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의동행’의 적법성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2] 수사기관이 ‘피고인 아닌 자’를 상대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를 ‘피고인’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있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3] 유흥주점 업주와 종업원인 피고인들이 이른바 ‘티켓영업’ 형태로 성매매를 하면서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구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경찰이 피고인 아닌 갑, 을을 사실상 강제연행한 상태에서 받은 각 자술서 및 이들에 대하여 작성한 각 진술조서는 위법수사로 얻은 진술증거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형사소송법 제199조제1항은 임의수사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데,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데도 이를 억제할 방법이 없어서 이를 통해서는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을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 체포·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 동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동행의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 수사기관이 피고인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3] 유흥주점 업주와 종업원인 피고인들이 영업장을 벗어나 시간적 소요의 대가로 금품을 받아서는 아니되는데도, 이른바 ‘티켓영업’ 형태로 성매매를 하면서 금품을 수수하였다고 하여 구 식품위생법(2007.12.21. 법률 제877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위반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경찰이 피고인 아닌 갑, 을을 사실상 강제연행하여 불법체포한 상태에서 갑, 을 간의 성매매행위나 피고인들의 유흥업소 영업행위를 처벌하기 위하여 갑, 을에게서 자술서를 받고 갑, 을에 대한 진술조서를 작성한 경우, 위 각 자술서와 진술조서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한 체포·구속에 관한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하여 수집된 것으로서 수사기관이 피고인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따라 증거능력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이를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1.06.30 선고 2009도6717 판결 [식품위생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1 외 1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청주지법 2009.6.25. 선고 2009노132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형사소송법 제199조제1항은 “수사에 관하여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임의수사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는바, 수사관이 수사과정에서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형식으로 피의자를 수사관서 등에 동행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체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제한되어 실질적으로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됨에도, 영장에 의하지 아니하고 그 밖에 강제성을 띤 동행을 억제할 방법도 없어서 제도적으로는 물론 현실적으로도 임의성이 보장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직 정식의 체포·구속단계 이전이라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헌법 및 형사소송법이 체포·구속된 피의자에게 부여하는 각종의 권리보장 장치가 제공되지 않는 등 형사소송법의 원리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2006.7.6. 선고 2005도6810 판결 참조).
또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수사기관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므로(대법원 2007.11.15. 선고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는 원칙적으로 피고인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대법원 1992.6.23. 선고 92도682 판결, 대법원 2009.8.20. 선고 2008도8213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인정한 사실관계와 기록에 의하면, 경찰관 4명이 이 사건 ○○유흥주점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진다는 제보를 받고 2008.1.30. 21:30경부터 위 유흥주점 앞에서 잠복근무를 하다가 같은 날 22:24경 위 유흥주점에서 공소외 1과 위 유흥주점 종업원인 공소외 2가 나와 인근의 △△△ 여관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 여관 업주의 협조를 얻어 같은 날 22:54경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투숙한 여관 방문을 열고 들어간 사실, 당시 위 두 사람은 침대에 옷을 벗은 채로 약간 떨어져 누워 있었는데 경찰관들이 위 두 사람에게 ‘성매매로 현행범 체포한다’고 고지하였으나, 위 두 사람이 성행위를 하고 있는 상태도 아니었고 방 내부 및 화장실 등에서 성관계를 가졌음을 증명할 수 있는 화장지나 콘돔 등도 발견되지 아니하자 경찰관들은 위 두 사람을 성매매로 현행범 체포를 하지는 못하고 수사관서로 동행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그 중 경찰관 공소외 3은 위 두 사람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도 있으나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말한 사실, 수사관서로 동행과정에서 공소외 2가 화장실에 가자 여자 경찰관이 공소외 2를 따라가 감시하기도 한 사실, 공소외 1과 공소외 2는 경찰관들과 괴산경찰서 증평지구대에 도착하여 같은 날 23:40경 각각 자술서를 작성하였고, 곧 이어 사법경찰리가 2008.1.31. 00:00경부터 01:50경까지 사이에 공소외 1과 공소외 2에 대하여 각각 제1회 진술조서를 작성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당시 경찰관들이 위 두 사람을 수사관서로 동행할 당시 동행을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고 말한 점, 당초 경찰관들은 위 두 사람을 성매매로 현행범 체포하려 하였으나 성매매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자 현행범 체포를 하지 못하고 위 두 사람이 성매매를 하려고 한 것이 범죄가 되거나 혹은 위 유흥업소의 영업자를 처벌하기 위하여 위 두 사람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보아 수사관서로의 동행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소외 1과 공소외 2는 여관방 침대에 옷을 벗은 채로 누워 있다가 여관방 문을 열고 들어온 경찰관 4명으로부터 성매매 여부를 추궁당한 후에 임의동행을 요구받았고 ‘동행을 거부하더라도 강제로 연행할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으므로 그러한 상황에서 동행을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보이는 점, 동행과정에서 공소외 2가 화장실에 가자 여자 경찰관이 공소외 2를 따라가 감시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사법경찰관이 공소외 1과 공소외 2를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이들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이들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 위에서 본 적법요건이 갖추어지지 아니한 채 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체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불법체포에 의한 유치 중에 공소외 1과 공소외 2가 작성한 위 각 자술서와 사법경찰리가 작성한 공소외 1, 공소외 2에 대한 각 제1회 진술조서는 헌법 제12조제1항, 제3항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2, 제201조 등이 규정한 체포·구속에 관한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하여 수집된 증거로서 수사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를 상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로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 의하여 그 증거능력이 부정되므로 피고인들에 대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
원심이 공소외 1, 2에 대한 수사관서로의 동행이 위법하여 위 각 자술서와 위 각 진술조서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함에 있어 설시한 이유는 위 법리와는 다소 달라 적절하지 아니한 점이 없지 아니하나, 위 각 자술서와 위 각 진술조서가 증거능력이 없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조치는 결론에 있어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나머지 상고이유의 주장은 사실심의 전권에 속하는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주심) 차한성 박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