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저작권법 제2조제1호는 저작물을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항에 따른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고, 한편 저작권법은 제4조제1항제8호에서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계장치나 시스템의 연결관계를 표현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그 장치 등을 구성하는 장비 등이 달라지는 경우 그 표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기술 구성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표현에 대하여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2]지하철 통신설비 중 화상전송설비에 대한 제안서도면에 관하여 기능적 저작물로서의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저작물성을 부인한 사례.
◆ 대법원 2005.01.27 선고 2002도965 판결 [저작권법위반]
♣ 피고인 / 피고인 1 외 5인
♣ 상고인 / 피고인들
♣ 원심판결 / 서울지법 2002.1.30. 선고 2001노189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1은 피고인 2 주식회사 도시시스템 사업부 철도시스템팀장, 피고인 3은 위 철도시스템팀 소속 과장, 피고인 4는 피고인 5 주식회사 사장, 피고인 6은 피고인 5 주식회사 영업부장인바, 조달청이 1999.4.10.경 약 200억 원 규모의 광주도시철도 1호선(이하 ‘광주지하철’이라고만 한다) 통신설비를 국제입찰 형식으로 공고하자, 피해자 ◯◯SDS 주식회사(이하 ‘◯◯SDS’라 한다)는 이에 응찰하기로 결정하고 그 직원 김◯범이 위 통신설비 중 화상전송설비에 대한 설계도면을 작성한 후, 그 설계도면의 CAD(Computer Aided Design)작업을 피고인 5 주식회사에 의뢰하여 피고인 6의 지시에 따라 그 직원인 조◯애가 CAD작업을 완료하여 피해자에게 납품한 사실이 있었는바, 1999.4. 말경 위 입찰에 참가하기로 한 피고인 2 주식회사는 자체기술력의 부족으로 위 화상전송설비의 설계도면을 독자적으로 작성할 능력이 없어 피고인 5 주식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SDS의 설계도면을 입수하여 그 중 삼성의 명칭과 로고 등만 피고인 2 주식회사의 것으로 수정한 후 제출하기로 결정하고, 피고인 3이 피고인 6을 접촉하여 위 설계도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자 피고인 6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피고인 4와 피고인 5 주식회사 이사인 공소외 1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은 공소외 1과 공모하여, 1999.5. 말 일자불상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번지생략)피고인 2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피고인 6이 ◯◯SDS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광주지하철 통신설비 중 화상전송설비에 대한 설계도면(이하 ‘이 사건 도면’이라 한다)을 삼성의 명칭과 로고만 피고인 2 주식회사로 수정한 다음 그 설계도의 프린트 1부, 설계도에 관한 CAD 파일을 압축 저장한 디스켓 5장을 피고인 3에게 전달하여, 같은 해 6.경 피고인 2 주식회사이 공사 입찰에 응찰하기 위해 위 설계도면을 조달청에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SDS의 이 사건 도면에 대한 저작권을 침해하고, 피고인 2 주식회사, 피고인 5 주식회사는 그의 직원들이 그 업무에 관하여 위와 같이 각 위법행위를 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제1심은, 이 사건 도면은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되는 저작물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범의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는데, 원심은 그 판시 증거들에 의하여, 아래의 가. 항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 아래의 나. 다. 항과 같이 이 사건 도면의 저작물성과 피해자의 이 사건 도면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1, 피고인 3, 피고인 4, 피고인 6의 범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는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다.
가. 원심의 인정 사실
(1) 삼성전자 주식회사(이하 ‘삼성전자’라 한다)는 외국업체가 독점하고 있던 지하철 화상전송설비 시장을 개척하기 위하여 1989.경 T/F(Task Force)팀을 구성하고 1991.경 서울지하철 5호선 통신설비 입찰에 처음 참여하였으나 기술심사에서 탈락하였고, 그 후 대구지하철 통신설비 입찰에 대비하여 입찰예정일 1년 전부터 각 지하철 운영담당자들을 방문하여 사용 중인 시스템에 관한 설명을 듣고 그 장단점과 보완하여야 할 사항을 검토하는 등으로 시장을 분석하고 독자적인 기술개발을 통한 기술력 축적에 노력한 결과 1994.에 대구지하철 1호선 화상전송설비부문에 응찰하여 이를 처음으로 수주하였으며, 이후 1995.에 부산지하철 2호선, 1996.에 인천지하철 1호선의 화상전송설비부문을 연속하여 수주하였고, 대구지하철 1호선 화상전송설비공사를 수행하면서부터 그에 필요한 장비들을 국산화해 왔다.
(2) 피고인 5 주식회사는 피고인 4가 1988.3.경 삼성전자에서 화상정보시스템사업부서 부장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설립한 회사로서(창업시에는 회사명이 (명칭생략)이었으나 1998.4.경 피고인 5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 주로 방송설비인 영상과 음성 교환장치, AV매트릭스 스위치, 영상분배기, 음성분배기, 제어장치 등을 생산하고, 삼성전자나 ◯◯SDS로부터 위 장비들을 주문받아 납품해 오면서 삼성전자 및 ◯◯SDS와 협력관계를 유지하여 왔고, 피고인 5 주식회사의 자회사로서 1993.7.경 설립된 공소외 주식회사는 삼성전자로부터 위 대구 및 부산지하철 화상전송설비 설치공사를 하도급받아 삼성전자가 제공한 설계도면과 제안서 등의 자료에 따라 화상전송설비 설치공사를 수행하였다.
(3) 삼성전자와 공소외 주식회사은 1996.12.17. 삼성전자가 수주한 인천지하철 화상전송시스템 설치공사에 관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고, 위 계약은 위 공사 도중인 1998.7.1. 하도급인이 삼성전자로부터 지하철 공사와 관련한 영업 및 그와 관련된 지적재산권을 양수한 ◯◯SDS로, 하수급인이 같은 해 9.23. 공소외 주식회사을 합병한 피고인 5 주식회사로 각 변경되었다.
(4) 피고인 2 주식회사는 엘리베이터 제작, 지하철 관련 신호설비, 역무자동화설비등을 주된 사업 목적으로 하는 회사로서 그 동안 국내 지하철공사의 신호설비분야에만 주력하여 오다가 광주지하철공사부터 통신설비분야에도 참여하기로 하고 이 사건 광주지하철의 통신설비 부분 입찰에 참가하여 처음으로 화상전송설비사업에 진출하였다.
(5) 지하철 통신설비는 디지털광전송설비, 열차무선설비, 사령전화설비, 화상전송설비의 4개 부문으로 나눠지는데, 광주지하철의 통신설비 입찰에는 ◯◯SDS와 피고인 2 주식회사, 대우통신, 현대정보기술, 성미전자 등 5개 업체가 참여하였다.
(6) 일반적으로 지하철공사 입찰참여업체들은 조달청으로부터 각 부문별로 설치될 장비의 개별 기능 및 통합 기능과 그 기본사양 및 배치관계를 규정한 입찰시방서와 그 배치에 관한 기본도면(이를 ‘시방서도면’이라 한다)을 제공받아 이를 기초로 그 시방서에서 제시하는 각종 기능을 구현하기 위하여 설치할 장비의 배치에 관한 기본적 개략적 도면(이를 ‘제안서도면’이라 한다)을 작성 제출하여 입찰에 참여하고, 낙찰을 받은 경우에는 최종계약을 체결한 후 3개월 이내에 입찰시 제출한 입찰제안서와 입찰시방서를 비교 검토하여 틀리는 부분들과 당해 지하철 상황에 비추어 불합리한 부분, 장비들을 결선하여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 기타 장비설치를 위한 케이블 포설도 또는 물량의 증가 등을 고려하여 입찰제안서 및 제안서도면에 변경을 가한 승인시방서 및 승인도면을 지하철건설본부에 제출하여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승인시방서 및 승인도면은 입찰시 제출한 입찰제안서 및 제안서도면을 기본으로 하여야 하고, 각 설비의 기술방식 또는 기능 등을 입찰제안서 및 제안서도면과 다르게 변경할 수는 없다. 승인도면에 대한 지하철건설본부의 승인이 나면 낙찰업체는 승인도면 중 장비의 설치에 관한 케이블블록다이어그램에 따라 승인도면에 나타난 장비들의 설치공사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위 케이블블록다이어그램에 따른 각 역내의 장비의 설치 및 배선을 표시한 도면이 작성되어 승인도면에 추가되며, 이렇게 추가되어 최종 설치공사가 끝난 다음 보관용으로 지하철 건설본부에 제공되는 도면을 ‘준공도면’이라 한다. 승인도면에 대한 승인이 난 후 설치공사를 하면서 준공도면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서는 승인도면에 장비의 추가나 삭제 등의 변경은 할 수 없고 일부 배선의 변경 정도의 가벼운 수정만 할 수 있다.
(7) 이 사건 도면은 광주지하철 통신설비 중 화상전송설비에 대한 제안서도면으로서, 광주지하철 건설본부가 원하는 화상전송기능의 내용 및 이를 구현하기 위하여 각 역별로 설치될 장비의 종류, 수량, 규격, 설치 위치 및 장비간의 연결방법 등을 규정한 입찰시방서(수사기록 806-904쪽)와 그에 첨부된 시방서도면(수사기록 905-917쪽)을 기초로 하여, ◯◯SDS가 입찰참여업체로서 입찰제안서에 따라 제공하려고 하는 화상전송설비, 즉 일반역, 관리역, 종합사령실별로 설치될 각종 카메라, 모니터와 이들에 대한 통제장치 및 전원공급장치 등 각종 장비의 배치 및 연결관계를 나타내는 도면이다.
(8) ◯◯SDS의 이 사건 입찰담당자인 김◯범 과장은 이 사건 도면(제안서도면)을 작성함에 있어 광주지하철 입찰시방서에 제시된 화상전송설비의 기본적 사양 및 규격이 당시 ◯◯SDS가 시공중이던 인천지하철의 그것과 유사하였으므로, 관리역과 종합사령실 부분은 그 당시 완성된 인천지하철 승인도면을 역의 숫자만큼 복사하여 그 위에 일부 달라진 부분만을 수정하고, 일반역 부분은 직접 스케치를 하여 역의 숫자만큼 복사한 다음 이를 각 역에 맞게 수정하여 이 사건 도면의 초안을 작성한 다음, 이를 화상전송설비분야에 관한 ◯◯SDS의 협력업체로서 위 인천지하철 승인도면을 직접 작성한 피고인 5 주식회사의 담당직원인 피고인 6에게 주면서 캐드(CAD)작업을 의뢰하였고, 피고인 6의 지시를 받은 조◯애는 위 도면 초안이 자신이 최근에 작성한 인천지하철 승인도면을 일부 수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중인 인천지하철 승인도면 파일을 불러내어 도면 초안에 따라 수정한 후 1999.4.9. 캐드 파일과 함께 프린트한 이 사건 도면 40장을 김◯범에게 주었다.
(9) 한편, 피고인 2 주식회사는 피고인 1이 피고인 2 주식회사의 전문분야인 신호설비분야를 관장하고, 새로이 참여하는 역무자동화설비 및 통신설비는 피고인 3가 전담하였으며, 이에 따라 피고인 3은 통신설비 중 열차무선설비, 사령전화설비는 다른 업체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업체를 제휴업체로 선정하고, 이 사건 화상전송설비에 관하여는 1998. 말경 협력업체인 포커스엔지니어링이 입찰제안서 및 제안서도면을 작성하여 주기로 하였으나 1999.3.경 위 회사가 제안서도면은 피고인 2 주식회사에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SDS의 협력업체인 피고인 5 주식회사가 피고인 2 주식회사에게 장비 납품 및 도면 제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1999.4.6.경 피고인 5 주식회사의 담당자인 피고인 6에게 광주지하철 입찰시방서를 주면서 도면 작성을 의뢰하였고, 피고인 6의 지시를 받은 조◯애가 ◯◯SDS에게 작성하여 준 이 사건 도면 파일을 불러내어 도면의 박스 모양, 선의 굵기, 장비의 모양 등을 일부 수정하고 삼성의 로고를 피고인 2 주식회사로 바꾼 다음 1999.5.26. 위 도면 캐드 파일과 함께 프린트한 도면 53장(◯◯에 준 도면보다 13장이 많으나, 장비외곽도면 13장이 포함되었기 때문이고, 이를 제외한 40장 부분은 위와 같은 수정 이외에는 이 사건 도면을 거의 그대로 복제한 것이다)을 피고인 3에게 주어, 피고인 3는 이를 입찰시방서와 대조하여 본 결과 일반역과 관리역에 설치될 컴퓨터 1대가 누락된 부분을 발견하고 이를 수정한 다음 입찰시 제안서도면으로 제출하였다.
(10) 이 사건 광주지하철 통신설비공사의 입찰은 1999.4.6. 입찰공고 후 같은 해 6.9. 입찰제안서가 제출되고, 제출된 입찰제안서가 입찰시방서에 제시된 규격에 적합한지 여부에 대한 심사를 거쳐 같은 해 12.17. ◯◯SDS와 피고인 2 주식회사, 대우통신이 규격적합업체로 선정되었고, 같은 해 12.22. 입찰에서 그 중 최저가격입찰자인 피고인 2 주식회사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었다.
나. 이 사건 도면의 저작물성
(1)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도면은 광주지하철공사 입찰시방서에 제시된 화상전송기능을 구현하는 화상전송설비, 즉 일반역, 관리역, 종합사령실별로 설치될 각종 카메라, 모니터와 이들에 대한 통제장치 및 전원공급장치 등 각종 장비의 배치 및 연결관계를 기호, 수치, 점, 선, 그림 등으로 표현한 도면으로서, 먼저 화상전송기능을 구현하는 방식이나 장비의 종류, 배치 및 배선의 선택에 따라 도면의 전체적인 구도 및 개별 장비와 그 연결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이 크게 달라지게 되고, 나아가 기능 구현 방식, 장비, 배치 및 배선에 관하여 동일한 선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도면상에 나타냄에 있어서 개별 장비의 모양, 배치 및 연결관계 등에 관하여 그 표현방법이나 구체적 표현이 어느 한 가지로 확립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작성자마다 달라질 수 있으며 그 표현하는 방법이나 구체적 표현에서 작성자의 개성을 감지할 수 있는 사실(피고인들 제출 참고자료 44, 47의 1 내지 19 참조), 이 사건 입찰에서 외국의 SI(System Integration)업체들과 제휴한 다른 참여업체들(피고인 2 주식회사 제외)이 영상교환장치(Video Matrix distributer)라는 하나의 몸체 내에 각 기능이 다른 영상정보수신장치(Video Alarm Unit), 문자발생장치(Character Generator), 각종 인터페이스접속장치(Interface Unit) 등을 함께 내장하도록 하는 것과는 달리 ◯◯SDS는 기능이 다른 위 장치들을 각 별도로 제작·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채택하여 유지·보수의 편의를 도모하고, 일부 장비들을 국산화함으로써 이 사건 도면의 체제, 구도와 장비의 종류, 배열 및 그에 따른 배선의 각 표현이 다른 참여업체들의 제안서도면과 전혀 다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권◯섭의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박◯곤의 제1심법정 및 검찰에서의 진술, 공판기록 535쪽에 편철된 알카텔사의 제안서도면과 이 사건 도면의 비교),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도면은 화상전송기능을 구현하는 방식, 장비의 종류와 그 배치 및 배선에 관한 창작적 표현물로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이라고 할 것이다.
(2) 사상과 융합된 표현에 대하여 저작권의 보호가 주어져서는 아니된다는 이른바 ‘합체의 원칙(Merger Doctrine)’은 게임규칙이나 컴퓨터프로그램 등에 있어서 어떤 사상이 그 표현방법 외에는 달리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고, 사상을 표현하는 방법이 한 가지 이상 있을 경우에는 비록 그 사상의 성질상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화상전송기능을 구현하는 기술적 원리를 실현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고, 채택한 그 방식에 따라 설계도면이 달라지며(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도면은 다른 참여업체들인 현대정보기술, 대우통신, 성미전자의 설계도면과 그 체제, 구도 및 구체적 표현방법이 완전히 다를 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있어서 ◯◯SDS가 채택한 표현방법이 관련업계에서 사실상의 표준으로 되어 있어 달리 더 효율적인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같은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표현방법이나 구체적 표현이 작성자마다 달라질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도면에 사상과 표현이 융합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또 저작권법은 기술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기술사상의 변경이 없다 하더라도 표현에 있어서 선택 가능성이 있고, 그 표현에 저작자의 개성이 나타나 있다면 저작권법상 무의미한 개변이라고 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도면에 대한 저작권의 귀속
(1) 먼저, 이 사건 도면의 모태가 된 인천지하철 승인도면(준공도면 중 장비 설치공사 과정에서 케이블블록다이어그램에 따라 새로이 작성되어 추가된 각 역내의 장비 설치 및 배선 표시도면을 제외한 도면)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SDS와 피고인 5 주식회사 사이의 인천지하철 화상전송시스템 설치공사에 관한 하도급계약 내용의 해석 및 승인도면 작성 과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5 주식회사가 ◯◯SDS로부터 도급받은 공사는 설계도면 등에 따른 화상전송설비의 설치공사뿐이고 제안서도면을 변경하여 승인도면을 작성하는 것까지 포함된 것은 아니어서 제안서도면을 변경하는 권한은 여전히 ◯◯SDS가 가지고 있고, 공사 도중에 설계도면 변경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는 설계도면의 작성 및 변경 권한을 가진 ◯◯SDS에게 그 변경을 건의하고, ◯◯SDS가 발주처와의 협의에 따라 변경을 결정하여 이를 지시하는 경우에 그 지시에 따라 설계도면을 변경하는 절차를 거쳐 승인도면을 완성한 것이므로, 위 과정에 있어서 업무상 편의를 위하여 때로는 피고인 5 주식회사가 인천지하철공사와 직접 의견교환을 한 바가 있고 피고인 5 주식회사가 사실상 승인도면을 작성하였다 하더라도 결국 이러한 장비의 변경이나 배열의 선택 및 그에 따른 설계도의 변경은 ◯◯SDS가 결정하였고, 피고인 5 주식회사는 위 결정의 내용에 따라 제안서도면을 수정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위 승인도면의 완성에 있어서 피고인 5 주식회사는 ◯◯SDS의 승인도면 작성행위를 보조한 데 불과하고 위 승인도면의 저작자는 여전히 ◯◯SDS라고 할 것이다.
(2) 다음으로 이 사건 도면에 관하여 살피건대, 조◯애(원심판결문의 한◯애는 오기로 보임)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 김◯범의 검찰 진술조서에 의하면 ◯◯SDS는 광주지하철의 시방서가 나온 직후부터 위 광주지하철공사 입찰에 참여하기 위하여 입찰제안서 및 이 사건 도면을 작성한 사실, 이 사건 도면은 ◯◯SDS가 인천지하철 승인도면을 기초로 하여 광주지하철의 역명과 특색에 맞게 장비를 추가하거나 변경을 하고, 카메라, 모니터 등 장비의 숫자와 배열을 변경함에 따라 설계도면도 변경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위 인정 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이 ◯◯SDS가 광주지하철의 역명과 특성에 맞추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인천지하철 승인도면을 변경하여 이 사건 도면을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 도면은 위 승인도면의 2차적 저작물로서 위 승인도면과는 별개의 저작물이 되었고, 그 저작권은 ◯◯SDS에게 귀속된다고 할 것이다(피고인 5 주식회사는 단지 이를 CAD작업해 준 보조자에 불과하다).
3. 이 법원의 판단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가. 저작권법 제2조제1호는 저작물을 “문학·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로 규정하고 있는바, 위 법조항에 따른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기 위해서 필요한 창작성이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말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어떠한 작품이 남의 것을 단순히 모방한 것이 아니고 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사상 또는 감정의 표현을 담고 있음을 의미하므로, 누가 하더라도 같거나 비슷할 수밖에 없는 표현, 즉 저작물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표현을 담고 있는 것은 창작성이 있는 저작물이라고 할 수 없다.
한편 저작권법은 제4조제1항제8호에서 “지도·도표·설계도·약도·모형 그 밖의 도형저작물”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도형저작물은 예술성의 표현보다는 기능이나 실용적인 사상의 표현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이른바 기능적 저작물로서, 기능적 저작물은 그 표현하고자 하는 기능 또는 실용적인 사상이 속하는 분야에서의 일반적인 표현방법, 규격 또는 그 용도나 기능 자체, 저작물 이용자의 이해의 편의성 등에 의하여 그 표현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
동일한 기능을 하는 기계장치나 시스템의 연결관계를 표현하는 기능적 저작물에 있어서 그 장치 등을 구성하는 장비 등이 달라지는 경우 그 표현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저작권법은 기능적 저작물이 담고 있는 사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저작물의 창작성 있는 표현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기술 구성의 차이에 따라 달라진 표현에 대하여 동일한 기능을 달리 표현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그 창작성을 인정할 수는 없고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는지 여부를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 이 사건 도면 중 도면번호 KJVTS-001 내지 KJVTS-003, KJVTS-023 내지 KJVTS-040 도면의 저작권자 내지 저작물성에 관하여
(1)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도면은 김◯범의 요청으로 피고인 5 주식회사의 직원인 조◯애가 CAD프로그램으로 작성한 것으로, ◯◯SDS는 각 도면에 대하여 KJVTS-001에서 KJVTS-040까지 도면번호를 부여하였고, 각 도면에는 ◯◯SDS의 로고가 기재되어 있는데(피고인들 제출의 참고자료 44), 이 사건 도면 중 KJVTS-001은 조달청이 제시한 입찰시방서의 화상전송설비에 관한 그림 4-1(수사기록 905쪽), KJVTS-003은 입찰시방서 그림 4-3(수사기록 907쪽), KJVTS-029는 입찰시방서 그림 4-5(수사기록 909쪽), KJVTS-031은 시방서 그림 4-7(수사기록 911쪽), KJVTS-032는 입찰시방서 그림 4-10(수사기록 914쪽), KJVTS-038은 입찰시방서 그림 4-11(수사기록 915쪽)에 대응하는 도면들이기는 하지만, 입찰시방서의 도면은 간략한 그림인데 비하여, 입찰제안서의 대응도면은 실물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등의 차이가 있어서 양 도면이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위 KJVTS-001, 003, 029, 031, 032, 038 도면의 작성과정에서 김◯범은 위 입찰시방서 그림들을 복사하여 그 위에 ‘이쁘게’라고 표시한 것을 조◯애에게 주었을 뿐이고, 위 도면들을 이처럼 입찰시방서 도면과 다른 모양으로 구체화한 것은 조◯애인데, 조◯애는 ◯◯SDS의 직원이 아니어서 위 도면들이 ◯◯SDS의 단체명의 저작물로 될 수는 없으므로(저작권법 제9조 참조), ◯◯SDS가 위 KJVTS-001, 003, 029, 031, 032, 038 도면의 저작권자라고 할 수는 없다(원심은 조◯애를 ◯◯SDS의 도면 작성 보조자로 인정하였으나, 그 도면 작성경위와 도면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위 도면 및 아래의 KJVTS-002, KJVTS-023 내지 KJVTS-028 도면은 조◯애가 ◯◯SDS의 의뢰를 받아 독자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이 사건 도면 중 KJVTS-002, KJVTS-023 내지 KJVTS-028 도면은 중앙통제센터 레이아웃과 종합사령실, 관리역, 일반역에 설치되는 장치의 실제 외관을 묘사한 도면(실장도)인 바, 인천지하철 승인도면에 이와 유사한 도면이 있기는 하지만, 광주지하철의 도면들과 이에 대응하는 인천지하철 승인도면은 서로 동일성이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많으므로, 이 도면 또한 CAD작업을 한 조◯애가 나름대로 작성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그에 따라 ◯◯SDS는 위 KJVTS-002, KJVTS-023 내지 KJVTS-028 도면의 저작권자라고 할 수도 없다.
(3) 이 사건 도면 중 KJVTS-039, 040 도면은 시방서 그림 4-12, 4-13(수사기록 916, 917쪽)과 실제로 동일한 그림이므로, 조◯애나 김◯범의 독자적인 창작물이라고 할 수 없고, KJVTS-033 도면은 인천지하철 승인도면의 도면번호 ICVTS-035 도면과 동일한 도면이기는 하지만, 위 ICVTS-035 도면은 단순한 직육면체 모양의 랙(Rack)이라는 장치를 통상적인 방법으로 간략하게 도시한 것으로서 작성자의 창조적인 개성이 표현되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그 도면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단순 복제한 KJVTS-033 도면의 창작성도 인정할 수 없다.
다. 이 사건 도면 중 도면번호 KJVTS-004 내지 KJVTS-022 도면의 저작물성에 관하여
(1) 종합사령실, 관리역, 일반역의 시스템 블록 다이어그램(System Block Diagram, KJVTS-005 내지 KJVTS-022)과 광주도시철도 1호선 시스템 종합구성도(KJVTS-004)는 지하철의 역명 등 일부 부분을 제외하고는 인천지하철 승인도면과 차이가 없으나, 인천지하철의 승인도면이나 이 사건 도면 중 위 도면들(이하 ‘이 사건 배치도면’이라고 한다)은 모두 각종 장비의 배치, 연결관계를 그대로 시공이 가능할 정도로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도면으로서, 그 도면에서 배치하고 있는 각종 장비들은 이미 입찰시방서에서 종류와 수량, 규격, 기능이 제시되었고(수사기록 870, 880, 884, 890, 904쪽), 그 기능 및 화상신호 등의 흐름에 따른 연결관계가 정하여져 있는 장비들의 구체적인 연결관계가 입찰시방서의 도면(수사기록 910, 912, 913쪽)에 도시되어 있으므로, 이 사건 배치도면에서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발휘될 수 있는 부분은 각 장비 등의 구체적인 모양이나 위치 배열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2) 이 사건 배치도면에 배치된 장비나 연결선 등의 모양에 관하여 보면, 이 사건 배치도면에서 폐쇄회로 카메라와 모니터, 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장비들을 단순한 사각형으로 도시하고, 장비들을 연결하는 배선을 직선의 실선, 일점쇄선, 점선 등으로 표시하는 것 및 그 장비에 표시한 단자의 모양은 기계설계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블록 다이어그램의 작도법에 불과하므로, 거기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고, 폐쇄회로 카메라와 모니터, 컴퓨터는 실물모양을 간략하게 표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간략화된 실물모양은 이 사건 배치도면을 작성한 자가 독자적으로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도면을 작성하는 데 사용한 CAD프로그램에서 제공하고 있는 정형화된 실물그림 중 하나를 선택한 것으로서 그 선택에 도면 작성자의 개성이 나타나 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표준화된 그림이므로, 이 사건 배치도면에서 묘사하고 있는 장비나 연결선, 단자 등의 모양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일반역의 시스템 블록 다이어그램 도면(KJVTS-009 내지 KJVTS-022, 카메라의 숫자가 차이나는 외에는 모두 같은 도면임)은, 도면의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CCTV카메라(모니터 포함), video terminal unit, video alarm unit, C/G, splitter(화면분할기), video matrix switcher, control console을 배치하고 있는바, 위 도면에 대응하는 입찰시방서의 그림 4-8(수사기록912쪽)도 왼쪽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카메라, splitter, video alarm unit, Character Generator(C/G), Video matrix distributer, Operating room을 배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러한 배치방법은 1993년도에 작성된 대구지하철 입찰시방서의 도면(공판기록 524쪽), 인천지하철 시방서도면(공판기록 529쪽)에도 나타나 있고, 다른 종류의 시스템 블록 다이어그램들(피고인들 제출의 참고자료 47의 1 내지 19) 및 광주지하철입찰에 참여한 대우통신의 협력업체인 알카텔사의 도면(공판기록 535쪽)도 화상정보의 실제 흐름에 따라 도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입력장치, 처리장치, 출력장치의 순으로 도시하고 있으므로, 위 일반역 도면의 기본적인 장비 배치는 통상적인 도면 작성방법에 따른 것일 뿐, 그 배치방식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4) 위 일반역 도면에서 화상입력장치를 승강장용 카메라와 시설물용 카메라로 구분하여 왼쪽 상단부터 아래쪽으로 배치한 것, 승강장용 모니터를 다른 모니터와 별도로 표시한 것, 나머지 출력장치들(모니터)을 도면의 오른쪽 위치에 상단에서 하단으로 배치하여 표시한 것, control panel을 역무실 내에 표시한 것, ADM MUX를 출력장치 아래에 표시한 것 또한 광주지하철 입찰시방서 도면에 표시된 순서 및 위치를 그대로 따른 것이고, 흑화상발생기(Black image generator), 고장경보수신장치(alarm receive unit)와 전원부(power control unit, power distributer unit)는 화면 구도상 보기 좋은 위치에 통상적인 방법으로 그 연결관계에 따라 적절히 배치한 것이므로, 위 각 장치의 배치에 창작성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5) 위 일반역 도면에서 위 장비들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을 어느 위치에 표시할 것인지, 특정 장비를 도면상 정확히 어느 위치에 표시할 것인지, 장비를 나타내는 사각형의 크기를 얼마로 할 것인지, 블록들을 연결하는 선의 길이는 얼마로 할 것인지, 도면상 수평이 맞지 않는 위치의 블록들을 연결하는 선을 일직선의 사선으로 그릴 것인지, 혹은 수평선과 수직선을 조합한 꺾은 선으로 그릴 것인지는 이러한 종류의 도면을 작성하는 자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으로 보이므로, 도면 작성자의 창조적인 개성이 드러나 있는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6) 종합사령실의 시스템 블록 다이어그램 도면(KJVTS-005)은 도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optical cable, optical receiver, video matrix switcher, 종합 monitor group, 종합사령실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는 시방서 그림 4-4(수사기록 908쪽)와 동일하고, 관리역의 시스템 블록 다이어그램 도면(KJVTS-006, 007, 008)은 도면의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optical fiber, optical receiver, video matrix switcher, optical transmitter, control console을 배치하고 있는데, 이는 입찰시방서 그림 4-6(수사기록 910쪽)과 동일하며, 위 각 도면의 배치 방법 외에 장비의 구체적인 위치, 모양이나 선의 연결배치 관계 등은 일반역 시스템 블록 다이어그램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그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7) 광주도시철도 1호선 시스템 종합구성도(KJVTS-004)는 일반역, 관리역, 종합사령실의 시스템 블록 다이어그램을 모아서 하나의 도면에 간략하게 나타낸 것으로서 그 배치방법이나 작도방법에 별다른 특징이 없으므로, 이 또한 창작성을 인정할 수 없다.
(8) 위 알카텔 사의 도면은 이 사건 배치도면에 비하여 선의 연결관계가 단순하게 되어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차이는 이 사건 배치도면이 실제 시공이 가능할 정도로 상세하게 작성된 것인데 비하여, 알카텔 사의 도면은 기본적인 장비의 구성, 연결을 간략하게 묘사한 것인 점 및 알카텔 사가 채택한 영상교환장치는 여러 다른 장치까지도 하나의 몸체에 내장한 것인데 비하여, ◯◯SDS가 채택한 장비는 영상교환장치와 다른 장치를 별도로 분리하여 설치하는 것인 점에 기인한 것이고, 이러한 차이는 표현방법의 차이가 아니라 표현하고자 하는 기술적 사상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므로 원심이 이러한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도면의 창작성을 인정한 것은 잘못이다.
또한, 피고인들 제출의 참고자료 47의 1내지 19 도면은 이 사건 배치도면과 다른 기술 사상을 나타내는 도면이고, 그에 따라 그 표현이 달라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도면들과 이 사건 도면의 구체적인 표현이 다르다는 사정을 들어 이 사건 도면의 창작성을 인정한 것도 잘못이다.
라. 소결론
이 사건 도면은 지하철 통신설비 중 화상전송설비의 장비 구성 및 그 장비의 연결관계를 도시한 기능적 저작물로서, 그 도면 중 일부는 그 저작자를 ◯◯SDS로 볼 수 없고, 나머지 도면들은 일반적인 도면 작성방법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입찰시방서에 의하여 제한된 기술적인 내용을 표현함에 있어 작성자의 창조적 개성이 드러나 있다고 보기 어려워 그 저작물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도면을 복제하는 행위가 ◯◯SDS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은 이 사건 도면이 속하는 기능적 저작물의 저작물성 및 그 저작권의 귀속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는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윤재식 이규홍 김영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