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민법 제361조는 저당권은 그 담보한 채권과 분리하여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피담보채권을 저당권과 분리해서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채권담보라고 하는 저당권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담보채권의 처분에는 저당권의 처분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것이지만,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으면 언제나 저당권도 함께 처분된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9.2.5. 선고 9733997 판결, 대법원 2004.4.28. 선고 20036154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저당권이 피담보채권과 함께 질권의 목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고 이는 저당권의 부종성에 반하지 않는다. 이는 저당권과 분리해서 피담보채권만을 양도한 경우 양도인이 채권을 상실하여 양도인 앞으로 된 저당권이 소멸하게 되는 것과 구별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원칙적으로는 저당권도 질권의 목적이 되지만,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였고 그 후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이때 저당권은 저당권자인 질권설정자를 위해 존재하며, 질권자의 채권이 변제되거나 질권설정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사유로 질권이 소멸한 경우 저당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기 위해서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

[2] 한편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한 때에는 그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여야 그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정한다.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하였을 때 저당권의 부종성으로 인하여 등기 없이 성립하는 권리질권이 당연히 저당권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한다면, 공시의 원칙에 어긋나고 그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을 양수하거나 압류한 사람, 저당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 등에게 예측할 수 없는 질권의 부담을 줄 수 있어 거래의 안전을 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한 때에만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민법 제186조에서 정하는 물권변동에 해당한다. 이러한 민법 제348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서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당사자 간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기 위해서는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공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이 설정되었더라도, 민법 제348조가 유추적용되어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지 않으면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볼 수 없다.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해 원고(질권자) 앞으로 질권이 설정된 후 임대인(질권설정자)과 임차인이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임대차목적물에 근저당권을 설정함. 피고는 임대인으로부터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임대차목적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았고 그 후 임차인과 합의하여 위 근저당권을 말소하였음. 원고는 피고가 질권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근저당권을 말소하였음을 이유로 질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로서 근저당권등기의 말소 회복을 청구함.

대법원은, 질권자(원고)와 질권설정자(임대인)가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고, 원고가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하여 질권의 부기등기를 마치지 않았으므로 이점에서도 원고의 질권의 효력이 이 사건 근저당권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함.

 

대법원 2020.4.29. 선고 2016235411 판결

 

대법원 제1부 판결

사 건 / 2016235411 임대차보증금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 ○○○○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 Investment Limited)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 피고

원심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6.6.10. 선고 20152023077 판결

판결선고 / 2020.4.29.

 

<주 문>

원심판결 중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 회복 청구 부분 및 그 부분에 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1.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받았으나 임대차계약상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였다거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에 따라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의 질권자로서 민법 제353조제1항에 따라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보증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2.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 민법 제361조는 저당권은 그 담보한 채권과 분리하여 타인에게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피담보채권을 저당권과 분리해서 양도하거나 다른 채권의 담보로 하지 못한다고 정하고 있지 않다. 채권담보라고 하는 저당권 제도의 목적에 비추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담보채권의 처분에는 저당권의 처분도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것이지만, 피담보채권의 처분이 있으면 언제나 저당권도 함께 처분된다고는 할 수 없다(대법원 1999.2.5. 선고 9733997 판결, 대법원 2004.4.28. 선고 200361542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저당권으로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 원칙적으로는 저당권이 피담보채권과 함께 질권의 목적이 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도 가능하고 이는 저당권의 부종성에 반하지 않는다. 이는 저당권과 분리해서 피담보채권만을 양도한 경우 양도인이 채권을 상실하여 양도인 앞으로 된 저당권이 소멸하게 되는 것과 구별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원칙적으로는 저당권도 질권의 목적이 되지만, 질권자와 질권설정자가 피담보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였고 그 후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저당권은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다. 이때 저당권은 저당권자인 질권설정자를 위해 존재하며, 질권자의 채권이 변제되거나 질권설정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사유로 질권이 소멸한 경우 저당권자는 자신의 채권을 변제받기 위해서 저당권을 실행할 수 있다.

 

. 한편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한 때에는 그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여야 그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정한다.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하였을 때 저당권의 부종성으로 인하여 등기 없이 성립하는 권리질권이 당연히 저당권에도 효력이 미친다고 한다면, 공시의 원칙에 어긋나고 그 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을 양수하거나 압류한 사람, 저당부동산을 취득한 제3자 등에게 예측할 수 없는 질권의 부담을 줄 수 있어 거래의 안전을 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민법 제348조는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한 때에만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도록 한 것이다. 이는 민법 제186조에서 정하는 물권변동에 해당한다. 이러한 민법 제348조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보면,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 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서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저당권으로 담보한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경우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 당사자 간 약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치기 위해서는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공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담보가 없는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다음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 저당권이 설정되었더라도, 민법 제348조가 유추적용되어 저당권설정등기에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지 않으면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고 볼 수 없다.

 

.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주식회사 ○○○ ◇◇어학원(이하 ○○○◇◇어학원이라고 한다)2009.4.27. 소외인으로부터 이 사건 건물을 임대차보증금 18억 원, 임대차기간 2009.4.27.부터 2011.4.26.까지 2년으로 정하여 임차하고, 소외인에게 임대차보증금 18억 원을 지급하였다(이하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이라고 한다).

(2) ○○○◇◇어학원은 2009.10.29. 모회사인 주식회사 에듀○○가 원고에 대해 부담하는 사채금반환채권 30억 원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로 제공하여, 원고와 사이에 위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에 관하여 담보한도액을 36억 원으로 하는 근질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3) ○○○◇◇어학원은 2012.3.21.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소외인 소유의 이 사건 건물과 부지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245,000만 원, 채무자 소외인, 근저당권자 ○○○◇◇어학원으로 된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이하 이 사건 근저당권이라고 한다).

(4) 소외인은 피고와 협의이혼 후 2012.7.6. 피고에게 재산분할을 원인으로 이 사건 건물의 소유권을 이전하였다.

(5) ○○○◇◇어학원과 피고는 2012.12.27. 해지를 원인으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 등기를 말소하였다.

(6) ○○○◇◇어학원과 소외인 사이의 임대차계약 시 저당권설정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원고와 ○○○◇◇어학원의 근질권설정계약 시 소외인에 대한 확정일자부 통지 또는 승낙을 받아줄 의무, 임대차계약상 제반 권리의 양도·담보제공 금지, 임대차계약의 갱신 또는 재계약체결 금지 등 질권설정자의 의무나 질권의 실행 조건, 실행 방법에 관하여 상세히 규정하였음에도 저당권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어학원의 실질적 경영자이자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의 채무자인 소외인은 원고를 위해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 아니고 회계감사 등을 위하여 설정하였고 피고에게 재산 분할을 해준 뒤 기존 선순위 근저당권이 실행될 위기에 처하자 피고가 이 사건 건물을 담보로 새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 이 사건 근저당권을 말소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질권자인 원고와 질권설정자인 ○○○◇◇어학원이 이 사건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만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고 질권설정자가 질권자에게 제공하려는 의사 없이 이 사건 근저당권을 설정받는 등 저당권이 질권의 목적이 되지 않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에 관하여 질권의 부기등기를 마치지 않았으므로 이점에서도 원고의 질권의 효력이 이 사건 근저당권에 미친다고 할 수 없다.

 

. 그럼에도 원심은, 채권에 질권을 설정한 후 그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때에는 당사자 사이에 저당권에 질권을 설정하기로 하는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저당권의 부종성 원칙에 따라 당연히 질권의 효력이 저당권에 미친다는 전제 하에, 이러한 경우 민법 제348조가 유추적용되지 않아 원고가 질권의 부기등기를 하지 않았더라도 당연히 원고의 근질권의 효력이 이 사건 근저당권에 미친다고 보았다. 그에 따라 ○○○◇◇어학원과 피고가 근질권자인 원고의 동의 없이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한 것은 원고의 근질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원고는 그 방해배제청구로 서 부적법하게 말소된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등기의 회복등기절차의 이행을 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질권이 설정된 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그 저당권에 질권의 효력이 미치기 위한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 원심판결 중 주위적 청구인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 회복 청구 부분이 파기되어야 하는 이상, 이와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예비적 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되어야 한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 회복 청구 부분 및 그 부분에 관한 예비적 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는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선수(재판장) 권순일 이기택(주심) 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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