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소유자는 그 소유에 속한 물건을 점유한 자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그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있는 때에는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민법 제213조). 여기서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에는 임차권, 임치, 도급 등과 같이 점유를 수반하는 채권도 포함되고, 소유자에 대하여 이러한 채권을 갖는 자가 소유자의 승낙이나 소유자와의 약정 등에 기초하여 제3자에게 점유할 권리를 수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부터 점유 내지 보관을 위탁받거나 그 밖에 점유할 권리를 취득한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에게도 점유할 권리가 있음을 들어 소유자의 소유물반환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원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甲이 乙에게 원고 회사 소유의 이 사건 자동차를 인도하였는데, 그 당시 ‘이 사건 이후부터 자동차는 소유자의 점유물이 아닌 채권자의 점유물로 간주하고, 매매, 양도, 기타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자동차 입고 및 운행을 허락하면서 자동차 내부 귀중품은 일절 없으며 오늘 이후부터는 어느 누구든지 운행하여도 무방하다’는 내용이 담긴 자동차포기각서를 작성하여 함께 교부하였고, 곧이어 乙도 같은 무렵에 이 사건 자동차를 위 자동차포기각서와 함께 피고에게 인도함으로써 그 뒤로 피고가 이 사건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사용·수익하게 된 사안에서, 乙이 취득한 채권적 권리는 그것이 그대로 유지·존속하는 한 원고 회사가 주장하는 소유물반환청구권에 대항할 수 있는 점유권원에 해당하고, 나아가 이러한 권리가 1차적으로 귀속된 乙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乙과의 별도 약정에 기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점유·사용하게 된 피고에 대해서도 원고 회사는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하거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사례.
【대법원 2020.5.28. 선고 2020다211085 판결】
• 대법원 제3부 판결
• 사 건 / 2020다211085 자동차인도등청구의소
• 원고, 피상고인 / 주식회사 ○○
• 피고, 상고인 / 피고 (개명 전 성명 : ○○○)
• 원심판결 / 서울남부지방법원 2020.1.17. 선고 2019나54274 판결
• 판결선고 / 2020.5.28.
<주 문>
원심판결 중 자동차 인도청구 부분 및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당사자의 주장, 제1심과 원심의 판단
원고는, ① 자신이 소유권이전등록을 마친 이 사건 자동차를 피고가 권원 없이 점유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자동차를 인도할 의무가 있고, ② 이 사건 자동차를 피고가 2013.10.2.부터 운행하면서 교통법규 위반으로 총 312,640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게 하는 등 원고에게 위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을 뿐 아니라, 자동차세, 의무보험미가입 과태료 등 총 4,100,990원이 부과되는 손해가 원고에게 발생하였고 나아가 피고는 원고가 납부한 자동차보험료 2,055,370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총 6,469,000원(= 312,640원 + 4,100,990원 + 2,055,37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③ 피고는 이 사건 자동차의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으로서 2013.10.2.부터 이 사건 자동차의 인도완료일까지 매월 330,000원의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의 전 대표이사인 소외 1이 채권자인 소외 2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담보로 제공하면서 자동차포기각서를 함께 작성하여 교부하였던 바가 있고, 피고는 다시 소외 2로부터 위 자동차포기각서와 함께 이 사건 자동차를 인도받은 지위에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에 응할 수 없다는 등의 취지로 주장하였다.
제1심은 피고에게 이 사건 자동차의 소유자인 원고에게 대항할 정당한 점유권원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위 주장을 배척하면서, 이 사건 자동차에 대한 인도청구 및 312,640원의 손해배상청구,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고 나머지 원고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원심도 같은 이유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이 사건 자동차의 인도청구 부분 및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
소유자는 그 소유에 속한 물건을 점유한 자에 대하여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점유자가 그 물건을 점유할 권리가 있는 때에는 반환을 거부할 수 있다(민법 제213조). 여기서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에는 임차권, 임치, 도급 등과 같이 점유를 수반하는 채권도 포함되고, 소유자에 대하여 이러한 채권을 갖는 자가 소유자의 승낙이나 소유자와의 약정 등에 기초하여 제3자에게 점유할 권리를 수여할 수 있는 경우에는 그로부터 점유 내지 보관을 위탁받거나 그 밖에 점유할 권리를 취득한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신에게도 점유할 권리가 있음을 들어 소유자의 소유물반환청구를 거부할 수 있다.
기록에 의하면, 2013.10.경 당시 원고의 대표이사인 소외 1은 소외 2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인도하였는데 그 당시 ‘이 시간 이후부터 자동차는 소유자의 점유물이 아닌 채권자의 점유물로 간주하고, 매매, 양도, 기타 어떠한 행위에 대해서도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자동차 입고 및 운행을 허락하면서 자동차 내부 귀중품은 일절 없으며 오늘 이후부터는 어느 누구든지 운행하여도 무방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자동차포기각서(을 제4호증)를 작성하여 함께 교부한 사실, 곧이어 소외 2도 같은 무렵에 이 사건 자동차를 위 자동차포기각서와 함께 피고에게 인도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3.10.2.경부터 이 사건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사용·수익하고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외 2는 앞서 본 자동차포기각서에 포함된 사용·수익에 관한 약정에 따라 직접 이 사건 자동차를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하였고 이와 함께 제3자에게 이 사건 자동차를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수여할 수도 있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이러한 채권적 권리는 그것이 그대로 유지·존속하는 한 원고가 주장하는 소유물반환청구권에 대항할 수 있는 점유권원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자동차를 점유할 수 있는 권리가 1차적으로 귀속된 소외 2에 대하여는 물론이고 소외 2와의 별도 약정에 기하여 이 사건 자동차를 점유·사용하게 된 피고에 대해서도 원고는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하거나 그 점유·사용을 법률상 원인이 없는 이익이라고 하여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자동차를 점유·사용할 권원이 있다는 취지의 피고 주장을 배척하여 원고의 이 사건 자동차의 인도청구 및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인용하고 말았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소유물반환청구권 및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나. 나머지 피고 패소 부분(원심에서 인용된 손해배상금 312,640원)
피고는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 전부에 대하여 상고하였으나, 이 부분에 관하여는 상고장과 상고이유서에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자동차 인도청구 부분 및 사용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 청구부분을 각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의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민유숙 이동원(주심) 노태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