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고운전자가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고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면서 피해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준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의 ‘도주한 때’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2] 구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서 정한 ‘교통사고 후 운전자 등이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의 의미
[3] 혈중 알코올 농도 0.197%의 음주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운전자가, 피해자 병원 이송과 경찰관 사고현장 도착 전에 견인차량 기사를 통해 피해자에게 신분증을 교부한 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현장을 이탈하였다가 약 20분 후 되돌아온 사안에서, 위 운전자의 행위가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11.03.10. 선고 2010도16027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검사
♣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10.11.9. 선고 2010노252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에 규정된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말미암아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정차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사고장소를 이탈하여 사고를 낸 사람이 누구인지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면, 사고운전자가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하여 자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하여 주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대법원 1996.4.9. 선고 96도252 판결, 대법원 2002.1.11. 선고 2001도5369 판결, 대법원 2004.3.12. 선고 2004도250 판결 등 참조). 또한 구 도로교통법(2010.7.23. 법률 제10382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148조 역시 ‘구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한 때 성립하는 것으로, 구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서 말하는 ‘교통사고 후 운전자 등이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라 함은 곧바로 정차함으로써 부수적으로 교통의 위험이 초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에 대한 구호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의미하는 것이다(대법원 2006.9.28. 선고 2006도3441 판결, 대법원 2007.12.27. 선고 2007도6300 판결 등 참조).
2. 가. 원심은, 피고인이 혈중 알코올 농도 0.19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한 후 차량에서 내려 피해자와 10분 동안 피해변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당시 사고 장소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고 차량의 통행이 많았는데 3차선에 주차된 차량들과 2차선에 있던 피고인 차량으로 인하여 사실상 1개 차선만 이용할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후행차량들로부터 차량 이동을 요구받고 피고인이 차량을 이동하려고 하였던 사실, 이에 피해자는 “경찰이 올 때까지 차량을 빼지 말라.”고 하였으나, 당시 사고 장소에 출동해 있던 견인차량 기사 공소외 1이 피해자에게 “따라가 데리고 오겠으니 먼저 차를 빼자.”고 하면서 피고인으로부터 신분증을 교부받아 피해자에게 건네준 사실, 피고인은 사고 장소로부터 약 100m 떨어진 골목에 자신의 차량을 주차하였고, 피고인이 현장을 떠난 후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구급차에 의하여 후송된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현장을 이탈한 뒤 사고수습의 도움을 요청한 선배가 피고인이 있던 장소로 나타나기까지 기다린 다음, 약 20분이 경과한 후에서야 사고현장으로 돌아오고 있었는데, 경찰관은 견인차량 기사 공소외 2에 의해 가해운전자로 지칭된 피고인으로부터 운전사실에 관한 진술을 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인적사항을 알 수 있는 신분증을 교부하였던 점,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어 차량을 이동시켜야 했던 점, 견인차량 기사와 함께 근거리에 차량을 주차한 후 약 20분 후 현장으로 되돌아온 점, 피해자가 병원으로 후송되어 달리 구호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었던 점, 견인차량 및 다수의 목격자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음주상태에서 사고를 일으켜 사고에 대한 구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선배로부터 도움을 받기 위해 사고현장으로 바로 되돌아오지 아니한 사정이 있더라도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도주한다는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하여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죄와 사고 후 미조치로 인한 구 도로교통법 위반죄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은 혈중 알코올 농도 0.197%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하고서도 피해자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현장을 이탈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현장을 떠난 후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고 병원구급차에 의하여 후송되었다는 것인데, 이러한 사실과 더불어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해자는 사고 직후 피고인에게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였고, 피해자의 딸(당시 2세)이 이 사건 사고로 다쳐 울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도 피해자들을 병원으로 급히 호송해야 할 상황임을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실제로 피해자의 딸은 이 사건 사고로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뇌진탕’의 상해를 입게 되었고, 피해자 부부도 각각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경추 및 요추 염좌상 등’의 진단을 받아 병원에서 투약 등 치료를 받았으며 피해자의 차량도 약 38만 원의 수리비가 소요될 정도의 물적 피해를 입었던 점, 이미 견인차량이 도착한 상태에서 피고인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면서까지 직접 차량을 이동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현장에서 이탈한 뒤 약 20분이 지나 사고장소에 되돌아오다가 만난 경찰관에게 자신의 운전사실을 부인하면서 “성명불상의 대리운전기사가 이 사건 사고를 야기한 뒤 도망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에 따라 이 사건 사고 당일 작성된 교통사고발생보고서(수사기록 17면)에도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자신의 운전사실을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설시한 다른 여러 사정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를 두고 구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이 규정하는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의 병원 이송 및 경찰관의 사고현장 도착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였으므로, 비록 그 후 피해자가 구급차로 호송되어 치료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사고운전자인 피고인은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사고현장을 이탈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설령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이탈하기 전에 피해자에게 자신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주민등록증을 건네주었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사고현장을 떠날 당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더 이상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다. 따라서 이와 달리한 원심의 판단에는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3 제1항 및 구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 제148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