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는 자신이 불러 모은 팀원들과 함께 이 사건 공사 현장에 가서 ○○○가 ○○건설에 공급한 단열자재를 부착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단열재 등 자재의 구입비용은 원고가 부담하지 않았다. 원고와 다른 인부들은 공사 도면을 건네받거나 이를 보지 못한 반면, ○○건설의 현장작업지시자들은 도면을 보면서 원고와 다른 인부들에게 단열재 부착 장소, 시공 방법 등에 관한 지시를 하였고, 원고 등은 그에 따라 단열재 시공 작업을 하였는 바,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① 원고는 이 사건 공사의 원수급자인 ○○건설에 단열재를 납품한 ○○○로부터 단열재 시공 작업을 해 줄 것을 요청받고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하였다. 공사에 사용된 단열재 등 자재의 구입비용도 원고가 부담한 것은 아니다.
② ○○건설의 현장작업지시자들은 원고에게 작업현장의 도면을 건네주거나 보여주지 않고 단열재 부착 위치와 방법 등 원고가 수행하여야 할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을 직접 지시하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원고와 그 팀원들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건설 또는 ○○○의 지시에 따라 단열재 시공 업무를 수행하고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기로 하였다. 원고와 그 팀원들이 지급받기로 한 보수는 그 산정 경위 등에 비추어 시공면적보다는 공사에 투입될 인력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보여 근로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이 커 보인다.
④ 이 사건 공사 이전에 원고가 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한 적이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
◆ 대법원 2018.8.30. 선고 2018두43330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 상고인 / ○○○
♣ 피고, 피상고인 / 근로복지공단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8.4.24. 선고 2017누757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9.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의 사실을 알 수 있다.
(1) ○○건설 주식회사(이하 ‘○○건설’이라고 한다)는 ○○○으로부터 ○○○ 지상 동식물관련 신축공사를 도급받고, ○○아이앤씨를 운영하는 ○○○와 사이에 위 신축공사 중 천장 열반사 단열재 납품 및 시공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2) 원고는 ○○○와 사이에 시공면적 400㎡를 기준으로 하여 하루 동안 위 천장 단열재 시공 작업(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을 수행하기로 약정하였다. 이 사건 공사 수행에 관한 보수는 총 다섯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바탕으로 이를 면적당 금액으로 환산하여 1㎡당 3,000원으로 산정하였다.
(3) 원고는 2016.9.23. 자신이 불러 모은 팀원들인 ○○○, ○○○, ○○○, ○○○과 함께 이 사건 공사 현장에 가서 ○○○가 ○○건설에 공급한 단열자재를 부착하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단열재 등 자재의 구입비용은 원고가 부담하지 않았다. 원고와 다른 인부들은 공사 도면을 건네받거나 이를 보지 못한 반면, ○○건설의 현장작업지시자들은 도면을 보면서 원고와 다른 인부들에게 단열재 부착 장소, 시공 방법 등에 관한 지시를 하였고, 원고 등은 그에 따라 단열재 시공 작업을 하였다.
(4) 같은 날 원고는 ○○건설의 현장작업지시자들의 지시에 따라 1층 퇴비사 천장 데크에 단열재 부착작업을 하기 위하여 ○○○과 함께 샌드위치판넬 지붕 위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중 지붕이 무너지면서 2.7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이 사건 사고로 원고는 우측 후두골 두개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5) 한편 원고는 이 사건 공사 이전에 ‘○○○○’이라는 상호로 단열공사 사업자등록을 마친 후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하여 왔는데, 원고와 팀원들이 공사현장에서 일하고 받은 보수가 매출(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단열공사 작업의 일당 보수는 공사현장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팀장인 원고는 25만 원을, 팀원인 다른 인부들은 경력이나 숙련도에 따라 14만 원 내지 18만 원을 받았다(지방에서 이루어지는 공사의 경우 팀장은 5만 원, 팀원은 3만 원의 일당이 추가되었다).
(6) 원고는 단열공사에 투입된 인력 전체의 보수를 일괄하여 받은 다음 팀원들에게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고, 공사업체로부터 원고를 포함한 인부들 각자의 계좌로 보수가 직접 지급되기도 하였다.
(7)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 원고는 ○○○로부터 원고의 일당 30만 원을 포함하여 합계 120만 원을 일괄하여 받은 다음 팀원들에게도 일당을 지급하기로 하였다.
나. 이러한 사실관계와 함께 기록을 통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1) 원고는 이 사건 공사의 원수급자인 ○○건설에 단열재를 납품한 ○○○로부터 단열재 시공 작업을 해 줄 것을 요청받고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하였다. 공사에 사용된 단열재 등 자재의 구입비용도 원고가 부담한 것은 아니다.
(2) ○○건설의 현장작업지시자들은 원고에게 작업현장의 도면을 건네주거나 보여주지 않고 단열재 부착 위치와 방법 등 원고가 수행하여야 할 구체적인 업무의 내용을 직접 지시하는 등 업무 수행 과정에서 원고와 그 팀원들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보인다.
(3) 원고는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건설 또는 ○○○의 지시에 따라 단열재 시공 업무를 수행하고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기로 하였다. 원고와 그 팀원들이 지급받기로 한 보수는 그 산정 경위 등에 비추어 시공면적보다는 공사에 투입될 인력을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보여 근로제공 자체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이 커 보인다.
(4) 이 사건 공사 이전에 원고가 사업자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를 신고·납부한 적이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더구나 원고는 이 사건 공사와 관련하여서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도 않았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원고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 또는 ○○건설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의 근로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 박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