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선행사고 등으로 운행할 수 없게 된 자동차가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자동차에 의한 추돌사고가 발생하였는데, 선행차량 운전자에게 선행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는 경우, 위 과실을 후행 추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분담 범위 산정에 참작하여야 하는지 여부(원칙적 적극)

 

◆ 대법원 2012.03.29. 선고 2011다110692 판결 [구상금]

♣ 원고, 피상고인 /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 피고, 상고인 / 롯데손해보험 주식회사

♣ 원심판결 / 부산고법 2011.11.17. 선고 (창원)2011나19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고속도로나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선행사고 등으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자동차를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관계 법령이 정한 고장자동차의 표지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주행차로에 정지해 있는 사이에 뒤따라온 자동차에 의한 추돌사고가 발생한 경우에, 선행차량 운전자에게 선행사고를 유발하거나 사고 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다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 비추어 볼 때 그 과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행 추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분담 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이 경우 선행차량 운전자에게 선행사고의 ‘발생’에 대한 과실이 있다면 사고 후 안전조치 등을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거나 부상 등으로 그러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9.12.10. 선고 2009다6492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2008.12.3. 06:30경 당시 약간의 비가 내린 뒤 낮은 기온으로 인해 도로면이 결빙되어 미끄러운 상태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 마산방면 18.2㎞ 지점을 운행하던 판시 10대의 차량들에 의해 적게는 1~2초, 많게는 수십 초 정도의 간격으로 발생한 판시 1차 사고 내지 8차 사고 등으로 이루어진 10중 연쇄 추돌사고인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한 사실, 이 사건 교통사고로 판시 카렌스차량(5차량, 이하 ‘5차량’이라 하고, 나머지 차량들에 대해서도 원심이 붙인 번호로 특정한다)의 운전자 소외 1이 사망한 사실, 위 사고는 2차량이 노면의 결빙으로 미끄러지면서 중앙분리대를 충격한 후 1차로에 역방향으로 정지하자, 2차량을 뒤따르며 1차로를 진행하던 1차량이 2차량을 충격하고 정지한 1차 사고로부터 시작되었고, 2차 사고는 2차로를 진행하던 3차량이 1차량을 충격하고 정지한 사고이며, 3차 사고는 2차로를 진행하던 9차량이 3차량을 충격한 다음 갓길 옹벽을 충격하고 정지한 사고이고, 그 후 2차로를 진행하던 소외 1 운전의 5차량이 3차량을 충격한 후 1차로와 2차로에 걸쳐 정지한 4차 사고가 발생한 사실, 뒤이어 1차로를 진행하던 8차량이 5차량을 충격하는 5차 사고가, 1차로를 진행하던 10차량이 5차량을 충격하는 6차 사고가 각 발생하였고, 2차로를 진행하던 4차량이 미끄러져 1차로에 있던 1차량을 충격한 후 정지하는 7차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이어 1차로를 진행하던 6차량이 5차량을 충격하는 8차 사고가 발생하였고 마지막으로 7차량이 6차량을 충격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 위 차량들 중 6차량과 8차량은 원고의 피보험차량이고, 10차량은 피고의 피보험차량인데, 원고가 소외 1의 상속인들에게 손해배상금으로 3억 9,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인정 사실에 의하면, 소외 1의 사망은 8차량, 10차량, 6차량의 각 운전자가 도로가 결빙된 상태에서 충분히 감속하지 아니하고 제동장치 및 조향장치를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한 다음, 나아가 위 소외 1의 사망은 이 사건 교통사고에 관련된 판시 10대 차량의 운전자들 모두의 공동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된 것이므로 이들 차량 운전자들 각각의 과실비율을 정한 뒤 그에 따라 피고의 책임을 정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교통사고 중 판시 1차 사고의 선행 차량인 2차량의 운전자 소외 2는 이 사건 교통사고에 앞서 별개의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차로를 변경하면서 노면의 결빙으로 미끄러져 중앙분리대를 충격한 뒤 1차로 상에 정지하게 된 것이고, 연이어 1차 내지 8차 사고가 연쇄적으로 발생한 점, 이와 같이 연쇄적인 추돌사고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5차량을 기준으로 한 선행 차량인 2차량(원심판결의 ‘1차량’은 잘못된 기재로 보인다)의 운전자 소외 2, 1차량(원심판결의 ‘2차량’은 잘못된 기재로 보인다)의 운전자 소외 3, 3차량의 운전자 소외 4가 사고 직후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거나, 도로교통법규가 정한 ‘고장 등 경우의 표지’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거나 이를 기대할 수 있었음에도 선행 차량의 운전자들이 이를 게을리 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뚜렷한 증거는 없고, 안전조치를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연이어 발생된 후속 추돌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아니한 점 등을 들어 5차량의 운전자 소외 1의 사망과 직접 관련된 차량은 8차량, 10차량, 6차량이고 그 외의 다른 차량이 소외 1의 사망과 어떠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3.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의 사망과 직접 관련된 차량은 8차량, 10차량, 6차량이고 그 외의 다른 차량이 소외 1의 사망과 어떠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옳지 않다.

즉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밤에 고속도로상에서 발생한 이 사건 교통사고 당시 5차량을 직접 추돌한 8차량, 10차량, 6차량이 사고지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선행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각자의 사고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안전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던 중 판시 5차, 6차, 8차 사고가 발생하여 5차량이 추돌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 5차, 6차, 8차 사고 당시 선행사고로 정차되어 있던 차량의 운전자들에게 선행사고의 발생 자체에 대하여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면 설사 사고 후 안전조치 등을 취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거나 부상 등으로 그러한 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고 하더라도 후속 5차, 6차, 8차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분담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그들의 과실까지 참작하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8차량, 10차량, 6차량 외에도 위 5차, 6차, 8차 사고에 앞선 선행사고의 발생에 대한 과실이 인정되는 차량을 가려낸 다음, 이들 차량 운전자들의 과실비율을 정하여 소외 1의 사망과 관련된 10차량 운전자의 과실비율에 따른 피고의 부담 범위를 정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의 부담 비율이 50%라 인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분담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못한 잘못이 있고, 이러한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것임이 분명하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이에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나머지 상고이유 주장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능환 이인복 박병대(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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