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 판단 기준

[2]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아파트 사전분양’으로 인한 구 주택건설촉진법 위반죄 범죄사실과 ‘아파트를 건축·분양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분양대금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공소사실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거나, 두 죄가 1죄 내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4] 피고인들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이 공소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피고인들의 임무’를 인정하였더라도 기본적 사실의 동일성 범위를 벗어나 새로운 임무를 인정하였다거나 이로 인해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5] 배임죄에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및 위임받은 사무가 소유권이전등기의무인 경우 배임죄의 성립 요건

[6] 피고인들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호텔을 피해자 측에 매도하면서 이에 관한 최선순위 근저당권과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이전하여 주기로 한 약정에 따라 중도금까지 수령하였는데도, 가등기를 피고인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갑 회사 및 을 회사에 이전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이로 인해 피해자의 피고인들에 대한 가등기이전등기청구권이 이행불능에 빠질 위험성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7] 부동산 이중매매로 인한 배임죄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항의 적용을 전제로 대상 부동산 가액을 산정할 때, 부동산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 등에 의한 부담 금액을 공제하여야 하는지 여부(적극)

[8] 피고인들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호텔을 피해자 측에 매도하면서 이에 관한 최선순위 근저당권과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이전하여 주기로 한 약정에 따라 중도금까지 수령하였는데도, 가등기를 다른 회사들에 이전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이 같은 법 제3조제1항의 적용을 전제로 피고인들의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을 산정할 때 대상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 등에 의한 부담 금액을 공제하지 않은 잘못이 있으나, 이와 같은 법리오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아파트 사전분양’으로 인한 구 주택건설촉진법(2003.5.29. 법률 제6916호 주택법으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죄 범죄사실과 ‘아파트를 건축하여 분양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분양대금을 편취하였다’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공소사실 사이에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두 죄는 행위 태양이나 보호법익에 비추어 1죄 내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피고인이 구 주택건설촉진법 위반죄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하여 위 사기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을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르게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불고불리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4] 피고인들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호텔을 피해자 측에 매도하면서 소유권 확보방안으로 이에 관한 ‘최선순위 근저당권과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이전하여 주기로 한 약정’에 따라 중도금까지 수령하였는데도, 가등기를 임의로 다른 회사들에 이전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원심이 공소사실과 달리 피고인들이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경료하고 근저당권을 양수하여 이를 말소한 후 낙찰자 동의 없이 경매절차를 취소시킴으로써 정상적으로 호텔에 관하여 아무 부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협력할 임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였더라도, 기본적 사실의 동일성 범위를 벗어나 공소사실에 없는 새로운 임무를 인정하였다거나 이로 인해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장변경 없이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한 원심판단에 불고불리 원칙에 위배하거나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고 한 사례

[5]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되고, 여기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란 현실적인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성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며, 위임받은 타인의 사무가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의무인 경우에는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매수인이 가지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이행불능되거나 이행불능에 빠질 위험성이 있으면 배임죄는 성립한다.

[6] 피고인들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호텔을 피해자 측에 매도하면서 소유권 확보방안으로 이에 관한 최선순위 근저당권과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이전하여 주기로 한 약정에 따라 중도금까지 수령하였는데도, 가등기를 피고인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갑 회사 및 을 회사에 이전하였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과 갑 회사, 을 회사의 관계에 비추어 가등기의 등기명의를 회복하여 피해자에게 이전등기해 주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로 인해 피해자의 피고인들에 대한 가등기이전등기청구권이 이행불능에 빠질 위험성이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7] 배임행위로 얻은 재산상 이익의 일정한 액수 자체를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제1항의 적용을 전제로 하여 이중매매 대상이 된 부동산 가액을 산정하는 경우, 부동산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때에는 부동산 시가 상당액이 곧 가액이라고 볼 것이지만,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이 이루어진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의 부동산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액, 압류에 걸린 집행채권액,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 피보전채권액 등을 뺀 실제 교환가치를 부동산 가액으로 보아야 한다.

[8] 피고인들이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절차가 진행 중인 호텔을 피해자 측에 매도하면서 소유권 확보방안으로 이에 관한 최선순위 근저당권(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 한다)과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를 이전하여 주고 가등기보다 먼저 설정된 근저당권이나 가압류, 가등기 자체에 걸린 가압류 등을 모두 말소하여 주기로 약정하였는데, 그 후 중도금을 수령하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 및 가등기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피해자 측에 교부하고도 가등기에 관하여는 임의로 다른 회사들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쳤다고 하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들의 배임행위 당시 호텔에 관하여는 이 사건 근저당권 외에도 가등기에 앞서 3건의 근저당권등기와 가압류등기가 각 마쳐져 있었고, 가등기 자체에도 4건의 가압류 또는 압류가 각 마쳐져 있었으므로,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을 산정할 때에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액뿐만 아니라 가등기에 앞서 설정된 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 피담보채권액이나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 피보전채권액 등을 모두 공제하여야 하는데도, 원심이 이득액을 산정할 때 이를 공제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나,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와 같은 법리오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1.06.30. 선고 2011도1651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등]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1.1.13. 선고 2009노3364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기 및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의 점에 대하여

 

가. 피고인 1의 면소 주장에 대하여

공소사실이나 범죄사실의 동일성 여부는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법률적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인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그 규범적 요소도 고려에 넣어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3.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8.8.21. 선고 97도2487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1은 2005.4.13.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구 주택건설촉진법 위반죄로 벌금 700만 원의 형을 선고받아 같은 달 21일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그 범죄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이 원심 공동피고인 및 공소외 1과 공모하여 관할관청으로부터 주택조합 설립인가를 받지 아니하고, 2002.10. 초순경 이 사건 토지상에 주택조합아파트 약 2,300세대를 건축·분양하는 사업을 함께 추진하여 이익을 나누어 갖기로 한 다음 그 무렵 위 조합아파트 명의의 청약권을 인쇄하여 원심 공동피고인에게 교부하고, 원심 공동피고인과 공소외 1은 2002.11.경부터 2003.1.30.경까지 공소외 2 등에게 위 조합아파트의 청약권을 1장당 750만 원 또는 1,500만 원씩 총 870장 합계 80억 3,750만 원 상당을 판매하여 위 조합가입자 약 870명을 모집하였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피고인 1에 대한 이 사건 사기의 공소사실 중 공소외 3 주식회사가 모집한 조합원들에 대한 사기 부분(이하 ‘이 사건 사기 부분’이라 한다)의 요지는 ‘위 피고인이 이 사건 토지상에 정상적으로 아파트를 건축하여 분양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2002.12.경 피해자 공소외 4에게 조합업무추진비 및 토지비용 등 명목으로 돈을 납입하면 조합아파트에 관한 청약권을 교부한다는 취지로 거짓말하여 이에 속은 공소외 4로부터 조합비 및 청약증거금 명목으로 합계 1,500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한 것을 비롯하여 2002.11.29.부터 2003.4.경까지 제1심판결 별지[범죄일람표(1), (2)] 기재의 피해자 133명으로부터 같은 명목으로 합계 20억 2,500만 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는 것이다.

위와 같이 유죄로 확정된 위 구 주택건설촉진법 위반죄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사기 부분 공소사실은 사전분양행위의 점에서는 일부 중복되는 면이 있으나, 이 사건 사기 부분 공소사실은 단순히 피고인 1이 위 피해자들에게 사전분양행위를 하였다는 것만이 아니라 위 피고인이 이 사건 아파트를 건축하여 분양할 의사나 능력이 있는 것처럼 피해자들을 기망하여 금원을 편취하였다는 것인 데 비하여, 위 구 주택건설촉진법 위반죄는 주택의 건설·공급과 이를 위한 자금의 조달·운용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그 입법 취지로 하는 구 주택건설촉진법상의 행정목적을 달성하고자 사전분양행위를 처벌하는 데 불과하여 행위의 태양이나 피해법익 등에 있어 다를 뿐 아니라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위 주택건설촉진법 위반죄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사기 부분 공소사실 사이에는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위 두 죄는 그 행위의 태양이나 보호법익에 비추어 보면 이를 1죄 내지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피고인 1이 위 주택건설촉진법 위반죄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위와 같은 확정판결을 받았다고 하여 그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 사기 부분 공소사실에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사건 사기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나 확정판결의 기판력의 범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나. 피고인들의 각 나머지 주장에 대하여

사기죄의 주관적 구성요건인 편취의 범의는 피고인이 자백하지 않는 이상 범행 전후의 피고인의 재력, 환경, 범행의 내용, 거래의 이행과정 등과 같은 객관적인 사정 등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하여도 사기죄는 성립되는 것이다(대법원 2008.2.28. 선고 2007도10416 판결, 대법원 2008.3.27. 선고 2008도443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각 상고이유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주장은 결국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취사와 사실인정을 나무라는 취지임을 알 수 있는바, 형사소송법 제383조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한하여 ‘중대한 사실의 오인’을 상고이유로 허용하고 있고, 그 나머지 사건에서는 오로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령 위반’, ‘형의 폐지나 변경, 사면’, ‘재심청구의 사유가 있을 때’만을 상고이유로 허용하고 있으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징역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위와 같은 사실오인의 주장은 형사소송법이 허용하고 있는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대법원 2008.5.29. 선고 2007도1755 판결 등 참조).

나아가 살피건대,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들을 종합하면, 피고인 2, 1은 공소외 3 주식회사나 공소외 5 주식회사를 통하여 이 사건 각 조합원 모집에 관여하였고, 위 피고인들은 이 사건 각 조합원 모집이나 공소외 5 주식회사와의 상가분양계약 및 업무대행계약 당시 자력부족, 이 사건 각 수익권증서 회수를 둘러싼 공소외 6 주식회사나 공소외 7 주식회사와의 분쟁 등으로 인하여 정상적으로 아파트나 상가를 건축하여 분양하거나 아파트 시행대행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하여 줄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며, 원심 공동피고인 또한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고서도 조합원들을 모집하였다고 판단하였는바,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기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점에 대하여

 

가. 사선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1) 불고불리 원칙 위반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소사실과 기본적 사실이 동일한 범위 내에서 법원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다르게 사실을 인정하였다고 할지라도 불고불리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대법원 1990.11.13. 선고 90도153 판결 등 참조).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 2, 1이 이 사건 호텔에 관한 2007.12.31.자 약정에 따라 피해자 측으로부터 계약금 및 중도금을 각 건네받고 ‘이 사건 호텔에 관한 근저당권 및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권을 이전해 주어야 할 임무’에 위배하여 위 가등기권을 공소외 8 주식회사, 공소외 9 주식회사에 이전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위 피고인들이 ‘위 가등기에 의한 본등기를 경료하고 위 근저당권을 양수하여 이를 말소한 후 낙찰자인 공소외 10 주식회사의 동의 없이 임의경매절차를 취소시킴으로써 정상적으로 이 사건 호텔에 관하여 아무 부담 없는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협력할 임무’에 위배하여 위 가등기를 공소외 8 주식회사, 공소외 9 주식회사에 이전한 것으로 인정하였다.

그런데 원심이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2007.12.31.자 약정은 실질적으로는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호텔을 피해자 측에 매도하는 내용으로서, 구체적으로는 이 사건 호텔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공소외 10 주식회사가 낙찰을 받았으나 아직 그 낙찰대금을 완납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위 피고인들이 경매신청 채권자이자 최선순위 근저당권자인 공소외 11 주식회사로부터 이 사건 근저당권을 양수하여 두었고 이 사건 호텔에 관하여 공소외 12 등의 명의로 이 사건 가등기를 마쳐둔 상태였으므로, 피해자 측으로 하여금 위 근저당권 및 가등기권을 양수하여 경매신청을 취하하고 위 가등기에 기한 본등기를 마치는 방법에 의하기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원심이 공소사실과는 달리 위 피고인들의 임무 내용을 위와 같이 인정한 것은 임무의 구체적인 내용에 관한 기본적 사실관계를 공소사실과 같이하면서 다만 그 법률적 평가만을 달리 표현한 것이거나 그 내용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하여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에 불과할 뿐 기본적 사실의 동일성의 범위를 벗어나 공소사실에 없는 새로운 임무를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더욱이 원심은 구체적인 임무위배행위에 관하여도 공소사실과 동일하게 이 사건 가등기를 공소외 8 주식회사, 공소외 9 주식회사에 임의로 이전한 것만을 인정하고 있는 터이므로 위와 같이 임무 내용을 달리 표현하였다고 하여 위 피고인들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이 초래되었다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공소장변경 없이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함으로써 불고불리 원칙에 위배하거나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등의 위법이 없다.

(2) 이행불능의 위험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하여

매수인에게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줄 의무를 지는 매도인이 그 부동산에 관하여 다른 사람에게 이전등기를 마쳐 준 때에는 매도인이 그 부동산의 소유권에 관한 등기를 회복하여 매수인에게 이전등기해 줄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어야 비로소 매수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이행불능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대법원 2010.4.29. 선고 2009다9912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되고, 여기서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실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실해 발생의 위험성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며, 위임받은 타인의 사무가 부동산소유권 이전등기의무인 경우에는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매수인이 가지고 있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이행불능되거나 이행불능에 빠질 위험성이 있으면 배임죄는 성립한다(대법원 1993.5.27. 선고 93도169 판결, 대법원 2007.7.26. 선고 2007도3882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 2, 1이 위 2007.12.31.자 약정에 따라 피해자 측으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까지 지급받은 직후 이 사건 가등기에 관하여 위 피고인들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회사인 공소외 8 주식회사, 공소외 9 주식회사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피고인들과 공소외 8 주식회사, 공소외 9 주식회사 사이의 관계에 비추어 위 피고인들이 이 사건 가등기의 등기명의를 회복하여 피해자에게 이전등기해 주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그 판시와 같은 사정 즉, 위 피고인들은 피해자 측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하면서 이 사건 가등기의 이전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교부하였음에도 등기권리증을 분실하였다는 거짓 사유를 들어 이 사건 가등기의 이전등기를 마쳤던 점, 피해자가 새로운 가등기명의인인 공소외 8 주식회사, 공소외 9 주식회사를 상대로 가등기의 원상회복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하더라도 그 소송에서 승소하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위 피고인들의 가등기 이전행위로 말미암아 피해자의 위 피고인들에 대한 가등기이전등기청구권이 이행불능에 빠질 위험성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이중매매로 인한 배임죄에 있어서 이행불능에 빠질 위험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로 들고 있는 대법원 1985.8.20. 선고 84도2109 판결은 이 사건과는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3) 이득액 산정 관련 위법 주장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위 피고인들이 위 2007.12.31.자 약정을 통하여 당시 임의경매절차가 진행 중이던 이 사건 호텔을 850억 원에 매도하기로 하면서 그 구체적인 소유권 확보방안으로 최선순위의 이 사건 근저당권(채권최고액 합계 449억 900만 원)과 이 사건 가등기를 이전하여 주고 이외에도 이 사건 가등기보다 먼저 설정된 근저당권이나 압류 및 가압류, 가등기 자체에 걸린 가압류, 가처분 등을 모두 말소하여 주기로 한 사실, 그런데 위 피고인들은 중도금을 수령하면서 이 사건 근저당권 및 가등기의 이전에 필요한 서류를 피해자 측에 교부하고도 이 사건 가등기에 관하여는 임의로 공소외 8 주식회사, 공소외 9 주식회사 앞으로 이전등기를 마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피고인들의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은 이 사건 호텔의 가액 850억 원에서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합계 449억 900만 원을 뺀 400억 9,100만 원이라고 보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이라 한다) 제3조제1항제1호로 의율하였다.

(나) 배임행위로 얻은 재산상 이익의 일정한 액수 그 자체를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특경가법 제3조제1항제1호의 적용을 전제로 하여 이중매매의 대상이 된 부동산의 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그 부동산에 아무런 부담이 없는 때에는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이 곧 그 가액이라고 볼 것이지만, 그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이 이루어져 있는 때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태에서의 그 부동산의 시가 상당액에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의 피담보채권액, 압류에 걸린 집행채권액,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의 피보전채권액 등을 뺀 실제의 교환가치를 그 부동산의 가액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7.4.19. 선고 2005도728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07.5.31. 선고 2005도3102 판결 참조).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피건대, 위 피고인들의 배임행위 당시 이 사건 호텔에 관하여는 이 사건 근저당권 외에도 이 사건 가등기에 앞서 3건의 근저당권등기(채권최고액 합계 73억 원)와 가압류등기(위 피고인들 주장 청구금액 16억 원)가 각 마쳐져 있었고, 나아가 이 사건 가등기 자체에 관하여도 1996.7.3.자 가압류(청구금액 100억 원), 1998.2.23.자 가압류(청구금액 15억 원), 1998.5.28.자 가압류(청구금액 61,396,704원), 2003.3.24.자 압류(위 피고인들 주장 집행채권액 17억 원)가 각 마쳐져 있었는바,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이 사건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의 피담보채권액뿐만 아니라 이 사건 가등기에 앞서 이 사건 호텔에 설정된 위 각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범위 내에서의 피담보채권액이나 가압류에 걸린 청구금액 범위 내에서의 피보전채권액 등을 모두 공제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그 이득액을 산정함에 있어 이를 공제하지 아니한 것은 잘못이다.

(다) 그러나 이들 근저당권의 피담보채권액이나 가압류 등의 청구금액을 공제하더라도 이 사건 배임행위로 인한 이득액은 약 312억여 원에 이르고 있어(처분금지가처분 또는 단순한 순위보전의 가등기 등은 부동산 그 자체의 교환가치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유는 아니므로 부동산의 가액 산정에 있어 이를 고려할 것은 아니며 그 가등기에 관한 가압류 등도 마찬가지이다) 위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특경가법 제3조제1항제1호에 해당되는 점은 다름이 없고, 원심이 특경가법 제3조제1항제1호에 정해진 법정형을 작량감경한 형기범위 내에서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최저형을 선고함으로써 더 이상 형을 감경할 여지가 없고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집행유예까지 선고하였으며, 피고인 1에 대하여도 이 사건 각 범행의 규모나 죄질, 위 피고인의 역할 등에 비추어 형의 집행을 유예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이 사건에 있어, 이와 같이 동일한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이득액에 대한 법률상의 해석을 잘못한 것에 지나지 않는 원심의 법리오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89.10.24. 선고 89도641 판결, 대법원 2005.9.28. 선고 2005도3929 판결 등 참조).

결국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배임죄에 있어서의 손해액 및 이득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 등으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도 원심의 구체적인 논리 위반이나 경험칙 위반의 점 등을 지적하지 아니한 채 원심의 전권사항인 증거취사와 사실인정만을 다투는 취지로서 사실오인의 주장에 불과하여, 위 피고인들에 대하여 징역 10년 미만의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사소송법이 허용하고 있는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아가 살피건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들을 종합하면, 위 피고인들은 실질적으로는 주식회사 토삼과 함께 위 2007.12.31.자 약정상의 공동매도인으로서 피해자에 대하여 이 사건 가등기 등을 이전하여 줄 법률상 의무를 부담하며, 배임의 고의나 배임행위와 위 피고인들의 재산상 이득 및 피해자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칙에 위배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각 양형부당 주장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383조제4호에 의하면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는 형의 양정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김능환(주심) 안대희 이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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