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도주’의 의미

[2]자백의 신빙성 유무의 판단 기준

[3]신빙성이 있는 ‘사고장소에서 무엇인가 딱딱한 물체를 충돌한 느낌을 받았다’는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고 도주할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고, 여기에서 말하는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반드시 확정적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 족한바, 사고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하였더라면 쉽게 사고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별일 아닌 것으로 알고 그대로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운전자에게는 미필적으로라도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고 도주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

[2]자백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

[3]신빙성이 있는 ‘사고장소에서 무엇인가 딱딱한 물체를 충돌한 느낌을 받았다’는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에 비추어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나마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고 도주할 의사가 있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0.03.28. 선고 99도5023 판결 [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대구지법 1999.10.20. 선고 99노225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1999.4.12. 20:10경 엘란트라 승용차를 운전하여 포항시 남구 연일읍 생지리 소재 삼도한솔아파트 뒷편의 차선구분 없는 농로를 연일방면에서 중명방면으로 시속 약 50㎞로 진행하던 중 전방주시를 게을리 한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 이○악(여, 58세)이 끌고 가던 리어카의 좌측 뒷부분을 위 승용차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피해자를 도로변 배수로에 넘어뜨려 피해자로 하여금 두개골골절상 등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피해자 소유의 리어카를 수리비 금 40,000원 상당이 들도록 손괴하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도주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실을 인정하였으나, 피고인이 사고사실을 알고서도 도주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피고인이 경찰 및 검찰에서 사고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도주의사를 부인하였고, 원심법정에서도 도주의사를 부인하는 등 피고인이 일관되게 도주의사를 부인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신빙성이 의심스러워 이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고, 피해자의 남편인 이○웅의 진술 및 교통사고실황조사서의 기재만으로는 원심 증인 구○구, 김○규의 각 증언과 그 밖의 증거들에 의하여 원심이 인정하는 사실, 즉 이 사건 사고 당시는 비바람이 심한 야간으로 피고인이 회사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회사 동료들과 함께 회식을 하면서 평소 주량보다 많은 소주 2병 가량을 마시고 음주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농로로 우회하여 귀가하던 중 피해자의 리어카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내었으나 그 사고 당시 차량의 흔들림이나 충돌음을 전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한 사실, 피고인은 사고 직후 계속 차를 운행하던 중 차량 좌측 바퀴가 진흙탕에 빠져 피고인 회사 견인차량을 불러 차를 빼낸 후 견인차량을 보내고 계속 운행하다가 귀가하기 직전에 또다시 모래밭에 차량의 우측 바퀴가 빠져 회사 견인차량을 다시 불러 차를 빼내던 중 피고인 차량의 우측 전조등이 파손된 것을 알았으나 차량이 모래밭에 빠지면서 깨진 것으로 짐작하였을 뿐 그 원인을 정확히 알지 못하였던 사실, 피고인은 다음날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피고인 차량을 운전하여 피고인 회사에 출근한 후 차량을 주차장에 세워둔 채 근무하다가 경찰관에게 체포된 사실에 비추어 피고인이 사고사실을 인식하고도 도주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피고인이 사고를 인식한 상태에서 도주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만 처벌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죄 및 도로교통법위반죄에 대하여는 무죄를 선고할 것이나, 이와 일죄의 관계에 있는 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를 낸 자가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고(대법원 1999.12.7. 선고 99도2869 판결, 1998.5.12. 선고 98도375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말하는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에 대한 인식의 정도는 반드시 확정적임을 요하지 아니하고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면 족한바, 사고운전자가 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직접 확인하였더라면 쉽게 사고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별일 아닌 것으로 알고 그대로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운전자에게는 미필적으로라도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고 도주할 의사가 있었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1985.9.10. 선고 85도1462 판결, 1998.5.12. 선고 98도375 판결 등 참조).

 

나.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은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 자백진술(피고인의 진술 취지는 피고인이 사고장소에서 무엇인가 딱딱한 물체를 충돌한 느낌을 받았으나 사람을 충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내일 살펴보지 하는 생각에 그냥 집으로 갔다는 것이므로 제1심 법원이 피고인이 공소사실 전부를 자백하였다고 보아 간이공판절차로 심판한 조치는 부적절한 것으로 보이나, 앞서 살핀 법리에 의하면 그와 같은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도주의사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자백의 신빙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자백 진술내용 자체가 객관적으로 합리성을 띠고 있는지, 자백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자백 이외의 정황증거 중 자백과 저촉되거나 모순되는 것이 없는지 하는 점을 고려하여 피고인의 자백에 합리적인 의심을 갖게 할 상황이 있었는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이다(대법원 1987.4.14. 선고 87도317 판결, 1999.1.15. 선고 98도2605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사고 당일 저녁 약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에 걸쳐 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마셨고, 음주운전단속을 회피하기 위하여 일부러 사고장소인 농로를 선택하여 운전하였는데 회식장소로부터 사고장소까지의 운전거리는 기록상 나타나지 않으나 사고장소로부터 약 5㎞ 이상의 거리인 집까지 운전한 사실,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피고인의 차량 우측 전조등 부분이 완전 파손되었고, 우측 앞범퍼 부분도 충격에 의하여 밀려들어가 차체와 사이가 벌어져 있는 사실, 피고인은 경찰조사시에 피고인이 음주운전단속을 피하기 위하여 사고장소인 농로로 진행한 사실과 사고 후 계속 진행하다가 차량이 진흙탕에 빠져 피고인 회사의 견인차량을 불러 차량을 뺀 사실 등을 비교적 상세히 기억하고 있고, 사고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하면서도 차량이 진흙탕에 빠진 곳이 사고장소로부터 약 5㎞ 떨어진 곳이라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되는바, 이와 같은 사실관계라면 사고당시 비바람이 심한 야간이었고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당시 소주 2홉들이 2병을 마신 상태에서 집으로 귀가하던 중 2회에 걸쳐 차량의 바퀴가 진흙탕과 모래밭에 빠진 사실이 있다 하여도 피고인이 당시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는 보여지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이 사고장소에서 무엇인가 딱딱한 물체를 충격한 사실을 알았다는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진술은 합리성을 의심할 부분이 없고, 그 자백의 동기나 이유에 대한 특별한 사유도 찾아 볼 수 없음에도 원심이 구○구, 김○규의 각 증언과 피고인이 사고 다음날 회사에 정상적으로 출근하였다는 점만으로 그 판시와 같이 피고인이 사고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사실인정을 하여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진술에 대한 신빙성을 배척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음 원심은 이○웅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기 부족하다고 판시하고 있으나, 이○웅은 이 사건 사고의 직접 목격자이고, 비록 피해자의 남편이나 그 진술내용에 불합리한 점을 찾아볼 수 없다. 사고현장은 비가 오는 야간이고 어두운 농로인데다가 사고 후 리어카와 피해자는 그 아래 배수로에 떨어져 있었으므로 만약 이○웅이 사고의 충격소리를 듣지 못하였다면 사고 즉시 피해자를 찾아 사고신고(사고시간 1시간 후인 21:10경에 신고함, 수사기록 5면)를 하지 못하였을 것이므로 이○웅이 사고현장에서 사고의 충격소리를 들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이고, 그렇다면 사고차량이 잠시 멈칫하더니 속력을 내어 달려갔다는 이○웅의 진술은 피고인의 도주의사를 인정하는 충분한 증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원심이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증거로 받아들인 구○구, 김○규의 각 증언은 피고인이 사고 직후 계속 차량을 운행하다가 차량 좌측 바퀴가 진흙탕에 빠졌을 때 피고인 회사 소속 구○구 운전의 견인차량을 불러 차를 빼냈고, 계속 차량을 운전하다가 다시 모래밭에 차량 우측 바퀴가 빠졌을 때 피고인 회사 소속 김○규 운전의 견인차량을 불러 차를 빼낸 사실, 피고인이 그 다음날 평소와 다름없이 피고인 차량을 운전하여 회사로 출근한 후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정상적으로 근무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것인바, 구○구, 김○규의 각 증언은 그 진실성을 의심할 여지가 있을 뿐더러(피고인은 경찰 진술시 사고지점으로부터 5㎞ 지난 지점의 흙탕길에 차가 빠졌다고 진술하였다가, 검찰 진술시 사고지점 3㎞ 지난 지점의 흙탕길과 5㎞ 지난 지점의 모래밭에 차가 2번 빠졌다고 진술하고 있어 만취상태의 운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하여 차량의 견인회수를 2회로 허위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고, 또한 당초 차량을 견인한 구○구가 다시 되돌아간 시각은 구○구의 진술에 의하면 사고 당일 21:20경으로 추측되는데 피고인이 차량이 다시 빠지자 불과 30분 뒤인 21:50경에 구○구에게 다시 전화하지 아니하고 김○규에게 전화를 하였다는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 가사 구○구, 김○규의 증언내용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실만으로 피고인의 제1심 법정에서의 자백진술과 이○웅의 진술에 그 신빙성을 의심할 사유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다. 또한 피고인이 사고사실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였다 하여도 제1심 법정에서 자백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사고당시 무엇인가의 물체를 충격하였다는 점을 알았고, 피고인이 차에서 내려서 직접 확인하였더라면 쉽게 사고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별일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그대로 사고현장을 이탈한 것이므로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피고인에게는 미필적으로라도 사고의 발생사실을 알고 도주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니 피고인의 도주의사는 넉넉히 인정된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사고 후 도주할 의사가 없었다고 인정한 원심은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오인하고 나아가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해석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성택(재판장) 지창권 서성 유지담(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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