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횡령 범행으로 취득한 돈을 공범자끼리 수수한 행위가 공동정범들 사이의 범행에 의하여 취득한 돈을 공모에 따라 내부적으로 분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별도로 그 돈의 수수행위에 관하여 뇌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이 수수한 돈의 성격을 뇌물로 볼 것인지 횡령금의 분배로 볼 것인지 여부는 돈을 공여하고 수수한 당사자들의 의사, 수수된 돈의 액수, 횡령 범행과 수수행위의 시간적 간격, 수수한 돈이 횡령한 그 돈인지 여부, 수수한 장소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회계직원책임법’이라 한다)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법령이나 그 밖의 관계 규정 및 예산에 정하여진 바를 위반하는 회계관계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국가, 지방자치단체 등이 회계사무를 적정하게 집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는 회계관계직원이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제1호에서는 국가재정법, 국가회계법, 국고금 관리법 등 국가의 예산 및 회계에 관계되는 사항을 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회계관계직원이라고 정하고 (가)목부터 (차)목까지 구체적인 직명을 열거한 후 (카)목에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호에서는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사람의 보조자로서 그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도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내용과 회계직원책임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은 제1호 (가)목부터 (차)목까지 열거된 직명을 갖는 사람은 물론 그러한 직명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도 실질적으로 그와 유사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면 이에 해당하고, 반드시 그 업무를 전담하고 있을 필요도 없으며, 직위의 높고 낮음도 불문한다. 국고금 관리법 제6조, 제9조제1항, 제19조, 제21조제1항, 국가회계법 제6조제1항 등의 규정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장은 소관 수입의 징수와 수납에 관한 사무, 소관 지출원인행위와 지출에 관한 사무 등 소관의 회계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고, 소속공무원에게 특정 사무를 위임하여 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회계관계업무는 원칙적으로 중앙관서의 장의 권한이고, 그중 특정한 권한을 소속 공무원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중앙관서의 장이 이러한 위임을 하지 않았거나 또는 법령상 중앙관서의 장이 스스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에는 중앙관서의 장도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3] ①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이라 한다)은 중앙관서의 장으로서 소관 수입의 징수와 수납에 관한 사무, 소관 지출원인행위와 지출에 관한 사무 등 소관의 회계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므로(국고금 관리법 제2조제4호, 제6조, 제19조, 국가회계법 제6조제1항, 정부조직법 제2조, 제17조, 국가정보원법 제7조)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라 한다) 소관 회계에 관한 사무는 원칙적으로 국정원장의 권한에 속한다.
② 회계에 관한 사무 중 하나인 지출원인행위는 지출의 원인이 되는 계약이나 그밖의 행위로서(국고금 관리법 제19조), 일정한 금액의 지출의무를 확정적으로 발생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국정원의 통상적인 예산 집행과 관련하여 국정원장은 지출원인행위를 기획조정실장에게 위임하였고, 실제로 이와 같이 위임된 업무는 국정원장의 승인 절차 없이 기획조정실장이 처리한다. 그러나 특별사업비는 국정원장이 스스로 사용처, 지급시기와 지급할 금액 등 지출의무의 내용을 확정하고, 다른 직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특별사업비 집행 과정 중에 사업명과 소요예산이 간략히 기재된 서류가 국정원 내에서 기획조정실장의 전결로 작성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국정원장이 확정한 금액을 예금계좌에서 인출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위 서류를 작성하는 행위 자체를 지출원인행위로 볼 수는 없다.
③ 국정원장은 사용처를 지정하여 특별사업비의 지출을 지시한다.
위와 같은 사정을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국정원장들은 특별사업비 집행 과정에서 직접 사용처, 지급시기와 지급할 금액을 확정함으로써 지출원인행위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특별사업비를 실제로 지출하도록 함으로써 자금지출행위에도 관여하는 등 회계관계업무에 해당하는 지출원인행위와 자금지출행위를 실질적으로 처리하였다. 따라서 국정원장들은 업무의 실질에 있어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2조제1호 (카)목에서 정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해당하여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9.11.28. 선고 2019도11766 판결】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9.7.25. 선고 2018노2150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과 2016.9.경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무죄 부분을 모두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인이 받은 돈 관련 각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정범죄가중법’이라 한다) 위반(뇌물)
가. 원심의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국가정보원장(이하 ‘국정원장’이라 한다) 공소외 1, 공소외 2, 공소외 3이 2013.5.부터 2016.9.까지 피고인에게 국정원장 특별사업비(이하 ‘특별사업비’라 한다)를 교부한 것에 대하여 국정원장들이 대가를 바라고 특별사업비를 교부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당사자들도 위 자금이 뇌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전부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대법원의 판단
1) 법리
뇌물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직무에 관한 청탁이나 부정한 행위를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을 인정하는 데 특별한 청탁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금품이 직무에 관하여 수수된 것으로 족하고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가 있을 필요는 없다(대법원 2001.10.12. 선고 2001도3579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이 얻는 어떤 이익이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뇌물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공무원의 직무내용, 직무와 이익제공자의 관계, 쌍방 간에 특수한 사적인 친분관계가 존재하는지 여부, 이익의 다과, 이익을 수수한 경위와 시기 등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하여야 하고, 뇌물죄가 직무집행의 공정과 이에 대한 사회의 신뢰 및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을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공무원이 이익을 수수하는 것으로 인하여 사회일반으로부터 직무집행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되는지 여부도 뇌물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에 기준이 된다(대법원 2011.3.24. 선고 2010도17797 판결 등 참조). 공무원이 그 직무의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부터 금품 기타 이익을 받은 때에는 그것이 그 사람이 종전에 공무원으로부터 접대 또는 수수한 것을 갚는 것으로서 사회상규에 비추어 볼 때에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겨지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하게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무와의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고,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수수하였다면 비록 사교적 의례의 형식을 빌어 금품을 주고받았다 하더라도 그 수수한 금품은 뇌물이 된다(대법원 2000.1.21. 선고 99도4940 판결, 대법원 2018.5.15. 선고 2017도1949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횡령 범행으로 취득한 돈을 공범자끼리 수수한 행위가 공동정범들 사이의 범행에 의하여 취득한 돈을 공모에 따라 내부적으로 분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별도로 그 돈의 수수행위에 관하여 뇌물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와 같이 수수한 돈의 성격을 뇌물로 볼 것인지 횡령금의 분배로 볼 것인지 여부는 돈을 공여하고 수수한 당사자들의 의사, 수수된 돈의 액수, 횡령 범행과 수수행위의 시간적 간격, 수수한 돈이 횡령한 그 돈인지 여부, 수수한 장소와 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7.2.25. 선고 94도3346 판결, 대법원 2007.10.12. 선고 2005도7112 판결 등 참조).
2) 2013.5.부터 2016.7.까지 합계 33억 원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죄의 직무관련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은 2013.5.경 공소외 4에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이라 한다) 예산을 지원받아 사용하라고 지시하였다. 공소외 1은 피고인의 지시에 따른 공소외 4의 요청을 받고 2013.5.부터 2014.4.까지 특별사업비 합계 6억 원을 횡령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 후임 국정원장인 공소외 2, 공소외 3도 공소외 1의 예에 따라 2014.7.부터 2016.7.까지 각각 특별사업비 합계 8억 원, 19억 원을 횡령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공소외 3은 피고인으로부터 직접 자금 교부를 요구받기도 하였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면서 국정원장에 대한 지휘·감독 및 인사권자이다. 피고인은 이러한 대통령의 지위에서 국정원장들에게 국정원 자금을 횡령하여 교부할 것을 지시하고 국정원장들로부터 그들이 횡령한 특별사업비를 교부받았다. 국정원장들은 위와 같이 피고인의 지시에 따르기 위하여 특별사업비를 횡령하고, 횡령한 돈을 그대로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
나)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국정원장들 사이에 국정원 자금을 횡령하여 이를 모두 피고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공모가 있었고 그에 따라 이 부분 특별사업비의 횡령 및 교부가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은 횡령 범행의 실행행위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았으나 국정원장들에 대한 우월하고 압도적인 지위에서 범행을 지시하고 이를 따른 국정원장들로부터 이 부분 특별사업비를 교부받았다. 결국 피고인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가담하여 이루어진 횡령 범행 과정에서 공범자 중 일부가 취득한 돈을 공모의 내용에 따라 내부적으로 분배받은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교부받은 이 부분 특별사업비를 뇌물로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뇌물에 관한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피고인이 국정원장들로부터 이 부분 특별사업비를 교부받은 것을 횡령금의 분배로 볼 수 없다는 원심의 이유 설시는 적절하지 않으나,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3) 2016.9.경 2억 원 부분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뇌물죄의 직무관련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피고인은 앞에서 본 것처럼 국정원장들로부터 특별사업비를 교부받아 오다가 2016.8.경 ○○재단에 관한 의혹 등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공소외 4에게 국정원 자금의 수수를 중단하라고 지시하였다. 공소외 4는 공소외 5를 통하여 공소외 3에게 이러한 지시를 전달하였다. 그에 따라 공소외 3은 특별사업비 교부를 중단하였다.
나) 그 후 피고인이 공소외 3에게 다시 국정원 자금을 교부하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
그런데 공소외 3은 2016.9.경 공소외 5로부터 피고인이 금전적으로 어렵다는 말을 공소외 4로부터 들었다고 보고받았을 뿐 피고인이나 공소외 4로부터 국정원 자금 교부를 요청받지 않았는데도 추석에 피고인이 돈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발적으로 특별사업비 2억 원을 횡령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였다.
당시는 특별사업비 교부 중단의 원인이 되었던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관련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다시 종전과 같이 특별사업비를 교부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공소외 5도 제1심에서 이 부분 돈의 교부는 공소외 3의 결심에 따른 것이고, 위 돈을 교부한 것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을 공소외 3에게 전하며 이번 결정은 정말 잘한 것이라고 말하였는데 그 말을 들은 공소외 3이 뿌듯해했다고 진술하였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공소외 3이 피고인의 자금 요청이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종전과 마찬가지로 수동적으로 이 부분 돈을 교부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공소외 3이 과거와 달리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결정으로 이 부분 돈을 교부하였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 피고인 역시 국정원 자금 교부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상태에서 공소외 3이 피고인의 지시 없이 자발적으로 교부한 이 부분 돈을 별다른 이의 없이 받았으므로 위 돈이 종전에 받던 것과는 성격이 다른 돈이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청와대의 재무를 담당하는 총무비서관 공소외 6이 주로 국정원 자금을 관리해온 종전과 달리, 이 부분 돈을 피고인이 직접 사용한 것도 위와 같은 피고인의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라) 대통령은 국정원장의 지휘·감독 및 인사권자로서 국정원의 인사, 조직, 예산 등 전반적인 운영에 관하여 법률상, 사실상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국정원장은 법령상 정해진 임기가 없고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면직될 수 있다. 피고인과 공소외 3은 위와 같은 직무상의 관계가 있을 뿐 추석 무렵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2억 원을 수수할 정도의 사적인 친분관계가 없다. 그리고 국정원장이 자신의 지휘·감독 및 인사권자로서 당시 사정이 어려운 대통령에게 자발적으로 거액의 돈을 교부하는 것은 사회일반으로부터 대통령의 국정원장에 대한 직무집행에 관하여 공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마) 이 부분 돈은 청와대 재무를 맡은 공소외 6을 통해 피고인에게 교부된 종전의 돈과는 달리 대통령의 사적(私的)인 업무를 보좌하는 청와대 부속비서관 공소외 7에게 전달되어 피고인에게 교부되었다. 그 경위에 관하여, 공소외 4는 제1심에서 피고인의 떡값 명목으로 직접 올려드리는 돈이니까 부속비서관인 공소외 7의 업무이고 따라서 공소외 7과 상의하라는 취지로 공소외 5에게 말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위에서 본 것처럼 돈의 관리와 사용도 그 전까지 교부된 돈과 다르게 이루어졌다.
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부분 돈은 2016.7.까지 교부된 돈과 달리 피고인과 공소외 3 모두 뇌물성을 인식한 상태에서 대통령의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부당한 이익으로서 수수된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2. 피고인이 받은 돈 관련 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가. 2013.5.부터 2016.7.까지 부분(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는지)
1) 원심의 판단
가) 원심은 제1심과 달리 국정원장이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이하 ‘회계직원책임법’이라 한다) 제2조제1호 (카)목에서 정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해당하지 않고, 특별사업비의 경우에도 그 지출결의서 작성 및 결재 등 지출원인행위에 대하여는 위임전결 규정에 따라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이하 ‘기조실장’이라 한다)의 전결로 처리되며, 국정원장은 이를 기조실장으로부터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을 뿐이므로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 이러한 전제에서 원심은 2013.5.부터 2016.7.까지 부분에 대하여 ① 각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② 공소외 1이 교부한 돈에 대하여는 제2예비적 공소사실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부분을, 공소외 2, 공소외 3이 교부한 돈에 대하여는 예비적 공소사실로서 회계관계직원인 공소외 5와 공모하여 횡령하였다는 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을 각 유죄로 판단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회계직원책임법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법령이나 그 밖의 관계 규정 및 예산에 정하여진 바를 위반하는 회계관계행위를 방지함으로써 국가, 지방자치단체등이 회계사무를 적정하게 집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는 회계관계직원이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제1호에서는 국가재정법, 국가회계법, 국고금 관리법 등 국가의 예산 및 회계에 관계되는 사항을 정한 법령에 따라 국가의 회계사무를 집행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을 회계관계직원이라고 정하고 (가)목부터 (차)목까지 구체적인 직명을 열거한 후 (카)목에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4호에서는 제1호부터 제3호까지에 규정된 사람의 보조자로서 그 회계사무의 일부를 처리하는 사람도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들의 내용과 회계직원책임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은 제1호 (가)목부터 (차)목까지 열거된 직명을 갖는 사람은 물론 그러한 직명을 갖지 않는 사람이라도 실질적으로 그와 유사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면 이에 해당하고, 반드시 그 업무를 전담하고 있을 필요도 없으며, 직위의 높고 낮음도 불문한다고 할 것이다. 국고금 관리법 제6조, 제9조제1항, 제19조, 제21조제1항, 국가회계법 제6조제1항 등의 규정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장은 그 소관 수입의 징수와 수납에 관한 사무, 소관 지출원인행위와 지출에 관한 사무 등 그 소관의 회계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고, 소속 공무원에게 특정 사무를 위임하여 하게 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정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회계관계업무는 원칙적으로 중앙관서의 장의 권한이고, 그중 특정한 권한을 소속 공무원에게 위임할 수 있는 것이므로 중앙관서의 장이 이러한 위임을 하지 않았거나 또는 법령상 중앙관서의 장이 스스로 회계관계업무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는 경우에는 중앙관서의 장도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1.2.23. 선고 99두5498 판결, 대법원 2004.10.27. 선고 2003도6534 판결 등 참조).
나) 관련 법령과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국정원장은 중앙관서의 장으로서 그 소관 수입의 징수와 수납에 관한 사무, 소관 지출원인행위와 지출에 관한 사무 등 그 소관의 회계에 관한 사무를 관리하므로(국고금 관리법 제2조제4호, 제6조, 제19조, 국가회계법 제6조제1항, 정부조직법 제2조, 제17조, 국정원법 제7조) 국정원 소관 회계에 관한 사무는 원칙적으로 국정원장의 권한에 속한다.
(2) 회계에 관한 사무 중 하나인 지출원인행위는 지출의 원인이 되는 계약이나 그 밖의 행위로서(국고금 관리법 제19조), 일정한 금액의 지출의무를 확정적으로 발생시키는 행위를 의미한다.
국정원의 통상적인 예산 집행과 관련하여 국정원장은 지출원인행위를 기조실장에게 위임하였고, 실제로 이와 같이 위임된 업무는 국정원장의 승인 절차 없이 기조실장이 처리한다.
그러나 특별사업비는 국정원장이 스스로 그 사용처, 지급시기와 지급할 금액 등 지출의무의 내용을 확정하고, 다른 직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이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로, 기조실장 공소외 5조차 국정원장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특별사업비를 교부한다는 사실을 상당기간 알지 못하였다.
특별사업비 집행 과정 중에 사업명과 소요예산이 간략히 기재된 서류가 국정원 내에서 기조실장의 전결로 작성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국정원장이 확정한 금액을 예금계좌에서 인출하기 위한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위 서류를 작성하는 행위 그 자체를 지출원인행위로 볼 수는 없다.
(3) 국정원장은 사용처를 지정하여 특별사업비의 지출을 지시한다. 이 사건에서도 국정원장들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장 등이 특별사업비를 피고인 측에 교부하였다.
다) 위와 같은 사정을 앞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국정원장들은 특별사업비 집행과정에서 직접 그 사용처, 지급시기와 지급할 금액을 확정함으로써 지출원인행위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특별사업비를 실제로 지출하도록 함으로써 자금지출행위에도 관여하는 등 회계관계업무에 해당하는 지출원인행위와 자금지출행위를 실질적으로 처리하였다. 따라서 국정원장들은 그 업무의 실질에 있어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제1호 (카)목에서 정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에 해당하여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와 달리 국정원장들이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제1호 (카)목에서 정한 ‘그 밖에 국가의 회계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나. 2016.9. 부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3과 피고인 사이에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의사의 연락이 없고 피고인에게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지 않으며 피고인의 방조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모 내지 방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3. 공소외 8이 받은 돈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3이 공소외 8에게 교부한 특별사업비가 공소외8의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거나 피고인이 공소외 8과 공모하여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서 이를 수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이른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 및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뇌물죄의 직무관련성과 대가성 내지 공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
4. 공소외 8이 받은 돈 관련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공소외 3이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하여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고, 공소외 3이 회계관계직원이 아님을 전제로 하는 이 부분 예비적 공소사실인 업무상횡령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국정원장은 특별사업비에 관하여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회계직원책임법 제2조에서 정한 회계관계직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5.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 중 2016.9. 부분을 제외한 각 주위적 공소사실인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부분과 2016.9.경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무죄 부분은 파기되어야 한다. 위와 같이 파기되는 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공소사실의 예비적 공소사실로서 동일체관계에 있으며 유죄로 판단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각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등손실), 업무상횡령 부분도 모두 파기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이유무죄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파기되어야 한다.
6.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과 2016.9.경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철상(재판장) 박상옥 노정희 김상환(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