제3항). 그에 따라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는 근로소득의 범위에 종업원이 받는 공로금·위로금·개업축하금·장학금 기타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제2호) 등 각 호에서 정한 소득이 법 제20조에 따른 근로소득에 해당한다고 규정하였다. 이와 같이 소득세법령에서는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을 예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으나,근로소득의 개념에 관한 정의 규정을 두지는 않았다.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의 개념, 즉 ‘지급형태나 명칭을 불문하고 성질상 근로의 제공과 대가관계에 있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는 대법원 1962.6.21. 선고 62누26 판결에서 처음 제시된 이래 관련 판례를 거쳐 확립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 대법원 62누26 판결, 대법원 2005.4.15. 선고 2003두4089 판결에서는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지급된 금원의 명목이 아니라 성질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으로서 그 금원의 지급이 근로의 대가가 될 때는 물론이고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규칙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과세의 대상이 된다.”라고 설시하였고, 이후 위 대법원 2007두1941 판결 등의 설시와 같이 그 표현이 달라졌으나(‘규칙적으로’ 지급되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규칙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급여’로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 급여의 의미가 ‘지급’을 전제하므로 기본적인 개념은 동일하다(아래 라.항에서 금원의 ‘지급’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봄에 있어서는 위 대법원 2003두4089 판결에서 사용한 개념을 기준으로 한다).
위 판결들에서는 ‘근로조건’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아니하였는데, 근로의 대가 또는 근로를 전제로 지급되는 급여에 관한 것이므로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조건’의 개념에 관한 정의 규정을 두지 않으면서 제17조제1항에서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제55조에 따른 휴일,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그 위임에 따른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8조에서 ‘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법 제93조제1호부터 제12호까지의 규정에서 정한 사항, 사업장의 부속 기숙사에 근로자를 기숙하게 하는 경우에는 기숙사 규칙에서 정한 사항’이라고 정하고 있다. 판례는 ‘근로조건’을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이라고 정의하고 있다(대법원 1992.6.23. 선고 91다19210 판결, 대법원 2022.9.29. 선고 2018다301527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여부
가)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근로기준법령에서 예시적으로 열거한 ‘근로조건’에는 포함되지 않으므로, 판례에서 정의한 ‘근로조건’, 즉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전제가 되는 선택적 복지제도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제도이다. 근로복지기본법은 제3장 ‘기업근로복지’ 중 제3절에서 선택적 복지제도를 규율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복지기본법은 제1조에서 “근로복지정책의 수립 및 복지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특히 제3조제1항은 “근로복지(임금·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은 제외한다. 이하 같다) 정책은 근로자의 경제·사회활동의 참여기회 확대…”라고 규정하여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임금·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은 제외하고 있다.
다만 근로조건 중 ‘후생’ 부분(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후생에 관하여 정한 조건, 이하 ‘후생에 관한 근로조건’이라 한다)은 그 성질상 근로복지와 유사한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①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비해 근로복지기본법은 근로복지정책의 수립 및 복지사업의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민경제의 균형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서 그 입법목적이 다른 점, ② 근로복지의 개념에서 임금·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제외된다는 것은 근로복지와 근로조건이 개념적으로 구분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점, ③ 복리후생적 성격의 급여(이는 후생에 관한 근로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가 근로의 대가로 인정되어 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데 반해 근로복지는 임금과는 명백히 구분되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후생에 관한 근로조건과 근로복지는 별개로 보아야 한다.
나)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배정은 근로복지에 해당할 뿐 후생에 관한 근로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선택적 복지제도에 따라 배정되는 것이므로, 근로복지기본법에서 규율하는 근로복지에 해당한다(한편 근로복지기본법이 2001.8.14. 제정될 당시에는 선택적 복지제도에 관한 규정이 없었으나, 2010.6.8. 법률 제10361호 전부개정을 통해 선택적 복지제도가 처음 규정되었다. 원고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선택적 복지제도를 규율하기 이전인 2007.11.20.부터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하고 있었는데, 위 법률 개정 이유가 ‘선택적 복지제도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선택적 복지제도의 설계 및 운영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신설하는 것’인 점에 비추어 보면, 이는 이미 시행되고 있던 선택적 복지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2010년 전부터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가 근로복지기본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거나,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것과 다른 근로복지 개념을 적용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
(2)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여러 종류의 복리후생적 성격의 급여(후생에 관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를 근로의 대가로 인정하여 평균임금 등에 해당한다고 인정해 왔다. 즉, ① 노사 간의 합의에 따라 전 근로자에게 지급하여 온 체력단련비가 지급형태와 지급조건에 비추어 평균임금에 포함된다고 보았고(대법원 1993.5.27. 선고 92다20316 판결), ② 가족수당, 주택수당 등을 실질적으로는 사용자가 의도하는 근로를 근로자가 제공한 것에 대하여 그 대가로서 지급되는 것이라고 보았으며(대법원 1995.12.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③ 개인연금 회사 지원금, 중식대가 임금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았고(대법원 2003.2.14. 선고 2002다50828 판결), ④ 하계휴가비, 설·추석 귀향비 및 선물비는 모두 단체협약에 의하여 회사에 지급의무가 지워져 있고, 일률적으로 지급되어 왔으므로 이를 모두 근로의 대가로 인정하였으며(대법원 2006.5.26. 선고 2003다54322, 54339 판결), ⑤ 설날 및 추석 선물, 추석 유류티켓이 단체협약 등에 의해 근로자들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어 온 이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14.1.29. 선고 2012다18281 판결).
그런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서는 “미국에서 최초로 시작된 선택적 복지제도는 전통적인 기업복지 또는 기업복리후생제도를 변화시킨 새로운 제도이다. 과거의 전통적인 복리후생제도가 평균적인 표준형 근로자를 상정하여 그러한 근로자가 필요할 것이라고 판단되는 제도를 설계하고, 근로자 개인이 그러한 제도가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면 혜택을 제공받는 방식이었다면, 선택적 복지제도는 근로자 개인의 선택에 기초하여 복리후생제도의 내용이나 수혜 수준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고, 또한 새로운 것이다. 우리 법제와 기업실무가 도입한 선택적 복지제도는 근로자의 임금상승이나 임금 보전을 위해 시작된 것이 전혀 아니고, 기업 내 임금 아닌 복리후생제도와 관련하여 근로자의 욕구를 반영한 새로운 기업복지체계를 구축한 것이다.”라고 하며, 선택적 복지제도에 따른 복지포인트가 복리후생적 성격의 급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고 보았다.
(3)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는 2006년경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근로자복지제도 도입에 관한 개선요구에 따라, 2006. 4.경 경영전략위원회 심의 등을 통하여 도입방안이 마련되어 2007.11.20.부터 시행된 제도로서, 원고는 ‘임직원의 생산성 향상과 사기앙양에 기여할 수 있고, 임직원의 복지효용이 극대화되도록 설계·운영되어야 한다’는 운영원칙 하에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건강관리, 자기계발, 문화레저, 가족친화, 생활보장 등으로 사용 용도가 제한되어 있고(복지에 맞게 사용처가 한정되어 있다), 통상적으로 1년 내에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게 되며, 근로자의 근로 제공과 무관하게 매년 초에 일괄하여 배정된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의 도입 경위,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성격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기존에 원고가 지급하던 각종 복지수당(복리후생적 성격의 급여 등을 포함)과는 구분되는 새롭게 도입된 기업복지에 해당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 도입 당시 노사합의를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는 시혜적 복지제도 도입에 관한 근로자 측의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사용자와 근로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는 근로조건의 결정(근로기준법 제4조)과는 다르다.
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제1항제2, 7, 8호에서 정한 근로소득에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근로자주택자금의 융자(제16조), 생활안정자금의 지원(제19조), 학자금의 지원(제20조) 등의 근로복지제도에 따른 지원금도 포함되므로,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선택적 복지제도에 따른 것이라고 하더라도 근로소득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제1항에서 근로소득의 범위를 정하며, 종업원이 받는 공로금·위로금·개업축하금·학자금·장학금 기타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제2호), 근로수당·가족수당·전시수당·물가수당·출납수당·직무수당 기타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제3호), 주택을 제공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제6호), 종업원이 주택의 구입·임차에 소요되는 자금을 저리 또는 무상으로 대여 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제7호) 등 근로의 대가로 보기 어려운 복리후생적 성격의 급여도 근로소득에 포함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공로금·위로금·개업축하금 등과 기타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 근로수당·가족수당·전시수당·물가수당·출납수당·직무수당 기타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는 1967.12.30. 대통령령 제3320호로 전부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학자금, 장학금, 종업원이 주택의 구입·임차에 소요되는 자금을 저리 또는 무상으로 대여 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은 1994.12.31. 대통령령 제14467호로 전부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주택을 제공받음으로써 얻는 이익은 1999.12.31. 대통령령 제16664호로 개정된 소득세법 시행령에서 이미 근로소득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던 것으로서, 2001.8.14. 제정된 근로복지기본법의 규정과는 무관하다.
또한 복리후생적 성격의 급여는 후생에 관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나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근로복지에 해당하여 개념적으로 구분되므로(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제1호,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제1항제2, 3호의 ‘기타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근로소득으로 인정되는 복리후생적 성격의 급여에 관한 내용이 근로복지기본법에서 정한 복지제도에 포함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근거로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제1항에서 정한 근로소득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한편 피고가 주장하는 근로복지기본법 제16, 19, 20조는 국가가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할 수 있고,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기 위하여 의료비 등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하며, 근로자와 그 자녀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장학금의 지급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등의 내용으로, 공공근로복지에 관한 국가의 책무 등에 관한 일반적인 사항을 정한 규정이고, 그에 비해 선택적 복지제도는 위 법 제3장 기업근로복지에 규정된 내용으로 사업주가 실시하는 제도에 관한 것이므로 그 범주가 다르다).
따라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라) 결국 근로복지기본법상 선택적 복지제도에 따른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근로복지’에 해당할 뿐이고,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인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라.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배정이 금원의 ‘지급’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
1)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과세대상이 되는 근로소득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근로조건’에 해당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배정이 금원의 ‘지급’이라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2)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은 복지포인트의 배정 자체를 금품의 ‘지급’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고 있는데(판시 중 일부 내용만 발췌한다), 그 내용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배정하는 것을 금원이 ‘지급’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①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복지포인트를 배정하는 행위는, 그와 같이 배정한 복지포인트 상당액을 최대한으로 하여 향후 근로자가 복지포인트나 복지카드를 이용하여 물품 등을 구매할 경우 그 대금을 사용자가 최종 부담할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사용자의 사실행위에 불과하다. 근로자로서는 사용 용도와 기간에 맞게 복지카드를 사용한 후 사용자의 승인하에 복지포인트 차감이 이루어짐으로써 사용자로부터 차감된 복지포인트 상당액의 돈을 지급받거나 또는 복지카드 발행 회사 등으로부터 그 복지포인트 상당액을 차감받는 등의 절차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현실적 이익을 얻게 된다. 사용자의 복지포인트 배정이라는 사실행위로 인해 근로자가 현실적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고 사용자가 비용을 지출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복지포인트 배정이 이루어졌다고 하여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금품 지급이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② 복지포인트를 둘러싼 법률관계를 살펴보면, 사용자는 향후 근로자가 물품 등을 구매할 경우 일정한 한도 내에서 그 대금을 최종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기로 하되 그 급부과정을 두 단계로 나누어 우선 가상의 복지포인트라는 것을 만들어 근로자에게 배정하고, 다음으로 근로자의 복지포인트 사용에 따른 물품 등 구매대금을 부담하는 급부과정을 거쳐 그 의무를 이행하기로 한 것에 불과하다. 복지포인트는 복리후생적이라는 취지를 가미하여 언어적 표현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도입한 가상적 수치에 불과할 뿐, 법적으로 유의미한 실체를 가진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③ 복지포인트 제도에서는 사용자가 정한 사용 용도와 사용 방법에 따라 근로자가 물품 등을 구매하여야만 배정된 포인트가 차감되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사용자 등으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④ 사용자가 위와 같이 채무를 인정하는 행위에 불과한 복지포인트 배정 행위를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금품의 지급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직 지급하지도 않은 금품을 이미 지급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에 다름 아니어서 타당하지 않고, 민사법적으로 보더라도 근거를 찾기 어렵다.
3) 이에 더하여, 원고 소속 임직원들이 직원 전용 온라인 쇼핑사이트(한국철도공사복지후생관)에서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현금과 같이 사용하고, 복지카드를 이용하여 위 사이트나 복지가맹업체 등에서 물품 등을 구매한 후 사용한 복지포인트 상당액의 돈을 환급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현금 등과는 달리 그 사용 용도, 사용 방법이 제한된다(원고가 정한 사용 용도와 사용 방법에 따라 근로자가 물품 등을 구매하여야만 배정된 포인트가 차감되고 그에 상응하는 돈을 원고로부터 보전받을 수 있는 구조이다). 또한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통상적으로 1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게 되며, 양도가 불가능하다. 이처럼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이 상당히 제한되는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근로소득의 범위에 해당하는 다른 급여를 지급받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마. 조세중립성 및 공평과세원칙 관련 피고의 주장에 관한 판단
1) 피고는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구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① 원고와 같은 사용자는 임금을 올리는 대신 같은 가치의 복지포인트의 지급 비중을 높여 손금은 그대로 인정받으면서 원천징수 납부의무를 회피하게 되므로 동일한 구매력을 지닌 현금을 지급하는 경우와 비교하여 소득세 부담에 차이가 발생하여 조세중립성에 반하고, ②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복지몰 운영자나 카드사와 제휴 등이 필요한 관계로 영세업체들은 선택적 복지제도를 사실상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데, 선택적 복지제도를 도입한 사업장과 그렇지 못한 사업장 사이의 원천징수 납부의무 이행의 범위나 해당 사업장 소속 임직원 사이의 소득세 부담에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되므로 공평과세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2)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에서 정한 근로소득은 ‘지급형태나 명칭을 불문하고 성질상 근로의 제공과 대가관계에 있는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포함할 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근로의 대가 외에도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를 의미하므로, 지급된 금원의 성질을 밝혀 위 개념에 포섭되는지에 따라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될 뿐이지,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소득세법상 근로소득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 발생할 문제를 고려하여 근로소득의 개념을 임의로 확장 해석할 수는 없다. 피고의 주장과 같은 문제점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를 이유로 근로소득의 개념을 달리 해석하거나 해석을 통해 임의로 근로소득의 범위를 넓힐 수는 없다.
3) 한편 세법의 규율대상인 경제현상은 매우 다양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모든 사항을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명확하게 규정한다는 것은 입법기술상 기대하기 어렵다. 그와 같은 세법의 특성상 필요성과 합리성이 인정되고 법률이 정하는 의미와 내용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반적·추상적 개념이나 개괄조항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제1호, 구 소득세법 시행령 제38조제1항제2, 3호 등에서 근로소득 대상을 예시적으로 열거한 후 ‘기타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라고 한 것이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선고 이전까지는 원고와 피고 모두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임금 또는 기타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로 인식하였고, 그러한 전제에서 피고가 이 사건 복지포인트에 대해서 근로소득세를 부과해 왔다.
그러나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됨에 따라,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임금 또는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로 볼 수 없어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에서 정한 근로소득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이 사건 소송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법원으로서는 법규 상호 간의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를 명백히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조세법률주의가 지향하는 법적 안정성 및 예측가능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입법 취지 및 목적 등을 고려한 합목적적 해석을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이 법원은 근로기준법, 근로복지기본법 등 관련 규정을 고려하여,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고 있는 급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피고의 주장대로 이 사건 복지포인트에 대한 근로소득세 부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따라 입법을 통해 과세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근로소득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므로 문언과 달리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방법으로 근로소득의 범위를 넓혀야 할 이유가 없다[참고로 갑 제18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선택적 복지제도에 의해 받는 혜택의 기본적인 성질에 따라 과세 여부를 결정하고, 미국의 경우 근로자가 선택한 복리후생의 혜택에 대하여 비과세 적용이 가능한 카페테리아 플랜이 있으며(카페테리아플랜을 채택한 기업의 소속 임직원이 과세대상인 현금으로 지급되는 임금의 일부를 포기하는 대신 비과세대상인 복리후생 항목을 추가 선택할 수 있음), 독일의 경우 카페테리아 플랜으로 지급하는 혜택 중 별도로 비과세 대상으로 열거되지 않은 항목은 과세하는 것으로 보인다].
바. 소결론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배정은 근로의 대가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어 ‘지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구 소득세법 제20조제1항에서 정한 근로소득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다만 현재 근로소득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 공무원 복지점수와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차이에 관한 문제도 이 사건의 쟁점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5. 공무원 복지점수와 이 사건 복지포인트
가.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 등에 따른 공무원 복지점수와 한국철도공사 복지후생규정(이하 ‘복지후생규정’이라 한다) 및 시행세칙에 따른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다음과 같이 그 형태가 사실상 동일하다. <표 생략>
나. 그럼에도 과세관청은 공무원 복지점수와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달리 보고 공무원 복지점수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를 부과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복지포인트에 대해서는 과세하였는데, 그처럼 달리 취급한 이유는 이와 관련한 법제처 법령 해석(갑 제10호증)에서 확인된다.
즉, 법제처 법령 해석에 따르면(피고의 주장도 이와 같은 취지이다), ① 공무원 복지점수는 국가공무원법 제45조제5항, 제47조 등 법령에 따라 공무원의 보수로 지급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에 근거하여 지급되는 복리후생비이고, ② 공무원 복지점수는 사전에 설계된 복지혜택 중에서 자신의 선호와 필요에 따라 자신에게 적합한 복지혜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공무원의 후생복지제도의 일환으로 도입된 점을 고려할 때 공무원 개개인에 대한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보수가 아니라 공무원이 지출한 복리후생적 경비를 사후정산방식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기관운영을 위한 복리후생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 복지점수에 대해서 과세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제처의 위 법령 해석은 이 사건 선택적 복지제도와 이 사건 복지포인트에 관하여도 사실상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이므로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공무원 복지점수와 달리 볼 이유는 없어 보인다(한편 법제처 법령 해석에서 ‘공무원 복지점수는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일정한 제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민간기업의 복지포인트와는 다르다’고 보고 있기도 하나, 원고도 복지후생규정에 따라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고, 해당연도에 사용하지 않으면 이월되지 않고 소멸하는 등 일정한 제한을 가진다는 점에서 공무원 복지점수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 원고는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선고 이전에는 이 사건 복지포인트를 임금 또는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로 전제하여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으로 보아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해 왔는데,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의 선고로 이 사건 복지포인트가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자 이를 근거로 근로소득세 경정청구에 이르게 되었다.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되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법원은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배정이 근로를 전제로 그와 밀접히 관련되어 근로조건의 내용을 이루어 지급되는 근로소득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견해이므로, 그러한 전제에 서면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더 이상 과세대상인 근로소득의 대상이 될 수 없고(향후 입법에 따른 과세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 공무원 복지점수와 이 사건 복지포인트에 대한 과세 여부를 달리한 법제처 법령 해석의 주요 근거도 타당성이 미약하거나 설득력이 부족해진다.
즉, 공무원 복지점수는 공무원 보수에 해당하지 않고, 이 사건 복지포인트는 임금 또는 이와 유사한 성질의 급여에 해당한다고 보아 근로소득세 과세 여부를 달리하였던 기존 과세실무와 달리 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이 사건 복지포인트의 성격을 다르게 보는 이상, 설령 공무원 복지점수와 선택적 복지제도의 정책적 목적에 다소 간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사실상 동일한 경제적 가치가 부여되는 공무원 복지점수와 이 사건 복지포인트에 대한 과세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조세형평에 반한다고 볼 소지가 크다.
6.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해야 하는데,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준명(재판장) 백승준 윤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