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요지>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이하 즉결심판법이라 한다) 14조제1항에 따르면, 즉결심판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고자 하는 피고인은 정식재판청구서를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즉결심판절차에서 즉결심판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것은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한다(즉결심판법 제19). 구 형사소송법(2017.12.12. 법률 제151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사소송법이라 한다) 59조는 공무원 아닌 자가 작성하는 서류에는 연월일을 기재하고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인장이 없으면 지장으로 한다.”라고 정하였다. 여기에서 기명날인은 공무원 아닌 사람이 작성하는 서류에 관하여 그 서류가 작성자 본인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표식으로서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57조는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작성 연월일과 소속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 대한 본인확인 방법으로 기명날인 외에 서명을 허용하고 있다. 형사소송 서류에 대한 본인확인 방법과 관련하여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작성하는 서류를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와 달리 적용할 이유가 없고, 생활 저변에 서명이 보편화되는 추세에 따라 행정기관에 제출되는 서류의 본인확인 표식으로 인장이나 지장뿐만 아니라 서명도 인정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고려하여 2017.12.12. 법률 제15164호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당시 제59조에서도 본인확인 방법으로 기명날인 외에 서명을 허용하였다.

구 형사소송법 제59조에서 정한 기명날인의 의미, 이 규정이 개정되어 기명날인 외에 서명도 허용한 경위와 취지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즉결심판에 대하여 제출한 정식재판청구서에 피고인의 자필로 보이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그 옆에 서명이 되어 있어 위 서류가 작성자 본인인 피고인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없으므로, 정식재판청구는 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의 인장이나 지장이 찍혀 있지 않다고 해서 이와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대법원 2019.11.29.20173458 결정

 

피고인 / 피고인

재항고인 / 피고인

원심결정 / 전주지법 2017.11.17.20171130 결정

 

<주 문>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인은 2016.9.20. 21:57(차량번호 생략) 크레도스 승용차를 운전하여 전주시 ○○△△□□로에 있는 △△삼거리를 진행하다가 전방 신호가 적색인데도 진행하여 신호를 위반하였다는 사유로 고정식 무인단속카메라에 적발되었다.

(2) 피고인이 범칙금 납부통고서를 받고 통고처분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자, 전주○○경찰서장은 2016.10.14. 피고인에 대하여 즉결심판을 청구하였고, 전주지방법원은 같은 날 피고인에게 벌금 5만 원을 선고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162, 이하 이 사건 즉결심판이라 한다).

(3) 피고인은 2016.10.21. 전주○○경찰서장에게 이 사건 즉결심판에 대한 정식재판청구서(이하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서라 한다)를 제출하였는데,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서에는 피고인의 자필로 보이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그 옆에 서명이 되어 있지만 인장이나 지장이 날인되어 있지 않다.

(4) 전주○○경찰서 소속 경찰관은 2016.10.27.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서에 따라 범죄를 인지하였다는 내용의 범죄인지서를 작성하였고, 2016.11.4.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전주지방검찰청에 사건을 송치하였다(전주지방검찰청 2016년 형제25174).

(5) 검사는 2016.11.7. 피고인에 대하여 도로교통법 위반죄로 공소를 제기하면서 약식명령을 청구하였고, 전주지방법원은 2017.1.16. 피고인에게 벌금 2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16고약7603).

(6) 피고인은 2017.3.3. 정식재판청구권회복청구 인용결정(전주지방법원 2017초기117)을 받아 위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청구를 했지만, 1심은 2017.7.18. 다음과 같은 이유로 면소판결을 선고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17고정153).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2016.10.14. 이 사건 즉결심판이 내려졌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서를 제출하였다. 그런데 정식재판청구서를 제출하는 경우 구 형사소송법(2017.12.12. 법률 제1516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형사소송법이라 한다) 59조에 따라 청구서에 인장이나 지장을 날인해야 하는데,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서에는 날인 없이 서명만 되어 있으므로 적법한 청구서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즉결심판은 확정되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생겼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6조제1호에서 정한 확정판결이 있은 때에 해당한다.

(7)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항소하였는데, 원심은 2017.11.17. ‘피고인은 면소판결을 다툴만한 이익이 없고 무죄의 실체 판결을 구하기 위해 상소할 수 있는 권리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피고인의 항소는 부적법하다는 이유로 항소기각 결정을 하였다(전주지방법원 20171130).

 

. 이 사건 쟁점은, 피고인이 이 사건 즉결심판에 대하여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서를 제출함으로써 정식재판청구(이하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라 한다)를 하였는데,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서에는 날인 없이 서명만 되어 있어 구 형사소송법 제59조를 위반하였으므로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가 부적법한 것인지 여부이다.

 

2. 판단

 

. 즉결심판에 관한 절차법(이하 즉결심판법이라 한다) 14조제1항에 따르면, 즉결심판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하고자 하는 피고인은 정식재판청구서를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즉결심판절차에서 즉결심판법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것은 형사소송법의 규정을 준용한다(즉결심판법 제19). 구 형사소송법 제59조는 공무원 아닌 자가 작성하는 서류에는 연월일을 기재하고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인장이 없으면 지장으로 한다.”라고 정하였다. 여기에서 기명날인은 공무원 아닌 사람이 작성하는 서류에 관하여 그 서류가 작성자 본인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표식으로서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형사소송법 제57조는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는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작성 연월일과 소속공무소를 기재하고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에 대한 본인확인 방법으로 기명날인 외에 서명을 허용하고 있다. 형사소송 서류에 대한 본인확인 방법과 관련하여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작성하는 서류를 공무원이 작성하는 서류와 달리 적용할 이유가 없고, 생활 저변에 서명이 보편화되는 추세에 따라 행정기관에 제출되는 서류의 본인확인 표식으로 인장이나 지장뿐만 아니라 서명도 인정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고려하여 2017.12.12. 법률 제15164호로 형사소송법을 개정할 당시 제59조에서도 본인확인 방법으로 기명날인 외에 서명을 허용하였다.

구 형사소송법 제59조에서 정한 기명날인의 의미, 이 규정이 개정되어 기명날인 외에 서명도 허용한 경위와 취지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서에는 피고인의 자필로 보이는 이름이 기재되어 있고 그 옆에 서명이 되어 있어 위 서류가 작성자 본인인 피고인의 진정한 의사에 따라 작성되었다는 것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으며 형사소송절차의 명확성과 안정성을 저해할 우려가 없으므로,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는 적법하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의 인장이나 지장이 찍혀 있지 않다고 해서 이와 달리 볼 것이 아니다.

 

. 즉결심판법 제14조제1, 3, 4, 형사소송법 제455조제3항에 따르면, 정식재판을 청구하고자 하는 피고인은 즉결심판의 선고·고지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청구서를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정식재판청구서를 받은 경찰서장은 지체 없이 판사에게 이를 송부하여야 한다. 판사는 정식재판청구서를 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경찰서장에게 정식재판청구서를 첨부한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송부하고, 경찰서장은 지체 없이 관할 지방검찰청 또는 지청의 장에게 이를 송부하여야 하며, 그 검찰청 또는 지청의 장은 지체 없이 관할 법원에 이를 송부하여야 한다. 피고인이 경찰서장의 청구에 따라 즉결심판을 받고 적법한 정식재판청구를 한 경우 경찰서장의 즉결심판청구는 공소제기와 동일한 소송행위이므로, 관할 법원은 공판절차에 따라 심판하여야 한다.

피고인이 즉결심판에 대하여 정식재판청구를 한 경우 검사가 법원에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그대로 송부하지 않고 즉결심판이 청구된 위반 내용과 동일성 있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약식명령을 청구하면, 법원은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3.29. 선고 20118503 판결, 대법원 2017.10.12. 선고 201710368 판결 등 참조).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즉결심판에 대하여 적법한 정식재판청구를 하였는데도, 검사가 즉결심판이 청구된 위반 내용과 동일성 있는 범죄사실에 대하여 약식명령을 청구하였으므로, 원심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공소기각판결을 선고했어야 한다(관할 법원은 위에서 본 절차에 따라 이 사건 정식재판청구서를 첨부한 사건기록과 증거물을 송부받아 피고인의 정식재판청구에 대하여 공판절차에 따라 심판하여야 한다).

원심이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결정을 한 것은 구 형사소송법 제59조에서 정한 기명날인, 이중기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재항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피고인의 재항고는 이유 있어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이동원(재판장) 조희대 김재형(주심)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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