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2025.5.1. 선고 2024구합1931 판결】

 

• 서울행정법원 제14부 판결

• 사 건 / 2024구합1931 부당이득금징수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국민건강보험공단

• 변론종결 / 2025.04.10.

• 판결선고 / 2025.05.01.

 

<주 문>

1. 피고가 2022.6.15.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급여비용 부당이득 728,970원 징수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9.**.*.부터 2019.**.**.까지는 B(주) 소속 근로자로서 국민건강보험 직장가입자였고, 2019.**.**.부터 2020.*.**.까지는 국민건강보험 지역가입자였다.

나. 원고는 2019.12.10. B(주) 소속으로 중량물 운반작업을 하다가 다쳐 ‘좌측 무릎반월상연골 파열 및 외상성 혈관절증’의 부상을 입었고, 2020.2.20.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약칭: 산재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이하 ‘산재요양급여’라 한다) 지급결정(승인요양기간: 2019.12.10. ~ 2020.5.29.)을 받았다.

다. 원고는 위 산재요양기간 중에 산재보험 의료기관인 ‘C의원’에서 산재요양급여를 받는 외에, 2020.2.28.부터 2020.5.16. 사이에 31회에 걸쳐 주소지 인근 ‘D한의원’에서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이하 ‘건강보험요양급여’라 한다)로서 좌측 무릎부위의 통증 완화 치료를 받았고(이하 ‘이 사건 한의원 진료’라 한다) 그로 인하여 요양급여비용으로 원고의 자기부담금(20%) 외에 피고의 부담금(80%)으로 합계 728,970원이 발생하여, 피고는 이를 D한의원에 지급하였다.

라. 피고는 ‘산재요양기간 중 산재승인상병에 대해서는 산재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을 뿐이고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제1항제4호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적용이 제외되는 것인데도 원고가 건강보험요양급여를 지급받았으므로, 이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1항에서 정한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22.6.15.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한의원 진료 관련 피고의 부담금 728,970원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한다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수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징수처분에 대하여 피고에의 이의신청과 건강보험분쟁조정위원회에의 심판청구 절차를 거친 후, 제소기간 내에 2024.6.4.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갑 제1호증, 을 제1~9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생략>

 

3.  처분의 위법 여부

 

가. 피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승인받은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아닌 다른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기 원한다면 미리 근로복지공단에 전원신청을 하여 승인받아야 하고, 이러한 절차 없이 미승인 의료기관에서 임의로 진료를 받은 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사후 승인(요양비 지급결정)을 받지 못한 것은 원고의 귀책사유일 뿐이고, 해당 부상·질병에 관하여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다면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제1항제4호에 따라 국민건강보험 적용은 당연히 제외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제1항제4호의 정당한 해석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 목적과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특성, 국민건강보험법령과 산재보험법령의 관련 규정들의 문언과 체계 등을 종합하면, 어떤 부상·질병이 산재요양급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고 동시에 건강보험요양급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는 중첩영역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제1항제4호에 따라 건강보험요양급여의 적용이 제한되는 “업무 또는 공무로 생긴 질병·부상·재해로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報償) 또는 보상(補償)을 받게 되는 경우”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실제 산재요양급여(요양비) 지급결정을 받은 경우만을 의미하며, 실제로는 산재요양급여(요양비) 지급결정을 받지는 않았으나 산재요양급여(요양비) 지급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던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이하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증진하고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법령과 제도를 설명할 때는 피고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라고 표시하고, 이 사건 소송상 행위를 설명할 때는 ‘피고’라고 표시한다).

1) 국민건강보험법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하여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며(제1조), 국민건강보험 제도는 국가공동체가 구성원인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에 해당한다. 이러한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목적과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특성을 고려하면, 요양급여비용의 부담 문제에 관하여 보험재정 절감·확보를 위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가장 유리하고 수급자에게 가장 불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으며(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관한 대법원 2021.3.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국민건강보험급여 제한사유는 되도록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한다(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제1항제1호에 관한 대법원 2021.2.4. 선고 2020두41429 판결 참조).

2) 국민건강보험법령과 산재보험법령의 관련 규정들을 살펴보면, 건강보험요양급여와 산재요양급여는 수급자의 범위, 재원과 비용부담, 요양급여의 범위와 지급 절차의 측면에 본질적인 차이가 있으며, 특히 어떤 부상·질병에 관하여 어떤 치료를 시행할 것인지가 건강보험요양급여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사전 심사·승인을 받을 필요없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의료기관과 수급자의 자율적 판단에 맡겨져 있는 반면, 산재요양급여의 경우 근로복지공단의 심사·승인을 거쳐야 한다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건강보험요양급여에는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

➀ 국민건강보험은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제5조제1항 본문), 그 재원이 주로 일반국민(보험가입자)이 납부하는 보험료로 조성되기 때문에 수급자 본인이나 그 가족이 납부하는 보험료에 기초하여 보험급여로서 요양급여를 받는 것이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급자 본인이나 그 가족이 가입한 질병·상해보험의 보험자로서 기능한다. 또한 수급자는 요양급여비용 중 일부를 스스로 부담하고(제44조제1항, 같은 법 시행령 제19조 별표2) 그 나머지 금액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➁ 건강보험요양급여의 경우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 사회적 편익, 건강보험재정상황 등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요양급여의 방법·절차·범위·상한·제외대상 등의 기준을 정하고(제41조제3항,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특히 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고가의 치료법을 요양급여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으나, 요양급여대상에 해당하는 통상적인 치료법에 관해서는 그 횟수나 기간 등에 특별한 제한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한 요양급여대상 급여목록표에 포함되어 있는 한 단지 통증 완화나 고정된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도 요양급여의 적용 대상에 해당한다.

➂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은 별도의 신청이나 지정 절차 없이 법률 규정에 따라 자동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이 되며(제42조제1항제1호), 법령과 보건복지부장관의 고시를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 상당한 자율성과 재량을 가지고 치료방법·기간 등을 결정하여 수급자에게 요양급여를 제공할 수 있으며, 그 반대급부인 요양급여비용 중 수급자의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사후적으로 청구하여 지급받는다(제47조). 이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급여의 적정성을 사후적으로 평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가산하거나 감액 조정하지만(제47조제6항), 치료방법·기간 등에 관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사전심사를 받는 제도는 두고 있지 않다.

나) 반면, 산재보험법에 의하면, 산재요양급여에는 아래와 같은 특징이 있다.

➀ 산재보험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와 산재보험법이 특별히 정한 노무제공자를 대상으로 하며(제5조제2호, 제91조의16), 그 재원이 주로 사업주가 납부하는 보험료에 기초하여 조성되기 때문에(제4조,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제3항, 제13조제1항, 제5항) 보험급여는 근로자에 대한 생활보장적 성격을 갖는 외에 근로기준법에 따른 사용자의 재해보상과 관련해서는 사업주가 가입한 책임보험의 성질도 가진다(대법원 1994.5.24. 선고 93다38826 판결 참조). 산재요양급여비용은 전액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하며,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산재요양급여를 실시한 후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한다(제45조제1항).

➁ 산재요양급여란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부상 또는 질병의 치유를 위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인데(제40조제1항), 여기에서 ‘치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되거나 치료의 효과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고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을 말하고(제5조제4호), 요양중인 근로자의 상병을 호전시키기 위한 치료가 아니라 단지 통증 완화나 고정된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만이 필요한 경우는 요양종결 사유에 해당하므로(대법원 2009.9.10. 선고 2009두7332 판결 참조) 더 이상 산재요양급여의 대상이 될 수 없고,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을 뿐이다(제57조제1항, 제2항). 산재요양급여의 범위와 비용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국민건강보험법령에 따른 요양급여기준을 따르면서도, 산재보험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고용노동부장관이 일부는 달리 정하여 고시하고 있다(제40조제5항, 같은 법 시행규칙 제10조제1항).

➂ 산재요양급여는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데, 의료법에 따라 개설된 의료기관 중에서 일정한 인력·시설 등 기준을 충족하는 의료기관을 근로복지공단이 별도로 지정한다(제43조제1항제3호). 산재요양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소속 사업장, 재해발생 경위, 그 재해에 대한 의학적 소견 등을 적은 서류를 첨부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여야 하며, 그를 진료한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요양급여의 신청을 대행할 수 있다(제41조제1항, 제2항). 산재보험법령의 시행에 필요한 신청서 등의 서식은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근로복지공단이 정한다(같은 법 시행규칙 제79조제1항). 그에 따라 산재요양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근로복지공단이 정한 서식을 사용하여 ‘산재요양급여신청서’와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작성한 ‘산재요양급여신청 소견서’를 제출하여야 하는데, 그 ‘산재요양급여신청 소견서’에는 신청인의 주요 증상과 진단명, 진단에 사용된 주요검사방법뿐만 아니라 향후 입원·통원치료 예상 기간과 수술 등 진료계획, 전원 필요성 등에 관한 의견이 포함되어 있고, 근로복지공단은 신청인의 부상·질병 등이 산재에 해당하는 경우 이를 기초로 일정한 기간·범위·방법을 특정하여 산재요양급여 지급결정을 한다. 산재요양급여 지급결정을 받은 사람이 요양기간을 연장하고자 하는 경우(제47조), 의료기관을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제48조), 이미 승인받은 부상·질병 외에 다른 부상·질병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받고자 하는 경우(제49조), 요양종결 후 요양의 대상이 되었던 부상·질병이 재발하거나 치유 당시보다 악화되어 이를 치유하기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받고자 하는 경우(제51조)에는 산재보험 의료기관의 진료계획서 등을 제출하여 근로복지공단의 심사와 승인결정을 받아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은 진료계획의 적절성을 심사하여 요양의 종결 또는 요양기간의 단축, 입원·통원 등 치료방법의 변경, 산재보험 의료기관의 변경, 그 밖의 진료계획 변경 조치를 할 수 있다(같은 법 시행령 제41조).

3) 위에서 살펴본 수급자의 범위, 재원과 비용부담, 요양급여의 범위 측면에서 국민건강보험법 제48조제1항제4호를 살펴보면, 이 규정이 ‘다른 법령에 따른 보험급여나 보상을 받게 되는 경우’에 건강보험의 적용을 제한하도록 한 것은 단순히 수급자의 이중급여를 방지하여 건강보험 재정의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비용부담의 측면에서 수급자에게 보다 유리한 산재보험 등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건강보험은 보충적으로 적용한다는 ‘건강보험의 보충성 원칙’을 명문화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보충성 원칙 측면에서 살펴보면, 수급자가 본인에게 더 유리한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지 않고 건강보험요양급여를 적용받아 본인부담금을 납부하면서까지 부상·질병의 치료를 받는 것은 미련한 짓이고, 따라서 정부와 각급 행정청이 수급자로 하여금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계도할 필요가 있지만, 수급자의 그러한 선택이 법률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한 위법한 행위라거나 또는 ‘부정수급’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또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재요양급여의 경우 요양급여를 시행하는 산재보험 의료기관이 한정되어 있고 요양급여의 방법·범위에 일정한 제한이 있으며, 특히 통증완화나 고정된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는 산재요양급여의 대상이 되지 못하므로, 수급자로서는 본인이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부담하고서라도 멀리 있는 산재보험 의료기관보다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일반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진료받기를 희망할 수 있고, 산재보험 의료기관에서는 시행하지 않는 통증 완화나 고정된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치료를 건강보험을 적용하여 일반 의료기관에서 진료받기를 희망할 수 있는데, 이러한 희망이 법률에서 정한 의무를 위반한 위법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4) 사회보장수급권에 관한 논의에서는 추상적 권리와 구체적 권리의 단계를 구분하여야 한다. 공법상 각종 급부청구권은 행정청의 심사·결정의 개입 없이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직접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와 관할 행정청의 심사·인용결정에 따라 비로소 구체적인 권리가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는데, 후자의 경우 관계 법령에서 정한 실체법적 요건을 충족시키는 객관적 사정이 발생하면 추상적인 급부청구권의 형태로 발생하고, 관계 법령에서 정한 절차·방법·기준에 따라 관할 행정청에 지급 신청을 하여 관할 행정청이 지급결정을 하면 그때 비로소 구체적인 수급권으로 전환된다(대법원 2021.3.18. 선고 2018두47264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건강보험요양급여청구권은 전자에 해당하고 산재요양급여청구권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상 부상·질병이 발생한 근로자는 우선 일반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아 진료를 받다가 나중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요양급여 지급결정을 받으면, 그때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에게는 그간 발생한 건강보험요양급여비용 본인부담금 상당액을 요양비로서 지급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는 공단부담금 상당액을 지급하는 정산절차를 거치게 된다. 수급자에게 구체적인 산재요양급여청구권이 발생한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요양급여의 적용 및 그에 따른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할 것이지만, 단지 수급자에게 산재요양급여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추상적 권리 단계의 산재요양급여청구권)을 이유로 건강보험요양급여의 적용을 거부하는 것은 부상·질병의 치료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건강보험 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5) 작업장에서 사고로 발생한 부상의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그 요양급여비용을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해야 함이 명확한 것이 보통이지만, 업무상 질병의 경우 업무와 질병의 발병·악화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이나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 많다. 이 사건 피고의 법률해석의견에 의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임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산재요양급여 지급을 거부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건강보험요양급여의 적용을 거부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산재요양급여 지급의 추상적 가능성을 이유로 자신의 비용부담을 수급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서 질병의 치료에 관하여 ‘가장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건강보험 제도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선 수급자의 질병을 치료한 의료기관에게 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한 후에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질병임을 적극적으로 증명하면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른 구상권을 행사하여 공단부담금 상당액을 환수하여야 할 것이지, ‘수급자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요양급여 지급결정을 받지 못한 것은 수급자의 책임일 뿐 내가 알 바 아니다’는 태도로 수급자 본인으로부터 공단부담금 상당액을 환수하려고 하는 것은 사회보장기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즉, 실체법적으로 산재요양급여가 지급되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그에 관한 구상 내지 비용정산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 사이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수급자 사이에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 이는 각각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차량들 사이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만약 피해차량 운전자가 가해차량 보험회사로부터 완전한 손해배상금(보험금)을 지급받았는데도 이를 숨긴 채 자신의 보험회사로부터 또 다시 보험금을 이중으로 지급받았다면 부당이득 환수의 대상이 되겠지만, 피해차량 운전자가 가해차량 보험회사로부터 실제 손해배상금(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 손해항목에 관하여 피해차량의 보험회사가 자신의 피보험자인 피해차량 운전자에 대하여 ‘피해차량 운전자가 잘만 주장·증명하였더라면 가해차량 보험회사로부터 손해배상금(보험금)을 지급받을 가능성이 있으니 자신은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 허용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6) 피고가 원용하는 하급심 판결들이나 법제처 법령해석은 ‘국민건강보험의 기능과 특수성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리고 ‘최신 대법원 판례가 나오기 전에’ 이루어진 것들로서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

 

다. 이 사건 사안에의 적용

이 사건에서 원고는 업무상 재해인 ‘좌측 무릎 반월상연골 파열 및 외상성 혈관절증’에 관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요양기간(2019.12.10. ~ 2020.5.29.) 동안 산재보험 의료기관인 ‘C의원’에서 산재요양급여를 지급받는다는 결정을 받았는데, 구체적인 지급결정을 받은 산재요양급여의 범위 내에서만 국민건강보험법 제53조제1항제4호에 따라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이 제외될 뿐이며, 동일 질병에 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의료기관인 ‘D한의원’에서 건강보험요양급여로서 좌측 무릎 부위의 통증 완화 치료를 받는 것이 법상 금지되어 있지 않으므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제1항에서 정한 부당이득 징수사유인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결국 잘못된 법률해석에 기초한 이 사건 징수처분은 위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피고가 부담하도록 정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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