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라고 한다) 제8조는 납품업자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규모유통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하여 대금지급을 지연함으로써 납품업자에게 부당한 피해를 야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는 그 규정에 위반된 약정의 효력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는 반면 그 규정을 위반한 원사업자를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면서 그 규정 위반행위 중 일정한 경우만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하게 하여 그 위원회로 하여금 그 결과에 따라 원사업자에게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위 규정은 그에 위배한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간의 약정의 효력을 반드시 부인하여야 할 것은 아니다.
[2] 그러나 대규모유통업법은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등이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 및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일방적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보다 불리한 내용의 계약 조항을 삽입한 후 다음 납품업자로 하여금 비자발적으로 이에 동의하게 한 후 이를 근거로 납품업자를 상대로 위 규정 위반행위를 하는 것은 대규모유통업법의 입법목적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치며 납품업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행위이므로 허용할 수 없다. 또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계약 조항을 계약에 편입시킬 우려가 항시 존재하는 거래현실을 아울러 고려하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에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에서 정한 법정지급기한과 지연손해금율과 다른 내용의 약정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위 규정의 적용을 곧바로 배제할 수 없고, 그 약정이 납품업자의 자발적 동의하에 체결되었다는 사정까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납품업자의 자발적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납품업자에 대한 대규모유통업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정도, 거래의 특성과 시장상황, 약정을 하게 된 경위, 납품업자가 입은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약정을 하게 된 경위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계약당사자의 이익 정도, 상품판매대금의 지급기한이 늦어지게 되면서 납품업자가 얻게 되는 반대급부 등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이나 상관습 및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1.27. 선고 2010다5345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에 관한 증명책임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부담한다.
[3] 이와 같은 법리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일방적으로 약관을 작성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의 규정 내용보다 불리한 내용의 조항을 삽입한 후 그것이 계약내용에 편입되었음을 근거로 위 규정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납품업자가 위 약관 조항에 관하여 대규모유통업자와 사이에 개별 교섭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동의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위 약관 조항만을 근거로 위 규정의 위반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4] 한편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보다 불리한 내용의 계약 조항이나 약관 조항에 관하여 납품업자로부터 자발적 동의를 얻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거로 납품업자를 상대로 위 규정 위반행위를 하는 것은 그 계약 조항이나 약관 조항이 사법상 유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 납품업자는 대규모유통업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대규모유통업자의 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지연손해금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유통업자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보다 불리한 내용의 계약 조항이나 약관 조항을 근거로 위 규정의 배제를 주장할 뿐, 위 계약 조항이나 약관 조항이 자발적 동의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규모유통업법 제32조에 의하여 위 지연손해금 상당의 지급을 명하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5] 한편 채권의 가압류는 제3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그칠 뿐이므로, 가압류가 있더라도 그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제3채무자는 그 지체책임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 제3채무자로서는 민사집행법 제291조, 제248조제1항에 의한 공탁을 함으로써 이중변제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로써 이행지체의 책임도 면하게 된다(대법원 1994.12.13. 선고 93다951 판결,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23447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상품판매대금 채권에 관하여 가압류명령을 송달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법정지급기한 도과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 대규모유통업자인 원고가 납품업자와의 특약으로 법정지급기한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납품업자들의 채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음을 이유로 납품대금의 지급을 보류한 사건에 대하여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원심에 대하여, 원고가 표준거래계약서의 조항을 근거로 상품판매대금채권이 가압류된 납품업자에 대하여 법정지급기한이 경과하더라도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제3호, 제2항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대규모유통업법 제32조가 규정하는 시정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한 사례.
【대법원 2020.06.25. 선고 2016두55896 판결】
• 대법원 제1부 판결
• 사 건 / 2016두55896 시정명령등처분취소청구의소
• 원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쇼핑
• 피고, 상고인 / 공정거래위원회
•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9.23. 선고 2015누49292 판결
• 판결선고 / 2020.06.25.
<주 문>
원심판결 중 상품판매대금 지연지급행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계약서면 즉시 교부의무 위반행위에 관하여(상고이유 제1점)
가. (1)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대규모유통업법’이라고 한다) 제6조는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자 등과 계약을 체결한 즉시 납품업자 등에게 거래형태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계약사항이 명시된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계약서면’이라고 한다)을 주어야 하고(제1항), 그 서면에는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등이 각각 서명(공인전자서명을 포함한다)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2) 대규모유통업법 제35조제1항 단서는 매출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위반행위에 관하여는 5억 원의 범위 내에서 정액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시행령 제28조제2항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구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사업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 고시」(2012.2.28.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제2012-4호로 제정된 것)는 이러한 경우 위반행위의 내용 및 정도에 따라 ①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는 1천만 원 이상 1억 원 미만, ② ‘중대한 위반행위’는 1억 원 이상 3억 원 미만, ③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는 3억 원 이상 5억 원 이하로 부과기준금액을 구분하고, 그 범위 내에서 산정기준금액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것인지 여부와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대규모유통업 관계법령이 정하고 있는 일정한 범위 안에서 과징금의 액수를 구체적으로 얼마로 정할 것인지는 재량행위이고, 이러한 재량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과징금 부과의 기초가 되는 사실오인 또는 비례·평등원칙 위반 등이 없는 한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볼 수 없다.
나. 원심은, 원고가 2013.1.1.부터 2014.10.31.까지 344회에 걸쳐 납품업자들에게 계약서면을 교부하지 않거나 지연교부함으로써 대규모유통업법 제6조제1항, 제2항을 위반하였다고 인정한 다음, 전체 344회 위반행위 중 거래상대방인 납품업자가 대기업인 경우 또는 원고의 계약서 발송에도 불구하고 납품업자의 승인이 지체된 경우는 원고의 책임이나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 위와 같은 경우를 제외한 위반행위는 총 94회인데 이는 같은 기간 원고가 체결한 전체 납품계약 중 0.7% 정도에 불과한 점, 문제된 계약내용들도 많은 경우 동일한 내용의 기존 계약이 존재하는 점, 이 부분 위반행위에 따른 계약내용의 불분명함으로 인하여 원고와 납품업자 사이에 실제 분쟁이 발생하지는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가 이 부분 위반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기초로 과징금을 산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상품판매대금 지연지급행위에 관하여(상고이유 제2점)
가. (1)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는 대규모유통업자는 납품업자로부터 위탁받아 상품을 판매하고 그 판매대금을 받아 관리하는 경우에는 해당 상품의 판매대금을 월 판매마감일부터 40일 이내(이하 ‘법정지급기한’이라고 한다)에 납품업자등에게 지급하여야 하고(제1항제3호), 대규모유통업자가 상품판매대금을 법정지급기한이 지난 후에 지급하는 경우에는 그 초과 기간에 대하여 연 100분의 40 이내에서 은행법에 따른 은행이 적용하는 연체이자율 등 경제사정을 고려하여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이율에 따른 이자를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2항).
(2) 이는 납품업자에 대하여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가진 대규모유통업자가 그 지위를 남용하여 대금지급을 지연함으로써 납품업자에게 부당한 피해를 야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마련된 규정이다.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는 그 규정에 위반된 약정의 효력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는 반면 그 규정을 위반한 원사업자를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면서 그 규정 위반행위 중 일정한 경우만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하게 하여 그 위원회로 하여금 그 결과에 따라 원사업자에게 시정조치를 명하거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므로, 위 규정은 그에 위배한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간의 약정의 효력을 반드시 부인하여야 할 것은 아니다.
(3) 그러나 대규모유통업법은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등이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 및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제1조).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일방적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보다 불리한 내용의 계약 조항을 삽입한 다음 납품업자로 하여금 비자발적으로 이에 동의하게 한 후 이를 근거로 납품업자를 상대로 위 규정 위반행위를 하는 것은 대규모유통업법의 입법목적을 정면으로 훼손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해치며 납품업자에게 불이익을 가하는 행위이므로 허용할 수 없다. 또한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계약 조항을 계약에 편입시킬 우려가 항시 존재하는 거래현실을 아울러 고려하면,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 사이에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에서 정한 법정지급기한과 지연손해금율과 다른 내용의 약정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위 규정의 적용을 곧바로 배제할 수 없고, 그 약정이 납품업자의 자발적 동의하에 체결되었다는 사정까지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납품업자의 자발적 동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납품업자에 대한 대규모유통업자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의 정도, 거래의 특성과 시장상황, 약정을 하게 된 경위, 납품업자가 입은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약정을 하게 된 경위 및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계약 당사자의 이익 정도, 상품판매대금의 지급기한이 늦어지게 되면서 납품업자가 얻게 되는 반대급부 등을 정상적인 거래관행이나 상관습 및 경험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1.27. 선고 2010다5345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에 관한 증명책임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부담한다.
(4) 이와 같은 법리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일방적으로 약관을 작성하면서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의 규정 내용보다 불리한 내용의 조항을 삽입한 후 그것이 계약내용에 편입되었음을 근거로 위 규정 위반행위를 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납품업자가 위 약관 조항에 관하여 대규모유통업자와 사이에 개별 교섭을 통하여 자발적으로 동의하였다는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한 위 약관 조항만을 근거로 위 규정의 위반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5) 한편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보다 불리한 내용의 계약 조항이나 약관 조항에 관하여 납품업자로부터 자발적 동의를 얻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거로 납품업자를 상대로 위 규정 위반행위를 하는 것은 그 계약 조항이나 약관 조항이 사법상 유효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우 납품업자는 대규모유통업자를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여 대규모유통업자의 위반행위가 없었더라면 지급받을 수 있었던 지연손해금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유통업자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보다 불리한 내용의 계약 조항이나 약관 조항을 근거로 위 규정의 배제를 주장할 뿐, 위 계약 조항이나 약관조항이 자발적 동의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규모유통업법 제32조에 의하여 위 지연손해금 상당의 지급을 명하는 시정명령을 할 수 있다.
(6) 한편 채권의 가압류는 제3채무자에 대하여 채무자에게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데 그칠 뿐이므로, 가압류가 있더라도 그 채권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제3채무자는 그 지체책임을 면할 수 없고, 이러한 경우 제3채무자로서는 민사집행법 제291조, 제248조제1항에 의한 공탁을 함으로써 이중변제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이로써 이행지체의 책임도 면하게 된다(대법원 1994.12.13. 선고 93다951 판결, 대법원 2016.6.23. 선고 2015다234473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의 상품판매대금 채권에 관하여 가압류명령을 송달받았다는 사정만으로 법정지급기한 도과로 인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원심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와의 특약으로 법정지급기한의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➀ 원고와 납품업자들은 표준거래계약을 체결하면서 제27조제3항에서 “법원, 세무당국 또는 연금관리공단 등으로부터 지급정지요청, (가)압류, (가)처분, 추심 등의 결정이나 명령이 있는 경우(제1호)”, “협력사 또는 상품의 제조사의 부도, 파산, 폐업, 중대한 자금사정의 악화 등으로 협력사가 정상적인 영업활동 또는 A/S를 수행할 수 없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되어 ○○쇼핑이 향후 고객에 대한 보상, A/S를 위해 잠정적으로 지급을 보류하기로 한 경우(제4호)” 등에는 원고의 납품대금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약정(이하 ‘이 사건 지급보류약정’이라고 한다)하였고, ➁ 원고는 이에 따라 납품업자들의 채권에 대한 가압류가 있음을 이유로 납품대금의 지급을 보류한 것이며, ➂ 가압류가 해제된 경우(웰컴엘에스) 또는 가압류금액이 전체 납품대금보다 적은 경우(셰프쿡, 셀리브리에트)에도 가압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인 이상 원고가 ‘중대한 자금사정의 악화로 정상적인 영업 등을 수행할 수 없는 객관적인 상황’의 발생을 의심하여 이를 확인하는 기간 동안에는 납품대금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다고 보아, 원고에게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 위반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원심이 위와 같이 약정의 근거로 삼은 것은 원고의 표준거래계약서이나 그 중 제27조제3항제1호 및 제4호에 관하여 납품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하였다고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고, 위 조항의 내용 중에는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제2항의 규정 내용보다 납품업자들에게 불리한 부분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위와 같은 표준거래계약서의 조항을 근거로 상품판매대금채권이 가압류된 납품업자에 대하여 법정지급기한이 경과하더라도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제3호, 제2항의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대규모유통업법 제32조가 규정하는 시정명령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납품업자들이 위 표준거래계약서 제27조제3항제1호 및 제4호의 약정을 함에 있어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인지 여부, 납품업자들이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내용보다 불리한 부분이 존재함에도 이와 같은 약정을 하게 된 경위 및 그로 인하여 얻는 반대급부 등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을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
원심이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데에는 대규모유통업법 제8조제1항 및 제32조의 해석·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부당한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에 관하여(상고이유 제3점)
가. (1)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제1항은 대규모유통업자가 ‘부당하게’ 납품업자등에게 “납품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공급하는 상품의 공급조건(공급가격을 포함한다)에 관한 정보”(제1호), “매장임차인이 다른 사업자의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입점조건(임차료를 포함한다)에 관한 정보”(제2호), “그 밖에 납품업자 등이나 납품업자 등의 거래상대방에 관한 제1호 및 제2호에 준하는 정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영정보”(제3호)를 제공하도록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2) 이는 대규모유통업자가 납품업자등으로부터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제1항 각 호의 경영정보를 요구하여 제공받을 경우 그러한 경영정보가 대규모유통업자의 후발적인 불공정거래행위에 이용되어 공정하고 자유로운 거래질서가 제한될 우려가 있는 점을 고려하여, 일정한 요건 하에 대규모유통업자가 후발적인 불공정거래행위로 나아갔는지를 묻지 아니하고, 납품업자등에 대한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 자체를 금지함으로써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등이 대등한 지위에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그 취지가 있다.
이러한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제1항의 문언과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대규모유통업법 제14조제1항에 따라 금지되는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에서 요구되는 ‘부당성’이란, 거래당사자가 처해 있는 시장과 거래의 상황, 거래의 대상인 상품의 특성, 경영정보 제공을 요구한 의도·경위·목적·효과·영향 및 구체적인 요구의 태양, 요구된 정보의 내용과 범위, 경영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상대방이 이에 응하지 않을 때에 받거나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경영정보를 요구한 대규모유통업자의 시장에서의 우월한 지위의 정도와 당사자 간의 전체적인 사업능력의 격차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요구행위가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12.22. 선고 2015두36010 판결, 대법원 2018.10.12. 선고 2016두30897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은, 원고에게 캐논 100D 제품의 납품을 희망한 납품업자 ○○○○의 직원이 먼저 원고의 직원에게 연락하여 납품 가능성을 타진하면서 다른 홈쇼핑에서의 방송실적을 문자메시지로 발송한 사실, 이에 원고의 직원이 방송조건에 따라 방송실적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보완을 요청하자 위 납품업자의 직원이 다른 홈쇼핑에서 5회에 걸쳐 진행한 방송시간, 판매물품, 분당효율, 목표달성률, 판매량, 할부개월, 진행시간을 정리하여 이메일로 전송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납품업자에게 부당하게 경영정보의 제공을 요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당한 경영정보 제공 요구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모바일 주문 유도를 통한 불이익제공행위에 관하여(상고이유 제4점)
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라고 한다) 제23조제1항제4호, 제3항 및 공정거래법 시행령 제36조제1항 [별표 1의 2] 제6호 라.목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의 일종으로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이 되도록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주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거래상 지위의 남용행위로서 ‘불이익제공행위’에 해당한다고 하기 위해서는 해당 행위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입 강제, 이익제공 강요, 판매목표 강제 등과 동일시할 수 있을 정도로 일방 당사자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그 거래조건을 설정 또는 변경하거나 그 이행과정에서 불이익을 준 것으로 인정되고, 그로써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어 공정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야 한다.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준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행위의 의도와 목적, 효과와 영향 등과 같은 구체적 태양과 상품의 특성, 거래의 상황, 해당 사업자의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의 정도 및 상대방이 받게 되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등에 비추어 볼 때 정상적인 거래 관행을 벗어난 것으로서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지 여부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6.5.27. 선고 2013두35020 판결 참조).
나. 원심은, 원고가 2014.1.부터 2014.10.까지 153개 납품업자와 거래계약을 체결하면서 TV매체에 대한 수수료는 정액수수료와 정률수수료를 합한 혼합제 방식으로, 모바일매체에 대한 수수료는 정률제 방식으로 각각 정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TV 수수료 중 정률수수료 부분을 정액으로 환산한 결과를 토대로 한 전체 TV 환산수수료율을 모바일 수수료율과 비교해 보면 TV 수수료 중 정률수수료 부분의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사정만으로 모바일매체를 통한 판매가 TV방송을 통한 판매보다 납품업자에게 항상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모바일 주문방식으로 인하여 구매의사가 확정되지 않은 소비자가 할인 및 적립금 혜택 등을 이유로 구매를 결정하게 되는 경우에는 이로써 납품업자의 매출이 증가하게 되고 실제로 그러한 정황이 존재하는 점, 2013.10. 이후 원고를 포함한 다수의 홈쇼핑사업자가 스마트폰 앱의 사용을 널리 권장해 왔으므로 이 부분 위반행위의 대상이 된 납품계약이 체결된 2014년경에는 납품업자로서도 TV방송에서 모바일 주문을 홍보한다는 점을 알았거나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가 모바일 주문을 유도한 행위는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거래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 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공정거래법상 불이익제공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5.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상품판매대금 지연지급행위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정화(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