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나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를 위한 특별규정을 마련하였고, 다만 행정부가 수혜대상에 포함될 관련 종사자의 수, 재원의 마련 여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그 적용대상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제한적 열거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의 취지를 고려해 볼 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제한적으로 열거된 형태를 넘어서까지 보호범위를 확장해서는 안 될 것이나, 해당 종사자의 업무 명칭 등에 따라 이를 형식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업무의 내용, 업무 수행의 형태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그 요건 해당성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이 사건 사업장에서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를 수행한 망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25조제9호 소정의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주로 하나의 대리운전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결국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다.
◆ 서울행정법원 제7부 2018.12.13. 선고 2018구합65859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변론종결 / 2018.11.15.
<주 문>
1. 피고가 2017.5.16.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 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소외 B은 남원시 C에 있는 D이 운영하는 ‘E’이라는 상호의 대리운전업체(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서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자기 소유의 차량을 이용하여 대리운전기사를 대리운전 요청자가 있는 장소까지 이동시키거나 대리운전 요청자의 목적지에서 다른 장소 또는 사업장까지 이동시키는 것) 등을 수행하였다.
나. B은 2016.11.2. 20:10경 이 사건 사업장의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를 하던 중 남원시 F 소재 G슈퍼 앞 횡단보도에서 적색 신호임에도 무단으로 횡단하다가 소외 H이 운전하던 I 쏘나타 차량과 충격하여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하고, B을 ‘망인’이라 한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이 사건 사고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의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8.5.16. “원고는 대리운전기사 픽업기사(이하 ‘픽업기사’라 한다)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법’이라 한다) 시행령 제125조제9호 소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와 사용종속적인 관계에 있지 아니하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지급하지 아니하기로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여부
가. 원고의 주장
주위적으로, 망인은 법 시행령 제125조제9호에서 규정하는 ‘주로 하나의 대리운전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 받아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해당하고, 예비적으로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망인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규정 등
법 제125조제1항, 제2항 본문은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자로서,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고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이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 한다)는 이 법을 적용할 때 그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른 법 시행령 제125조제9호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하나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주로 하나의 대리운전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로 하나의 사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퀵서비스 또는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의 기준(퀵서비스기사 및 대리운전기사의 전속성 기준)」(고용노동부 고시 제2017-21호)은 대리운전기사의 전속성 기준에 대하여 ‘서면 약정을 통해 소속(등록) 업체 이외의 다른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람’(제1항) 또는 ‘하나의 대리운전업체에 소속(등록)되어 그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하면서 부분적으로 다른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 당하는 사람’(제2항)을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2항 각 호에서 ‘소속(등록)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우선적으로 수행하기로 약정한 사람’(가.호), ‘대리운전 관제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대리운전업체에 소속(등록)되어 그 업체의 대리운전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나.호)을 규정하고 있다.
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는 아니하나 업무상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 종사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를 위한 특별규정을 마련하였고, 다만 행정부가 수혜대상에 포함될 관련 종사자의 수, 재원의 마련 여부, 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그 적용대상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에 위임하여 제한적 열거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의 취지를 고려해 볼 때,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제한적으로 열거된 형태를 넘어서까지 보호범위를 확장해서는 안 될 것이나, 해당 종사자의 업무 명칭 등에 따라 이를 형식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업무의 내용, 업무 수행의 형태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그 요건 해당성을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8.4.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등 참조).
2) 쟁점
이 사건에서 망인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하나인 법 시행령 제125조제9호 소정의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 주로 하나의 대리운전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되는바, 이와 관련하여 이하에서 ㉠ 망인이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 나아가 ㉡ ‘주로 하나의 대리운전업자로부터 업무를 의뢰받아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 즉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전속성’ 요건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차례로 본다.
3) 판단
가) 망인이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본 사실과 증거 및 갑 제6 내지 13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1호증, 을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정을 앞서 본 관련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업장에서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를 수행한 망인은 법 시행령 제125조제9호 소정의 ‘대리운전업무를 하는 사람’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① 이 사건 사업장이 소재한 남원시의 대중교통수단은 버스가 유일한데, 대리운전 요청이 많은 심야에는 버스도 이용하기 어려웠는바, 이에 이 사건 사업장은 2016.6.경부터 상시 약 3인의 대리운전기사 및 약 3인의 픽업기사(망인 포함)를 두면서, 픽업기사들이 대리운전기사와 같은 노선으로 주행하여 미리 목적지에 도착해 있거나 대리운전기사가 운전하는 차량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픽업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다. 위와 같은 사업장 소재지의 대중교통수단 이용가능성, 픽업업무의 수행 형태 및 대리 운전업무가 주로 심야에 이루어지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업장의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가 필수 불가결한 것으로 보인다.
② 망인을 비롯한 이 사건 사업장의 픽업기사들은, 대리운전기사가 고객으로 부터 대리운전비용을 수령하면 그 중 사업주에게 지급할 대리운전 요청전화(소위 ‘콜’) 수신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안분하였는바, 이처럼 대리운전비용뿐만 아니라 픽업 비용도 대리운전업무의 양에 비례하도록 정한 점 및 앞서 본 이 사건 사업장의 픽업업무의 수행 형태 등을 고려하여 보면, 이 사건 사업장의 대리운전업무는 그 사업장에 속한 대리운전기사와 픽업기사가 마치 하나의 팀과 같은 형태로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 내 대리운전기사들만을 상대로 자가용자동차를 운송용으로 제공한 이상, 이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금지하는 무면허 여객자동차운송사업으로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1.10.12. 선고 99도4780 판결 등 참조)].
③ 이 사건 사업장의 픽업기사들은 픽업업무만을 담당한 것이 아니라, 대리운전 요청이 많아 대리운전기사가 부족할 때에는 대리운전업무를 병행하기도 하고 사업주가 전담하는 콜 수신 업무를 사업주 부재시 수행하기도 하였는바, 이 사건 사업장의 픽업기사의 업무와 대리운전기사의 업무가 명확히 구별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다만, 망인은 픽업업무와 콜 수신 업무를 주로 병행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을 제외한 다른 픽업기사들이 픽업업무와 대리운전업무를 병행한 것으로 보이나{갑 제14호증(J의 진술서)의 기재에 의하면, 망인이 픽업업무 외에 대리운전업무도 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으나, J은 망인의 아들로, 최초 조사 당시에는 망인이 대리운전업무를 하지는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을 제4호증) 등에 비추어 보면, 갑 제14호증의 기재는 이를 믿기 어렵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사업장이 비교적 소규모의 대리운전업체로, 상황에 따라 본인이 전담하는 역할 외에 다른 역할을 병행하였고, 망인 외 다른 픽업 기사들이 픽업업무 외에 대리운전업무를 병행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망인이 대리운전업무가 아닌 콜 수신 업무만을 병행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이 사건 사업장의 픽업기사의 업무와 대리운전기사의 업무가 명확히 구별되지 않는다고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다].
④ 앞서 본 이 사건 사업장의 대리운전업무 수행 형태, 수익정산방식, 대리운전기사와 픽업기사의 업무내용 구별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업장의 경우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는 대리운전업무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전속성’ 요건 인정 여부
나아가 앞서 든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사업장은 대리운전 관제프로그램(대리운전 정보의 수집·저장·작성·검색 및 통신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는 대리운전업체이고, 망인은 이 사건 사업장에 소속되어 그 업체의 대리운전 기사 픽업업무만을 수행하였을 뿐, 다른 사업장의 대리운전기사 픽업업무를 수행하지 아니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여기에 앞서 본 관련 규정의 내용을 더하여 보면 망인에 대하여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전속성’ 요건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라. 소결
결국 망인은 법 시행령 제125조제9호 소정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바,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고, 이 부분을 지적하는 원고의 주위적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예비적 주장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함상훈(재판장) 배윤경 김남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