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분석기법을 사용하여 제출된 것으로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1차적 증거방법 자체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그와 동일한 분석기법에 의하여 제출된 2차적 증거방법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소극적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경우, 각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판단하는 방법
<판결요지>
어떠한 과학적 분석기법을 사용하여 제출된 것으로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1차적 증거방법 자체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그와 동일한 분석기법에 의하여 제출된 2차적 증거방법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소극적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경우, 법원은 각 증거방법에 따른 분석 대상물과 분석 주체, 분석 절차와 방법 등의 동일 여부, 내포된 오류가능성의 정도, 달라진 분석결과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지 여부, 상반된 분석결과가 나타난 이유의 합리성 유무 등에 관하여 면밀한 심리를 거쳐 각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각 분석결과 사이의 차이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해명될 수 있고 1차적 증거방법에 따른 결과의 오류가능성이 무시할 정도로 극소하다는 점이 검증된다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1차적 증거방법만을 취신하더라도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그에 이르지 못한 경우라면 그 중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방법만을 섣불리 취신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 대법원 2014.02.13. 선고 2013도9605 판결 [농수산물의원산지표시에관한법률위반]
♣ 피고인 /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광주지법 2013.7.17. 선고 2013노60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피고인 1의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가. 형사재판에서 공소제기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가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1.8.21. 선고 2001도2823 판결, 대법원 2006.2.24. 선고 2005도4737 판결 등 참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방법은 전제로 하는 사실이 모두 진실임이 입증되고 추론의 방법이 과학적으로 정당하여 오류의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라야 법관이 사실인정을 하는 데 상당한 정도로 구속력을 가진다. 이를 위하여는 그 증거방법이 전문적인 지식·기술·경험을 가진 감정인에 의하여 공인된 표준 검사기법으로 분석을 거쳐 법원에 제출된 것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채취·보관·분석 등 모든 과정에서 자료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없었음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1.5.26. 선고 2011도1902 판결 등 참조). 어떠한 과학적 분석기법을 사용하여 제출된 것으로서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1차적 증거방법 자체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고, 그와 동일한 분석기법에 의하여 제출된 2차적 증거방법이 공소사실과 배치되는 소극적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경우, 법원은 각 증거방법에 따른 분석 대상물과 분석 주체, 분석 절차와 방법 등의 동일 여부, 내포된 오류가능성의 정도, 달라진 분석결과가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는지 여부, 상반된 분석결과가 나타난 이유의 합리성 유무 등에 관하여 면밀한 심리를 거쳐 각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각 분석결과 사이의 차이점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해명될 수 있고 1차적 증거방법에 따른 결과의 오류가능성이 무시할 정도로 극소하다는 점이 검증된다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1차적 증거방법만을 취신하더라도 그것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나, 그에 이르지 못한 경우라면 그 중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방법만을 섣불리 취신하거나 이와 상반되는 증거방법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여서는 아니 된다.
나. 원심은, 피고인 1이 2011.7.26.경부터 2011년 9월 초순경까지 국내산 고춧가루와 중국산 고춧가루를 혼합하여 제조한 고춧가루에 ‘국내산 100%’라고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한 뒤 공소외 1 농업협동조합(이하 ‘공소외 1 조합’이라 한다)을 비롯한 9개 업체에 이를 판매하였고, 2011.7.27.경부터 2011.8.26.경까지 피해자 공소외 1 조합에 이와 같은 고춧가루를 마치 국내산 고춧가루인 것처럼 공급하고 이에 속은 피해자 공소외 1 조합으로부터 대금을 교부받아 편취하였거나 교부받지 못하여 미수에 그쳤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특별사법경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품질관리원’이라 한다) 직원이 2011.9.2. 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에 공소외 1 조합 김치가공공장에서 수거한 고춧가루 시료 11점에 대한 1차 검정을 의뢰하여 그 중 7점의 시료에 국내산과 수입산이 혼합되어 있다는 판정결과를 받았는데(이처럼 1차 검정에서 ‘혼합’ 판정을 받은 시료에 해당하는 고춧가루를 판매한 행위들이 기소된 것으로 보인다), 제1심법원이 2012.7.4. 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에 위와 같이 수거한 시료와 동일한 시료 11점(1차 검정 당시부터 공소외 1 조합에서 보관하던 것들이다. 한편 공소외 1 조합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업체에 대하여는 1차 검정만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에 대하여 2차 검정을 의뢰한 결과 종전에 ‘국내산’으로 판정된 것 중 3점은 ‘혼합’으로 변경되었고, 종전에 ‘혼합’으로 판정된 것 중 2점은 ‘국내산’으로 변경되는 검정결과가 나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반적인 제조과정을 거친 고춧가루는 작은 입자 상태이지만 표면이 거칠고 끈적함이 있어 작은 덩어리 형태로 뭉쳐질 수 있기 때문에 채취 부위에 따라 혼합된 정도가 다를 수 있으므로 검정결과에 차이가 있을 수 있고, 국내산과 수입산이 혼합된 시료를 냉장 보관할 경우 시료 전체의 이화학적 변화가 일정한 방향으로 바뀌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고춧가루의 성분 중 캡사이신 이외의 다른 성분들도 변화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상반된 검정결과가 도출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최초에 이루어진 1차 검정결과의 증명력을 의심할 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다.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1) 제1심 공판 과정에서 실시된 2차 검정의 분석 대상물은 1차 검정을 위하여 시료를 채취할 당시 공소외 1 조합에 보관해 놓았던 동일한 시료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서, 1차 검정 당시 시료를 채취하였던 특별사법경찰관이 2차 검정을 위한 시료 채취 당시에도 그 동일성을 확인하는 절차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각 검정절차의 분석은 모두 품질관리원 시험연구소에서 담당하였으며, 1차 검정절차뿐만 아니라 2차 검정절차에서도 어떠한 인위적인 조작·훼손·첨가가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2) 제1심에서의 공소외 2, 3의 증언 등에 의하면, 품질관리원이 각 검정절차에 따른 시료 분석을 위하여 활용한 이른바 NIRS(Near-Infrared Spectroscopy) 분석기법, 즉 ‘근적외선 분광법’은 기초데이터에 의하여 수집된 대조군과의 일치율에 의한 비율적 판정을 그 핵심적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통계적 분석방식을 취하는 데에 따른 오류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으며, 고춧가루 원산지 판별의 오류가능성은 통계적으로 약 3~7% 정도라는 것인데, 위와 같이 2차 검정의 분석 대상물이나 분석 주체, 분석 방법 등에 별다른 문제점을 찾기 어렵다면 2차 검정절차에 따른 검정결과의 오류가능성 또한 1차 검정결과의 오류가능성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공소외 2, 3은 1차 검정결과와 2차 검정결과 사이에 상반되는 검정결과가 나타나게 된 원인에 대하여, 원심 설시와 같이 각 검정을 위한 시료 채취 당시 그 시료의 균질성에 차이가 있다거나 2차 검정 당시에는 보관기간 경과로 인하여 이미 고춧가루의 성분 등이 변화하여 1차 검정결과와 다른 분석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취지로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2차 검정을 위한 시료 채취 당시 특정 원산지의 고춧가루가 집중된 부위만을 채취하였기 때문에 1차 검정결과와 그 원산지 검정결과가 달라진 것이라면, 1차 검정을 위한 시료 채취 당시에도 그와 같은 채취 방법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그릇된 원산지 검정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소외 2의 증언이나 법원에 제출된 여러 학술논문의 연구 결과와 같이, 고춧가루의 보관기간 경과에 따라 고춧가루를 구성하는 캡사이신 등의 성분의 함량이나 형태 등이 변화되어 1차 검정 당시부터 약 10개월 정도 경과한 후인 2차 검정 당시의 고춧가루 시료에 대한 원산지 검정결과가 달라진 것이라면, 적어도 1차 검정 당시 국내산으로 판정된 것이 2차 검정 당시에는 모두 혼합으로 판정된다든가 아니면 그 역으로 판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1차 검정결과와 상반된 검정결과가 도출된 5점의 시료들 중 3점의 시료는 1차 검정 당시 국내산으로 판정된 것이 혼합으로 변경되었고, 나머지 2점의 시료는 1차 검정 당시 혼합으로 판정된 것이 국내산으로 변경되는 등 그 변경의 방향성이 일정하지 아니하다. 이에 대하여 공소외 2는 ‘변화의 속도가 굉장히 느리므로 변화의 폭과 시료의 종류 때문에 일정한 방향으로 바뀌지 아니할 수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그와 같은 진술만으로 상반된 검정결과가 나타나게 된 구체적 원인에 대하여 합리적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규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만한 더 이상의 과학적 추론이나 설명이 제시되어 있지도 아니하다.
(4)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1차 검정결과와 2차 검정결과 사이에 분석결과의 차이점이 발생한 원인에 대하여 합리적 의심이 제거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1차 검정결과만에 의한 오류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무시할 정도로 극소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1차 검정결과를 모두 그대로 취신하고 이에 반하는 2차 검정결과의 증명력을 섣불리 배척한 다음 이를 기초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과학적 증거방법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인 1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피고인 2 주식회사(이하 ‘피고인 2’라 한다)의 상고이유를 본다.
변호인의 선임은 심급마다 변호인과 연명날인한 서면으로 제출하여야 하므로(형사소송법 제32조제1항)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채 상고이유서만을 제출하고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였다면 그 상고이유서는 적법·유효한 상고이유서가 될 수 없다. 이는 그 변호인이 원심 변호인으로서 원심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하였더라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3.10.14.자 2013도8165 결정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2의 원심 변호인이던 변호사 공소외 4가 상고기간 내에 그 명의의 상고장을 제출하였는데, 또 다른 원심 변호인이던 법무법인 동인은 피고인 2 명의의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하지 아니한 채 상고이유서만을 제출하였고,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비로소 피고인 2가 법무법인 동인과 연명날인한 변호인 선임서를 제출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이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 2의 상고이유서는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하여 제출된 서면이 아니어서 적법한 상고이유서가 되지 못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피고인 2의 상고 자체가 법률상의 방식에 위반하거나 상고권 소멸 후인 것이 명백한 때에 해당하는 부적법한 상고는 아니므로, 피고인 2은 피고인 1과 파기의 이유가 공통되는 공동피고인으로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경우에 파기의 이유가 상고한 공동피고인에 공통되는 때에는 그 공동피고인에 대하여도 원심판결을 파기하여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제392조의 적용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의 상고이유의 주장이 이유 있어 원심판결 중 피고인 1에 대한 부분을 파기하여야 하는데,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 2에 대한 공소사실에 비추어 보아 그 파기의 이유가 공동피고인인 피고인 2에게도 공통되는 때임이 분명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92조에 따라 원심판결 중 피고인 2에 대한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피고인 1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소영(재판장) 신영철 이상훈(주심) 김용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