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도급계약에서 목적물의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고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마쳤다면 일이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목적물이 완성되었다면 목적물의 하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와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개별 사건에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을 마쳤는지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2] 민법 제665조제1항은 도급계약에서 보수는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때 목적물의 인도는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목적물이 계약 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이다. 도급계약의 당사자들이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하여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보수를 지급한다.’고 정한 경우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보수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수급인의 목적물 인도의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검사 합격’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을 좌우하는 조건이 아니라 보수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이다. 따라서 수급인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한 다음 검사에 합격한 때 또는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때 보수지급청구권의 기한이 도래한다.
[3] 식각 장비 시스템(Glass Slimming System)의 제조·설치에 관하여 甲 주식회사가 乙 주식회사에 도급하고, 乙 회사가 丙 주식회사에 하도급을 하면서 제품은 견적서 등에 따라 제작하며, 중도금은 제품 입고 완료 후 14일 이내에, 잔금은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다음 달 말 지급하기로 하였으며, 이에 따라 丙 회사가 위 장비의 제작을 마치고 甲 회사의 공장에 이를 설치하기 시작하였는데, 乙 회사가 丙 회사에 견적서에서 정한 것과 다른 부품·수량으로 위 장비가 제작되었다면서 견적서에서 정한 대로 완전한 장비를 납품할 것을 요구한다고 통지하였고, 이에 丙 회사가 乙 회사에 중도금을 지급할 것과 남은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乙 회사가 이를 거부하고 위 하도급계약의 해제를 통보한 사안에서, 위 장비는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고, 丙 회사가 이를 완성하여 설치를 시작하였으나 乙 회사의 비협조로 설치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서 丙 회사로서는 위 하도급계약에서 예정한 최후 공정을 마쳤다고 볼 수 있으므로 견적서에 기재된 제조사·수량과 다른 PVC 플레이트(plate)와 노즐로 제작된 하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되고, 丙 회사는 위 하도급계약이 정한 대로 일을 완성하였으므로 잔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또한 위 하도급계약에서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잔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는데, 최종 검수의 완료·승인은 잔금 지급의 조건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이므로 丙 회사가 위 하도급계약에서 예정한 최후 공정을 마쳤는데도 乙 회사가 최종 검수를 거부하고 해제를 통보함으로써 ‘최종 검수 완료·승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어 잔금청구권의 이행기도 도래하였으므로, 乙 회사가 채권자지체에 빠졌는지 여부나 민법 제538조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丙 회사는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9.09.10. 선고 2017다272486, 272493 판결】
•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스이
• 피고(반소원고) / ○○○○비트 주식회사
• 피고(반소원고) 보조참가인, 상고인 / ○○레인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7.9.8. 선고 2015나2021866, 2021873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반소원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들은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기본적 사실관계
원심판결 이유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반소원고, 이하 ‘피고’라 한다) 보조참가인(이하 ‘보조참가인’이라 한다)은 피고를 통해 원고(반소피고, 이하 ‘원고’라 한다)로부터 식각 장비 시스템(Glass Slimming System, 이하 ‘이 사건 장비’라 한다)을 공급받기로 하였고, 피고는 2013.4.경 원고에게 구매의향서를 교부하였다.
이후 원고, 피고와 보조참가인은 여러 차례 이 사건 장비의 설계, 제조와 설치에 관해 회의를 하였고, 원고는 2013.5.29. 피고에게 이 사건 장비를 구성할 품목, 수량, 단가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견적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13.5.30. 원고에게 이 사건 장비 제조·설치에 관한 선급금으로 1,056,000,000원을 지급하였다.
나. 이 사건 장비의 제조·설치에 관하여, 보조참가인은 2013.6.20. 피고에게 대금 35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도급하였고, 피고는 2013.6.24. 원고에게 대금 32억 원(부가가치세 별도)에 하도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도급계약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제품은 견적서 등에 따라 제작한다. 중도금은 계약금액의 50%로 제품 입고 완료 후 14일 이내에, 잔금은 계약금액의 20%로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다음 달 말 지급한다. 납기일은 2013.7.30.로 정한다.
(2) 원고는 피고가 지정하는 장소에 제품을 인도한 후 즉시 설치작업에 착수하고 피고의 입회하에 시운전을 실시하여 피고에게 최종 검수를 요청해야 한다. 피고는 제품에 대하여 견적서, 그 밖에 합의된 평가 기준에 따라 최종 검사를 실시하고 합격 여부를 서면으로 통지한다.
(3) 원고는 제품이 견적서, 그 밖에 합의한 기준에 일치하고 정상적으로 작동되는 것을 보증한다. 원고는 피고의 최종 검수 합격일부터 1년간 제품의 제작·설치와 관련하여 발생한 일체의 하자를 무상으로 보수할 책임이 있다. 하자보증기간 동안 피고의 귀책사유 없이 발생한 하자로서 보수가 불가능한 하자가 존재할 경우 원고는 피고가 요구하는 기간까지 동일 제품을 무상으로 제작하여 교체해야 한다.
(4) 원고와 피고는, 계약 내용을 이행하지 않거나, 제품의 사양, 성능이 견적서 등 합의한 기준에 미달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는 경우(이하 ‘2호 사유’라 한다), 계약서 내용의 이행 거부를 직·간접으로 표시한 경우(이하 ‘5호 사유’라 한다) 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
다. 피고와 보조참가인은 2013.6.21.부터 2013.8.5.까지 여러 차례 원고의 공장에서 제작 중인 이 사건 장비를 검수하고 세부적인 요청사항에 관해 수시로 원고와 협의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장비 제작을 마치고 설치 일정 합의에 따라 2013.8.12. 보조참가인의 공장에 이 사건 장비를 설치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피고가 원고의 중도금 지급 요청에 응하지 않자, 원고는 2013.9.13. 피고에게 중도금 미지급을 이유로 이 사건 장비 설치작업을 중단한다고 통보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에게 견적서에서 정한 것과 다른 부품·수량으로 이 사건 장비가 제작되었다면서 견적서에서 정한 대로 완전한 장비를 납품할 것을 요구한다고 통지하였다. 원고는 이러한 통지를 받고 이 사건 장비 설치작업을 중단하였고 피고에게 그동안 작성된 회의록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첨부하여 보내면서 중도금을 지급할 것과 남은 업무를 마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후에도 원고가 수차례 이 사건 장비 설치작업의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원고의 요청을 거부하고 2013.11.20. 원고에게 2호, 5호 사유를 들어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한다고 통보하였다.
2. 이 사건 도급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는 주장(상고이유 제2, 3, 4점)
가.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도급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되었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1) 이 사건 장비는 견적서에 기재된 제조사·수량과 다른 PVC 플레이트(plate)와 노즐로 제작된 하자가 있다(이하 ‘이 사건 하자’라 한다). 피고는 샤프트(shaft) 역시 견적서와 달리 설치되었다고 주장하나, 여러 사정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의 승인 없이 견적서와 달리 설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장비의 PVC 플레이트 용접부분에 2014.2.10. 발견된 균열(crack)이 있으나,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할 당시 이러한 균열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이는 보조참가인의 공장에 공조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서 원고의 설계·제작 잘못으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2) 피고는 이 사건 장비 입고 전 검수 과정에서 이 사건 하자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이의를 하지 않았다. 견적서에 부품의 사양이 변경될 수 있다고 기재되어 있고 원고가 견적서에 기재되어 있지 않은 25개 항목을 추가하였으며 피고와 수차례 협의하여 견적서와 다른 사양의 부품으로 변경하기도 하는 등 견적서 사양과의 불일치를 두고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하자는 이 사건 장비의 성능이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하자는 원고가 부수적 채무를 불이행한 것에 불과하고, 이 사건 하자로 인해 이 사건 도급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호 사유는 적법한 해제사유가 될 수 없다.
(3) 이 사건 하자를 보수하려면 이 사건 장비를 다시 제작해야 할 정도의 과다한 비용이 드는 반면, 이 사건 하자는 성능이나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하자가 아니다. 따라서 피고는 이 사건 하자에 대한 보수를 청구할 수 없고, 원고가 보수청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하여 5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5호 사유도 적법한 해제사유가 될 수 없다.
나. 원심판결 이유를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주된 채무와 부수적 채무의 구별, 계약 해제사유의 존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본소 중 잔금 청구의 당부에 관한 주장(상고이유 제1점)
가. 도급계약에서 목적물의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고 당초 예정된 최후의 공정까지 마쳤다면 일이 완성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목적물이 완성되었다면 목적물의 하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와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다. 개별 사건에서 예정된 최후의 공정을 마쳤는지는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계약의 구체적 내용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04.9.23. 선고 2004다29217 판결, 대법원 2006.10.13. 선고 2004다21862 판결 등 참조).
민법 제665조제1항은 도급계약에서 보수는 완성된 목적물의 인도와 동시에 지급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때 목적물의 인도는 단순한 점유의 이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도급인이 목적물을 검사한 후 목적물이 계약 내용대로 완성되었음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시인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의미이다. 도급계약의 당사자들이 ‘수급인이 공급한 목적물을 도급인이 검사하여 합격하면,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그 보수를 지급한다.’고 정한 경우 도급인의 수급인에 대한 보수지급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수급인의 목적물 인도의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고 ‘검사 합격’은 법률행위의 효력 발생을 좌우하는 조건이 아니라 보수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이다. 따라서 수급인이 도급계약에서 정한 일을 완성한 다음 검사에 합격한 때 또는 검사 합격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된 때 보수지급청구권의 기한이 도래한다(대법원 2003.8.19. 선고 2003다24215 판결, 위 대법원 2004다21862 판결 등 참조).
나. 위에서 본 사실관계와 법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1) 이 사건 장비 제작 과정에서 피고와 보조참가인의 검수, 당사자들의 협의 경과, 원고가 이 사건 장비 제작을 마치고 설치 일정 합의에 따라 보조참가인의 공장에 설치를 시작한 이후 피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 해제를 통보하기까지의 경과, 이 사건 장비의 성능이나 안전성 하자 유무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장비는 주요구조부분이 약정된 대로 시공되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성능을 갖추었고 이 사건 장비를 완성하여 설치를 시작하였으나 피고의 비협조로 설치를 마치지 못한 것으로서 원고로서는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예정한 최후 공정을 마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하자는 하자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규정에 따라 처리하면 되고,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이 정한 대로 일을 완성하였으므로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
(2)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최종 검수 완료·승인 후’ 잔금을 지급하기로 정하였는데 최종 검수의 완료·승인은 잔금 지급의 조건이 아니라 불확정기한이다. 위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예정한 최후 공정을 마쳤는데도 피고가 최종 검수를 거부하고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제를 통보함으로써 ‘최종 검수 완료·승인’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정되었으므로 잔금청구권의 이행기도 도래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채권자지체에 빠졌는지 여부나 민법 제538조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는 잔금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다. 원심은, 원고의 설치작업 이행에 대한 피고의 수령거절로 원고가 이 사건 장비에 관한 피고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것이므로 원고는 이 사건 도급계약이 정한 최종 검수를 받을 의무를 면하고 잔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에는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적법한 이행제공 또는 일의 완성을 전제로 원고의 잔금 청구를 받아들인 원심의 결론은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권자지체, 민법 제538조제1항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4. 결론
보조참가인의 상고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