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구 식품위생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의 규정이 식품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합리적 재량권한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에게 부여한 것인지 여부(적극) 및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되는지 여부(한정 적극)

[2] 어린이가 미니컵 젤리를 섭취하던 중 미니컵 젤리가 목에 걸려 질식사한 두 건의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뒤 약 8개월 20일 이후 다시 어린이가 미니컵 젤리를 먹다가 질식사한 사안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이 미니컵 젤리의 유통을 금지하거나 물성실험 등을 통하여 미니컵 젤리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기존의 규제조치보다 강화된 미니컵 젤리의 기준 및 규격 등을 마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규제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구 식품위생법(2005.1.27. 법률 제73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의 내용과 형식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들은 식품의 위해성을 평가하고, 식품산업 종사자들의 재산권이나 식품산업의 자율적 시장질서를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정한 식품의 규격과 기준을 설정하고 그러한 규격과 기준을 실행하기 위한 검사조치를 실시하는 등 식품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합리적 재량권한을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및 관련 공무원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위와 같이 구 식품위생법의 규정이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에게 합리적인 재량에 따른 직무수행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상,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상황 아래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

[2] 어린이가 미니컵 젤리를 섭취하던 중 미니컵 젤리가 목에 걸려 질식사한 두 건의 사고가 연달아 발생한 뒤 약 8개월 20일 이후 다시 어린이가 미니컵 젤리를 먹다가 질식사한 사안에서, 당시의 미니컵 젤리에 대한 국제적 규제수준과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의 기존의 규제조치의 수준, 이전에 발생한 두 건의 질식사고의 경위와 미니컵 젤리로 인한 사고의 빈도, 구 식품위생법(2005.1.27. 법률 제73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 식품에 대한 규제조치를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의 합리적 재량에 맡기고 있는 취지 등에 비추어,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등이 미니컵 젤리의 유통을 금지하거나 물성실험 등을 통하여 미니컵 젤리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기존의 규제조치보다 강화된 미니컵 젤리의 기준 및 규격 등을 마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규제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정도에 이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0.11.25 선고 2008다67828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1외2인

♣ 피고, 상고인 / 대한민국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8.8.26. 선고 2006나9212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나서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피고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구 식품위생법(2005.1.27. 법률 제73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식품위생법’이라고 한다)은 제1조에서 “이 법은 식품으로 인한 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식품영양의 질적 향상을 도모함으로써 국민보건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 등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하 ‘식약청장’이라고 한다) 등으로 하여금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의 제조 등의 방법과 성분, 용기와 포장의 제조방법과 그 원재료, 표시 등에 대하여 일정한 기준 및 규격 등을 마련하도록 하고, 그와 같은 기준 및 규격 등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거나 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나 국민보건상의 필요가 있을 경우 수입신고 시 식품 등을 검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구 식품위생법 제7조, 제9조, 제10조, 제16조의 내용과 형식에 비추어 보면, 위 각 규정들은 식품의 위해성을 평가하고, 식품산업 종사자들의 재산권이나 식품산업의 자율적 시장질서를 부당하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적정한 식품의 규격과 기준을 설정하고 그러한 규격과 기준을 실행하기 위한 검사조치를 실시하는 등 식품으로 인한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합리적 재량권한을 식약청장 및 관련 공무원(이하 ‘식약청장 등’이라고 한다)에게 부여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위와 같이 구 식품위생법의 규정이 식약청장 등에게 합리적인 재량에 따른 직무수행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되는 이상, 식약청장 등에게 그러한 권한을 부여한 취지와 목적에 비추어 볼 때 구체적인 상황 아래에서 식약청장 등이 그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되어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2010.4.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0.9.9. 선고 2008다77795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와 같은 인정 사실 등으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미니컵 젤리는 카라기난을 성분으로 신고하여 수입되었지만 물성은 곤약을 함유한 젤리와 비슷한 탄성과 강도, 응집성을 지니고 있어서 질식의 개연성이 가장 높은 제품인 점, ② 피고는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8개월 20일 남짓 전인 2004.2.1. 및 같은 달 2일 미니컵 젤리로 인한 두 건의 질식사고가 발생하였음에도 위 두 건의 질식사고를 유발한 미니컵 젤리에 대하여 탄성, 강도 및 그로 인한 질식사고의 유발 가능성 등에 대하여 조사를 한 적이 없고, 나아가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미니컵 젤리의 물성에 대하여 실험하거나 조사한 적도 없는 점, ③ 식약청이 2004.10.26.부터 2004.12.6.까지 사이에 국내에 수입·유통되고 있는 미니컵 젤리에 포함되어 있는 성분들을 시험, 검사한 결과 2001.10.22. 곤약, 글루코만난을 함유한 미니컵 젤리의 제조·수입·유통 등을 금지시켰음에도 곤약, 글루코만난을 함유한 미니컵 젤리와 유사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니컵 젤리의 물성에 따라 질식사고의 가능성이 여전히 내재되어 있었던 점, ④ 현재 과학 기술 수준으로는 미니컵 젤리의 성분에 곤약 성분이 함유되었는지 여부에 대하여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이 알려진 바 없고, 이를 검사할 수 있는 기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미니컵 젤리를 수입할 당시 수입업자가 실제와 다르게 성분 신고를 하더라도 이를 확인함이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막연히 수입업자의 성분 신고에 의존하여 수입을 허가해 온 점, ⑤ 세계 각국에서는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사고가 빈발함에 따라 각종 규제조치를 강구하고 있고, 피고도 이러한 각국의 조치 및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던 점, ⑥ 미니컵 젤리는 물리적 특성, 크기, 모양, 섭취방법 등이 질식사고의 원인이 되는데, 특히 한 입 크기 정도로 제조된 미니컵 젤리의 경우 그 첨가물이 곤약인지, 해조류 추출물인지, 기타 검류인지 여부에 따라 질식사고의 유발 가능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 미니컵 젤리와 같은 섭취방법으로 입으로 빨아들이거나 미니컵을 눌러서 젤리를 입에 넣어 섭취하는 경우에는 질식사고의 유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로서는 비록 미니컵 젤리의 첨가물에 대하여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미니컵 젤리에 곤약이 함유되어 있는지 여부를 분석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미니컵 젤리 형태로 한 입에 흡입하여 내용물을 섭취할 경우 질식사고의 유발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고,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과 같은 해에 미니컵 젤리의 섭취로 사망한 두 건의 사고가 있었던 상황에서, 미니컵 젤리에 대한 물성 등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여 그 물성과 질식사고 유발 가능성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등으로 질식사고의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만연히 수입업자가 신고한 성분에 의존하여 이 사건 젤리를 국내에 유통시킨 잘못으로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이 사건 사고로 망인 및 그 유족인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의 이유에 의하면, 식약청장 등은 2001.4.경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미니컵 젤리와 관련한 질식사고가 발생한 이후, 2001.10.22. 곤약 또는 글루코만난이 함유된 직경 4.5cm 이하 원형, 원추형, 타원형의 미니컵 젤리의 생산, 수입, 유통 등을 금지하고 이들 이외의 식품첨가물(카라기난 등)을 사용한 제품에도 “잘못 섭취할 경우 질식의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표시하도록 조치하였고, 나아가 2002.4.15.경에는 미니컵 젤리의 수입신고 시에 제품이 쉽게 부서지는지 여부를 관능검사하도록 하고 미니컵 젤리의 함유성분 및 규격에 대하여 수출국 제조회사의 증명서 원본을 수입신고 서류에 포함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한 사실, 그러한 조치 이후 2004.1.경까지는 미니컵 젤리와 관련한 질식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한 사실, 이 사건 사고 이전에 발생한 두 건의 질식사고 중 한 건은 정상인에 비하여 음식물을 삼키는 능력이 미약한 장애 어린이가 관련된 사고였고, 다른 한 건은 냉동 보관되어 얼려져 있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질식사고의 위험성이 더 큰 미니컵 젤리에 의한 사고였던 사실, 나아가 2004.2.경을 기준으로 할 때 외국의 미니컵 젤리에 대한 규제수준을 보면, 미국, 호주, 캐나다 등은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곤약을 함유한 특정 형태, 일정 규격 이하의 미니컵 젤리에 대하여 수입을 금지하고 있었고, 유럽연합 등은 미니컵 젤리에 곤약 또는 글루코만난의 사용을 금지하는 외에 별도로 크기나 모양에 의한 규제는 하지 않고 있었으며, 일본의 경우 별도의 정부 차원의 규제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었던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식약청장 등이 2004.2.경을 기준으로 당시의 미니컵 젤리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수준에 뒤떨어지지 않는 기준으로 미니컵 젤리의 수입, 유통 등을 규제하고 그러한 규제조치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었던 점, 그러한 규제하에서 상당 기간 동안 미니컵 젤리와 관련한 질식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던 중 두 건의 질식사고가 연달아 발생하였으나 그 두 건의 사고는 각 미니컵 젤리의 고유한 물리적 특성이나 섭취방법 등의 위험요소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이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점, 그때까지 발생한 미니컵 젤리로 인한 사고의 빈도 등에 비추어 보면, 2004.2.경 식약청장 등으로서는 기존의 미니컵 젤리에 대한 규제조치에도 불구하고 제거되지 아니한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운 질식사고의 위험성이 존재할 것이라고는 쉽게 의심하기 어려웠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유럽연합이 2004.4.23. 곤약, 글루코만난 외에도 광범위한 첨가물의 사용을 잠정적으로 금지하고, 2004.7.12.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 위험성에 대하여 경고하는 취지의 발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사정들에다가 위와 같은 유럽연합의 조치는 최종적인 규제조치가 아닌 점, 당시 유럽연합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경우 아직 기존의 조치 이외에 미니컵 젤리에 대한 새로운 규제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보면, 위 각 시점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역시 식약청장 등이 미니컵 젤리의 위와 같은 위험성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정이 존재하였다고 하기는 부족하다.

나아가 위와 같은 사정에다가 구 식품위생법이 식품에 대한 규제조치를 식약청장 등의 합리적 재량에 맡기고 있는 취지, 즉 식약청장 등으로서는 규제권한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그러한 규제권한의 행사로 인한 식품의 수입업자, 판매업자 등 식품관련업 종사자들의 재산권 침해, 자율적인 시장질서에 개입함으로 인한 부작용의 우려 등도 식품의 위험성과 함께 비교·교량하여야 하는 점 등도 아울러 고려하여 보면, 비록 사후적으로 미니컵 젤리의 물리적 특성이나 섭취방법 등으로 인하여 고유한 질식사고의 위험이 존재하고, 기존의 규제조치에 의하여 그러한 위험성을 제거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드러났다고 하더라도, 식약청장 등이 2004.2.경 두 건의 미니컵 젤리로 인한 질식사고가 발생한 이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기까지 미니컵 젤리의 유통을 금지하거나 물성실험 등을 통하여 미니컵 젤리의 위험성을 확인하고 기존의 규제조치보다 강화된 미니컵 젤리의 기준 및 규격 등을 마련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규제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한 것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현저하게 합리성을 잃어 사회적 타당성이 없다고 볼 수 있는 정도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식약청장 등이(원심은 ‘피고’라고 표현하고 있으나 이는 피고 소속 공무원인 식약청장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미니컵 젤리의 물성 등에 대한 시험을 실시하여 그 물성과 질식사고 유발 가능성과의 관계를 파악하는 등으로 질식사고의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직무상 의무 위반 또는 위법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이 부분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시환(재판장) 안대희 차한성(주심)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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