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원고는 피고 광주○○○○원의 총장으로 직원노조와의 요구 사항 등에 대하여 직원노조와 교수평의회 측과 대립각을 세우다 사의를 표명하였으나, 자신은 명확히 사퇴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표명하며 이사회의 사의 수용에 대하여 효력정지가처분이 받아들여져 총장 복귀하였고 다시 열린 이사회에서 해임안이 의결되자 이사회결의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는바, 재판부는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고 총장인 원고는 피고의 임원인 이사에 해당하므로 피고 이사회는 정관 등에 따라 총장을 해임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일련의 사태를 종합해보았을 때 피고의 정관 제20조제3호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총장의 임무를 수행하기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이사회가 인정하였을 때’에 해당하는 해임사유가 존재하므로 피고 이사회의 해임결의는 적법하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음.


【광주지방법원 2022.6.23. 선고 2021가합56911 판결】

 

• 광주지방법원 제14민사부 판결

• 사 건 / 2021가합56911 이사회결의무효확인 청구

• 원 고 / 김○○

• 피 고 / 광주○○○○원

• 변론종결 / 2022.05.19.

• 판결선고 / 2022.06.23.

 

<주 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피고가 2021.6.22.자 이사회에서 원고를 해임한 결의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이 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고급과학기술 인재양성 등을 목적으로 광주○○기술원법(이하 ‘기술원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피고의 소속 교수이자 2019.3.6.부터 피고 의 총장이었던 자이다.

 

나. 피고의 직원노조 요구사항과 원고에 관한 언론보도

1) 피고의 직원노조(이하 ‘직원노조’라 한다)는 2021.2.22. 직원인사위원회에서 승진임용에 관한 논의 중 피고의 경영진들이 직원노조의 요구를 거부하자 일방적으로 퇴장한 뒤, 다음 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여 피고의 총장인 원고에 대한 직무수행, 공약이행, 기타 의견을 평가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2) 직원노조는 2021.3.9.경 원고에게 ‘① 학교발전 T/F팀 구성, ② 총장 후반기 경영을 위해 인적 쇄신[임기 2년 이상 보직자(부총장, 처장 등) 교체], ③ 직원인사위원회 10인 구성(사측 3인, 노조 3인, 외부위원 추천 2인씩), ④ 인권 및 차별 방지 시행’을 내용으로 하는 노동조합 요구사항을 전달하였는데, 그 요구사항 문건에는 ‘1~4번까지 일괄 수용의사를 밝히길 바라며, 개별 사안에 대해 수용여부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 ‘만약 사측이 노조의 안을 거부한다면 중간평가결과를 대외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며, 즉각 쟁의에 돌입할 예정이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었다.

3) 원고는 2021.3.10. 직원노조의 위와 같은 요구사항에 대하여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하겠음.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경영진과 노동조합 임원진이 참석하는 연석회의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음.’이라고 답변하였다.

4) 이에 직원노조 위원장 이○기는 2021.3.11. 원고에게 ‘사측이 보내온 답변 중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표현했는데, 이는 곧 4가지를 모두 전부 수용하겠다는 뜻인가요?’, ‘오늘 2시까지 명확하게 답변이 오지 않을 시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하였으나, 원고는 같은 날 13:45경 ‘4~5시에 총장실로 오시면 같이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다.’라고 답변하였다.

5) 원고의 위와 같은 답변을 요구사항의 전부 거부로 이해한 직원노조는 ① 2021.3.12. 원고에 대한 총장 중간평가 결과 낙제점수가 나왔다는 내용을, ② 같은 달 14. 원고의 기관운영에 관한 의혹 및 노사대립 문제 등을, ③ 같은 달 16. 원고가 총장 재직 기간 동안 센터장을 겸직하면서 약 2억 7,000만 원이 넘는 연구수당․성과급을 챙겼다는 내용을, ④ 같은 달 17. 원고의 학교 운영 방식 때문에 교수들의 연구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는 내용을 각 언론에 제보하였고, 그 무렵 위와 같은 내용이 언론을 통하여 각 보도되었다.

 

다. 원고의 직원노조 요구사항 일괄수용과 번복

1) 원고는 2021.3.17. 17:30경 위 이○기에게 ‘표현의 차이로 긴 시간을 허비하는 낭비는 학교발전을 위해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이만 낭비를 줄이고 모두가 We are GIST라 할 수 있도록 요청사항을 수용하니, 형식에 맞추어 재작성하고 이렇게 발전적 협력을 확인한다는 협약서를 작성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언론 대처는, 이번의 소통과정을 통해 힘들었지만, 상생적이고 건설적인 도약의 계기가 되었음을 강조해 주세요.’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하였다.

2) 직원노조 사무처장은 2021.3.17. 직원노조 게시판에 위 이○기 명의로 ‘오늘 14시 30분 총장 면담결과 협상 결렬이 된 후, 퇴근 무렵 총장님 연락이 와서 노조(안)을 전부 수용하시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내일 노사합의서를 작성하고자 합니다.’는 내용의 공지글을 게시하였다.

3) 피고의 교무처장 김○욱은 2021.3.17. 19:13경 원고에게 전화하여 직원노조 게시판 공지글의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물었고, 이에 원고는 “연속적으로 나오는 언론 기사에 의해 기관이 계속 타격을 받는 것보다는 합의를 해주는 것이 낫다.”고 답변하였다.

4) 피고의 교무처장, GTI 단장, 연구처장, 입학학생처장 등 교수 약 50명(이하 ‘교수평의회’라 한다)은 2021.3.18. 08:50경 출근하는 원고를 찾아가 면담을 하였고, 위 면담에서 교수평의회 의장 고○조 등 교수들은 “노사합의서에 서명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이나 다름이 없으므로 직원노조의 노사합의 요구를 수용하지 말 것을 요구하며, 만일 노사합의를 강행할 경우 총장 퇴진운동을 전개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원고는 “교수님들이 이렇게 원하시니 서명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하여 전날 직원노조 위원장과 하였던 노사요구 일괄수용 약속을 번복하기로 하였다.

 

라. 원고의 사의 보도

1) 원고는 2021.3.18. 교수평의회와의 면담 이후 직원노조의 노사합의서 작성 요구를 피하기 위하여 휴대전화를 끄고, 위 고○조와 함께 정읍으로 점심식사를 겸해서 드라이브를 다녀오기로 하였다.

2) 한편, 학교에 남아있던 입학학생처장, 기획처장 등 처장단은 협의를 통해 보도자료용 원고의 사의표명 문구를 작성하였는데, 입학학생처장 김○영은 2021.3.18. 12:46경 위 고○조에게 ‘총장님께 전달 바랍니다. GIST 총장과 부총장단은 최근의 논란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였으며, 더불어 GIST 구성원이 서로 화합하여 기관 본연의 목적인 과학기술 인재양성 및 연구의 산실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그 직후인 12:47경 고○조에게 전화를 걸어 원고와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면서 원고에게 사의표명 문구 초안을 읽어주기도 하였다.

3) 기획처장 윤○한은 2021.3.18. 피고의 이사장 등에게 전화로 위 보도자료 문구를 공유하고, 홍보팀을 통해 ‘GIST 총장과 부총장단 사의 표명’이라는 제목으로 ‘GIST 총장과 부총장단은 최근의 논란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하였으며, 더불어 GIST 구성원이 서로 화합하여 기관 본연의 목적인 과학기술 인재양성 및 연구의 산실 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하였고, 이에 따라 같은 날 오후 그와 같은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었으며, 위 윤○한은 2021.3.19. 피고의 이사들 및 감사에게 이메일을 통하여 위 보도자료를 전달하기도 하였다.

4) 원고는 2021.3.18. 22:50경 피고의 이사장 임○경에게 ‘오늘 단호한 선언을 했습니다. 그동안, 집행부의 중재여유가 없을 정도로, 극단으로 서로 부딪치는 교수평의회와 노조집행부가 (총장단 없이) 직접 대안을 찾아보라는. 이제부터는 좀 더 건설적인 기사들이 좀 더 언론 지면을 채우기를 기대합니다. 조용했던 교수들이 이제야 비상식 대응 비상위원회를 구성하고, 조용했던 노조 외 직원들도 노조집행부에 대해 내부 항의하는 것이 보입니다. 또한 노조가 제기한 아니면 말고 식의 부끄럽고 사적인 사항을 감사하도록 자체 감사신청을 했고, 개인적인 사항은 감사결과에 따라 책임지겠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마. 원고의 사의 번복 내지 해명과 사직서 제출 거부

1) 원고는 2021.3.19. 08:27경 몇몇 교수들에게 ‘노조의 인신공격에 직접적으로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진다라는 표현이 사의표명으로, 또 사퇴로, 또 불명예 퇴진으로 과장되고 있음을 잘 살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하였고, 이에 고○조는 같은 날 18:53경 원고에게 전화하여 사의 표명을 번복하는 것인지 질문하였는데, 원고는 “사의 표명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하였다.

2) 나아가 원고는 2021.3.20. 00:04경 고○조에게 ‘신문에 오르내리는 내용(사임, 사퇴, 백기투항 등 명예훼손식 표현)을 정리하면, 최근의 과정은 사의 표현에서 사의번복이 아니라, 책임을 질 상황이면 사의로서 등 책임지고, 사의는 인사권자의 승인까지 과정이 필요하며, 승인 시점까지는 업무에 충실하겠다가 일관적인 의지입니다.’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송하였고, 같은 날 10:00경 ‘최근 고○조 의장님께 보낸 저의 톡 메시지가 여러 해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여 해명 드리려고 합니다. 저의 사의는 이미 이사회에 전달되었고, GIST의 정관에 따라 3월 30일(화)에 예정된 제129회 정기 이사회에서 제 거취가 결정될 것입니다. 저는 이사회의 최종 결정이 있을 때까지라도 실추된 학교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자신문 기자에게 해명자료로 제공하고, 전자신문 기자와의 통화에서 “30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사의 등 거취를 표명하고 이사회 최종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하였다.

3) 원고의 위와 같은 입장문에 따라 2021.3.20. 11:24경 「김○○ GIST 총장 ‘30일 이사회 결정에 따르겠다’ 입장표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었고, 원고는 같은날 11:46경 임○경에게 ‘이 자료를 보셨을 것 같아 확인드립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위 기사의 링크를 전달하였다.

4) 이후 임○경은 원고에게 수차례 사직서의 제출을 권유하였으나, 원고는 사직서의 제출을 거부하면서 “사표를 낸 것이 아니라 사의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였는데, 그게 지금 일파만파로 되었다. 3월 30일로 예정된 피고의 이사회 결정을 따르겠다.”고 말하였다.

 

바. 피고 이사회의 2021.3.30.자 결의

1) 피고의 이사회 사무국은 2021.3.26.경 원고를 포함한 이사들과 감사에게 제129회 정기이사회 개최 통지 이메일을 보냈다. 원고의 거취, 즉 원고의 사의 수용여부와 관련한 안건은 ‘기타현안논의’ 안건으로 상정되었고, 이사회 사무국은 2021.3.26. 및 같은 달 29.경 위 이사들과 감사에게 별도의 이메일을 통하여 원고의 거취와 관련된 그동안의 경과를 알 수 있는 기타현안논의 참고자료를 송부하였다.

2) 피고 이사회는 2021.3.30. 제129회 정기이사회(이하 ‘선행 정기이사회’라 한다)에서 기타현안논의 안건으로 원고의 사의 수용여부를 심의하였고, 그 과정에서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였는데, 원고는 위 이사회에서 원고의 거취와 관련하여 “이사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진술하면서도 자신을 재신임하여줄 것을 요청하였다. 피고 이사회는 같은 날 원고의 사의를 수용하고, 그 직무대행으로 연구부총장인 김○수를 선임하기로 결의하였다(이하 ‘선행 이사회결의’라 한다).

 

사. 2021.6.22.자 해임결의 등

1) 원고는 2021.4.6. 이 법원에 선행 이사회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2021카합50271호)을 신청하였는데, 이 법원은 2021.6.7. ‘원고는 자신을 불신임하는 이사회의 결정이 있는 경우 추후 그 이사회 결정에 따라 별도의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확정적인 사임의 의사표시를 통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였을 뿐, 이사회 결의를 정지조건으로 한 확정적인 사의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위 가처분신청을 인용(이하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라 한다)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는 2021.6.8. 총장 직무에 복귀하였다.

2) 피고는 2021.6.10.경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원고에게 ‘이미 약속한 바와 같이 사임서를 2021.6.21.까지 이사장에게 제출하여 줄 것’을 촉구하였으나, 원고는 사임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3) 피고 이사회는 2021.6.22. 개최된 제130회 임시이사회(이하 ‘이 사건 임시이사회’라 한다)에서 원고의 해임안건을 심의하였다. 피고 이사회는 이 사건 임시이사회에서 ‘① 재신임 불허에 반하는 사임 거부, ② 신뢰 상실, ③ 리더십 부재, ④ 기관 명예훼손 및 품위유지 위반, ⑤ 이사회 모욕 및 품위유지 위반 사유가 존재하고 이로 인해 원고는 리더십을 명백히 상실함에 따라 기관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신뢰를 상실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를 총장직에서 해임하고, 그 직무대행으로 교학부총장인 송○인을 선임하기로 결의(이하 ‘이 사건 해임결의’라 한다)하였으며, 그 사실을 원고에게 통보하였다.

 

아. 관련 법령 및 피고의 정관 등

기술원법 등 관련 법령과 피고 정관, 직제규정, 위임전결규칙, 총장후보추천위원회운영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9, 21, 24 내지 29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9 내지 16, 18 내지 27, 30, 3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가. 절차적 위법성

기술원법 제7조는 총장의 직무와 임기, 그밖에 필요한 사항을 정관으로 정한다고 규정하여 임원 중 총장에 대하여는 직무와 임기뿐만 아니라 해임 등 필요한 사항을 피고의 정관에 상세히 규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피고 정관에는 총장의 해임 사유 및 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규정이 없는바, 총장 해임 권한이 없는 피고 이사회에 의한 이 사건 해임결의는 위법하다.

 

나. 실체적 위법성

피고가 주장하는 해임사유는 모두 존재하지 않는다.

 

3.  판단

 

가. 절차적 위법성에 관한 판단

법인과 이사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로 볼 수 있는데, 민법 제689조제1항에서는 위임계약은 각 당사자가 언제든지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법인은 원칙적으로 이사의 임기 만료 전에도 이사를 해임할 수 있지만, 이러한 민법의 규정은 임의규정에 불과하므로 법인이 자치법규인 정관으로 이사의 해임사유 및 절차 등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대법원 2013.11.28. 선고 2011다41741 판결).

기초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총장인 원고는 피고의 임원인 이사에 해당하므로 피고 이사회는 피고 정관 제22조제1항제3호에 의해 총장을 해임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와는 다른 전제하의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기술원법, 피고 정관의 내용 및 총장의 지위와 역할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와 피고를 대표하는 총장의 법률관계는 신뢰를 기초로 한 위임 유사의 관계에 해당한다.

2) 기술원법 제5조제1항, 제6조제1항제2호에 의하면, 피고의 임원은 총장을 포함한 15명 이내의 이사와 1인의 감사로 구성되고, 피고 이사회는 임원의 선임과 해임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므로, 임원 해임 권한을 가지고 있는 피고 이사회는 임원에 해당하는 총장을 해임할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원고는 직위의 특수성과 중대성에 비추어 총장이 특별히 보호받아야 하므로 정관의 규정 없이 해임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위임 유사의 법률관계에 있는 총장은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해임할 수 있고 법률이나 정관에서 이를 제한할 수 있을 뿐이므로, 기술원법과 피고 정관에서 총장 해임에 관한 절차 등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은 이상 앞서 본 원칙에 의해 총장을 해임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기술원법 제7조제5항이 ‘총장의 직무와 임기, 그밖에 필요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두고 총장의 해임에 관한 사항까지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였다고 해석하기는 어렵고, 따라서 피고 정관이 총장의 해임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나. 실체적 위법성에 관한 판단

1) 해임사유의 제한 여부

피고 정관 제14조 단서, 제20조에 의하면 ‘당연직 이사를 제외한 임원은 ① 법령·정관 또는 적법한 이사회의 의결에 위반되었을 때, ②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광주과기원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하였을 때, ③ 심신상의 장애 또는 일신상의 사정,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이사회가 인정하였을 때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임기 중 해임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고, 여기서 당연직 이사는 총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추천하는 1인, 교육부장관이 추천하는 1인, 기획재정부장관이 추천하는 1인을 말하는바, 그렇다면 당연직 이사인 총장은 피고 정관 제20조의 신분보장 규정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민법상 위임 법리에 의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해임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앞서 거시한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총장의 해임 역시 피고 정관 제20조가 정한 사유로 제한된다고 판단된다.

① 피고 정관 제14조제1항은 “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임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자는 이사회에서 선임되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승인을 받은 이사(이하 ‘당연직 이사’라 한다)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본문은 ‘이사회에서 선임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비당연직 이사’를, 단서는 ‘이사회에서 선임하지 않더라도 선임된 것으로 간주하는 당연직 이사’를 규정하고 있다. 총장은 단서 각 호에 포함되어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총장은 이사회에서 선임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므로, 이사회에서 선임된 것으로 간주하는 ‘당연직 이사’와는 구별된다.

② 총장은 법적 지위나 역할, 권한과 책임, 선임절차에서 당연직 이사와 차이가 있고, 다른 비당연직 이사 등 임원들보다 신분이 더 보장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③ 이사회에서 선임한 이사는 그 해임사유를 제한하여 신분을 보장하고, 선임이 간주되는 이사는 장관의 추천에 의하여 선임되므로 비당연직 이사에 비해 신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 정관 제20조는 당연직 이사를 신분보장 적용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이는데, 비당연직 이사인 총장을 신분보장 규정 적용범위에서 제외하면 규정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한바, 결국 총장은 피고 정관 제20조의 적용범위에서 제외되는 당연직 이사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2) 해임사유의 존재 여부

기초사실,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① 재신임 불허에 반하는 사임 거부, ② 신뢰상실, ③ 리더십 부재, ④ 기관 명예훼손 및 품위유지 위반, ⑤ 이사회 모욕 및 품위유지 위반 사유가 존재하고, 이는 피고의 정관 제20조제3호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총장의 임무를 수행하기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이사회가 인정하였을 때’에 해당하므로 해임사유가 존재한다.

가) 피고의 정관 제20조제3호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총장의 임무를 수행하기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이사회가 인정하였을 때’

○ 총장의 해임사유는 피고 정관 제20조 각 호로 제한되는데, 피고는 이 사건 해임결의에 있어 정관 제20조제3호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총장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이사회가 인정하였을 때’에 해당한다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기타 부득이한 사유’에는 위임관계를 계속하여 유지하는 데 필요한 신뢰관계를 파괴하거나 해치는 사실이 포함되는데, 피고 정관 제20조제3호는 총장이 임무를 수행하기 현저히 곤란한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이사회에 맡기고 있다. 즉 이사회가 ‘총장이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임무를 수행하기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하면 해임사유에 해당하고, 다만 이러한 이사회의 판단도 현저히 자의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제한이 존재할 뿐이다.

○ 아래 나), 다), 라)항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재신임 불허에 반하는 사임거부, 신뢰 상실, 리더십 부재, 기관 명예훼손, 이사회 모욕 및 품위유지 위반 등의 사정이 있었고, 피고 이사회는 이러한 원고의 행위들을 종합할 때 원고와 피고 사이에 위임관계를 계속 유지하는데 필요한 신뢰관계가 파괴되어 원고가 총장의 임무를 계속수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인정하였으며, 이러한 피고 이사회의 판단이 현저히 자의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관 제20조제3호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총장의 임무를 수행할 수 없거나 현저히 곤란하다고 이사회가 인정하였을 때’에 해당하는 해임사유가 존재한다고 판단된다.

나) 재신임 불허에 반하는 사임 거부

① 2021.3.18. ‘GIST 총장과 부총장단 사의 표명’의 보도자료는 당시 배포 경위 및 정황, 사안의 중대성, 사의 표현의 중요도 등에 비추어 원고가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실수로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바, 원고는 사의를 표명하는 내용의 보도자료 작성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2021.3.20.자 전자신문 기사 내용을 보더라도 원고는 ‘사의표명을 담은 문구를 들은 것은 맞다.’고 하면서 ‘그 문건이 보도자료로 만들어져서 언론에 배포될 줄 몰랐고 보도자료가 총장 결재 또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고 있을 뿐인바, 원고의 사의 표명이 기사 등을 통해 외부에 공개되는 과정에 일부 관여한 사실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②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2021.3.20. 10:00경 전자신문 기자에게 입장문을 제공하고, 전화통화로 기자에게 그 내용을 설명하기도 하였으며, 결국 같은 날 11:24경 「김○○ GIST 총장 ‘30일 이사회 결정에 따르겠’ 입장표명」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자, 같은 날 11:46경 피고 이사장인 임○경에게 위 기사의 링크를 문자메시지로 전달하였고, 그 이후 임○경의 사직서 제출 권유에도 이를 거부하면서도 이사회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원고는, 자신의 사의 수용여부를 심의한 2021.3.30. 정기이사회에서 이사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면서 재신임을 요청하기도 하였는바, 위와 같은 원고의 일련의 행위는 피고 이사회가 ‘원고가 사의를 표명하였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여 원고에 대한 불신임 의결’을 한다면 이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보기에 충분하다.

③ 법원은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서 ‘원고가 확정적으로 사임의 의사를 표시하였고, 단지 그 사임의 효력발생 여부만을 이사회의 사임 의사 결정시로 하는 이른바 정지조건부 사임의 의사표시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청을 인용하였는데, 위 결정도 ‘원고가 자신을 불신임하는 이사회의 결정이 있는 경우 추후 그 이사회 결정에 따라 별도의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확정적인 사임의 의사표시를 통해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 이사회는 원고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결국 선행 정기이사회는 ‘원고가 자신의 신임 여부를 이사회의 결의사항으로 요청함에 따라 원고를 불신임하기로 결의’한 것이고, 이 사건 가처분결정은 ‘원고가 자신을 불신임하는 이사회 결정이 있을 경우 별도의 확정 절차에 따라 사임하겠다는 의사표시는 하였다’고 보았으며, 피고 이사회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 내용에 따라 원고에게 사직서 제출을 요구하였음에도 원고가 이를 거부하였으므로, 이는 피고 이사회의 재신임 거부 결정에 반하는 사임 거부에 해당한다.

다) 신뢰 상실 및 리더십 부재

① 원고는 2021.3.경 노조의 요구사항 수용 여부와 관련하여 계속되는 부정적인 언론기사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가, 이후 교수들의 강력한 항의를 받게 되자 곧바로 전날 했던 노사합의 요구 일괄수용 약속을 번복하였는데, 원고의 이러한 신중하지 못한 결정과 결정 번복 등 일련의 행위로 인하여 직원노조든, 교수평의회든 피고 구성원 어느 누구의 신뢰도 얻지 못하였고, 피고 구성원들을 통솔할 수 있는 리더십을 상실하였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사의 표시 및 이사회의 결정 수용 여부 등에 관한 입장을 쉽게 번복하였고, 이로 인하여 피고 이사회는 물론 피고의 구성원들에게 큰 혼란을 야기시켰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피고가 언론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노출되는데 크게 일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위와 같은 혼란을 야기한 책임을 피고와 다른 구성원들에게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는데, 결국 원고는 피고 구성원들의 신뢰와 리더십을 잃는 결과를 자초하였다. 원고는 직원노조의 연락을 회피하기 위하여 휴대전화를 끄고 점심식사를 겸해서 정읍까지 드라이브를 다녀오기도 하였는데, 구성원들의 갈등이 매우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갈등을 조정하고 사태를 해결하여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닌 피고의 대표이자 총장이라는 원고의 위치를 고려하여 볼 때, 원고의 위와 같은 처사는 어떤 명목으로도 납득하기 어렵고 책임감이 심각하게 결여되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② 원고는 이사회의 대기 및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가처분결정 이후 출근 둘째 날인 2021.6.9. 기획처장 윤○한 교수, GTI단장 양○ 교수 등을 보직 해임하였고, 그 다음날인 2021.6.10. 연구부총장 김○수 교수, 연구처장 홍○원 교수, 이사회 사무국장 윤○한 교수 등을 보직 해임 하였다. 이러한 보직 해임 시기 및 경위, 연구부총장·연구처장·GTI단장의 경우 아직 후임자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피고 대표로서 구성원들의 화해와 통합,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위와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③ 피고 교수평의회 소속 교수들은 2021.6.18.경 원고에 대한 재신임 여부에 관한 투표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원고에 대한 불신임에 찬성한 비율이 61%에 이르렀다. 결국 원고는 본인의 노무관리능력 결여로 인해 촉발된 위기·혼돈 상황에서 사태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일신의 안위만을 우선시하며 책임감이 심각하게 결여된 언행을 보였고, 이로 인하여 총장의 역할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피고 이사회 및 구성원들의 신뢰와 이들을 통솔할 리더십을 상실하였다고 판단된다.

라) 기관 명예훼손, 이사회 모욕 및 품위유지 위반

① 원고는 2021.4.5.경 기자간담회를 개최하여 “최근 발생한 일련의 혼란 상황은 본인이 직원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거부하였던 데에서 비롯한 것으로서 그 주된 책임이 직원노조에게 있고, 본인은 애당초 사의를 표명한 적이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사회가 사의수용을 결의한 것은 부당하다.”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② 원고는 2021.4.12.경 및 같은 달 13.경 피고 소속 교수들 전원을 상대로 이메일을 발송하여, “한 명의 보직교수가 직원노조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여 다른 보직자 회유 및 언론선동 등 행정반란을 일으켰다.”라고 주장하며 대외협력처장 김○하 교수를 공개적으로 비방하였고, 이사회의 사의수용 결정을 ‘졸속행정’ 내지 ‘용서할 수 없는 선동정치행위의 결과’ 등으로 표현하는 등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용어까지 사용하며 이사회를 비방하였다. 원고는 같은 달 16.경 김○하 교수로부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 고소를 당하였다.

③ 앞서 본 사실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행위는 형법상의 명예훼손, 모욕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기관 명예훼손, 이사회 모욕 및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다. 소결

따라서 원고에게 피고의 정관 제20조제3호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총장의 임무를 수행하기가 현저히 곤란하다고 이사회가 인정하였을 때’에 해당하는 해임사유가 존재하므로, 총장 해임 권한이 있는 피고 이사회의 이 사건 해임결의는 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봄메(재판장) 이신애 김경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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