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처분문서인 ‘고용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2] 이 사건 근로계약이나 피고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의무 또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정한 요건 충족 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나, 적어도 이 사건 근로계약의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3] 피고가 주장하는 ‘D사업 중단’ 또는 ‘원고의 업무역량 미흡’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피고는 합리적 이유 없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으므로, 위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4]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거절이 무효인 점은 인정되나, 이와 같은 사정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원고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다거나,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사유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등 그 권한의 남용이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자료 청구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1.28. 선고 2019가합565552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2민사부 판결

• 사 건 / 2019가합565552 근로에 관한 소송

• 원 고 / A

• 피 고 / 한국○○공사

• 변론종결 / 2021.11.26.

• 판결선고 / 2022.01.28.

 

<주 문>

1. 원고의 주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피고가 2019.9.24. 원고에 대하여 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3. 피고는 원고에게 2019.9.25.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5,416,666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4. 원고의 나머지 예비적 청구를 각 기각한다.

5. 소송비용 중 1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6. 제3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위적 청구취지: 원고는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019.9.25.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5,584,58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예비적 청구취지: 주문 제2항 및 피고는 원고에게 2019.9.25.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5,584,580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피고는 원고에게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한국○○공사법에 따라 설립되어 전력자원의 개발 등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원고는 2017.9.25. 피고와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피고의 B, C에서 통번역사로 근무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다. 피고는 2019.7.경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2019.9.24.자로 종료된다고 통보하고, 원고와 재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1)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지위 확인 또는 근로계약 갱신거절 무효 확인 청구

가) 피고는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분류하고, 실제로 원고는 상시적·지속적인 B의 업무를 수행해 왔으며, 원고를 채용할 당시 피고의 채용공고에도 채용형태가 ‘정규직’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당시 피고의 채용 담당자는 원고에게 ‘별정직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이야기하였고, 이에 원고는 일반 정규직 근로자로 또는 적어도 무기계약직 정규직 근로자로 채용된다고 인식하고 피고에 입사 지원을 하였다. 또한 원고는 피고의 규정상 정규직에게만 적용되는 수습기간을 거쳤고, 원고의 입사 후 피고 인사팀 소속 직원도 원고가 ‘정규직’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으며, 피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종료의 원인을 ‘기간 만료’가 아닌 ‘의원면직’으로 처리하였고, 피고는 원고의 근로형태가 ‘무기 정규직’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에 대하여 장기근무를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하였으며, 원고에 대한 채용공고 내용과 다른 비정규직 채용공고 내용 사이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며 계약 종료 통보를 하였는데,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다(주위적 청구).

나) 설령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위와 같은 사정들 및 피고의 별정직 직원들 대부분이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근로계약이 갱신되었으므로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관행이 존재하는 점, 피고는 별정직 직원의 이직이 잦아 업무 연속성 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자 별정직 직원의 대우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절차를 정비해온 점, 피고는 정규직 근로자와 동일하게 상시적·계속적 업무를 처리하여 왔는데 이와 같은 업무의 성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고 신뢰할 수밖에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에게는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 또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에게 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며 계약종료 통보를 하였는데, 이는 합리적 이유 없는 근로계약 갱신거절로서 무효이다(예비적 청구).

2) 임금 청구(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

피고의 계약 종료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거나 합리적 이유 없는 근로계약 갱신거절로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 만료일 다음날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위자료 청구(주위적 및 예비적 청구)

원고가 피고의 부당해고 또는 갱신기대권 침해로 인하여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피고는 이를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는바, 그중 10,000,000원을 일부로서 청구한다.

 

나. 피고

1)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지위 확인 또는 근로계약 갱신거절 무효 확인 청구에 대하여

가) 피고는 정부로부터 정원이 확보되어 있는 직책을 통틀어 ‘정규직’으로 칭하고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채용 공고 등에서 원고를 ‘정규직’으로 칭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원고와 피고는 계약기간을 2년으로 명시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원고 스스로도 자신이 기간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원고와 같은 기간제 근로자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당연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피고의 채용 담당자는 원고에게 ‘업무성과에 따라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하였을 뿐이므로 이를 두고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신뢰를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이 사건 근로계약 및 관련 규정에 계약갱신의 구체적인 절차나 요건에 관한 규정이 없는 점, 피고는 D 사업 참여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통번역 등 한시적이고 특수한 추가 업무 수요가 발생하여 2년의 기간을 정하여 별정직으로 원고를 채용한 것인 점, 피고의 별정직 직원들 중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된 사례가 다수 존재하는 점, 원고 스스로도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예상하고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는 정규직 전환에 관한 기대권 또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 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다) 설령 원고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고는 D사업 관련 한시적 업무 수요가 발생하여 원고를 채용한 것인데, 원고를 채용한 이후 위 D사업이 중단되면서 해당 직무에 대한 필요성이 급감한 점, 피고는 원고에 대한 근무평정 결과 업무역량 미흡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근로계약 갱신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있다.

2) 임금 및 위자료 청구에 대하여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거나 정규직 전환기대권 또는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고,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도 존재하므로, 피고의 위법한 근로계약 종료를 원인으로 하는 원고의 임금 및 위자료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3. 판단

 

가.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가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지 여부(원고는 자신이 피고의 일반직 근로자로 채용되었거나 적어도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채용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는데, 위 주장은 모두 원고가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점을 전제로 하므로, 위 주장을 구분하지 않고 함께 살펴본다.)

가) 관련 법리

근로자와 사용자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에도 그 근로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될 때에는 근로계약서의 문언과 관계없이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나,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원칙이다(대법원 2014.12.24. 선고 2012다17035 판결 등 참조).

나) 인정사실

갑 제3, 4, 6 내지 8, 13, 15 내지 17, 20호증, 을 제1, 5, 10,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피고의 2017.7.12.자 채용공고에 지원하여 피고에 입사하게 되었다. 위 채용공고 중 이 사건과 관련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2) 원고는 위 채용공고에 지원한 후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 전인 2017.9.7. 피고의 채용 담당자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이메일을 발송하였다. <아래 생략>

(3) 원고는 피고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피고의 인사팀 소속 직원과 사내 메신저로 아래와 같은 내용을 포함한 대화를 나누었다. <아래 생략>

(4) 피고의 해외사업본부 해외사업기획처에서 2018.2.경 작성한 ‘해외사업 전문직원 처우개선 방안’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아래 생략>

(5) 피고는 계약직원의 근로조건, 근무환경 등 처우 개선을 위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는 아래와 같이 답변하였다. <아래 생략>

(6) 원고는 2019.2.11. 해외사업본부 소속 통번역사인 직장 동료와 사내 메신저로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로의 이직 여부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아래 생략>

(7)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한 후 2019.9.24.자로 원고에 대하여 ‘의원면직(계약기간 만료)’의 인사발령을 하였다.

(8) 이 사건과 관련한 피고의 내부 규정은 아래와 같다. <아래 생략>

다) 판단

앞서 본 기초사실 및 위 인정사실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12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가 들고 있는 사정들 및 제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계약기간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처분문서인 ‘고용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고용계약서’에는 계약기간이 ‘2017.9.25.부터 2019.9.24.까지’로 명시되어 있다. 원고는 피고의 채용공고를 보고 피고에 지원하여 입사하게 되었는데, 당시 채용공고에도 계약기간이 2년으로 명시되어 있었다.

② 피고는 원고를 ‘별정직’ 중 ‘계약직원갑류’로 채용하였다(고용계약서 제2조제1항 및 제10조, 제11조). 원고를 채용할 당시 피고가 게시한 채용공고에도 채용형태가 ‘별정직 계약직원(정규직)’으로 기재되어 있다. 피고의 별정직관리규정 제26조제3호는 계약직원갑류의 경우 ‘일정 기간을 정하여 채용’하도록 하고 있다.

③ 원고는 위 채용공고에 ‘정규직’이라는 기재가 있는 점 및 피고의 채용 담당자 또는 인사팀 소속 직원이 원고가 ‘정규직’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한 점, 피고의 정규직 채용공고와 비정규직 채용공고 사이에 차이가 있는 점(갑 제9, 10, 14, 21, 22, 26 내지 28호증 참조) 등을 들어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는 ‘정부로부터 부여받은 정원 내 인력으로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통칭하여 ‘정규직’이라 하고(비정규직관리규정 제2조제2호, 무기계약직 관리지침 제3조제4호), 위 ‘정원 내 인력’에는 별정직 근로자도 포함된다(직제규정 제9조제1항). 결국 피고의 직제상 ‘정규직’에는 별정직 계약직 근로자도 포함될 수 있는 것이므로(※ 통상 ‘정규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전제로 하는 근로자를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피고의 직제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분은 이와 같은 일반적 용례와 다소 차이가 있다.), 원고에 대한 고용형태가 ‘정규직’에 해당한다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④ 원고는 피고의 인사팀 소속 직원에게 자신과 같은 계약직 신분으로 입사한 근

로자가 ‘일반직’(※ 원고는 ‘정직원’이라고 표현하였으나, 그 대화내용에 비추어 피고의 인사관리규정이 적용되는 ‘일반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문의하였고, 담당 직원은 원고에게 현재로서는 그와 같이 전환할 방법이 없다고 답하였다. 위 대화내용에 의하면 원고 스스로도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⑤ 원고는 2019.2.11. 직장 동료에게 ‘피고의 경우 일반직(※ 원고는 ‘정규직’이라고 표현하였으나, ‘일반직’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환도 가능할 것 같고 계약이 계속 연장될 수도 있지만,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는 계약기간 5년을 근무하면 계약이 종료되어 이직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였다. 이와 같이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임을 전제로 근로계약의 연장 또는 일반직으로의 전환을 희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바, 원고가 자신이 기간제 근로자임을 인식하고 있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⑥ 원고는 자신이 일반직 또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는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쳐 채용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피고의 별정직관리규정 제14조제1항제1호 다목은 별정직 중 계약직원갑류 채용자의 수습임용 기간을 3개월로 정하고 있고, 원고에게는 위 별정직관리규정의 수습기간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습기간을 거쳤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⑦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한 이후 원고에 대하여 ‘의원면직(계약기간 만료)’의 인사발령을 하였는데, 위 인사발령에 ‘계약기간 만료’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는 점, 피고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퇴사하는 경우 ‘의원면직’으로만 인사발령을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위 인사발령에 ‘의원면직’이라는 기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⑧ 피고의 해외사업본부 해외사업기획처에서 2018.2.경 작성한 ‘해외사업 전문직원 처우개선 방안’에는 원고와 같은 ‘계약직원갑류(별정직)’로 채용된 근로자의 경우 신분 변동 없이 2년 단위로 재계약을 지속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피고가 계약직원의 근로조건, 근무환경 등 처우 개선을 위하여 원고와 같은 계약직 근로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도 현재 2년 단위 재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전제로 ‘5년 이상 장기계약 또는 일반직 전환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 기재 되어 있다. 위와 같은 피고의 내부 문서 또는 원고 등에 대한 설문조사 내용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2) 소결론

따라서 원고가 피고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음을 이유로 하는 원고의 근로자 지위 확인 청구는 이유 없고, 이를 전제로 하는 임금 및 위자료 청구 역시 이유 없다. 결국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나.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1) 갱신거절 무효 확인 청구에 관한 판단

가) 일반직 전환기대권 또는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또한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에 관한 기준 등 그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합리적 이유 없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을 거절하며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보하더라도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이후의 근로관계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6.11.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18, 29, 30, 49호증, 을 제9, 23, 27 내지 31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별도로 가지번호를 기재하지 아니하는 한 같다)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나 피고의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의 전환의무 또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의무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정한 요건 충족 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나, 적어도 이 사건 근로계약의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① 피고는 한국○○공사법에 근거하여 1981.12.31. 설립된 기관으로서 존속기간의 정함이 없을 뿐 아니라, 국내외 전력자원의 개발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계속적인 존속이 예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② 피고는 정부로부터 인력 정원을 부여받아 직원을 채용한다. 피고가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는 방식은 정원 내 인력(별정직)으로 채용하는 방식과 별도의 정원 외 인력으로 채용하는 방식이 존재한다. 원고의 경우 그중 상시적·지속적 업무를 담당하는 정원 내 인력인 별정직으로 채용되었다.

③ 피고는 2016.10.7.경 G본부 산하 B에 ‘H’을 설치하였는데, 위 H에서 추진하는 D사업 참여를 위하여 통번역 전문가 인력이 필요하게 되어 2017.7.12. 앞서 본 바와 같이 채용공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피고의 B에서 2017.5.경 작성한 ‘D사업 통번역 전문인력 채용 계획(안)’에는 ‘D사업 관련 업무’뿐 아니라 ‘E사업 신규개발 및 수주 추진 업무’, ‘기타 사내 영어 통번역 업무 필요시 지원’도 채용될 인력의 ‘주요역무’로 기재되어 있었던 점, 실제 채용공고에도 위와 동일한 내용이 ‘직무내용’으로 기재되어 있었던 점,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작성한 ‘고용계약서’에도 원고의 담당 업무가 ‘해외사업 통번역, 감수, 신규개발·수주추진 업무 등’으로 폭넓게 기재되어 있고 ‘D사업 관련 업무’로 한정되어 있지 않은 점, 실제로 원고는 D사업이 중단되기 전에도 위 사업과 무관한 통번역 업무를 상당수 처리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와 2019.2.11. 사내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피고 해외사업본부 소속 통번역사는 당시 자신이 소속된 해외사업본부가 아닌 G본부 산하 B의 업무도 다수 처리하고 있었는바(을 제11호증 참조), 이와 같이 피고는 통번역사의 소속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피고의 해외사업과 관련한 업무 전반을 맡겨 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피고의 해외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번역 업무 전반을 담당업무로 하여 채용된 것으로 보이고, ‘D사업 관련 통번역 업무’라는 한시적이고 특수한 업무 수행만을 위하여 채용된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④ 피고는 국내 전력자원 개발 등 사업 외에도 해외사업본부와 G본부를 두어 I, J, K, L, M 등 해외사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이와 같은 피고의 해외사업 추진 현황에 비추어 볼 때 해외사업 관련 통번역 업무는 피고의 상시적인 업무에 속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실제로 피고는 2021.9.16.경에도 영어 통번역사를 공개채용하였다(해당 채용공고에는 근무부서가 해외사업본부 산하인 ‘해외사업기획처’로 기재되어 있어 G본부산하 B 또는 C에서 근무하였던 원고와 차이가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는 통번역사의 소속을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업무를 맡겨 온 것으로 보인다).

⑤ E사업 등과 관련한 통번역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는 외국어 역량외에도 전문적인 배경지식의 습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로서도 해외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시적·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통번역 수요에 효율적·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정부로부터 부여받은 정원이 감소하거나 해당 통번역사의 업무역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기간 마다 새로운 통번역사를 채용하여 업무를 맡기기보다 기존 통번역사와 체결한 근로계약을 갱신하여 그 직책을 유지시킴으로써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피고는 별정직 기간제 근로자의 잦은 이직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우수인력의 장기근무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별정직 기간제 근로자의 업무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⑥ 피고는 2012.10. 이전에 채용된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일반직으로 전환할 기회를 부여하였으나, 그후부터는 일반직 전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소속 인사팀 직원은 원고에게 일반직으로 전환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였으며, 달리 2012.10. 이후에 채용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일정한 요건 충족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를 채용할 당시 채용공고에 ‘업무성과에 따라 재계약 가능’이라고 기재하였고, 위 인사팀 직원은 원고에게 원고의 고용형태가 ‘직종의 특성상 끊임없이 전문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기간 근로 후 소정의 평가를 거쳐 큰 사유가 없을 시 계약 연장하는 형태’라고 설명하였는바, 이는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의 기간 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를 부여한 사정으로 볼 수 있다.

⑦ 피고는 2009.1.1.부터 2019.10.31.까지 총 128명의 별정직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였는데, 계약 갱신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10명을 제외한 118명 중 62명은 한 차례 이상 근로계약이 갱신되거나 일반직으로 전환(2012.10. 이전 입사자)되었고, 나머지 56명은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아니하였다. 그런데 위 56명 중 피고 측에서 재계약을 거부하여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확인되는 근로자는 3명에 불과하고 이 법원의 석명준비명령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나머지 근로자의 계약 종료 사유에 관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점, 만일 계약종료 사유에 관한 공문 등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근로자가 근로계약 갱신을 희망하지 않아 별도의 공문 등 작성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점, 위 56명 중 32명은 ‘연(年)’ 단위 근로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였는바, 적어도 위 32명은 피고 측의 재계약 거부가 아닌 근로자 측의 이직 등을 이유로 근로계약기간 도중에 퇴직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별정직 기간제 근로자가 근로계약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와 해외사업본부 소속 통번역사도 2019.2.경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로부터 이직 제의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경우 별정직 근로자가 희망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약이 갱신된다는 관행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⑧ 피고의 무기계약직 관리지침 제5조는 ‘피고는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정원 외 인력인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사업소인사위원회의 전환평가와 의결을 거쳐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원고는 ‘정원 내 인력’으로 채용된 것이어서 위 규정의 적용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피고가 위와 같이 상시적·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일정한 평가와 심사를 거쳐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다는 사정은, 원고의 근로계약 갱신과 관련하여서도 피고의 거절 재량이 제한된다는 신뢰를 부여하는 사정으로 볼 수 있다.

나)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2) 판단

(가) 앞서 든 증거들 및 을 제2 내지 4, 7, 8, 14, 16, 33, 34호증의 각 기재, 증인 Q의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① 원고는 피고에 입사한 후 G본부 산하 B 소속으로 ‘D사업’ 관련 업무를 주로 수행하여 오다가 위 D사업이 중단되자 2018.10.19. 같은 본부 산하 C로 파견되어 이 사건 근로계약의 기간 만료일(2019.9.24.)까지 C에서 근무하였다.

② C 계약관리실장 R과 같은 처 계약관리실 부장 Q은 원고에 대한 ‘성과평가표’를 작성하면서 ‘계약연장 여부’ 항목의 ‘계약종료’란에 체크를 하였고, 이를 기초로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이 거절되었다. 위 각 성과평가표는 ‘직무수행 내용’ 6개 항목과 ‘직무수행 태도’ 2개 항목에 대하여 각 ‘S, A, B, C, D’ 등급 중 하나를 부여하여 원고의 직무수행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는데, R은 위 8개 항목에 전부 B등급을 부여하였고, Q은 2개 항목에 S등급을, 5개 항목에 A등급을, 1개 항목에 B등급을 부여하였다. 한편 R은 위 성과평가표의 ‘정성적 성과평가’란에 ‘업무처리 능력은 보통이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 조직 융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라고 기재하였고, Q은 같은 란에 ‘업무처리 능력은 보통이나, 성실히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 통번역 의뢰에 친절히 응하고 있으나, 일부 사용부서 불만 있음’이라고 기재하였다.

③ 피고의 인사처 인재채용부는 2019.12.19. ‘전문계약직 인력 운영제도 개선방안 보고’라는 문서를 작성하였는데, 위 문서에는 전문계약직의 재계약 현황과 관련하여 “재계약시 MBO 및 업무실적 등을 평가하지만, 온정주의적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기재되어 있다. 원고에 대한 성과평가표를 작성한 증인 Q 역시 ‘너그럽게 평가하는 관행이 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고, 실제 계약 갱신이 이루어진 피고의 별정직 근로자 중 10명에 대한 성과평가표에는 ‘직무수행 내용’ 및 ‘직무수행 태도’에 관한 평가등급이 S등급 또는 A등급으로만 기재되어 있다.

④ ‘S 회의’와 관련하여 원고는 2017.12.18.부터 같은 달 19.까지 양일간 제1차 회의의 통역 업무를 수행하였으나, 2018.1.17.부터 2018.7.30.까지 사이에 열린 제2차 내지 제5차 회의의 통역 업무는 피고 B 소속 일반직원인 T이 수행하였고, T이 해외 출장 중이던 2018.10.17. 열린 제6차 회의에서만 원고가 통역 업무를 수행하였다. 위 제1차 회의에 참석하였던 피고의 직원 2명은 당시 원고의 통역업무 수행이 미흡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

(나) 그러나 앞서 본 사실관계에다가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24, 25, 31, 33 내지 35, 39, 40, 47, 50호증의 각 기재, 증인 Q의 나머지 일부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피고가 주장하는 ‘D사업 중단’ 또는 ‘원고의 업무역량 미흡’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원고가 ‘D사업 관련 통번역 업무’라는 한시적이고 특수한 업무 수행만을 위하여 채용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실제로 원고는 위 D사업 관련 업무 외에도 피고의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D사업 중단’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원고의 정당한 기대권을 배제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

② 원고는 휴일이나 야간에도 피고의 여러 사업처로부터 요청받은 통번역 업무를 수행하는 등 나름대로 성실히 업무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에 대한 각 성과평가표의 ‘정성적 성과평가’란에도 피고가 성실히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가 공통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③ 원고는 2년간 피고 소속 통번역사로 근무하면서 결코 적지 않은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이고(원고가 정리하여 제출한 업무내역만 수백 건에 이르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위 업무내역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고 하면서도 위 업무내역을 배척할 만한 구체적 주장·증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원고가 수행한 통번역 업무에 관하여 해당 업무를 의뢰한 부서로부터 불만이 제기되었다는 구체적인 증거도 없다. 오히려 원고는 C에 파견되어 근무하면서 C의 상급자로부터 통번역업무를 지시받은 것이 아니라 각 의뢰 부서로부터 직접 통번역업무를 요청받아 이를 수행해 왔는바, 그럼에도 원고에 대한 통번역 의뢰가 끊이지 않았던 점에 비추어 원고의 업무처리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④ 피고는 원고가 B 소속으로 근무할 당시 원고의 능력 부족으로 전담 업무인 ‘D사업 관련 업무’를 단독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T이 대신 수행하였다거나, 당시 원고가 위 D사업 관련 업무 외에 처리한 업무는 T이 휴가 또는 출장 중이어서 부득이하게 원고에게 맡기게 된 것이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T이 휴가 또는 출장 중이 아니었음에도 원고가 ‘D사업 관련 업무’ 외의 업무를 처리한 내역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B소속 일반직 직원으로 원고와 함께 통번역 업무를 담당해 오던 T이 원고가 주로 담당한 업무 중 일부를 처리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원고의 업무처리에 근로계약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울 만한 하자가 존재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가 원고의 업무수행능력 부족의 구체적 사례로 들고 있는 ‘S 회의’의 경우, 설령 제1차 회의 당시 원고의 업무처리가 다소 미흡하여 담당자가 T으로 교체된 것이라 하더라도, 당시 피고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E사업과 관련한 전문적 통역 업무에 익숙하지 않았던 원고가 해당 업무를 미흡하게 처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 갱신 거절 당시 원고의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⑤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작성된 각 성과평가표를 기초로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성과평가표 작성과 관련한 내부 기준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아 각 성과평가표에 기재된 원고에 대한 평정이 객관성·합리성·공정성을 갖추었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성과평가표의 정량적·정성적 평가내용에 비추어 보더라도 원고의 업무수행에 큰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 한다. 실제 업무처리능력 미흡으로 근로계약 갱신이 거절된 별정직 근로자가 성과평가표상 정량적 평가항목 대부분에 C등급 또는 D등급을 받고 정성적 평가와 관련하여서도 업무처리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은 점(을 제23호증의 1)과 비교하면, 피고 내부에서 ‘온정주의적 평가’가 많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위 평가내용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을 배제할 정도로 원고의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함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⑥ 더욱이 원고에 대한 위 각 성과평가표는 원고가 파견되어 근무하던 C의 상급자들이 작성한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C의 상급자로부터 통번역업무를 지시받은 것이 아니라 각 의뢰부서에서 직접 통번역업무를 요청받아 이를 수행하였고, 위 작성자들은 원고의 업무처리 성과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위 각 성과평가표의 작성자들은 원고가 2018.10.18.까지 근무하였던 파견처인 B 등의 의견을 들어 위 각 성과평가표를 작성하였고, 특히 위 각 성과평가표상 ‘계약연장 여부’ 항목의 ‘계약종료’란에 체크가 된 것은 위 작성자들 스스로의 의견이라기보다는 ‘S’ 제1차 회의에서의 업무처리 미흡 등을 이유로 한 B의 재계약 거절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성과평가표 작성 경위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 대한 위 각 성과평가표는 이 사건 근로계약상 계약기간 만료 시점의 원고의 업무처리능력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반영되어 작성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 소결론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됨에도 피고는 합리적 이유 없이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으므로, 위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이다.

2) 임금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갱신거절이 무효인 이상, 이 사건 근로계약의 기간이 2019.9.24. 만료되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게 존속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갑 제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근로계약 기간인 2017.9.25.부터 2019.9.24.까지 매월 5,416,666원(= 65,000,000원 ÷ 12, 원 미만 버림)을 임금으로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이후의 임금도 같은 액수일 것으로 추인된다(원고는 임금 상당액으로 매월 5,584,580원을 청구하고 있으나, 위 금액을 초과하는 임금에 관하여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2019.9.25.부터 원고가 복직하는 날까지 월 5,416,666원의 비율로 계산한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위자료 청구에 관한 판단

일반적으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에 그러한 사유만으로 곧바로 그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불법행위를 구성하게 된다고 할 수 없으나,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해고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근로자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해고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해고한 경우나, 해고의 이유로 된 어느 사실이 소정의 해고사유에 해당되지 아니하거나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그것을 이유로 징계해고에 나아간 경우 등 징계권의 남용이 우리의 건전한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그 해고가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성을 갖지 못하여 효력이 부정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위법하게 상대방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되어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3.10.12. 선고 92다43586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거절이 무효인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이와 같은 사정 및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만한 사유가 전혀 없는데도 오로지 원고를 사업장에서 몰아내려는 의도하에 고의로 어떤 명목상의 사유를 만들거나 내세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였다거나,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사유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고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와 같은 사정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도 이 사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등 그 권한의 남용이 사회통념이나 사회상규상 용인될 수 없음이 분명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자료 청구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 중 근로계약 갱신거절 무효 확인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며, 예비적 청구 중 임금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예비적 청구 중 위자료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마은혁(재판장) 장민경 오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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