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제1항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는지는 개별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2] 甲의 소유인 건물에 화재가 발생한 후 건물 임차인인 乙주식회사가 임대인인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는데, 원심이 위 건물의 다른 임차인이 甲을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수선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한 관련사건에서 위 화재에 관하여 甲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제1심판결이 선고될 무렵에 乙회사가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보아 乙회사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사안에서, 甲은 관련사건의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화재가 공작물의 하자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화재의 원인, 발화지점, 임대인인 甲의 수선의무 불이행 여부, 면책가능성 등을 주된 쟁점으로 다투었던 점, 甲과 보험계약을 체결한 丙보험회사가 乙회사의 대표이사 등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관련사건의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으나, 甲의 항소 및 상고로 관련사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하여 상당기간 추정되다가 관련사건 상고심 판결이 선고된 이후에야 丙회사의 패소 판결이 선고된 점 등을 종합하면,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책임의 주체 등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乙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에 관한 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 위 구상금 청구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乙회사의 입장에서 관련사건 제1심판결 선고 무렵에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 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관련사건 상고심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된 때에 비로소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9.12.13. 선고 2019다259371 판결】
• 대법원 2019.12.13. 선고 2019다259371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상고인 / ○○종합배관 주식회사
• 피고, 피상고인 / 피고
• 원심판결 / 수원지법 2019.7.23. 선고 2019나5664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는 이 사건 건물의 103호 임차인이 피고를 상대로 임대차계약상 수선의무 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한 사건(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2014가합1435호, 이하 ‘관련사건’이라 한다)의 제1심판결 선고 무렵에 이 사건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판단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접수되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피고의 항변을 받아들여,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라고 함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한다. 피해자가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는지는 개별 사건에서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4.24. 선고 2006다30440 판결, 대법원 2011.11.10. 선고 2011다54686 판결, 대법원 2018.7.24. 선고 2018다215664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화재에 관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내용의 관련사건 제1심판결이 2014.12.11. 선고되었으나, 이에 대하여 피고가 항소 및 상고를 제기하여 2016.4.15.에야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는 위 항소심 및 상고심에서 이 사건 화재가 공작물의 하자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이 사건 화재의 원인, 발화지점, 임대인인 피고의 수선의무 불이행 여부, 면책가능성 등을 주된 쟁점으로 다투었다.
2) 한편 피고와 보험계약을 체결한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원고의 대표이사 소외인 등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의 소(서울중앙지방법원 2013가단237636호)를 제기하였고, 그 소송이 진행되던 중에 관련사건의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으나, 피고의 항소 및 상고로 관련 사건 결과를 기다리기 위하여 상당기간 추정되다가 관련사건 상고심판결이 선고된 이후인 2016.7.12.에야 원고인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의 패소 판결이 선고되었다.
다. 앞서 본 법리에 기초하여 위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화재의 원인이나 발화지점, 그 책임의 주체 등 그 위법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원고의 대표이사 소외인에 대하여 구상금 청구에 관한 소가 진행 중이었던 사정, 위 구상금 청구 소송의 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원고의 입장에서 관련사건 제1심판결 선고 무렵에 이 사건 화재의 원인 및 공작물 설치·보존상의 하자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의 요건사실에 관하여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다만 원고는 관련사건 판결이 확정된 때에 비로소 이 사건 화재로 인한 위법한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가 관련사건 제1심판결 선고 무렵에 그 손해의 발생 등을 현실적·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원심판단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의 단기소멸시효의 기산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희대(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