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 및 사업주와 도급인에게 적극적인 조치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는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한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울산지방법원 2021.11.11. 선고 2021고단1782 판결】
• 울산지방법원 판결
• 사 건 / 2021고단1782 가. 업무상과실치사
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피고인 / 1.가.나. A, 1945년생, 남, 건축업
2.나. 주식회사 B
3.가.나. C, 1959년생, 남, 회사 대표이사
4.나. D 주식회사
• 검 사 / 김명옥(기소), 이창헌(공판)
• 판결선고 / 2021.11.11.
<주 문>
1. 피고인 A을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위 피고인에게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한다.
2. 피고인 주식회사 B을 벌금 2,000만 원에 처한다.
위 피고인에 대하여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3. 피고인 C은 무죄.
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4. 피고인 D 주식회사는 무죄.
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 주식회사 B은 울산 중구 E 소재에서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업주로서 D 주식회사로부터 울산 남구 F 소재 D 주식회사 공장동 지붕 및 벽체 일부 보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사금액 64,900,000원에 도급받은 법인 사업주이고, 피고인 A은 위 주식회사 B 소속으로 이 사건 공사 현장책임자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이다.
1. 피고인 A
피고인은 2020.9.22. 08:40경 울산 남구 소재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인 피해자 G(70세) 등으로 하여금 공장동 지붕보수 작업을 진행하게 함에 있어, 피해자의 고용주인 주식회사 B 책임자인 피고인 A으로서는 슬레이트, 선라이트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덮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할 때에 발이 빠지는 등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폭 30센티미터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추락방호망을 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산업안전보건조치 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와 같은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로 하여금 지붕 보수작업을 진행하게 한 업무상 과실로, 지상 9.3m 높이에서 지붕보수 작업을 하던 근로자인 피해자가 공장 지붕에 적재된 재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슬레이트가 파손되면서 철재 재질의 배관이 놓여있던 지상으로 추락하여 같은 날 10:10경 울산 남구에 있는 울산중앙병원에서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고,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조치 의무에 위배하여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주식회사 B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을 위해 행위하는 위 A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 범죄사실과 같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생략)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가. 피고인 A : 형법 제268조(업무상 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7조제1항, 제38조제3항(안전조치 불이행으로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나. 피고인 주식회사 B :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67조제1항, 제38조제3항
1. 상상적 경합
피고인 A : 형법 제40조, 제50조
1. 형의 선택
피고인 A :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피고인 A : 형법 제62조제1항
1. 사회봉사명령
피고인 A : 형법 제62조의2
1. 가납명령
피고인 주식회사 B : 형사소송법 제334조제1항
[양형의 이유]
산업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해사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고, 특히 추락사는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공장 지붕 슬레이트 파손으로 인한 추락사의 빈도가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추락의 위험이 상존하는 지붕 보수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비용 문제로 추락방지망을 설치하지 않았고, 근로자의 작업구간 전체에 작업발판을 설치하지 않았으며, 최소한의 안전조치인 안전로프 부착 설비조차도 부적합하게 설치하여 사고 지점에서는 실제 사용이 불가능하였다.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중대한 의무위반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추락사에 이르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하였다.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한 점, 피고인들에게 동종의 전과가 없는 점, 피고인들이 적극적으로 시정조치를 이행한 점, 업계 전체의 안전불감증과 저비용 구조가 피고인들의 안전조치 미비에 영향을 미쳤고, 비용 절감으로 1차적인 이익을 보는 주체는 피고인 주식회사 B인 점 및 피고인 A의 지위와 책임 정도, 피고인 주식회사 B의 영업 규모 등 제반 양형요소를 종합하여 피고인별로 각 선고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피고인 C, D 주식회사)]
I. 공소사실
피고인 D 주식회사는 울산 남구 H 소재에서 제조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사업주이고, 피고인 C은 위 D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소속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이다.
주식회사 B은 울산 중구 E 소재에서 건설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업주로서 D 주식회사로부터 울산 남구 F 소재 D 주식회사 공장동 지붕 및 벽체 일부 보수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공사금액 64,900,000원에 도급받은 법인 사업주이고, A은 위 주식회사 B 소속으로 이 사건 공사 현장책임자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위하는 자이다.
1. 피고인 C과 A의 공동 범행
피고인 C과 A은 2020.9.22. 08:40경 울산 남구 소재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인 피해자 G(70세) 등으로 하여금 공장동 지붕보수 작업을 진행하게 함에 있어, 피해자의 고용주인 주식회사 B 책임자인 A으로서는 슬레이트, 선라이트 등 강도가 약한 재료로 덮은 지붕 위에서 작업을 할 때에 발이 빠지는 등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폭 30센티미터 이상의 발판을 설치하거나 추락방호망을 치는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산업안전보건조치 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고, 피고인 C은 도급인으로서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안전 및 보건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산업안전보건조치의무 및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와 같은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로 하여금 지붕 보수작업을 진행하게 한 업무상 공동 과실로, 지상 9.3m 높이에서 지붕보수 작업을 하던 근로자인 피해자가 공장 지붕에 적재된 재료를 옮기는 과정에서 슬레이트가 파손되면서 철재 재질의 배관이 놓여있던 지상으로 추락하여 같은 날 10:10경 울산 남구에 있는 울산중앙병원에서 두개골 골절로 인한 뇌출혈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C과 A은 위와 같은 업무상 공동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사망에 이르게 하고, 피고인 C은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조치 의무에 위배하여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피고인 D 주식회사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고인을 위해 행위하는 위 C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II. 판단
1. 쟁점
피고인 C, D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사실은 피고인들이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정한 도급인의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함을 전제로 한 것인바, 피고인 D 주식회사가 산업안전보건법 2조제7호에 정한 “도급인”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산업안전보건법 2조제7호는 “‘도급인’이란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를 말한다. 다만, 건설공사발주자는 제외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제2조제10호는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피고인 D 주식회사는 피고인 주식회사 B에게 건설공사에 해당하는 이 사건 공사를 도급하였으므로, 피고인 D 주식회사가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 즉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2.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의 판단 기준
산업 안전 및 보건에 관한 기준을 확립하고 그 책임의 소재를 명확하게 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취지 및 사업주와 도급인에게 적극적인 조치의무를 부과(적극적인 조치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인적·물적 역량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런 역량을 갖추어야 할 의무까지 부과하는 취지로 보아야 한다)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는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한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위와 같이 해석하지 않을 경우,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책임을 방기하고 실제로 총괄·관리하지 않은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의무를 면하고,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수급인의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의무가 없었던 안전조치까지 취하는 등 시공을 총괄·관리하였으나 그 안전조치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처벌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고, 이는 규범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결국 건설공사를 도급한 도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도급인”의 책임을 부담하기 위해서는 그 도급인에게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이 인정되어야 하는바, 어떠한 경우에 그런 지위가 인정되는지에 관하여 본다.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1.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어 2020.1.16. 시행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은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각호(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2.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에 대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 의무를 부과하였다(제29조). 이에 따라, 도급사업주가 건설공사를 도급하였는데 해당 건설공사가 도급사업주의 사업의 일부이거나, 도급사업주의 사업을 구성하는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하는 경우, 그 도급사업주는 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 의무를 부담하였다.
소위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사회적 요구가 대두됨에 따라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여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도급하는 사업주는 원칙적으로 “도급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였고, 구 산업안전보건법에 있었던 건설공사 발주자의 책임도 강화하면서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였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범위가 무한정 확대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하여 “도급인”에서 “건설공사발주자”를 제외하면서도, 다시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를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로 한정하고,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도 제외시켰다.
위와 같이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 취지 및 개정 내용은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최대한 넓히고, “도급인”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능력과 의무가 없는 발주자로 그 범위를 최대한 좁히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적어도 구 산업안전보건법에 의하여 도급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부담하는 건설공사도급인, 즉 도급하는 건설공사가 도급인의 사업의 일부를 구성하고 도급인의 사업과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주화하여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사업주의 경우에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다고 할 것이다(예를 들어, 도급인의 주요 생산 기계에 대한 유지·보수 공사 등 그 건설공사 자체가 도급인의 사업의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일부에 해당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도급하는 건설공사에 관하여 도급인의 지배하에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어, 도급인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않고서는 수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보건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고 도급인의 총괄·관리가 필수적인 경우에도 도급인에게 그러한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예를 들어, 도급한 건설공사의 목적물이 도급인만이 그 위험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 설비나 자재가 위치한 공간 내에 있고, 도급인이 주도적으로 시공을 총괄·관리하면서 그 설비나 자재의 폭발, 전도 및 낙하 방지, 근로자 출입 금지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수급인이 독자적으로 그러한 위험을 제거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도급인과 수급인의 각 전문성, 규모, 도급계약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도급인에게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능력이 있는 반면에 수급인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보건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능력이 없음이 도급인의 입장에서 명백한 경우에도 그 도급인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예를 들어, 스스로 충분히 건설공사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대규모 사업체가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함이 명백할 정도의 낮은 금액으로 전문성과 안전조치 능력을 갖추지 못했음이 명백한 영세한 사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3. 피고인 D 주식회사가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
위와 같은 판단기준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 D 주식회사가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소속 직원을 공사현장 담당자로 두고, 피고인 주식회사 B의 근로자들에게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화기작업이나 고소작업에 대하여 작업허가서를 발부하는 등, 현실적으로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감독·관리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는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한 자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은 자’를 의미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피고인 D 주식회사가 실제로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총괄하거나 관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건설공사발주자”에서 제외되고 “도급인”에 포함된다고 인정할 수는 없고, 위 피고인에게 도급인의 책임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위 피고인이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살피건대, 이 사건 공사는 피고인 D 주식회사의 공장동 지붕 및 벽체 일부 보수공사인바, 이 사건 공사의 목적물인 공장 건물이 용융아연도금 제조업, 선박부품 제조업, 화공약품 제조업 등 피고인 D 주식회사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고유의 생산설비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위 공장건물은 일반적인 공장건물로 보이고, 피고인 D 주식회사가 타인이 유지·관리하는 공장건물을 임차하여 위와 같은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 증거도 없다), 공장건물 지붕 및 벽체의 보수공사 자체가 피고인 D 주식회사가 영위하는 사업의 일부라고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공사를 도급받은 주식회사 B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각종 안전조치의무(작업발판 및 추락방지망 설치, 안전대 부착설비 설치 등)를 이행함에 있어, 피고인 D 주식회사는 주식회사 B이 공장 지붕에 출입하면서 안전발판 등 설비를 반입하고 안전대 부착설비를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고 피고인 주식회사 B의 요청에 따라 추락방지망 설치를 위해 필요한 위치에 놓여 있던 자재들을 치워주는 등의 일반적인 협조를 하면 충분할 것으로 보이고, 나아가 이 사건 공장건물 지붕에 피고인 D 주식회사만이 파악할 수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거나, 위 피고인이 시공을 주도적으로 총괄·관리하지 않고서는 수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보건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만한 증거도 없다.
또한, 이 사건 공사에 대한 피고인 D 주식회사와 피고인 주식회사 B의 각 전문성, 각 업체의 규모 및 이 사건 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에 비추어, 도급인인 피고인 D 주식회사는 지붕 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할 능력을 갖춘 반면에 수급인인 피고인 주식회사 B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능력이 없음이 도급인인 피고인 D 주식회사의 입장에서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4. 소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 D 주식회사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는 자로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함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이를 전제로 한 피고인 C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행위자로서의 책임 및 업무상과실도 인정되지 않는다.
III. 결론
피고인 C, D 주식회사에 대한 각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위 피고인들에게 각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제2항에 따라 위 피고인들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김용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