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무효사유가 있는 경우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해관계인이 다른 소송에서 선결문제로서 혼인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대법원 2013.09.13. 선고 2013두9564 판결 [유족보상일시금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 피상고인 /
♣ 피 고 / 근로복지공단
♣ 피고보조참가인, 상고인 /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13.4.26. 선고 2012누19580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제2점, 제3점에 대하여
당사자 사이에 혼인할 의사가 없으면 설령 혼인신고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혼인은 무효이다(민법 제815조제1호). 한편 민법은 혼인의 취소에 관하여는 소에 의하도록 하면서도(제816조), 혼인의 무효에 관하여는 그 사유만을 제815조에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혼인무효사유가 있는 경우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 있음은 물론, 이러한 소가 제기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이해관계인은 다른 소송에서 선결문제로서 혼인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가사소송법이 혼인무효의 소의 제기권자를 별도로 규정하고(제23조) 혼인무효의 청구를 인용한 확정판결에 대세적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거나(제21조제1항), 혼인 여부가 친족법상 또는 상속법상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어서 이에 관한 가족관계등록기록의 정정은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의 형사판결이 확정된 경우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제107조에 따라 혼인무효 확정판결에 의하여만 할 수 있을 뿐, 같은 법 제105조제1항에 따라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어 할 수는 없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일부 인용하여,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과 소외 1이 2009.12.13. 망인에게 찾아가 망인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이 필요하다고 말하여 망인으로부터 이를 받아 2009.12.14. 강원 정선군 남면사무소에서 참가인과 망인이 혼인한다는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사실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망인이 2005.11.23. 소외 2와 이혼한 후 4년이 지나 2009.12.10. 폐암 3기 말 확진 판정을 받은 직후에야 참가인이 망인과의 혼인신고를 하였던 점, 망인은 위 혼인신고 다음날인 2009.12.15. 소외 2와의 혼인신고서를 제출하였던 점, 망인은 참가인이 혼인신고를 한 사실을 알게 된 후 주민등록지를 원고의 주소지로 이전하고 전원요양신청을 한 다음 유족급여 수급자를 원고로 지정하는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한 점, 소외 1은 혼인신고 이후인 2009.12.18. 남면사무소에서 망인의 인감증명서 3통을 교부받았고, 망인은 2010.1.25. 참가인과 소외 1이 혼인신고 등을 목적으로 자신의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증을 받아 사용하였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자필로 작성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한 혼인신고는 망인의 의사에 반하는 것으로 그 효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참가인과 망인 사이의 법률혼 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혼인의 무효, 가족관계등록부 기재의 추정력 및 사실혼관계에 있는 당사자 일방의 혼인신고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4점에 대하여
원심은, 망인이 2005.11.23.에야 소외 2와 이혼하였던 점, 망인이 2001.8.23. 참가인과 동일한 주소로 전입신고하였지만, 전입신고 약 1년 6개월 후 세대분가를 하였던 점, 망인이 참가인과 함께 여행을 가고 소외 1의 결혼식에 참석하였으며 2008.7.경부터 1년 6월 동안 상병보상연금 중 일정액을 참가인에게 지급하였더라도 이는 참가인이 망인의 자식을 낳아 기른 것에 대하여 망인이 가족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점, 참가인 스스로도 2010.10.8. 근로복지공단 영월지사 사무실에서 피고로부터 조사받을 당시 “망인의 폐암 발병 전에는 가끔 병원에 방문하였고, 폐암이 발병한 후에야 병원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간병을 했다.”고 진술한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참가인이 망인과 사실혼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실혼관계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일영(재판장) 이인복 박보영(주심) 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