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경찰관직무집행법 제3조제4항은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하고자 할 때에는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경찰관직무집행법 시행령 제5조는 위 법에서 규정한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는 경찰관의 공무원증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불심검문을 하게 된 경위, 불심검문 당시의 현장상황과 검문을 하는 경찰관들의 복장, 피고인이 공무원증 제시나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문하는 사람이 경찰관이고 검문하는 이유가 범죄행위에 관한 것임을 피고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불심검문이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2014.12.11. 선고 2014도7976 판결 [공무집행방해·상해]
♣ 피고인 /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14.5.29. 선고 2014노97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3.2.21. 03:10경 ‘○○○’ 카페에서, 술값 문제로 시비가 있다는 경비업체의 지원요청 신고를 받고 출동한 피해자인 수내파출소 소속 경찰공무원 순경 공소외 1과 경사 공소외 2가 그곳 여종업원과 여사장으로부터 피고인이 술값을 내지 않고 가려다 여종업원과 실랑이가 있었다는 경위를 듣고, 순경 공소외 1이 음식점 밖으로 나가려는 피고인의 앞을 막으며 “상황을 설명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자 “야이 씨발년들아. 너희 업주랑 한편이지? 너희 내가 거꾸로 매달아 버릴 거야. 내가 누군지 알아?”라고 소리를 지르며 공소외 1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경사 공소외 2가 피고인을 제지하기 위해 뒤쪽에서 피고인의 어깨를 잡자 “넌 뭐야”라고 말하고 머리와 몸을 돌리면서 오른쪽 팔꿈치로 공소외 2의 턱을 1회 때렸다.
계속하여 피고인은 같은 날 04:10경 수내파출소에서, 피해자인 수내파출소 소속 경찰공무원 경위 공소외 3이 피고인의 손목에 채워진 수갑을 풀어주자 자신을 체포한 경사 공소외 2를 보고 “너 이 새끼”라고 말하며 주먹으로 공소외 2의 가슴을 2회 때리고, 공소외 2의 멱살을 잡아끌고 가고, 이를 제지하는 공소외 3의 멱살을 잡아당겨 흔들고, 주먹으로 입 부위를 1회 때리고, 얼굴을 2회 때렸다.
피고인은 위와 같은 방법으로 피해자들의 112 신고출동, 질서유지와 범죄수사 및 범죄의 예방·진압에 관한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공소외 1, 2, 3에게 약 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의 염좌 및 긴장 등의 상해를 가하였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① 피고인이 먼저 경찰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거나 1회 제지당하였을 때 곧바로 멱살을 잡는 등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고,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몸을 돌리다가 팔꿈치로 피고인 뒤쪽에 있던 경찰 공소외 2의 턱을 우연히 충격하게 된 것일 뿐임에도 원심이 관련자들의 증언 등을 무시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하게 사실인정한 잘못이 있다.
② 당시 단순한 정지 요구를 넘어 피고인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제지하여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법’이라 한다)상의 불심검문에 수반되어 허용될 수 있는 ‘정지’라고 할 수 없고, 특히 출동한 경찰관들이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거나 소속, 성명 등을 밝히지 아니하여 법 제3조제4항도 위반하였으므로, 경찰관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닌 불법 체포·감금에 해당하고, 이러한 위법한 공무집행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몸싸움을 벌이다가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행위이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동이다.
③ 피고인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수내파출소에서 1시간 이상 불법 체포·감금되어 있던 중 감금상태를 벗어나려고 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하였을 뿐이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 역시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3.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
가. 원심판결에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다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사실의 인정과 그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평가는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사실심법원의 전권에 속하는 것인바, 원심이 증거에 반하여 사실을 인정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은 원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실인정을 다투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나아가 기록을 살펴보더라도 원심에 피고인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의 잘못이 없다.
나. 피해자들의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라는 주장에 관하여 본다.
(1) 법 제1조는 제1항에서 “이 법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 및 사회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한 경찰관(국가경찰공무원에 한한다. 이하 같다)의 직무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법 제3조는 제1항에서 “경찰관은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하여진 범죄나 행하여지려고 하는 범죄행위에 관하여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제3항에서 “경찰관은 제1항에 규정된 자에 대하여 질문을 할 때에 흉기의 소지 여부를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법의 목적, 규정 내용 및 체계 등을 종합하면, 경찰관이 법 제3조제1항에 규정된 대상자 해당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불심검문 당시의 구체적 상황은 물론 사전에 얻은 정보나 전문적 지식 등에 기초하여 불심검문 대상자인지 여부를 객관적·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나, 반드시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형사소송법상 체포나 구속에 이를 정도의 혐의가 있을 것을 요한다고 할 수는 없고, 경찰관은 불심검문 대상자에게 질문하기 위하여 범행의 경중, 범행과의 관련성, 상황의 긴박성, 혐의의 정도, 질문의 필요성 등에 비추어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상당한 방법으로 그 대상자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2.9.13. 선고 2010도6203 판결, 대법원 2014.2.27. 선고 2011도13999 판결 등 참조).
한편, 법 제3조제4항은 경찰관이 불심검문을 하고자 할 때에는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법 시행령 제5조는 위 법 소정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는 경찰관의 공무원증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불심검문을 하게 된 경위, 불심검문 당시의 현장상황과 검문을 하는 경찰관들의 복장, 피고인이 공무원증 제시나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문하는 사람이 경찰관이고 검문하는 이유가 범죄행위에 관한 것임을 피고인이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 불심검문이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4.10.14. 선고 2004도4029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유지한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①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순경 공소외 1, 경사 공소외 2는 그곳 여종업원과 여사장으로부터 피고인이 술값을 내지 않고 가려다 여종업원과 실랑이가 있었다고 들었고 여종업원이 피묻은 휴지를 얼굴에 대고 있는 것을 보게 되자,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확인하려고 질문을 시도하였으나, 피고인은 질문에 응하지 않고 계산대 쪽으로 피했다가 재차 질문을 받자 출입문 쪽으로 나가려 한 사실, ② 공소외 1이 피고인의 앞을 막아선 다음 다시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하자 피고인이 욕설하며 공소외 1의 멱살을 잡은 사실, ③ 그때 공소외 2가 피고인을 제지하기 위해 뒤쪽에서 피고인의 어깨를 잡자 피고인이 ‘넌 뭐야’라고 말하고 머리와 몸을 돌리면서 오른쪽 팔꿈치로 공소외 2의 턱을 1회 때렸고, 이에 위 경찰관들은 피고인에게 피의사실의 요지 및 현행범인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음을 고지하고 변명의 기회를 제공한 다음 피고인을 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체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이러한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위 경찰관들로서는 참고인들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쳐 피고인이 범인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위 경찰관들의 검문에 불응하고 막무가내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피고인을 막아선 정도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은 그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나아가, 같은 증거들에 의하면, 당시 출동한 공소외 1, 2는 경찰 정복차림이었고, 피고인이 위 경찰관들에게 신분증 제시 등을 요구한 적도 없으며, 욕설을 하며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다가 제지하는 위 경찰관들을 폭행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당시 피고인은 위 공소외 1 등이 경찰관이고 검문하는 이유가 자신에 관한 범죄행위 때문임을 모두 알고 있었다고 보이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위 경찰관들이 피고인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거나 그 소속 등을 밝히지 않았다고 하여 그 불심검문이 위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위 경찰관들의 행위가 위법한 공무집행으로서 불법 체포·감금에 해당함을 전제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폭행하여 상해를 가한 행위가 정당행위라거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같은 취지의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법상 정당행위 또는 체포·감금 및 법 제3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신(재판장) 민일영(주심) 박보영 권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