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공사구간 현장안전업무 담당자인 피고인이 공사현장에 인접한 기존의 횡단보도 표시선 안쪽으로 돌출된 강철빔 주위에 라바콘 3개를 설치하고 신호수 1명을 배치하였는데, 피해자가 위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강철빔에 부딪혀 상해를 입은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이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이와 달리 보아 업무상과실치상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4.04.10. 선고 2012도11361 판결 [업무상과실치상]

♣ 피고인 /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서울중앙지법 2012.8.29. 선고 2012노1954 판결

 

<주 문>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피고인 1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

 

<이 유>

1. 피고인 1에 대하여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검사의 이 사건 상고제기 이후인 2013.5.9. 사망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82조, 제328조제1항제2호에 의하여 위 피고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한다.

 

2. 피고인 2에 대하여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개발 소속 이 사건 지하철 공사구간 현장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인바, 2008.6.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은 △△아파트사거리 교차로 상 횡단보도와 바로 인접해 설치되어 있고 기존의 횡단보도를 표시하는 도로 위 흰색표시가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채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상태였으며, 이 사건 공사현장에 H 강철빔(이하 ‘이 사건 강철빔’이라 한다)이 적재된 트럭이 있었고 이 사건 강철빔이 기존의 횡단보도 표시선 안쪽으로 돌출되어 있었음에도, 안전시설로 위 트럭 주위에 라바콘 3개만을 설치하고 차량통행 관리를 위한 신호수 1명만 세워 두었을 뿐 다른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업무상 과실로, 2010.11.3. 16:40 피해자 공소외 1(14세)이 위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이 사건 강철빔에 얼굴이 부딪혀 약 5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폐쇄성 골절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것이다.

 

나.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기존의 횡단보도를 침범하여 돌출된 이 사건 강철빔이 방치된 이 사건 공사현장에 라바콘 3개를 세워 두고 신호수 1명을 배치한 것만으로는 안전사고예방을 위하여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고, 비록 흔적이 남아 있던 기존의 횡단보도를 따라 무단횡단을 하던 피해자에게도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부주의하게 보행한 과실이 있어 그것도 이 사건 사고 발생의 한 원인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이 사건 사고 발생에 대한 유력한 원인이 된 이상 그 주의의무 위반과 상해의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이유로 제1심의 유죄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수긍할 수 없다.

①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강철빔 위에서 작업하던 공소외 2는 일관되게 피해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기 전까지 왼손으로 책을 들고 읽으며 오다가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의 횡단보도가 시작되는 지점의 오른쪽에 길게 설치된 가드레일을 뛰어넘은 다음 팔을 굽혀 책을 든 자세 그대로 이 사건 강철빔 방향으로 달려왔다고 진술하였고, 피해자도 만화책을 읽으면서 횡단보도 방향으로 가다가 횡단보도에 다다르기 얼마 전에 보행자 신호가 15초 정도 남은 것을 보고 급하게 뛰어가다가 이 사건 강철빔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부딪혔다고 진술하였는바, 이에 비추어 보면 피해자가 책을 읽으면서 걸어가던 중 보행자 신호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히 횡단보도를 뛰어 건너려다가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② 한편, 피해자는 위 가드레일이 있는 쪽에서 건너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청담역에서 나와 언덕을 내려오다가 횡단보도의 왼쪽 부분에서부터 건너기 시작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 강철빔이 적재된 트럭과 라바콘이 설치되어 있는 바닥 부분에는 기존의 횡단보도 표시선 흔적이 별로 남아 있지 않았던 점, 라바콘과 위 트럭 사이를 지나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차량이 신호 대기 중인 지점으로서 그 바닥에 선명하게 차량 정지선이 그어져 있는 점, 피해자가 말한 횡단보도 진입 지점에서 출발하여 라바콘과 이 사건 강철빔이 적재된 트럭 사이를 지나는 것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최단거리의 직진 경로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가 진술한 방향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은 그 이동 경로가 부자연스럽고, 그와 같이 건너는 사람으로서는 횡단보도가 아닌 부분을 통과하여 건넌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③ 위 공소외 2와 이 사건 사고 당시 사고 장소에서 신호수 업무를 보았던 공소외 3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강철빔 끝에 묶여진 안전띠가 바닥까지 늘어뜨려져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고, 그 밖에 이 사건 강철빔 주변에는 3개의 라바콘이 놓여 있었고 신호수 1명도 배치되어 있었던 점, 이 사건 강철빔이 적재된 트럭과 공사장의 위치, 작업 상황, 라바콘이 놓인 지점 및 라바콘과 위 트럭과의 간격 등에 비추어 볼 때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로서는 라바콘과 위 트럭 사이를 지나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인다.

④ 피해자는 평소 통학하면서 이 사건 도로를 지나다니기 때문에 이 사건 사고 장소에서 공사가 진행 중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⑤ 피고인이 관련 법령이나 내부 규칙 등에서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도로 지점에서 기존의 횡단보도 표시선이 제대로 지워지지 않고 드러나 있었다거나 라바콘을 3개만 설치하고 신호수 1명을 배치하는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와 달리 판단한 것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업무상과실치상죄의 업무상 주의의무 또는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2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인 1에 대한 공소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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