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취지 및 사고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의 정도

[2]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차량의 물적 피해가 경미하고, 파편이 도로상에 비산되지도 않았다고 하더라도, 가해차량이 즉시 정차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도주한 경우에는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 경우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

[2] 농로에서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왕복 4차로의 도로로 진입하던 차량의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여 진행 차량의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진입하다가 도로를 진행하던 차량을 들이받아 파손한 사안에서, 비록 사고로 인한 피해차량의 물적 피해가 경미하고, 파편이 도로상에 비산되지도 않았다고 하더라도,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미안하다는 손짓만 하고 도로를 역주행하여 피해차량의 진행방향과 반대편으로 도주한 것은 교통사고 발생시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 대법원 2009.05.14. 선고 2009도787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도로교통법위반(음주측정거부)]

♣ 피고인 / 피고인

♣ 상고인 / 피고인 및 검사

♣ 원심판결 / 전주지법 2009.1.15. 선고 2008노97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설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채증법칙 위배 등의 위법이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2007.11.25. 14:08경 (차량번호 1 생략) 무쏘 승용차를 운전하여 김제시 금구면 금천리에 있는 금천저수지 방면 농로에서 전주-금구간 도로로 진입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우 운전 업무에 종사하는 피고인으로서는 속도를 줄이거나 일시 정지하여 진행하는 차량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하게 진입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그대로 진입하다가, 전주 방면에서 금구 방면으로 진행하던 피해자 공소외 1(남, 44세) 운전의 (차량번호 2 생략) 토스카 승용차의 우측 휀더 부분을 피고인 운전의 무쏘 승용차 우측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서, 피해차량인 토스카 승용차를 수리비 금 589,120원 상당이 들도록 부수었음에도 불구하고, 곧 정차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해차량의 파손의 정도는 피해차량의 우측 휀더 부분이 수리비 589,120원 상당이 들도록 파손된 정도로 경미하여 차량의 운행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부서지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파편이 도로에 떨어지지도 아니하였고, 양 차량이 충격으로 위치를 이동하거나 조향력을 잃지도 아니하였으며, 사고 직후 피해자 공소외 1가 후행 차량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고자 피해차량을 우측 갓길로 옮겨 세운 것이라면, 이 사건에 있어 피고인이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이 사고 후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도로를 역주행하여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반대편 도로로 넘어간 다음 피해차량의 진행방향과 반대편으로 진행함으로써 사고의 위험이 높아졌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이 애초에 예정한 진행방법으로 진행한 것으로 진행방법 자체의 위험성으로 인한 것일 뿐 이 사건 사고 후 미조치로 인하여 증대된 위험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취지는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를 방지·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 경우 운전자가 취하여야 할 조치는 사고의 내용과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 상황에 따라 적절히 강구되어야 하고 그 정도는 건전한 양식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정도의 조치를 말한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8.10.9. 선고 2008도3078 판결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사고 장소는 중앙분리대가 설치된 왕복 4차로의 도로이고 사고시간은 낮이었던 사실, 사고 당시 피해차량에는 피해자 공소외 1, 2, 3 등이 탑승하고 있었던 사실, 피고인 차량이 피해차량을 충격함과 동시에 잠시 정차하였다가 피해자 공소외 1가 후행 차량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피해차량을 운전하여 우측 갓길에 정차한 후 차에서 내려 피고인 차량의 조수석 옆으로 다가가 피고인에게 내리라고 한 사실, 그러나 피고인은 자신의 차량에서 내리지 않은 채 미안하다는 손짓만 하고 도로를 역주행하여 횡단보도를 이용하여 반대편 도로로 넘어간 다음 피해차량의 진행방향과 반대편으로 진행하여 전주 방향으로 운전해 간 사실, 피해자들은 위 사고 현장에서 약 30분가량 머물면서 112에 사고 신고를 하였고, 피고인이 다시 이 사건 사고 현장을 지나가는 것을 보고 정지하라고 손짓하였음에도 그대로 간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피고인은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즉시 정차하여 피해 유무를 확인하지 아니하고 그대로 진행하였을 뿐 아니라, 피해자가 도주하는 피고인을 뒤쫓아 감으로써 또 다른 교통상의 위험과 장애가 야기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비록 위 사고로 인하여 피해차량이 경미한 물적 피해만을 입었고 파편물이 도로상에 비산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시의 필요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도로교통법 제148조, 제54조제1항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위 각 공소사실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그 전체에 대하여 하나의 형이 선고되어야 하므로, 결국 원심판결은 그 전부를 파기할 수 밖에 없다),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안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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