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6.1.14. 선고 2013다53212,53229 판결 [용역비·손해배상(기)]
♣ 원고(반소피고, 재심피고), 피상고인 :
♣ 피고(반소원고, 재심원고), 상고인 : 주식회사 ○○메탈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3.6.13. 선고 2012재나1351, 1368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의 판단
가. 재심대상판결의 확정
원고는 2005.7.8. 피고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 2005가합10945(본소)호로 기계 수리대금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고, 피고는 같은 법원 2005가합20409(반소)호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같은 법원은 2006.11.3. 원고의 본소청구를 기각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하 ‘제1심판결’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였다.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 2006나114715(본소)호, 2006나114722(반소)호로 항소하였는데, 같은 법원은 2009.1.16.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본소청구를 대부분 인용하고, 피고의 반소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이하 ‘재심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은 2009.5.14. 피고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재심대상판결이 확정되었다.
재심대상판결에서, 원고는 수리대금을 1억 2,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정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고, 피고는 수리대금을 2,000만 원(부가가치세 별도)으로 정한 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다투었는바, 법원은 증인 소외 1의 증언 등을 기초로 수리대금이 1억 2,000만 원이라고 판단하였다.
나. 소외 1의 위증죄 확정판결
인천지방법원은 2012.10.19. 2012노1642호로 증인 소외 1은 ‘원고가 2005.6.10. 피고에게 기술용역비 1억 원을 포함하여 합계 1억 2,000만 원이 기재된 견적서를 팩스로 보내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면서도 보았다고 허위로 증언하였다’는 이유로 징역 8개월, 원고는 그 위증을 교사하였다는 이유로 징역 10개월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그 판결은 그 무렵 확정되었다.
다. 피고의 재심청구와 원심의 판단
피고는 이 사건 재심사유로, 재심대상판결은 증인 소외 1에 대하여 위증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으므로 재심대상판결에는 민사소송법 제451조제1항제7호에 해당하는 재심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 재심청구를 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재심대상판결이 증거로 채택한 증인 소외 1의 진술부분에 대하여 위증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지만 그 거짓 진술 부분을 제외한 다른 증거들에 의하여 재심대상판결이 인정한 바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어, 소외 1의 위증이 판결 주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피고가 주장하는 위 사유는 민사소송법 제451조제1항제7호 소정의 재심사유로 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피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민사소송법 제451조제1항제7호에서 정한 재심사유인 ‘증인의 거짓 진술이 판결의 증거가 된 때’는 그 거짓 진술이 판결 주문에 영향을 미치는 사실인정의 직접적 또는 간접적인 자료로 제공되어 그 거짓 진술이 없었더라면 판결의 주문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개연성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14.4.10. 선고 2012다20230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기계(철망 생산기계, 품명: EXPANDED METAL M/C, 규격: 6T×2000L)는 당초 원고가 사용하다가 2002.1.20. 피고에게 매도한 것인데, 당시 매매대금이 1억 2,000만 원이었다.
2) 피고는 이 사건 기계를 사용하다가 고장이 발생하여 2005.6.1. 원고에게 그 수리를 의뢰하였는데, 당시 수리대금 등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관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는 아니하였다. 원고는 2005.6.17. 수리를 완료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2005.6.18. 수리대금 2,200만 원을 지급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수리대금이 1억 2,000만 원이라고 하면서 피고가 수리대금을 미납하였다고 주장하였다.
3) 재심대상판결에서 이 사건 기계의 수리대금을 1억 2,000만 원으로 정한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근거로는 ① 원고가 피고에게 수리비를 1억 2,000만 원으로 기재한 견적서를 팩스로 보낸 점, ② 원고가 피고의 전무 소외 2와 공장장 소외 3에게 수리비를 1억 2,000만 원으로 정하였다고 말한 점, ③ 이 사건 기계에 대한 감정인 소외 4의 수리비감정결과와 한국감정원의 임료감정결과가 있다.
4) 우선 ①의 사실에 부합하는 견적서에는 원고의 도장만 찍혀 있을 뿐 피고가 이를 받아보았다는 아무런 표시가 없고, 통화사실확인내역이나 송신현황만으로는 그 전송 문건이 견적서라는 점을 증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견적서를 팩스로 보내는 것을 보았다’는 소외 1의 증언은 재심대상판결이 수리대금을 1억 2,000만 원으로 하는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인정하는 중요한 증거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소외 1의 증언이 원고의 교사에 의한 위증이라는 점이 형사판결에서 밝혀짐으로써 재심대상판결이 인정한 ‘원고가 피고에게 수리대금이 1억 2,000만 원으로 기재된 견적서를 팩스로 보냈다’는 사실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
5) 다음으로 재심대상판결에서 ②의 사실을 인정한 것은 ‘원고가 피고의 전무 소외 2, 공장장 소외 3에게 이 사건 기계의 수리비를 1억 2,000만 원으로 정하였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는 소외 5의 진술서 때문이다. 그런데 소외 5는 원고가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로서 다른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진술서 내용이 진실인지 섣불리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소외 5가 위와 같은 말을 들었다는 사실이 바로 원고가 피고와 그와 같은 내용으로 기계 수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원고에 대한 관련 형사사건에서 제3자인 소외 6은 원고가 피고를 곤란에 빠뜨리게 할 생각으로 일부러 수리대금을 1억 2,000만 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는 말을 원고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고 진술하였다).
6) ○○기공사, ○○정밀, ○○스틸 등 기계 수리업체들은 이 사건 기계의 수리대금을 각 9,520,000원, 29,896,550원, 16,828,600원으로 산정한 바 있고, 원고가 이 사건 기계 수리대금의 대부분인 1억 원을 차지한다고 주장하는 기술용역비는 그 실체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앞서 본 이 사건 기계 매매대금과 위 기술용역비를 제외한 수리비에 비추어 보면 지나치게 많다. 원고가 이례적으로 1억 원이라는 고액의 기술용역비를 주장하였음에도 피고가 아무런 이의 없이 이를 수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1억 원의 기술용역비를 수리대금에 포함시킬 생각이었다면 당사자 사이에 용역의 내용과 범위, 기간, 하자시의 보상책임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하여 협의를 하고 이를 문서화 하였을 것이다.
7) 이러한 점에서 감정인 소외 4의 수리비감정결과와 한국감정원의 임료감정결과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뿐 아니라, 수리대금을 얼마로 한 계약이 성립하였는지는 당시 당사자의 의사 내용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하여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정해야 하는 것으로, 감정결과 산출된 수리비가 유일한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다. 재심대상사건은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기계의 수리대금을 1억 2,000만 원으로 정하여 수리를 맡기는 계약이 성립하였는지가 쟁점으로, 그에 관한 계약서가 부존재하는 상황에서 이 사건 기계의 수리를 둘러싼 전·후 정황들을 고려하여 간접사실을 통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그 주장사실이 진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사건이었다.
피고가 원고로부터 견적서를 전송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수리대금이 1억 2,000만 원으로 기재된 견적서를 팩스로 전송하는 것을 보았다’는 소외 1의 증언에 관하여 위증죄의 유죄판결이 확정되었고, 또한 위 증언이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는 재심대상판결의 주요 증거가 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다른 증거들을 고려하더라도 그 위증이 없었더라면 당해 판결과는 다른 판결을 하였을 개연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외 1의 증언은 재심대상판결의 주문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것인데도, 원심이 소외 1의 위증이 재심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보아 피고의 재심청구를 배척하고 본안의 당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아니한 것은 재심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박보영 김신(주심)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