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청약은 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승낙과 결합하여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성립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확정적인 의사표시인 반면 청약의 유인은 이와 달리 합의를 구성하는 의사표시가 되지 못하므로 피유인자가 그에 대응하여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계약은 성립하지 않고 다시 유인한 자가 승낙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비로소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서 서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구분 기준에 따르자면, 상가나 아파트의 분양광고의 내용은 청약의 유인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데 불과한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선분양·후시공의 방식으로 분양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거래 사례에 있어서 분양계약서에는 동·호수·평형·입주예정일·대금지급방법과 시기 정도만이 기재되어 있고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 및 그 부대시설의 외형·재질·구조 및 실내장식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가 있는바,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에 관한 외형·재질 등이 제대로 특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체결된 분양계약은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비록 분양광고의 내용, 모델하우스의 조건 또는 그 무렵 분양회사가 수분양자에게 행한 설명 등이 비록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러한 광고 내용이나 조건 또는 설명 중 구체적 거래조건, 즉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수분양자가 분양자에게 계약 내용으로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이는 사항에 관한 한 수분양자들은 이를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분양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분양계약시에 달리 이의를 유보하였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에 이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의 외형·재질에 관하여 별다른 내용이 없는 분양계약서는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아파트 분양계약은 목적물의 외형·재질 등이 견본주택(모델하우스) 및 각종 인쇄물에 의하여 구체화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보아, 광고 내용 중 도로확장 등 아파트의 외형·재질과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수분양자들 입장에서 분양자가 그 광고 내용을 이행한다고 기대할 수 없는 것은 그 광고 내용이 그대로 분양계약의 내용을 이룬다고 볼 수 없지만, 이와 달리 온천 광고, 바닥재(원목마루) 광고, 유실수단지 광고 및 테마공원 광고는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콘도회원권 광고는 아파트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부대시설에 준하는 것이고 또한 이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 분양계약의 내용이 된다고 한 사례.
[3]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고, 일단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고지할 의무가 별도로 인정될 여지가 없지만, 상대방에게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인정되거나 거래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상대방에 대하여는 비록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점을 들어 추후 책임을 일부 제한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고지할 의무 자체를 면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4] 우리 사회의 통념상으로는 공동묘지가 주거환경과 친한 시설이 아니어서 분양계약의 체결 여부 및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대규모 공동묘지를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는 것은 통상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아파트 분양자는 아파트단지 인근에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는 사실을 수분양자에게 고지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한 사례.
[5] 상법상의 영업양도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고,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는 단지 어떠한 영업재산이 어느 정도로 이전되어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종래의 영업조직이 유지되어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므로, 영업재산의 일부를 유보한 채 영업시설을 양도했어도 그 양도한 부분만으로도 종래의 조직이 유지되어 있다고 사회관념상 인정되면 그것을 영업의 양도라 볼 것이지만, 반면에 영업재산의 전부를 양도했어도 그 조직을 해체하여 양도했다면 영업의 양도로 볼 수 없다.
[6] 신탁행위의 정함에 따라 전수탁자가 임무를 종료하고 신수탁자가 선임됨으로써 수탁자가 변경된 경우에도 신수탁자는 신탁법 제26조, 제48조 등이 정하는 수탁자 경질의 법리에 따라 수탁자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게 되고, 이 때 제3자는 수탁자의 경질 이전에 이미 발생한 채권에 관하여 계약의 당사자인 전수탁자에게 이를 행사할 수 있음은 물론, 신탁법 제48조제3항에 의하여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 신수탁자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다.
[7] 법원은 위자료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해자측과 가해자측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금액을 정하여야 하므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당해 사고로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 및 그 배상액의 다과 등과 같은 사유도 위자료액 산정의 참작 사유가 되는 것은 물론이며, 특히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데도 입증 곤란 등의 이유로 그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그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이러한 사정을 위자료의 증액사유로 참작할 수 있다.
【대법원 2007.6.1. 선고 2005다5812, 5829, 5836 판결】
• 대법원 2007.6.1. 선고 2005다5812,5829,5836 판결 [손해배상(기)·소유권이전등기등]
•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원고 1외 648인
•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한국○○신탁 주식회사
• 원심판결 / 서울고법 2004.12.7. 선고 2004나22577, 22584, 22591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분양계약의 내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관하여
청약은 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승낙과 결합하여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성립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확정적인 의사표시인 반면 청약의 유인은 이와 달리 합의를 구성하는 의사표시가 되지 못하므로 피유인자가 그에 대응하여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계약은 성립하지 않고 다시 유인한 자가 승낙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비로소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서 서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구분기준에 따르자면, 상가나 아파트의 분양광고의 내용은 청약의 유인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데 불과한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선분양·후시공의 방식으로 분양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거래사례에 있어서 분양계약서에는 동·호수·평형·입주예정일·대금지급방법과 시기 정도만이 기재되어 있고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 및 그 부대시설(이하 아파트 및 그 부대시설을 포괄하여 ‘아파트’라고만 한다)의 외형·재질·구조 및 실내장식 등(이하 위 사항들을 포괄하여 ‘외형·재질 등’이라고만 한다)에 대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가 있으나,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에 관한 외형·재질 등이 제대로 특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체결된 분양계약은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비록 분양광고의 내용, 모델하우스의 조건 또는 그 무렵 분양회사가 수분양자에게 행한 설명 등이 비록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러한 광고 내용이나 조건 또는 설명 중 구체적 거래조건, 즉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수분양자가 분양자에게 계약 내용으로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사항에 관한 한 수분양자들은 이를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분양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분양계약시에 달리 이의를 유보하였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에 이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원고들과 소외 1 주식회사(이하 ‘소외 1 회사’라고만 한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분양계약서(갑 제2호증의 1 내지 622)에는 분양의 목적물이 건물과 대지의 면적 및 그 동과 호수를 표시한 아파트 1동과 이에 따른 전기, 도로, 상수도시설 기타 부대시설(공용)로 되어 있고, 기타사항(제17조)으로 견본주택 내에 시공된 제품은 특별한 사정 없이 타사 제품으로 변경될 수 없고 견본주택 및 각종 인쇄물과 모형도상의 구획선 및 시설물의 위치, 설계도면 등의 표시가 계약체결일 이후 사업계획 변경승인 및 신고 등에 따라 일부 변경된 경우에는 소외 1 회사가 수분양자들에게 이를 통보하기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원고들이 주장하는 온천, 바닥재(원목마루), 유실수단지, 테마공원, 서울대학교의 이전, 일산과 금촌을 연결하는 도로의 확장, 콘도이용권의 제공, 전철복선화와 관련하여 아무런 내용이나 조건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위와 같은 내용 이외에는 아파트의 외형·재질에 대하여 별다른 내용이 없어 위 분양계약서는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분양계약은 목적물의 외형·재질 등이 견본주택(모델하우스) 및 각종 인쇄물에 의하여 구체화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광고 내용 중 도로확장 및 서울대 이전 광고, 전철복선화에 관한 광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외형·재질과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수분양자들 입장에서 분양자인 소외 1 회사가 그 광고 내용을 이행한다고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므로 허위·과장 광고라는 점에서 그 광고로 인하여 불법행위가 성립됨은 별론으로 하고 그 광고 내용이 그대로 분양계약의 내용을 이룬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이와 달리 온천 광고, 바닥재(원목마루) 광고, 유실수단지 광고 및 테마공원 광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그리고 콘도회원권 광고는 아파트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부대시설에 준하는 것이고 또한 이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 분양계약의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분양광고의 내용을 구분하여 살피지 아니한 채 그 전부에 관하여 그와 같은 아파트만을 공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분양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기망행위의 존재 여부에 관하여
가. 공동묘지 존재사실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고(대법원 2006.10.12. 선고 2004다48515 판결 등 참조), 일단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고지할 의무가 별도로 인정될 여지가 없지만, 상대방에게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인정되거나 거래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상대방에 대하여는 비록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점을 들어 추후 책임을 일부 제한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고지할 의무 자체를 면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아파트단지 내 118동 및 116동의 북서쪽으로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위치하여 있고 위 초등학교의 바로 뒤편 야산에는 재단법인 낙원공원이 관리·운영하는 분묘 기수가 4,300여 기에 이르는 대규모의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는 사실, 소외 1 회사가 제작·배포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광고전단뿐만 아니라 분양안내책자 및 조감도 등에는 신설될 위 초등학교 부지만 표시되어 있고 위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은 수목이 식재된 야산으로만 나타나 있을 뿐이고 공동묘지는 표시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등을 알아볼 수 있는바, 이처럼 일차적으로 수분양자들의 오해를 유발한 사정과 함께 아직까지의 우리 사회의 통념상으로는 공동묘지가 주거환경과 친한 시설이 아니어서 분양계약의 체결 여부 및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대규모 공동묘지를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는 것은 통상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까지를 감안할 때 위 공동묘지의 존재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소외 1 회사로서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수분양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수분양자들에게 위와 같은 공동묘지의 존재사실을 고지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들 중 공동묘지의 존재사실을 알고 있었던 자와 알지 못하였던 자를 구분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실만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공동묘지는 그 규모와 위치에 비추어 현장을 방문하여 확인하거나 인근 주민들에게 탐문하는 방법으로 쉽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또 실제 현장을 방문한 원고들 중 상당수는 공동묘지의 존재를 알았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점 및 위 공동묘지의 존재는 이로 인하여 장차 분양계약의 효력이나 이에 따른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와 수분양자가 분양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사정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는 점을 들어 원고들 모두에 대한 관계에서 고지의무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데에는, 채증법칙 위반, 심리미진 내지는 고지의무의 위반으로 인한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바닥재(원목마루), 유실수단지, 서울대 이전 광고 및 온천 광고와 관련된 피고의 주장에 관하여
원심판결의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채용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서울대학교가 이전 예정이라고 할 근거가 없음에도 ‘서울대 이전(예정)’이라고 광고한 점을 들어 이 부분 광고행위들이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되기 어려운 기망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내지는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바닥재(원목마루) 광고, 유실수단지 광고 및 온천 광고의 경우 앞서 본 바와 같이 그 광고 내용들이 모두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는 것이어서 계약책임이 인정된다고 보는 이상, 그 광고 내용들이 분양계약의 내용이 되지 아니함을 전제로 기망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여지는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와 달리 그 광고들과 관련하여서도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된다고 한 원심의 판단 부분에 대한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이유 있다 할 것이다.
3. 영업양도에 기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의 승계에 관하여
상법상의 영업양도는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하고, 영업양도가 이루어졌는가의 여부는 단지 어떠한 영업재산이 어느 정도로 이전되어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거기에 종래의 영업조직이 유지되어 그 조직이 전부 또는 중요한 일부로서 기능할 수 있는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므로 영업재산의 일부를 유보한 채 영업시설을 양도했어도 그 양도한 부분만으로도 종래의 조직이 유지되어 있다고 사회관념상 인정되면 그것을 영업의 양도라 볼 것이지만, 반면에 영업재산의 전부를 양도했어도 그 조직을 해체하여 양도했다면 영업의 양도로 볼 수 없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1.7.27. 선고 99두2680 판결, 2003.5.30. 선고 2002다23826 판결 등 참조).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는 부실화된 소외 1 회사의 64개 신탁사업장 중 상대적으로 우량한 13개 사업장의 업무만을 선별하여 이전받을 목적으로 채권금융기관들 주도하의 기업개선협약 내용에 따라 신설된 회사로서, 2001.3.21. 피고와 구 수탁자라 할 수 있는 소외 1 회사 그리고 신탁자이자 수익자인 주식회사 화신공영(이하 ‘화신공영’이라고만 한다)을 포함한 3자 사이에 ‘토지신탁계약 변경 및 승계계약’을 체결하여 기존 신탁계약의 내용에 “수탁자는 신탁자의 동의를 얻어 수탁자를 변경할 수 있다.”라는 일종의 수탁자 경질에 관한 내용을 추가함과 동시에 신탁계약에 따른 소외 1 회사의 당사자 지위를 피고가 포괄적으로 승계하기로 합의하였고, 이에 따라 이후 원심이 판시하는 바와 같은 내용의 2001.4.9.자 토지신탁사업양수도 계약이 체결되고 자산 및 부채의 이전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도 위 신설 목적을 감안하여 피고 회사로 이전되는 채권과 채무를 면밀히 검토하여 특정하는 방식으로 부실자산이 이전되지 않도록 소외 1 회사와의 단절에 치중하였고, 거기서 특정되지 아니한 소외 1 회사의 고유재산을 비롯한 물적 조직, 거래관계나 영업력 등 무형자산은 거의 이전되지 아니한 사실을 알아볼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소외 1 회사의 구조조정과정이나 신탁사업의 이관과정에 비추어 볼 때 소외 1 회사와 피고 사이에 일정한 영업목적에 의하여 조직화된 업체, 즉 인적·물적 조직을 그 동일성은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하려는 합의가 있었다고 추단할 수는 없다. 또한, 원심은 소외 1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2가 2001.3.20. 피고가 설립된 이후부터 2001.6.13.까지 피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였으며 소외 1 회사의 직원들 대부분도 2001.3.20.부터 피고의 직원으로 그대로 근무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에 터잡아 인적 조직도 이전되었다고 보는 듯하나, 기록상 이와 관련된 자료들 중 원심 증인 (이름 생략)의 증언 및 을 제102호증의 1, 2 등에 비추어 살펴보면, 소외 1 회사 직원의 절반 정도가 2001.3. 및 2001.4.경 두 차례로 나뉘어 피고 회사에 신규채용 형식으로 고용되었으며, 본건 신탁사업을 수행하던 직원들 중 일부는 본인의 거절로 채용되지 못한 사실도 있고, 이처럼 대규모 신규채용을 한 이유는 신탁업 인가요건상 요구되는 3년 이상의 운용 경력을 갖춘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위와 같이 인수한 신탁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필요에서 비롯된 것이며, 일부 직원들은 그 담당 업무도 바뀌었고, 소외 1 회사는 호봉제에 의한 근로계약의 체제를 갖추고 있었으나 피고는 연봉제에 의한 근로계약 체제를 갖추고 있는 사실 정도를 알아볼 수 있을 뿐, 달리 소외 1 회사의 인적 조직이 물적 조직과 결합된 상태에서 그대로 이전되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없다. 따라서 원심 판시의 2001.8.8.자 광고가 상법 제44조 소정의 ‘채무인수의 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 영업양도의 효력 인정에 관한 나머지 쟁점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상법상 영업양도의 법리에 따라 소외 1 회사의 판시 불법행위책임이 피고에게 승계된다고 할 여지는 없다.
다만, 신탁법 제11조 내지 제13조, 제15조 및 제17조에 의하여 수탁자가 경질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신탁행위의 정함에 따라 전수탁자가 임무를 종료하고 신수탁자가 선임됨으로써 수탁자가 변경된 경우에도 신수탁자는 신탁법 제26조, 제48조 등이 정하는 수탁자 경질의 법리에 따라 수탁자의 지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게 되는 것이고, 이 때 제3자는 수탁자의 경질 이전에 이미 발생한 채권에 관하여 계약의 당사자인 전수탁자에게 이를 행사할 수 있음은 물론, 신탁법 제48조제3항에 의하여 신탁재산의 범위 내에서 신수탁자에 대하여도 행사할 수 있는 것인바 (대법원 2006.3.9. 선고 2004다57694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에 있어서 위 2001.3.21.자 토지신탁계약 변경 및 승계계약이 이러한 수탁자 변경 내지 경질에 관한 합의에 다름 없으므로(참고로, 이 사건 신탁사업과 관련한 가장 중요한 신탁재산인 수탁토지의 등기부를 조회해 보더라도 그 소유권이전등기원인이 ‘2001.3.21. 수탁자 경질’임을 알아볼 수 있다), 신수탁자인 피고는 신탁법 제48조제3항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신탁재산의 한도 내에서 전수탁자인 소외 1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법상의 영업양도에 해당함을 전제로 책임재산에 대한 아무런 유보도 없이, 피고에게 전수탁자인 소외 1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고 한 원심판결에는, 상법상 영업양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손해액 산정방식에 관하여
법원은 위자료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해자측과 가해자측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금액을 정하여야 하므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당해 사고로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 및 그 배상액의 다과 등과 같은 사유도 위자료액 산정의 참작 사유가 되는 것은 물론이며, 특히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데도 입증 곤란 등의 이유로 그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그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이러한 사정을 위자료의 증액사유로 참작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84.11.13. 선고 84다카7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광고 중 기망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 부분과 관련하여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들이 소외 1 회사의 위법한 기망행위로 인하여 입은 재산상 손해액을 ① 원고들이 실제 지급한 분양대금액에서 ② 기망행위에 의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던 당시를 기준으로 한 이 사건 아파트의 시가(즉, 원고들이 주장하는 적정 분양대금의 가액)을 차감한 액수로 산정하는 입장에서 볼 때 차감항목인 ②의 가액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만한 방법이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또한 이처럼 재산상 손해액의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라면 원심이 판시하는 바와 같이 그러한 사정을 정신적 손해의 산정에 참작하여 배상할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채증법칙 위반, 이유불비, 이유모순, 판단누락, 석명의무 위반 등의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들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기망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 계약책임을 인정함이 상당한 온천광고, 바닥재(원목마루) 광고 등과 관련하여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 문제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다 할 것이나, 계약책임에 의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기록상 온천 광고일인 1998.2.15. 이전에 이미 청약한 자들이 있으나 그 분양계약 체결일은 모두 위 온천 광고일 이후인 사정을 알아볼 수 있어 원고들 중 온천광고 이전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자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들에 대하여는 위자료를 인정할 수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 피고의 주장과 같이 분양대금 납입상의 혜택을 제공한 이후 분양계약 체결건수가 급증한 사실이 통계상 확인된다 하더라도 그 동안 온천광고가 계속되었고 그것이 시장에서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여겨지는 이상 온천광고는 원고들의 분양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분양계약 체결 시점이 위와 같은 혜택이 제공된 시점 이전인지 아니면 이후인지에 따라 수분양자들의 정신적 고통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심이 지적하는 사정 이외에 추가로 분양계약 체결 시점을 변수로 하여 위자료의 수액이 달라져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온천 광고 또는 공동묘지 존재사실의 불고지와 관련한 손해와 달리 바닥재(원목마루) 광고와 관련한 손해에 있어서는, 이 사건 감정 결과상의 손해액이 거래 사례를 비교하여 특정 시점의 아파트 시가를 산정하고 다시 그 시가를 기초로 다른 시점의 아파트 시가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계산된 것이 아니라 광고 내용에 따라 시공하는 경우와 실제 시공된 것과의 시공원가의 차이를 계산하여 평당 손해액(평당 135,000원)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반면 달리 그 시공원가의 산정이 잘못되었다는 반증도 없는 이상, 이 부분 손해에 관하여는 재산상 손해액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확정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가적으로 설시해 둔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김능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