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통상의 과세처분 취소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액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 역시 그 거부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 사유를 취소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심판의 대상은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라 할 것이므로,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의 인정이 위법이라고 내세우는 개개의 위법사유는 자기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다(대법원 2004.8.16. 선고 2002두9261 판결 참조).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은 모두 원고 1, 2, 4, 5의 각 해당 과세기간 귀속 각 이자소득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객관적 존부로서 동일하고, 차용인 측의 기망을 이유로 한 각 대여계약의 취소는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이미 행사하였던 공격방어방법이므로, 위 원고들이 다시 차용인 측의 기망을 이유로 각 대여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며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
[2]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5.5.28. 선고 83누123 판결 등 참조).
원고 3이 차용인 측의 기망을 이유로 각 대여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차용인에게 각 대여계약에 따른 이자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위 원고의 담세력이 있는 2008 내지 2010년 귀속 각 이자소득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 원고들이 차용인 측의 기망을 이유로 이자소득의 발생 원인이 된 금전대여계약을 취소하였다며 피고들에게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에 대한 경정청구를 하였다가 거부당하자 그 취소를 구한 사건에서, 원고 1, 2, 4, 5은 동일 과세기간의 이자소득에 대한 각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서 동일한 주장을 하였다가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으므로 위 원고들의 주장은 선행판결의 기판력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단 중 위 원고들에 대한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환송하고, 원고 3은 차용인에게 이자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보유하고 있으므로 담세력있는 이자소득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판단하여 원심 판단 중 위 원고에 대한 부분을 직권으로 파기환송한 사례.
【대법원 2020.6.25. 선고 2017두58991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17두58991 종합소득세경정거부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1 외 4인
• 피고, 상고인 / 성동세무서장 외 4인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7.8.16. 선고 2017누33413 판결
• 판결선고 / 2020.06.25.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1. 사안의 개요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 등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가. 원고들은 2008년 중순경 또는 2009년 초순경부터 2011년경까지 소외 1, 소외 2(이하 ‘소외 1 등’이라 한다)에게 미술품 거래사업의 필요자금 명목으로 변제기 3개월 이내, 이자 원금의 10%로 정하여 돈을 반복적으로 대여하였는데, 그중 2010년경까지 대여한 돈에 관하여는 소외 1 등으로부터 대여원금의 10%에 해당하는 이자를 더한 원리금을 지급받았다.
나. 피고들은 2012.5.29.경부터 2012.6.5.경까지 원고들이 지급받은 이자와 관련하여 원고 1에게는 2009년,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을, 나머지 원고들에게는 각 2008년 내지 2010년 귀속 종합소득세 등 부과처분을 하였다(이하 ‘당초 처분’이라 한다).
다. 이에 원고 1, 원고 2, 원고 4, 원고 5는 피고 성동세무서장, 의정부세무서장, 북전주세무서장, 남원세무서장을 상대로 당초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각 소를 제기하였고, 각 소송계속 중 원고 1은 2013.6.12., 원고 2, 원고 4, 원고 5는 2013.6.18. 소외 1등에게 그들의 기망을 이유로 각 이자 발생의 원인이 된 각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한 다음, 각 해당 과세기간 귀속 이자소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각 재판부는 소외 1 등의 기망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 등으로 각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고, 각 판결은 2014.12.11.부터 2015.7.25.까지 모두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이라 한다).
라. 한편 소외 1 등은 2008. 초순경부터 미술품 거래사업의 필요자금 명목으로 돈을 차용한 후 다른 차용금 등으로 기존 차용금 등의 원리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돌려막기’ 수법으로 돈을 융통하던 중, 2011.9.경부터 2011.11.경까지 원고 2, 원고 3, 원고 4, 원고 5 등을 기망하여 돈을 편취하였다는 사실로 각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 등으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았고, 각 판결은 모두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각 형사판결’이라 한다).
마. 원고 1은 2015.6.1., 나머지 원고들은 2015.5.21. 각 소외 1 등에게 그들의 기망을 이유로 각 대여계약을 취소한다는 의사표시를 하고, 2015.6.12. 피고들에게 당초 처분에 대한 각 경정청구를 하였다.
바. 피고들은 2015.6.29.부터 2015.8.13.까지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존재 등을 이유로 원고들의 각 경정청구를 각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각 거부처분’이라 한다).
사. 원고들은 2016.3.22.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2. 피고 성동세무서장, 의정부세무서장, 북전주세무서장, 남원세무서장의 각 상고에 대한 직권판단
가. 확정판결의 기판력의 존부는 직권조사사항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이 이를 직권으로 조사하여 판단할 수 있다(대법원 1990.10.23. 선고 89다카23329 판결, 대법원 1992.5.22. 선고 92다3892 판결 등 참조). 한편 통상의 과세처분 취소 소송에서와 마찬가지로 감액경정청구에 대한 거부처분 취소소송 역시 그 거부처분의 실체적·절차적 위법 사유를 취소 원인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심판의 대상은 과세표준신고서에 기재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객관적인 존부라 할 것이므로, 그 과세표준 및 세액의 인정이 위법이라고 내세우는 개개의 위법사유는 자기의 청구가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공격방어방법에 불과하다(대법원 2004.8.16. 선고 2002두9261 판결 참조).
나. 앞서 본 사실관계를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은 모두 원고 1, 원고 2, 원고 4, 원고 5의 각 해당 과세기간 귀속 각 이자소득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객관적 존부로서 동일하고, 소외 1등의 기망을 이유로 한 각 대여계약의 취소는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이미 행사하였던 공격방어방법이므로, 위 원고들이 다시 소외 1 등의 기망을 이유로 각 대여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며 위 피고들을 상대로 이 사건 각 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은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 따라서 위 원고들의 청구는 이와 모순 없는 판단을 하기 위하여 기각되어야 한다.
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각 선행 확정판결의 소송물과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이 다르다는 잘못된 전제 하에 이를 배척하고, 본안에 나아가 판단한 결과, 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이를 인용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경정청구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의 기판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피고 분당세무서장의 상고에 대한 직권판단
가. 구 국세기본법(2015.12.15. 법률 제135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5조의2 제2항제5호 및 그 위임을 받은 구 국세기본법 시행령(2016.2.5. 대통령령 제2694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의2 제2호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하나로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을 할 때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효력과 관계되는 계약이 해제권의 행사에 의하여 해제되거나 해당 계약의 성립 후 발생한 부득이한 사유로 해제되거나 취소된 경우’를 들고 있다.
그런데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고 그 소득을 얻게 된 원인관계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반드시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85.5.28. 선고 83누12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이유로 원고 3의 소외 1 등과 사이의 각 대여계약에 대한 취소권 행사에 따라 그에 따른 각 이자소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의 이 사건 각 거부처분 중 원고 3에 대한 부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의 판단과 같이 원고 3이 2015.5.21. 소외 1 등에게 그들의 기망을 이유로 각 대여계약을 적법하게 취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소외 1 등에게 위 각 대여계약에 따른 이자를 반환하지 아니한 채 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아 위 원고의 담세력이 있는 2008 내지 2010년 귀속 각 이자소득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위 원고가 소외 1 등으로부터 수령한 각 이자를 소외 1 등에게 반환하였는지 여부를 따져 본 다음, 위 거부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거부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이자소득의 존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결론
그러므로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직권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