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
‘직장 내 괴롭힘’에는 ‘폭행 상해 등의 신체적 공격행위’나 ‘폭언 협박 등의 정신적인 공격행위’와 같이 명백히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뿐만 아니라 ‘업무상 명백히 불필요한 것이거나 수행 불가능한 것을 강제하는 행위’, ‘업무상의 합리성이 없이 능력이나 경험에서 동떨어진 정도의 낮은 업무를 명령하는 행위’ 등 외견상으로 업무 범위 내의 행위로 보이는 행위도 포함된다.
【대구지방법원 2022.6.15. 선고 2021나314644 판결】
• 대구지방법원 제8-3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나314644 손해배상(기)
• 원고, 항소인 / A
• 피고, 피항소인 / 1. 학교법인 B, 2. C
• 제1심판결 / 대구지방법원 2021.6.16. 선고 2020가소261777 판결
• 변론종결 / 2022.05.18.
• 판결선고 / 2022.06.15.
<주 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와 피고 학교법인 B에 대하여 이 법원에서 추가한 선택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2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원고는 피고 학교법인 B에 대하여, 제1심에서는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에 기한손해배상만을 청구하였다가, 이 법원에서 사용자책임 등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를 선택적으로 추가하였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1992년경부터 D고등학교 행정실에서 근무를 해 오던 사람이다. 피고 학교법인 B(이하 ‘피고 학교’라고 한다)은 위 D고등학교를 운영하는 법인이고, 피고 C은 2016.6.1. 사무직 공개 채용으로 D고등학교의 일반직 9급으로 입사한 후 8급으로 승진하여 근무하다가 2018.6.15. 퇴사한 다음, 2018.7.1. 6급 행정실장으로 임용되어 현재까지 행정실장으로 일하는 사람이다.
나. 원고는 피고 C이 자신의 상관으로서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여 왔다고 주장하면서, 그 일부 행위에 대하여 피고 C을 모욕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였으나, 이에 대하여 검사 E은 2020.10.19. 각하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위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대구광역시교육청은 2020.11.20. “동 사안에 대하여 대구지방검찰청에서 각하의견으로 종결된 사안으로 확인하였고, 향후 피고 학교에 건전한 직장분위기 조성을 위한 지도를 하겠다”는 답변을 하였다.
라. 또한 원고는 위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는 D고등학교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2021.4.22. 행정종결로 처리하였다.
마. 한편 피고 학교의 일반직원징계위원회는 2021.6.7. “원고가 교직원의 업무용 컴퓨터에 사용자의 동의 없이 접속하여 메신저 내용을 무단 유포하여 사용자의 명예를 훼손하였고, 동의 없이 녹음한 통화내용을 수사기관에 제출함으로써 해당 교사의 명예를 실추시켰으며, 행정실장인 피고 C의 지시를 3회 불이행하고 22회 업무태만 행위를 하였다”는 징계사유로 원고의 해임을 의결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 학교는 2021.6.18. 원고에 대한 해임처분을 하였다.
바. 이에 대하여 원고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F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위 노동위원회로부터 2021.10.20. 부당해고 판정을 받아 2021.12.17. D고등학교로 복직하였다.
사. 피고 학교는 2022.2.28. 피고 학교의 일반직원징계위원회에 위와 같은 징계사유로 다시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을 요구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98, 114, 115호증, 을 제2, 18, 22, 23, 24, 30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들의 본안 전 항변 및 판단
피고들은, 원고가 자신의 하급자였던 피고 C이 자신의 상급자인 행정실장이 된 시기부터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각종 기관에 진정 등을 하였는바, 이 사건 소 또한 원고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소송 절차를 이용한 것이므로 소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들이 주장하는 사정들 및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소가소권을 남용하여 제기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피고 C은 원고에게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를 하였으므로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2) 피고 학교는, 피고 C의 원고에 대한 위 행위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근로계약에 부수되는 신의칙상의 주의의무를 불이행하였으므로 채무불이행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또한 피고 학교는 위와 같은 피고 C의 행위 및 D고등학교 행정실 직원들의 원고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대하여 그들의 사용자로서 불법행위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원고에 대하여 두 차례 징계절차를 진행하여 근로기준법,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위반하였는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3)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손해배상으로서 위자료 2,000만 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 C에 관한 판단
1)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대법원 2021.11.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등 참조).
‘직장 내 괴롭힘’에는 ‘폭행 상해 등의 신체적 공격행위’나 ‘폭언 협박 등의 정신적인 공격행위’와 같이 명백히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행위뿐만 아니라 ‘업무상 명백히 불필요한 것이거나 수행 불가능한 것을 강제하는 행위’, ‘업무상의 합리성이 없이 능력이나 경험에서 동떨어진 정도의 낮은 업무를 명령하는 행위’ 등 외견상으로 업무 범위 내의 행위로 보이는 행위도 포함된다.
2) 이 사건에서 원고가 주장하는 피고 C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는지 본다. 원고가 주장하는 별지 목록 기재 행위 중 아래에서 살피는 행위들을 제외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원고 주장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들은 원고 본인의 진술이 기재된 것이거나 원고가 다른 사람에게 그러한 사실이 있었다고 말한 것에 불과하다)만으로는 그와 같은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거나, 그 자체로 ‘일상적인 대화 내지 지시’를 넘어 위에서 말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아래의 행위들에 대하여는 이 사건 기록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 사정들에 비추어 이를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① 순번 6 : 피고 C이 2019.4.8. 차액 조서 작성과 관련하여 원고에게 4차례 재 결재를 지시한 행위에 대하여, 14:14 ~ 16:55 사이의 단시간에 차액 조서 재 결재가 반복된 것은 수정 사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지시하면서 여러 번 결재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는바, 이는 업무 범위 내의 지시로 부당한 업무지시라고 판단하기 어렵다.
② 순번 12 : 피고 C이 2020.4.24. 원고의 병가신청을 3차례 반려한 행위와 관련하여, 원고가 당초 병가를 신청한 일정에 맞추어 피고 학교 측이 이미 대체인력 공고를 함에 따라 원고의 변경 신청을 반려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변경 신청의 이유가 당초 신청한 병가 기간에 공휴일이 있어서라는 것인바, 꼭 변경된 날짜에 병가를 사용하여야 할 신체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어서 그 반려가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③ 순번 14 : 공무직원의 퇴직과 관련하여 퇴직금 지급이 지연됨에 따라 이자가 발생하였는데 피고 학교 원장이, 위 지연이자를 급여업무의 담당자들이 분담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였을 뿐 피고 C이 이를 제안한 사실이 없고, 결국 원고가 이를 거부하여 이를 지급하지 않았는바, 이를 피고 C의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④ 순번 19, 20 : 피고 C이 2021.1.11. 업무분장시 원고에게 인쇄실 업무를 추가로 배정하였고, 업무분장 이후에 새로운 업무담당자인 G의 업무를 원고에게 지시한 행위와 관련하여, 2021.1.11.자 업무분장에 의하면 원고, G, H 사이에 기존 업무가 상호 교환적으로 배정된 가운데 원고에게 인쇄실 업무가 추가된 것일 뿐이다. 또한 업무인수인계 과정에서 새로운 업무담당자가 업무에 적응하기 전까지 기존 담당자에게 기존의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업무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지시라고까지 보기는 어렵다.
3) 결국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 C이 직장에서의 지위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 원고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다. 피고 학교에 관한 판단
1) 앞서 살핀 바와 같이 피고 C의 불법행위 책임은 인정하기 어렵다.
D고등학교의 나머지 행정실 직원들의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들이 직장에서의 지위의 우위 등을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서 원고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를 전제로 피고 학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및 사용자책임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2) 다음으로 피고 학교의 징계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지 본다.
앞서 기초사실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학교의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에는 “원고가 교직원의 업무용 컴퓨터에 동의 없이 접속하여 메신저 내용을 무단 유포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부분이 포함되어 있다.
을 제2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2021.9.30. 위 징계사유와 동일한 사실에 대하여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으로 벌금 200만 원, 집행유예 1년의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을 제3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경북지방 노동청은 피고 학교의 2021.6.18.자 해임처분에 대하여 부당해고라고 인정하면서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 등은 직원 상호간 불신을 야기하여 직장 내 화합을 저해하는 행위 내지 성실의무 위반, 복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바 원고에게 징계사유가 존재하기는 하나, 해임처분은 징계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국가공무원에 대하여 징계를 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및 관련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국가공무원에 대한 징계권자가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의 요구를 하고 징계위원회는 소정의 절차를 거쳐 징계의결을 한 다음 그 통고를 받은 징계권자가 그 의결내용에 따른 징계처분을 한 경우에 그 징계처분이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행하여진 것이고 실제로 인정되는 징계사유에 비추어 그 정도의 징계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비록 그 징계양정이 결과적으로 재량권을 일탈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률전문가가 아닌 징계위원들이나 징계권자가 징계의 경중에 관한 법령의 해석을 잘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징계의 양정을 잘못한 것을 이유로 불법행위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과실이 없다(대법원 2014.10.30. 선고 2013다20341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피고 학교의 원고에 대한 징계행위가 원고의 주장과 같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가해행위로서 근로기준법, 여성폭력방지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이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항소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원고가 이 법원에서 추가한 피고 학교에 대한 선택적 청구도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윤남현(재판장) 장래아 김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