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에서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중 관세법 시행령 제34조제2항제1호의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는 최초의 신고 등이 이루어진 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하여 그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최초의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9.7. 선고 2017두41740 판결 등 취지 참조).
한편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제2항제1호에서 말하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국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영국 현지 물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가 쟁점 물품에 대한 수입신고시 국내 소비자들을 납세의무자로 정하여 소액물품 감면대상으로 수입통관한 것에 대하여 관세 등이 부과되었고, 이후 관련 형사사건에서 관세법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확정판결이 선고된 사안에서,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관련 형사판결에 의하여 당초 부과처분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가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어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대법원 2020.1.9. 선고 2018두61888 판결】
• 대법원 제2부 판결
• 사 건 / 2018두61888 관세경정거부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대구세관장
• 원심판결 / 대구고등법원 2018.10.19. 선고 2018누3111 판결
• 판결선고 / 2020.1.9.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안의 개요
가. 원고는 처인 소외인과 영국 런던에 유학생으로 체류 중이던 2009.4.경 소외인의 명의로 ○○○(인터넷 주소 생략)이라는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이하 ‘이 사건 쇼핑몰’이라고 한다)을 개설한 후 국내 소비자들이 이 사건 쇼핑몰에 접속하여 그곳에 게시된 영국산 의류, 신발, 가방 등 물품을 주문하면 원고가 영국 현지에서 이를 구입하여 국내 소비자들에게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 사건 쇼핑몰을 운영하였다.
나. 원고는 2009.8.14.부터 2012.3.17.까지 총 12,140회에 걸쳐 위와 같이 배송한 물품(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고 한다)에 대해 국내 소비자들을 납세의무자로 하여 관세법 제94조제4항에 따른 소액물품 감면대상에 해당한다고 수입신고를 하였다.
다. 피고는 원고가 위 과세기간 동안 영국에서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2012.11.19. 원고에게 관세 132,084,040원, 부가가치세 125,400,630원, 과소신고가산세(관세) 57,404,110원, 과소신고가산세(내국세) 60,809,040원을 각 부과·고지하였다(이하 이를 통틀어 ‘당초 부과처분’이라고 한다).
라. 한편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는 2012.4.12. 원고가 관세 부과 대상인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하여 국내 거주자에게 판매하였으면서도 세관에는 국내 거주자가 자가사용물품으로 수입하는 것처럼 신고하여 해당 물품에 부과될 관세를 부정한 방법으로 감면받았다는 공소사실에 따라 원고를 관세법위반죄로 기소하였다.
마. 이에 대하여 제1심(대구지방법원 2012고정3005)은 2015.2.11.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원고에게 벌금 24,282,000원을 선고하였으나, 항소심(대구지방법원 2015노714)은 2017.1.19. 이 사건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피고인이 아닌 국내 소비자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이 2017.5.31. 검사의 상고를 기각(2017도2867)함으로써 위 무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판결’이라고 한다).
바. 원고는 2017.7.18. 피고에게 관련 형사판결을 근거로 당초 부과처분에 대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어 납부한 세액이 과다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17.7.19. 원고에게 위 주장 사유는 관세법 제38조의3 제2항 또는 제3항에 의한 경정청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은 “납세의무자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납부한 세액이 과다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제2항에 따른 기간에도 불구하고 그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2개월 이내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납부한 세액의 경정을 세관장에게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관세법 시행령 제34조제2항제1호는 그 사유 중 하나로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화해나 그 밖의 행위를 포함한다)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둔 취지는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말미암아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로 하여금 그 사실을 증명하여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려는 데 있는바, 여기서 말하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중 관세법 시행령 제34조제2항제1호의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것으로 확정된 경우’는 최초의 신고 등이 이루어진 후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여 그에 관한 소송에서 판결에 의하여 그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됨으로써 최초의 신고 등이 정당하게 유지될 수 없게 된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9.7. 선고 2017두41740 판결 등 취지 참조).
나. 한편 형사사건의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제2항제1호에서 말하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제2항제1호는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를 규정하면서 소송의 유형을 특정하지 않은 채 ‘판결’이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적정한 처벌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해 발생한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라고 보기 어렵고, 형사사건의 확정판결만으로는 사법상 거래 또는 행위가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형사사건의 판결은 그에 의하여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2) 과세절차는 실질과세의 원칙 등에 따라 적정하고 공정한 과세를 위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을 확정하는 것인데 반하여, 형사소송절차는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기소된 공소사실을 심판대상으로 하여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설사 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 및 범칙소득금액을 확정하기 위한 형사소송절차라고 하더라도 과세절차와는 그 목적이 다르고 그 확정을 위한 절차도 별도로 규정되어 서로 상이하다.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의 취소 또는 무효 여부에 관하여 항변, 재항변 등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통하여 이를 확정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다.
3) 더욱이 형사소송절차에는 엄격한 증거법칙 하에서 증거능력이 제한되고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정도의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만 유죄의 인정을 할 수 있다. 따라서 형사소송에서의 무죄 판결은 그러한 증명이 없다는 의미일 뿐이지 공소사실의 부존재가 증명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대법원 1998.9.8. 선고 98다25368 판결, 대법원 2006.9.14. 선고 2006다27055 판결 등 참조).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다른 전제에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에게 무죄를 선고한 관련 형사판결에 의하여 당초 부과처분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즉 원고가 이 사건 물품을 해외 판매자로부터 수입하여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였다는 내용의 거래 또는 행위가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에는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의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서의 판결의 의미 및 범위, 후발적 경정청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안철상 노정희(주심) 김상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