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망인을 둘러싼 주위상황 등에 관한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망인에게 자살을 선택할만한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다른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사정들을 함께 참작하여 보면, 망인이 자살 직전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비록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서울행정법원 제132018.07.26. 선고 2017구합1711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원 고 / A

피 고 / 근로복지공단

변론종결 / 2018.06.14.

 

<주 문>

1. 피고가 2016.6.3. 원고에게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 원고의 남편인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2000.12.12. C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 원주지점(이하 이 사건 지점이라 한다)에 입사하여 이 사건 회사에서 생산되는 각종 음료 영업과 관련하여 거래처 방문 후 판매, 미수금 및 거래처 관리업무 등을 수행하였다.

. 망인은 2014.5.29. 이 사건 회사에 출근하였으나, 2014.5.30. 이 사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고, 2014.6.2. 15:15경 원주시 ○○동 소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인근 공터에서 승용차 안에 스스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채로 발견되었다.

. 원고는 2015.10.12.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16.6.3. ‘회사의 영업형태로 인해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으나 관행적으로 행해져 망인이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보이고 정신적 혼란을 유발할 정도의 업무상 만성적 스트레스나 급격한 업무 환경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고 오히려 개인적 판단에 의한 금전적 손실이나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 등으로 경제적 압박이 심해지면서 자살하게 된 것으로 업무관련성이 낮다는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결과에 따라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6.9.경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였고, 이에 원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16.11.25. 원고의 재심사 청구를 기각하는 재결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 10, 11, 14, 17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 원고의 주장

망인은 사망 당시 만성적인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심리적 저항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이었고 2014.5.말 결제해야 할 전산상 미수금은 52,032,751원으로 고액이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동료 및 대부업체로부터 돈을 빌리려고 시도하였으나 결국 결제하지 못하였고 보이스피싱 사기까지 당하게 되자 자괴감, 극도의 혼란, 정신적인 충격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인 점, 이 사건 지점은 망인에게 과도한 실적을 부여한 뒤 미수금을 변제하도록 강요하였고 망인은 생계유지를 위해 회사의 부당한 지시를 이행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로 인하여 채무를 지게 된 것이고 망인이 당한 보이스피싱 사기는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나 망인은 당시 월말 거래대금 회수에 따른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였고 거래대금 결제 해결을 위한 행위였으므로 업무관련성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 인정사실

1) 망인의 업무 내용 및 근무시간 등

) 망인은 2008.2.1.부터 부판매원으로서, 2008.11.1.부터 정배송사원으로서, 2009.1.1.부터 이 사건 회사에서 생산되는 각종 음료 영업과 관련하여 거래처 방문 후 판매, 미수금 및 거래처 관리 등의 업무를 주로 수행하였다. 망인은 일정한 거래처 지역을 맡아 방문하여 제품진열, 창고정리 및 주문판매를 하였고 회사에서 지정한 월 목표액과 실적을 비교함에 따라 월말에는 거래처에 수금하러 다녔다.

) 망인의 통상적인 근무시간은 07:30부터 20:30까지이고, 12:00부터 13:00까지는 점심식사 및 휴식시간이며, 18:00부터 19:00까지는 저녁식사 및 휴식시간이었다. 일요일은 휴무였고, 토요일은 격주로 휴무였다.

2) 망인 주변인의 진술

) 망인의 동료 근로자의 진술

망인의 동료 근로자는 피고의 유선 조사 과정에서 영업목표는 개인별로 부여하고 그 개인별 합이 팀의 목표치가 된다. 목표부여는 과거 1년치 평균, 담당 지역, 거래처별 매출을 근거로 개인별로 다르게 부여하고 성수기와 비수기도 다르게 부여된다. 매년 신장된 목표가 부여되어 힘든 건 사실이다’, ‘목표와 상관없이 기본급은 나오며 목표대비 실적 미달 시 판매수당을 덜 받게 되고 100% 달성 시에는 판매수당 외 인센티브를 수령하게 되고 목표부여는 월 목표를 정하긴 하는데 매주 판매 계획을 세우고 셋째 주 정도 되면 실적점검을 통해 달성 정도를 확인한다’, ‘지점장이 실적을 위해 욕설 등 인격 모독을 하는 상황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지점 실적관리 때문에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다른 영업장보다 실적이 적거나 거래처 관리에 문제가 있을 때 주로 욕설 등 힘든 상황이 생기곤 하고 보통 매주 있는 일이며 다른 직원들도 실적 관리를 위해 비슷하게 겪는 일이다’, ‘직원들 간 개인적으로 돈을 빌리거나 하는데 실적 때문에 업무적으로 돈을 빌리거나 갚고 하는 거래가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있다. 망인의 사망 직전 정상적 거래처에 잡혀 있는 미수금은 약 8,000만 원에서 9,000만 원 정도인 것 같고, 무자료 거래는 잘 모르며, 망인의 사망 이후 실제 입금거래 내역이 맞지 않아 1,500만 원 정도를 회사에서 보증보험을 통해 정리하였다’, ‘가판(가상판매를 의미한다)이라 해서 회사에는 판매할 걸로 보고하고 이후 회사 창고가 아닌 별도의 공간에 음료를 가져다 높은 뒤 덤핑으로 파는 경우가 있는데 단가보다는 싸게 팔고 영업사원이 차액을 감수하는 형태로 개개 사원별로 이루어져 망인의 경우에 대해서는 자세 히 모른다’, ‘망인의 월 실적 목표는 여름철의 경우 14,000만 원에서 15,000만 원 정도, 겨울철의 경우 9,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 된다. 망인은 최소 85~90%는 달성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 망인의 사업장에서 작성한 확인서

이 사건 회사는 2015.11.이 사건 지점의 2014.5.경 월 목표(단위 : 천 원), 순매출(단위 : 천 원), 달성율(단위 : %)D의 경우 116,068, 119,338, 102.8, E의 경우 129,000, 132,145, 102.4, F의 경우 228,000, 231,489, 101.5, 망인의 경우 126,000, 115,250, 91.5였다’, ‘망인의 사망 직전 거래처 미수차액은 15,377,373, 가판물량은 2,617,548원이었다’, ‘사망 이후 미수금은 불량채권으로 보고하여 본사 채권담당으로 이관되었다’, ‘망인은 과거에 미수금을 감당하지 못해 잠적했던 사실이 있다. 2012.3.1.부터 3일간 잠적했었다는 취지로 기재된 재해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 이 사건 지점의 지점장 G의 진술

이 사건 지점의 지점장이었던 G2014.6.2. 원주경찰서에서 변사자를 발견한 사람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망인은 원주 H, I, J동을 맡아서 주문을 받아 판매를 하는 영업일을 하였다’, ‘망인은 2014.5.29. 영업활동을 하던 중 직원들 3~4명한테 돈을 좀 빌려달라고 연락을 하였고 그 중 1명이 280만 원을 빌려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영업 마감시간이 되었는데 들어오지는 않고 연락도 되지 않는 사태라서 가족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저희 일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외상거래를 하다 보니 월말에 딱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그런데 망인은 다른 직원들보다 조금 더 월말 거래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이번에 다 계산을 해보니 약 1,500만 원 구멍이 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것 때문에 부담감을 갖은 것 같다’, ‘망인이 회사에 갚아야 하는 금액이 위 1,500만 원 상당 외 더 있는지에 관하여는 경황이 없어서 아직 확인된 것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 원고의 진술

(1) 원고는 2014.6.2. 원주경찰서에서 망인의 유족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망인과 마지막 통화를 한 것은 2014.5.29. 13:00경이다. 200만 원만 빨리 구해보라고 연락이 왔고 약 30분 정도 뒤에 해결되었다고 하면서 다시 연락이 왔다. 거래처가 입금을 해야 하는데 입금이 안 되어서 200만 원을 회사에 입금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연봉이 약 5,000~6,000만 원 정도 되고, 실수령액은 그 보다 조금 적다’, ‘망인은 거래처에서 3,800만 원 정도를 받아야 되고, 지인에게서 2,000만 원 정도를 받아야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 중 3,800만 원에 대하여는 소송을 진행하려는 중이었다. 그 이외에 망인의 채권, 채무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은 없다’, ‘망인이 다른 사람과 다투거나 원한을 사거나 한 것은 없다. 오히려 그런 자리가 있다면 피한다’, ‘망인은 회사에서 하는 일에 대하여 조금만 알리는 편이었다. 그 일이 스트레스가 많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2) 원고는 2015.11.평상 시 건강상태는 양호하였다’, ‘월말 거래정산이 맞지 않았고 미수금 금액이 컸고 미수금을 채워야 하는데 금전적으로 해결하지 못할 상황으로 부담감을 느꼈다’, ‘사망하기 며칠 전부터 미수금을 회수하기 위해 거래처에 전화를 했지만 결국 회수하지 못하였고 다가오는 월말 정산으로 금전적 부담을 느꼈고 직장 동료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 물어보고 제2금융권에 문의하여 대출을 실행하려 하였으나 월말정산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한계상황을 인식하면서 작업하였다는 취지로 기재된 재해사실확인서를 제출하였다.

) 피고의 조사 과정에서 원고 측이 작성한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표 생략>

3) 망인의 사망 무렵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메시지, 전화통화 내역 및 계좌이체 내역

) 망인은 2014.5.19. 20:22‘N’이라는 카카오톡 닉네임의 지인으로부터 어느 계좌로 보낼까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자 위 지인에게 망인의 계좌번호가 기재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2014.5.27. 위 지인으로부터 13:16여신걸렸다 출고 안 되 빨해야겠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13:51경 위 지인에게 삼십분이씀 지점 드가야 되는데 부탁할게라며 자신의 계좌번호가 기재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 망인은 2014.5.27. 16:37경부터 2014.5.29. 12:08경까지 L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돈이 급하니 빨리 입금해달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망인은 ◇◇대부 주식회사(이하 ◇◇대부라 한다. 연락처 : 000-000-0000)로 부터 2014.5.29. 13:06‘2,000,000원 정상입금처리완료. 남은 현재 잔액 18,034,472원입니다. ◇◇대부는 고객님께 어떠한 형태로도 완납에 대한 개별적인 전화(ARS전화 포함) 절대 드리지 않으니, <완납금융사기>에 주의해 주십시오. ◇◇대부라는 문자메시지를, 2014.5.29. 14:44‘2,000,000원 정상입금처리완료. 남은 현재 잔액 18,034,472원입니다. ◇◇대부는 고객님께 어떠한 형태로도 완납에 대한 개별적인 전화(ARS전화 포함) 절대 드리지 않으니, <완납금융사기>에 주의해 주십시오. ◇◇대부라는 문자 메시지를, 2014.5.29. 14:53지점주소안내입니다. --- ◇◇대부라는 문자메시지를 각 받았다.

) 망인은 2014.5.29. 14:59경 전화번호 O로부터 당일전산처리 송금계좌안내입니다. 새마을(◇◇) M P 2,000,000◇◇대부라는 보이스피싱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 망인은 망인의 농협은행 계좌(계좌번호 Q)를 통해 2014.5.29. 13:05R로부터 200만 원을 이체받았고, 13:06200만 원을, 14:44200만 원을 각 ◇◇대부 측 계좌에 이체하였으며, 17:02◇◇대부로부터 200만 원을 계좌이체로 돌려받았고, 17:05M 명의의 계좌에 200만 원을 이체하였다.

) 망인은 2014.5.29. 18:19◇◇대부에 전화를 걸어 433초 동안 통화를 하였고, 18:24112에 전화를 걸어 632초 동안 통화를 하였다.

) 망인의 위 농협은행 계좌는 월말이 되면 잔고가 거의 남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었다.

4) 망인의 기존 질환 및 건강 상태

) 망인의 2004.1.부터 사망 전까지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에 의하면 치핵, 담음위환통, 상지부염좌, 감염성피부염, 아래허리통증 등의 상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이 확인되고, 정신과적 상병으로 진료를 받은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 망인은 2012.9.18.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정기적 간기능 검사 요망, 이상지질혈증 관리, 식이요법 요망, 정기적 혈압 측정 요망, 비만상태 체중조절 요망이라는 소견을, 2013.9.10.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이상지질혈증 의심 상담 및 추적검사 요망, 비만상태 체중조절 요망이라는 소견을 각 받았다.

) 원고의 진술에 의하면 망인은 하루 5개비 정도의 담배를 피우고, 일주일에 1~2회 정도 음주를 하였으며, 주량은 소주 1병 반 정도였다.

5) 망인의 사망원인 등에 관한 의학적 소견

이 법원의 감정촉탁에 따라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S은 아래와 같은 감정 결과를 내었다. <표 생략>

6) 이 사건 회사의 영업사원들의 영업형태에 관한 언론 보도 내용

) 언론사 T2006.5.21. “음료업계에 관행처럼 퍼져 있는 영업사원의 덤핑판매로 입은 손해액의 절반은 회사 측이 책임져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는 C의 전 영업사원 U 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의 판결문에서 회사 측이 일부 품목에 대해 덤핑판매를 허용한 사실과 U씨의 지점장이 판매실적 제고를 위해 덤핑판매를 부추긴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1인당 1~3억 원인 영업사원의 월 매출 목표는 시장 상황에 비춰 정상적 방법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영업사원들은 할인가격에 판매를 하더라도 판매실적 보고에 사용되는 전산입력기에는 정상 가격으로만 입력하게 돼 있어 전산상 미수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업사원이 상자당 최고 1,400원을 떠안아야 한다는 계산이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 언론사 V2007.8.10. “C이 춘천지점 영업사원 U씨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과 관련, 최근 춘천지방법원 판사는 ‘U씨의 행위가 C의 독려 내지는 묵인 아래 덤핑판매에 이르게 된 것으로 C이 지정해주는 정산할인가격으로만 공급해야 할 임무에 위배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C은 각 지점 별로 매출 및 수금 목표를 정하고 지점에서는 지점장 등이 인사고과, 보직 등으로 심리적 압박을 가해 영업사원별로 목표를 정해 달성하도록 독려했으나 그 목표 자체가 시장 여건에 비춰 볼 때 과도한 것이었다. 또 시장유통가격이 C이 지정한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보다 현저히 낮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이를 달성할 수 없었다”, “판사는 ‘C은 각 지점이나 판매사원들의 가판액 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정기적으로 파악하는 등의 사실을 볼 때 공식적인 문서나 지시로는 가판, 덤핑판매를 금지한다고 하면서 일부 판매사원들에게 전산상 입력된 미수금과 실제 미수금과의 차액을 횡령 내지 배임을 이유로 요구했다고 말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5, 7, 8, 12, 13, 16, 18 내지 20, 22, 23, 25, 29 내지 31호증, 을 제1, 3, 4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고려대학교 안산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에,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11.13. 선고 201217070 판결 참조).

2) 앞서 본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이 사건 지점은 과거 1년치 평균, 담당 지역, 거래처별 매출 등을 고려해 영업사원 별로 월 판매 목표치를 설정하였고, 이 사건 지점의 영업사원들은 월말마다 월 매출액을 정산하여 월 목표치 달성 여부 및 월 목표치 달성률을 점검받았으며 월 목표치를 100% 달성하면 판매수당 전액과 인센티브를 지급받았던 반면 월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판매수당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였고 월 목표치 달성률이 다른 지점 또는 다른 영업사원에 비해 저조한 경우에는 지점장으로부터 욕설 등 비인격적 대우를 받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이 사건 지점의 영업사원들은 월 목표치 달성 문제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고 특히 월 매출액을 정산하고 월 목표치 달성 여부 및 달성률을 점검받는 월말에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지점의 영업사원들은 다른 지점이나 다른 영업사원에 비해 월 목표치 달성률이 저조한 상황인 경우 실제로 판매하지 않은 물품을 서류상으로만 판매한 것처럼 기재하여 회사에 보고하고 그 매매대금은 미수금으로 처리하는 이른바 가판의 방법을 통하여 월 목표치 달성률을 변칙적으로 끌어 올렸고, 이렇게 가판의 방법을 통하여 서류상 판매한 것으로 처리된 물품들은 별도로 보관하다가 정상적인 판매가 되지 않아 회사의 수금 독촉이 지속되면 도매상에게 헐값에 덤핑판매되곤 하였으며, 위와 같이 가판한 물품들은 정상적인 가격에 판매되든 덤핑판매되든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무자료 거래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고 이를 매수한 곳에서 무자료 거래임을 약점으로 잡아 그 판매대금이 제대로 회수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가판한 물품들을 덤핑판매한 경우에는 그 판매대금이 제대로 회수되더라도 서류상 보고된 판매 단가와 실제로 덤핑판매 된 판매 단가의 차액을 영업사원이 일시적 또는 최종적으로 부담하여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판을 통한 거래가 아닌 정상적인 거래의 경우에도 외상거래가 빈번하여 그 미수금이 상당 기간 변제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지점 영업사원들의 상황에 비추어 망인의 사망 무렵 카카오톡 메시지, 문자메시지, 전화통화 내역 및 계좌이체 내역을 이 사건 확인서에 기재된 내용과 함께 살펴보면, 망인은 월 매출액을 정산하고 월 목표치 달성 여부 및 달성률을 점검하는 월말이 다가오면 다른 직원에게서 돈을 빌리거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외상 거래한 물품 또는 가판한 물품으로 인한 미수금 문제, 가판한 물품을 덤핑판매하여 발생한 서류상 판매액과의 차이 문제 등을 임시방편적으로 해결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고, 2014.5. 말경에는 위와 같은 미수금 문제와 덤핑판매된 물품의 차액 문제가 해결 되지 않은 채 일시적인 자금융통이 반복되고 이렇게 융통한 자금 중 변제기가 도래한 부분을 변제하기 위한 또 다른 자금융통이 반복되어 통장잔고가 남지 않는 자금경색의 위기까지 겪게 되었던 것으로 보이며, 월말 매출액 정산, 월 목표치 달성 점검이 다가올수록 이로 인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급속하게 증폭되어 2014.5.29.에는 ◇◇대부에서 대출받은 200만 원을 13:06경 상환하였음에도 그로부터 2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14:44경 위와 같은 대출금 상환 사실을 잊어버린 채 다시 200만 원을 ◇◇대부 측에 입금하였고 그 직후인 14:59◇◇대부 명의의 200만 원 입금 요청 문자가 오자 위 문자에 기재된 계좌번호와 그 명의자가 기존에 ◇◇대부에 입금한 계좌와 다른 것이었음에도 또다시 위 문자에 기재된 계좌에 200만 원을 입금하는 등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및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망인은 같은 날 18:19◇◇대부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14:59경 받은 ◇◇대부 명의의 200만 원 입금 요청 문자가 ◇◇대부를 사칭한 사기행위임을 알게 되자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고 2014.5.의 월말 정산이 다가오면서 겪게 된 앞서 본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증폭되어 자살을 결행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망인에게 가한 긴장도 내지 중압감의 정도와 지속시간, 망인의 신체적정신적 상황과 망인을 둘러싼 주위상황 등에 관한 여러 사정들과 아울러, 망인에게 자살을 선택할만한 동기나 계기가 될 수 있을 정도의 다른 사유가 나타나 있지 아니한 사정들을 함께 참작하여 보면, 망인이 자살 직전 업무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여지가 충분하다.

따라서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비록 망인의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망인이 개인적인 채무와 보이스피싱 사고가 촉발제가 되어 신병비관으로 이어져 자살하게 된 것으로 보여질 뿐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발생하였거나 정신착란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망인의 업무와 사망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S이 망인에게 우울증이라고 진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을 밝히고 있기는 하나, 이는 우울증 진단이 주관적인 감정과 호소를 주요하게 고려하는 반면 자신의 어려움을 타인에게 호소하지 않는 망인의 성격상 망인이 겪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자료가 부족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일 뿐인 점, 망인의 개인적인 채무는 월말 정산을 앞두고 외상거래한 물품 또는 가판한 물품으로 인한 미수금 문제, 가판한 물품을 덤핑판매하여 발생한 서류상 판매액과의 차이 문제 등을 일시적으로라도 해결하기 위한 자금 융통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발생된 것으로서 망인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고, 망인이 ◇◇대부를 사칭한 입금 유도 문자메시지에 사기를 당한 것도 역시 위와 같이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대부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것으로 이것 역시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할 것인 점, 위 의사 S은 망인이 월말 정산이 다가왔는데도 채무를 상환할 방도를 구하지 못하여 몹시 다급해져 집중력,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에서 사기를 당하여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는 생각에 압도된 채 절망 속에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의학적 소견도 밝히고 있는 점 등을 앞서 본 사정들과 함께 종합하여 보면,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국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진현(재판장) 방진형 이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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