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재판에서 관련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의 증명력
◆ 대법원 2014.03.27. 선고 2014도1200 판결 [약사법위반]
♣ 피고인 /
♣ 상고인 / 피고인
♣ 원심판결 / 인천지법 2014.1.10. 선고 2013노104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살펴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약사인바, 약사면허증은 타인에게 대여할 수 없음에도 1986.5. 초부터 같은 해 9.5.까지 공소외 1에게 피고인의 약사면허증을 대여하였다’는 것이다.
2. 가. 형사재판에서 이와 관련된 다른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는 것이나, 당해 형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 내용에 비추어 관련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의 사실판단을 그대로 채택하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이를 배척할 수 있다(대법원 2012.6.14. 선고 2011도15653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공소외 1이 ‘1986.5. 초 피고인으로부터 약사면허증을 대여받아 인천 북구 (이하 생략)에 있는 점포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자인바, 약사 및 약국개설자가 아님에도 1986.9.5. 의약품을 조제하고 판매하였다’는 범죄사실로 인천지방법원 86고단2626 약사법위반으로 기소되었고, 위 법원은 공소외 1의 법정진술, 검사 작성의 공소외 1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공소외 1의 모친 공소외 2, 3에 대한 진술조서, 압수조서를 증거로 위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1986.12.3. 공소외 1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하였으며, 위 판결은 같은 해 12.11. 확정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공소외 1이 제1심과 원심에서 ‘대여받은 약사면허증은 피고인의 것이 아니라 공소외 2와 비슷한 나이의, 이름을 알 수 없는 여자 약사의 것이다’라고 진술하기는 하였어도 공소외 1은 위와 같이 재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됨에도 법정에 출석하거나 재판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는 등 그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피고인이 공소외 1에게 약사면허증을 대여한 사실은 공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로서 공소외 1의 법정진술이나 변호인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뒤집기 어렵다는 이유로 제1심의 유죄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1)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①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약사법위반으로 단속되기 수개월 전인 1986.3. 일본으로 출국하여 공소외 1에 대한 판결이 확정된 때로부터 1년이나 지난 1987.12.에야 귀국하였는바, 피고인의 출입국이나 전출입 내역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공소외 1의 약사법위반사건이나 이 사건 공소사실과 관련하여 아무 조사도 받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② 피고인은 1984년부터 일본 유학을 가기 전인 1986.1.까지 인천 북구 부평동(부평동은 1995년에 부평구로 편입되었다)에서 공소외 2와 함께 약국을 운영하였다가 일본 유학을 떠나면서 공소외 2에게 약국개설등록 폐업신고를 부탁하였다고 주장하는바, 그 뒤 공소외 1과 공소외 2는 부평동이 아니라 같은 구 작전동으로 장소를 바꾸어 약국 영업을 하다가 단속된 점, 공소외 1은 법정에서 부평동 약국을 폐업하고 몇 달 동안 쉬다가 1986.5.에 작전동에서 약국을 열었다고 진술한 점 등은 폐업신고를 부탁하고 유학을 떠났다는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
③ 공소외 1은 제1심과 원심에서, 피고인이 1986.1. 일본 유학을 가야 한다면서 공소외 2에게 약국을 폐업하겠다고 한 뒤 바쁘게 폐업신고를 하고 떠났고, 약국 문을 닫아 신문도 많이 쌓여 있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하였는바, 원심은 공소외 1이 약사법위반죄로 재판을 받았으면서도 재판받거나 법정에 출석한 적이 없다고 진술한 점만을 근거로 그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보았으나, 공소외 1은 재판을 받았는지는 모른다고 하면서도 면허 없이 약국 영업을 한 사실과 그로 인하여 2주간 구금되고 처벌받았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고, 달리 공소외 1이 불리한 사실을 감추기 위하여 허위로 진술하고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
④ 그뿐만 아니라 공소외 1은 제1심과 원심에서 ‘대여받은 약사면허증은 피고인의 것이 아니라 공소외 2의 친구로 공소외 2와 비슷한 나이의 이름을 기억 못 하는 여자 약사의 것’이라고 하면서 그 이유에 관하여도 ‘어머니와 자신이 여자이므로 여자 약사의 면허를 빌려 약국을 개설하는 것이 유리하였기 때문’이라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⑤ 설령 공소외 1 등이 피고인의 종전 약국개설등록을 이용하여 약국 영업을 하였더라도 공소외 1은 무면허 의약품 조제·판매행위로만 처벌받았고 약국개설등록행위는 처벌받지 않았던 점, 당시 피고인을 조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공소외 1 등이 피고인 명의의 약국개설등록을 이용하는 데 허락을 받았는지 등에 관하여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크다.
⑥ 공소외 1에 대한 위 약사법위반사건의 판결문 외에 그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의 진위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다른 증거는 남아 있지 않다.
(2) 이러한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의 확정판결에서 인정된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와 달리 판단한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단을 그르친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보영(재판장) 민일영(주심) 이인복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