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법률관계 당사자 간 상대방에 대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하고, 그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2] 갑 유한회사가 일반택시운송사업을 하면서 사납금 제도를 운영하여 오다가 2007.12.27. 신설된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의 시행에 따라 갑 회사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과 임금 등에 관하여 교섭하던 중 ‘최저 운송수입금은 동결하고, 월 소정근로시간을 최저임금법에 맞게 조정한다’는 내용의 구두 합의를 하였고, 그 후 주 근로시간은 최저임금법에 위반되지 않게 조정되어 합의된 것으로 한다는 내용의 단체협약 및 최저 운송수입금과 기본급을 각 인상하는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는데, 갑 회사의 택시운전근로자였던 을 등이 갑 회사를 상대로 위 구두 합의 이후의 근로기간에 대한 최저임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과의 차액 등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을 등이 갑 회사에 위 구두 합의 이후의 근로기간에 지급된 임금에 대해 최저임금법에 따른 임금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고 보아 을 등의 청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9.8.30. 선고 2017다33759 판결】
• 대법원 2019.08.30. 선고 2017다33759 판결 [임금]
• 원고, 상고인 / 원고 1 외 5인
• 피고, 피상고인 / 유한회사 ○○택시
• 원심판결 / 전주지법 2017.7.12. 선고 2016나506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월 소정근로시간 관련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월 소정근로시간은 피고가 2008.9.3.경 노동조합 측과 유효기간을 2008.9.1.부터 2009.8.31.로 정하여 체결한 임금협정(이하 ‘2008년 임금협정’이라 한다)에서 정한 1주 44시간을 기초로 산정한 191.2시간(주 44시간 × 365일 ÷ 7일 ÷ 12개월, 소수점 2자리 수 이하에서 반올림)이라고 판단하여,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이 포함된 220시간을 월 소정근로시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 법리에 따라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에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신의칙 관련 상고이유 주장에 대하여
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법률관계 당사자 간 상대방에 대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하고, 그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1991.12.10. 선고 91다3802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전주시에서 일반택시운송사업을 하면서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로 하여금 1일 총운송수입금 중 일정액을 피고에게 납부하게 하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운송수입금(이하 ‘초과운송수입금’이라 한다)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수입으로 하는 방식인 이른바 사납금 제도를 운영하여 왔다. 2008년 임금협정에 의하면 소정근로시간은 1일 7시간 20분, 주 44시간, 월 만근은 26일, 1일 사납금은 오전반 70,000원, 오후반 73,000원으로 정해져 있었다.
(2) 2007.12.27. 신설된 최저임금법 제6조제5항(이하 ‘이 사건 법률 조항’이라 한다)은 택시운전근로자의 최저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의 범위를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임금으로 한정함으로써 초과운송수입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으며, 그 시행 시기는 시 지역의 경우 2010.7.1.이었다. 이에 따라 전주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피고는 2010.7.1.부터 소정근로시간에 대한 고정급만으로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3) 피고 소속 택시운전근로자들이 가입한 ○○택시일반노동조합(이하 ‘일반노조’라 한다)과 피고는 2010.7. 무렵부터 임금 등에 관하여 교섭하던 중, 2011.3. 무렵 피고와 일반노조 위원장 권한대행 소외 1, 사무처장 소외 2, △△택시지부장 소외 3과 사이에 ‘최저 운송수입금은 동결하고, 월 소정근로시간을 최저임금법에 맞게 조정한다’는 내용의 구두 합의(이하 ‘이 사건 구두 합의’라 한다)가 성립되었고, 이는 2011.4.1.부터 곧바로 시행되었다.
(4) 그 후 피고와 공공노조 위원장 소외 4, 택시지부장 소외 2, ○○지회장 소외 5, △△택시분회장 소외 6, 교섭위원 소외 7은 2013.1.2. 유효기간을 2013.1.1.부터 2014.12.31.까지로 정하여 피고와 조합원의 주 근로시간은 최저임금법에 위반되지 않게 조정되어 합의된 것으로 한다는 등의 내용의 단체협약과, 유효기간을 2013.1.1.부터 2014.6.30.까지로 정하여 근무시간은 06:00부터 22:00까지 최저임금법에 준한 근무시간만을 운행함을 원칙으로 하고, 1일 최저 운송수입금은 오전반 73,000원, 오후반 75,000원으로 하며, 기본급을 430,250원에서 680,665원으로 하는 등의 내용의 임금협정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위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정에는 그 유효기간 전의 임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5) 원고들은 피고에게 고용되어 2011.4.1.부터 2012.12.31.까지 택시운전근로자로 근로를 제공하였다.
다.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이 피고에게 2011.4.1. 이후의 근로기간에 대한 임금에 관하여는 소정근로시간을 최저임금법에 맞게 조정하고 그 기간 동안에 지급된 임금에 대해 최저임금법에 따른 임금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신의를 공여하였고, 원고들이 피고의 위 신의에 반하여 최저임금법에 따른 임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른 것이라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는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다.
라.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이 사건 구두 합의의 경위, 전후의 경과 등을 고려해보면, 이 사건 구두 합의는 이 사건 법률 조항의 시행에 따른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이 사건 법률 조항에 의한 최저임금 상당 임금의 지급을 잠정적으로 유예하는 취지로 볼 수 있을 뿐, 이를 넘어서서 피고와 노동조합 측 사이에 단체협약이 체결되었다거나 원고들에게 규범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가 성립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2) 이와 같이 이 사건 구두 합의에 구속되지 아니하는 원고들이 이를 통하여 피고에게 어떠한 신의를 공여하였다고 할 수 없다.
(3) 2013.1.2. 체결된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정에 2013.1.1. 전의 임금에 관하여는 아무런 언급이 없었으므로, 위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정에 의하여 원고들이 피고에게 이 사건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의를 공여하였다고 할 수 없다.
(4) 이 사건 법률 조항이 초과운송수입금과 같은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할 수 없게 한 취지는, 택시운전근로자가 받는 임금 중 고정급의 비율을 높여 운송수입금이 적은 경우에도 최저임금액 이상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보다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에 있으므로(대법원 2018.7.11. 선고 2016다9261, 9278 판결 참조), 피고가 택시요금 인상 등 최저 운송수입금 인상요인 발생에도 불구하고 최저 운송수입금을 동결하여 원고들이 이전과 같이 초과운송수입금을 수령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법률 조항에 따라 고정급을 기준으로 한 최저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정의관념에 비추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5) 따라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행사로 볼 수 없다.
마. 그런데도 원심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가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한 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희대(주심) 김재형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