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한방 의료행위란 ‘우리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로서 의료법 관련 규정에 따라 한의사만이 할 수 있고, 이에 속하는 침술행위는 ‘침을 이용하여 질병을 예방, 완화, 치료하는 한방 의료행위’로서, 의사가 위와 같은 침술행위를 하는 것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
[2] 의사인 피고인이 자신이 운영하는 정형외과의원에서 환자 甲, 乙에게 침을 놓아 치료를 함으로써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하였다고 하여 구 의료법(2012.2.1. 법률 제112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은 당시 甲의 이마에 20여 대 등의 침을, 乙의 허리 중앙 부위를 중심으로 10여 대의 침을 놓는 등 한 부위에 여러 대의 침을 놓았고, 그 침도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침과 다를 바 없는 점, 침을 놓은 부위가 대체로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시술하는 부위인 경혈, 경외기혈 등에 해당하고, 깊숙이 침을 삽입할 수 없는 이마 등도 그 부위에 포함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행위는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많은데도, 이와 달리 보아 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4.9.4. 선고 2013도7572 판결 [의료법위반]
♣ 피고인 /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법 2013.6.7. 선고 2013노335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구 의료법(2012.2.1. 법률 제1125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르면,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한의사 등을 말하고(제2조제1항),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며(제2조제2항제1호, 제3호), 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려는 자는 의학 또는 한의학을 전공하는 대학 또는 전문대학원을 졸업하는 등의 자격을 갖추고 의사 또는 한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제5조). 그리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제27조제1항 본문), 이를 위반한 자는 형사처벌을 받게 되어 있다(제87조제1항).
이와 같이 구 의료법에서 의사와 한의사가 동등한 수준의 자격을 갖추고 면허를 받아 각자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이원적 의료체계를 규정한 것은 한의학이 서양의학과 나란히 독자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으로부터도 그 발전에 따른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의사와 한의사가 각자의 영역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국가로부터 관련 의료에 관한 전문지식과 기술을 검증받은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할 경우 사람의 생명, 신체나 일반공중위생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의료법령에는 의사, 한의사 등의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을 정의하거나 그 구분 기준을 제시한 규정이 없으므로, 의사나 한의사의 구체적인 의료행위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이원적 의료체계의 입법 목적, 당해 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규정 및 취지, 당해 의료행위의 기초가 되는 학문적 원리, 당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 의과대학 및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이나 국가시험 등을 통해 당해 의료행위의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4.2.13. 선고 2010도10352 판결 참조).
한편, 한방 의료행위란 ‘우리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로서 앞서 본 의료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한의사만이 할 수 있고, 이에 속하는 침술행위는 ‘침을 이용하여 질병을 예방, 완화, 치료하는 한방 의료행위’로서, 의사가 위와 같은 침술행위를 하는 것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한 경우에 해당한다(대법원 2011.5.13. 선고 2007두18710 판결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의사인 피고인이 그 운영의 ‘피고인 정형외과의원’ 진료실에서, 2010.5.13.과 그해 5.14., 그해 5.15., 그해 5.28. 총 4회 공소외 1을 진료용 침대에 눕히고 이마 등에 침을 놓아 치료를 하고, 그해 6.2.과 그해 6.5. 2회 공소외 2를 진료용 침대에 눕히고 허리 등에 침을 놓아 치료를 한 행위가, 의사는 할 수 없는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은 당시 공소외 1의 이마에 20여 대, 오른쪽 귀 밑에 2대, 양 손목에 2대씩 4대의 침을, 공소외 2의 허리 중앙 부위를 중심으로 10여 대의 침을 놓는 등 한 부위에 여러 대의 침을 놓았고, 그 침도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침과 다를 바 없었던 점, 침을 놓은 부위가 대체로 침술행위에서 통상적으로 시술하는 부위인 경혈, 경외기혈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깊숙이 침을 삽입할 수 없는 이마 등도 그 부위에 포함되어 있었던 점 등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많다.
그런데도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가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해당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는 한방 의료행위인 침술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고영한(재판장) 양창수 김창석 조희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