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직위해제의 법적 성질
[2]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이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하는지 여부(적극)
[3]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근로자에 대하여 대기발령을 명하고 이어서 무단결근,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는 시위 등의 사유로 징계해고를 한 경우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 아니라고 한 사례
◆ 대법원 2006.08.25. 선고 2006두5151 판결[부당해고및부당노동행위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피상고인 / 원고
♣ 피고, 상고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피고 보조참가인 / 참가인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6.2.7. 선고 2004누23614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가. 근로자에 대한 직위해제는 일반적으로 근로자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 또는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 근로자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경우, 근로자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등에 있어서 당해 근로자가 장래에 있어서 계속 직무를 담당하게 될 경우 예상되는 업무상의 장애 등을 예방하기 위하여 일시적으로 당해 근로자에게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함으로써 직무에 종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잠정적인 조치로서의 보직의 해제를 의미하므로 과거의 근로자의 비위행위에 대하여 기업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행하여지는 징벌적 제재로서의 징계와는 그 성질이 다르다(대법원 1996.10.29. 선고 95누15926 판결, 2005.11.25. 선고 2003두8210 판결 등 참조).
또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 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2.12.26. 선고 2000두8011 판결, 2005.2.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나. (1) 그런데 우선 원심은 그 1차 대기발령에 관하여 기초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이 2003.1.6. 원고에 대하여 원고가 참가인 측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합 탈퇴를 강요한 점과 안산시청 주변에서의 피켓 시위, 2002.12.26.경 시청 방문 때 한 경영권과 관련한 발언, 다른 회사의 인사경영권 개입 등에 대한 사실 여부와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에 대한 확인조사 후 그 결과에 따라 응분의 처분을 하고자 한다는 이유로 기간을 2003.1.8.부터 2003.2.6.까지로 한 대기명령을 발하였다고 인정한 바 있고, 기록{을 제12호증의 3(대기발령) 등}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다는 사정 자체를 대기발령 사유로 삼은 것이 아니고, 그 경위사실로서 기재하였을 뿐이라고 보아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막상 그 사실인정을 기초로 판단을 함에 있어서는 참가인이 원고가 근로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다는 사정을 대기발령의 주된 사유로 삼았다고 하면서 주로 이에 대해 판단한 것은 참가인의 주장의 취지를 오해하였거나 판결의 이유에 모순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나아가 참가인이 위와 같이 대기발령의 사유들로 삼은 사정들에 대하여 원심은 그 사정들의 존재 자체는 대부분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그러한 사정들 대부분은 적어도 원고의 근무태도 등과 관련되어 있는 것들로서 참가인이 이러한 사정들을 들어 원고의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아 잠정적인 조치로서 그 보직을 해제하고 대기발령을 명한 것을 두고, 그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부여된 인사권의 상당한 재량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2) 원심은 또 취업규칙 제51조제3항에서 30일을 초과하여 대기발령할 수 있는 사유는 제1항제6호(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자), 제8호(회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자), 제10호 뿐이고, 위 제10호라 함은 적어도 제6호, 제8호에 준하는 사유를 일컫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한데, 참가인이 대기발령 사유로 삼은 것들이 취업규칙 제51조제3항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1항제6호, 제8호, 제10호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어려우므로 결국, 참가인의 대기발령 연장명령은 그 권한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우선, 원심이 위 제10호라 함은 적어도 제6호, 제8호에 준하는 사유를 일컫는 것으로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위 취업규칙의 해석상 예컨대 취업규칙 제51조제1항제1호, 제4호 등의 사유가 있어 1차로 30일을 초과하지 않는 대기기간을 정하여 대기발령을 하였는데, 그 대기기간 동안에 당해 근로자에게 또다시 위 제51조제1항제1호, 제4호 등에 해당하는 새로운 사유가 있어 회사에 복귀하여 원만한 업무수행을 하는 데 지장이 있게 된 경우에 이를 사유로 하여 재차 30일을 초과하지 않는 대기기간을 정하여 대기발령을 하는 것까지 금지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런데 원심은 참가인이 근로계약서체결촉구 묵살, 업무지시 묵살, 집단시위, 진정, 대기명령기간 중 직장이탈 등에 대한 사유서 내지 시말서들을 제출할 것을 지시받았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개전의 정도 없다는 이유로 대기명령을 2003.3.5.까지 연장한다는 내용의 명령을 발하였다고 인정하였고, 참가인이 위와 같이 2차 대기발령의 사유들로 삼은 사정들에 대하여 원심은 근로계약서체결 촉구 묵살에 대한 사유서 등 제출 지시 불이행의 점을 제외하고는 그 사정들의 존재 자체는 부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바, 그러한 사정들 또한 대부분 적어도 원고의 근무태도 등과 관련되어 있는 것들로서 참가인이 이러한 사정들을 들어 원고의 근무태도 등이 불량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아 재차 대기발령을 명한 것을 두고, 그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부여된 인사권의 상당한 재량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2. 나아가 원심은 원고의 이 사건 해고 사유로 삼은 무단결근, 참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듯한 시위 등의 사유가 모두 위와 같이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연장 대기발령 이후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그 판단의 주된 근거로 삼아 원고의 귀책사유로 인하여 참가인과 더 이상 근로관계를 계속할 수 없게 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참가인이 원고에 대하여 징계의 종류 중 해고를 선택한 것은 그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그렇지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대기발령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그 대기명령 연장기간 중인 2003.2.15.과 같은 달 21일, 22일에 각 결근을 하고, 같은 달 25일경 연가신청서를 일방적으로 제출한 후 2003.3.1.까지 결근을 한 것은 원고가 그 각 대기발령의 부당함에 항의하려는 차원에서 행해진 것이 아니어서 그 각 대기발령의 정당성 여부와 아무 관계도 없고, 또 원고가 2003.2.6.과 같은 달 7일, 같은 달 10일부터 같은 달 13일까지 안산시청 앞에서 ‘악덕기업주 (회사명 생략)(이름 생략) 사장 처벌하라’, ‘민간위탁 중단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하고, 2003.2.20. 노동부 청사 앞에서 유사한 내용으로 시위를 한 것 또한 그 주된 동기가 각 대기발령의 부당함을 항의하려는 취지에서 행해진 것도 아니며, 그 각 대기발령이 적어도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위법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는 이상 그 시위와 같은 항의행위를 당연히 정당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이러한 사정들에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노동조합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합탈퇴를 권유하는 활동을 하고, 두 차례의 사원교육 불참과 중요업무 하달 건으로 회사임원이 4차례에 걸쳐 호출하였는데도 응하지 아니하였다는 등의 사실과 앞에서 본 각 대기발령의 사유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은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근로계약서 작성·제출 요구 및 원고가 이를 거부해 오고 있었던 사정 등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고용관계를 계속 할 수 없을 정도로 참가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징계해고도 그 징계권을 일탈·남용하여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가 참가인에 대하여 해고의 징계를 선택한 것이 징계권을 남용하여 위법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법리오해와 채증법칙 위배 등에 의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안대희(재판장) 김영란 김황식(주심) 이홍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